--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6다202857 판결
1. 판결의 중요성
대법원 2026다202857 판결은 법인의 대표권을 둘러싼 분쟁이 있는 상태에서 대표권 없는 사람이 법인 명의로 소를 제기한 경우, 적법한 대표자가 이를 사후에 추인하면 소 제기의 효력이 최초 소 제기 당시로 소급하는지를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
나아가 추인 후 선행소송을 취하하였더라도 6개월 이내에 동일한 내용의 소를 다시 제기하면 최초 소 제기에 따른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회사의 대표이사 해임·직무집행정지, 임시이사 선임, 이사회 결의의 효력 또는 경영권 분쟁으로 대표권이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누가 회사를 대표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이때 대표권의 흠결 때문에 회사의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소송과 민사소송 실무상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2. 사실관계
대표권이 없는 사람들이 법인인 원고들을 대표하여 피고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선행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에게 적법한 대표권이 없었으므로, 그 소송에는 법정대리권 또는 법인 대표권의 흠결이 존재하였습니다.
이후 선행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법원의 결정에 따라 원고 법인들의 적법한 대표자인 임시이사가 선임되었습니다. 임시이사는 대표권 없는 사람들이 제기한 선행소송의 소송행위를 추인하였습니다.
그 후 원고들은 선행소송을 취하하였고, 소 취하일부터 6개월 이내에 선행소송과 동일한 내용의 손해배상청구를 다시 제기하였습니다.
쟁점은 대표권 없는 사람이 제기한 선행소송에 적법한 재판상 청구로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인정되는지, 그리고 선행소송을 취하한 후 6개월 이내에 동일한 소를 다시 제기한 경우 최초 소 제기 시점으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소급시킬 수 있는지였습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 법인들의 적법한 대표자인 임시이사가 선행소송의 소 제기를 추인하였으므로, 선행소송의 소송행위는 최초 소 제기 당시로 소급하여 효력을 갖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선행소송을 취하한 후 6개월 이내에 동일한 내용의 소를 다시 제기하였으므로, 민법 제170조에 따라 최초 소 제기로 발생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유지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 법인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최초 선행소송의 소 제기로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대표권 없는 사람이 법인을 대표하여 소를 제기하였더라도 소송계속 중 적법한 대표자가 이를 추인하면 소 제기가 소급하여 효력을 갖는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민사소송법 제64조와 제60조에 따른 것입니다. 민사소송법 제60조는 소송능력, 법정대리권 또는 소송행위에 필요한 권한에 흠이 있는 경우에도 추인에 의하여 해당 소송행위가 행위 당시로 소급하여 효력을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64조는 법인의 대표자에게 이러한 규정을 준용합니다.
따라서 적법한 대표자의 추인이 이루어지면 시효중단의 효력도 추인한 때가 아니라 최초 소를 제기한 때 발생합니다.
5. 대표권 없는 사람의 소 제기와 사후 추인
법인의 소송행위는 원칙적으로 적법한 대표권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합니다. 대표권 없는 사람이 법인을 대표하여 소를 제기하면 대표권의 흠결이 있는 부적법한 소송이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흠결은 보정할 수 있는 절차상 흠결입니다. 소송계속 중 적법한 대표자가 종전 소송행위를 추인하면 그 행위는 처음부터 적법한 대표자가 한 것과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중요한 점은 추인의 효력이 장래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 소송행위 당시로 소급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임시이사가 선행소송을 추인한 이상, 대표권 없는 사람들이 제기한 소는 최초 소 제기 당시부터 적법하게 제기된 것으로 취급됩니다. 이에 따라 재판상 청구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도 최초 소 제기일에 발생합니다.
6. 추인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
추인은 대표권 없는 사람이 한 소송행위를 적법한 대표자가 법인의 소송행위로 받아들이는 의사표시입니다.
추인이 인정되려면 추인하는 사람이 추인 당시 적법한 대표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소송행위의 내용과 대표권 흠결의 존재를 인식한 상태에서 종전 행위를 법인의 행위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반드시 ‘추인한다’는 문구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법한 대표자가 소송에 출석하여 종전의 주장과 증거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종전 소송행위를 전제로 변론을 계속하는 등 종전 소송행위를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묵시적 추인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소멸시효와 직결되는 사안에서는 적법한 대표자가 명시적으로 추인한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이나 추인서를 제출하고, 추인의 대상이 되는 사건과 소송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7. 소 제기에 따른 소멸시효 중단의 발생 시점
재판상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소가 제기된 때 발생합니다.
대표권 없는 사람이 소를 제기한 경우에도 적법한 대표자가 소송계속 중 이를 추인하면 소 제기의 효력이 최초 소 제기 당시로 소급하므로, 시효중단의 효력 역시 최초 소 제기일에 발생합니다.
따라서 추인이 이루어진 시점에 이미 원래의 소멸시효기간이 지났더라도, 최초 소 제기가 시효 완성 전에 이루어졌다면 그 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지 않습니다.
이 점은 법인의 대표권 분쟁이나 임시이사 선임절차가 장기간 진행되는 경우 특히 중요합니다. 적법한 대표자가 선임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를 제기하면 시효가 완성될 수 있지만, 우선 법인 명의로 소를 제기한 다음 소송계속 중 적법한 대표자가 이를 추인하면 최초 소 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권리를 보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표권 없는 사람의 모든 소 제기에 당연히 시효중단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송계속 중 적법한 대표자가 실제로 추인해야 하고, 추인 없이 소가 각하되거나 종료되면 소급효를 전제로 한 시효중단도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8. 소 취하와 6개월 이내의 재소
민법 제170조 제1항은 재판상 청구가 각하·기각되거나 취하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같은 조 제2항은 재판상 청구가 취하되는 등의 경우에도 그로부터 6개월 이내에 다시 재판상 청구, 압류·가압류·가처분 등의 조치를 취하면 최초 재판상 청구로 인하여 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는 적법한 임시이사가 선행소송을 추인한 후 원고들이 그 소를 취하하였습니다. 그러나 소 취하일부터 6개월 이내에 선행소송과 동일한 내용의 이 사건 소를 다시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최초 소 제기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이 소 취하로 소멸하지 않고, 최초 소 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계속 인정되었습니다.
9. 추인 후 소를 취하한 경우의 의미
적법한 대표자가 선행소송을 추인한 후 이를 취하했다는 이유만으로 종전의 추인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추인으로 선행소송은 최초 소 제기 당시부터 유효한 재판상 청구가 됩니다. 그 후 소를 취하하면 민법 제170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시효중단의 효력이 상실될 수 있지만, 취하 후 6개월 이내에 다시 소를 제기하면 최초 소 제기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이 유지됩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법률관계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구성됩니다.
대표권 없는 사람의 소 제기 당시에는 대표권의 흠결이 있었지만, 적법한 임시이사의 추인으로 소 제기가 소급하여 유효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최초 소 제기일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였습니다. 이후 소를 취하했지만 6개월 이내에 동일한 소를 다시 제기함으로써 최초 소 제기의 시효중단 효력이 유지되었습니다.
10. 동일한 내용의 재판상 청구인지
민법 제170조 제2항에 따라 최초 재판상 청구의 시효중단 효력을 유지하려면, 소 취하 후 6개월 이내에 동일한 권리에 관하여 다시 재판상 청구를 해야 합니다.
전후 소송의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이 문언상 완전히 동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사자, 청구권의 발생 원인, 청구의 대상 및 기본적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동일한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후소에서 전혀 다른 계약이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새로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선행소송과 다른 법인의 권리를 행사한다면 최초 소 제기의 시효중단 효력을 원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행소송을 취하하고 다시 소를 제기할 때에는 후소의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에 선행소송과의 동일성을 명확히 드러내고, 선행소송의 사건번호, 소 제기일, 추인일 및 취하일을 구체적으로 기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11. 회사소송에서의 실무적 의미
이 판결은 대표권 분쟁이 발생한 회사의 권리보전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대표이사 해임의 효력, 이사회 결의의 적법성, 직무집행정지가처분 또는 임시이사 선임 문제로 적법한 대표자가 누구인지 확정되지 않은 동안에도 회사의 손해배상채권이나 계약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계속 진행됩니다.
대표권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사이 시효가 완성되면 회사가 실체적으로 정당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어도 이를 행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대표권 없는 사람이 우선 회사 명의로 소를 제기하였더라도, 소송계속 중 적법한 대표자가 선임되어 이를 추인하면 최초 소 제기일을 기준으로 시효중단의 효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 적용 가능성이 큽니다.
기존 대표이사의 해임이나 사임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 결의의 효력에 관한 분쟁이 있는 경우
대표이사의 직무집행이 정지되고 직무대행자 또는 임시이사가 선임되는 경우
종중·재단법인·사단법인·학교법인·의료법인 등의 대표자 선임이 무효로 다투어지는 경우
청산인이나 파산관재인의 대표권이 문제되는 경우
경영권 분쟁 중 회사의 전·현직 임원에 대한 책임추궁이 필요한 경우
12. 전직 대표이사에 대한 책임추궁과 대표권 충돌
회사소송에서는 현 대표자가 전직 대표이사나 다른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표권 자체가 분쟁의 대상이거나 현 대표자가 피고와 이해관계를 같이한다면 회사가 적시에 소를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경우 임시이사나 직무대행자가 선임된 후 종전 소송을 추인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권리를 보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식회사가 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상법 제394조에 따라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회사를 대표해야 하는 특칙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대표이사가 적법하게 선임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사에 대한 소송에서 회사의 적법한 대표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추인의 효력을 확보하려면 단순히 법인등기부상 대표자라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소송의 상대방과 청구내용을 기준으로 누가 법률상 회사를 대표해야 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13. 판결의 적용상 한계
이 판결을 대표권 없는 사람이 언제든지 법인 명의로 소를 제기하여 시효를 보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첫째, 소송계속 중 적법한 대표자의 추인이 실제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째, 추인하는 사람은 해당 소송에서 법인을 대표할 적법한 권한을 보유해야 합니다.
셋째, 대표권 없는 사람의 소 제기가 법인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거나 법인의 이익에 명백히 반하고 적법한 대표자가 이를 추인하지 않는다면 소급적 효력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넷째, 선행소송을 취하한 경우에는 반드시 취하일부터 6개월 이내에 동일한 권리에 관한 재판상 청구 등 후속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다섯째, 대표권의 흠결과 당사자 자체의 불일치는 구별해야 합니다. 실제 권리자가 아닌 법인을 원고로 잘못 지정한 경우는 대표권의 흠결이 아니라 당사자적격 또는 당사자확정의 문제이므로, 사후 추인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4.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법인의 대표권에 흠이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소 제기도 적법한 대표자가 소송계속 중 추인하면 최초 소 제기 당시로 소급하여 유효하게 된다는 점을 재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추인된 선행소송을 취하하였더라도 6개월 이내에 동일한 내용의 소를 다시 제기하면 최초 소 제기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이 유지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대표권 분쟁이라는 절차적 사정 때문에 법인의 실체법상 권리가 소멸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추인과 재소기간이라는 요건을 통해 절차의 안정성을 확보한 판결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표권 없는 사람이 법인을 대표하여 소를 제기하였더라도 소송계속 중 적법한 대표자가 이를 추인하면 소 제기는 최초 소 제기 당시로 소급하여 효력을 갖고, 시효중단의 효력도 그때 발생한다. 이후 선행소송을 취하하더라도 6개월 이내에 동일한 내용의 소를 다시 제기하면 최초 재판상 청구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이 유지된다. 다만 추인하는 사람이 해당 소송에서 법인을 대표할 적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대표권 흠결과 당사자 자체의 잘못은 구별해야 한다.
대표권 없는 자가 법인을 대표하여 제기한 소송의 추인과 소멸시효 중단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