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번호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24. 6. 28. 선고 2023나2029599 판결(확정)
관련 판례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9920·9937 판결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약정을 체결한 경우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판례입니다.
회사가 특정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확인한 판례입니다.
관련 규정
상법 제345조(상환주식)
상환주식의 상환은 원칙적으로 배당가능이익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상법 제416조(발행사항의 결정)
신주의 종류와 수, 발행가액, 납입기일 등은 원칙적으로 이사회가 결정합니다.
상법 제462조(이익의 배당)
배당가능이익의 산정과 이익배당의 한계를 규정합니다.
민법 제2조(신의성실)
사전동의권의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행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위약벌이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하면 전부 또는 일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이 이를 감액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본래적 의미의 위약벌에는 같은 조 제2항이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실관계
피고 회사는 컴퓨터시스템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였고, 피고 대표이사는 회사 발행주식의 과반수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회사와 일체형 컴퓨터를 개발·생산하는 위탁생산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2016년 12월 피고 회사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 20만 주를 인수하기로 하였습니다. 원고는 2016년 12월 8일 주식인수대금 20억 원을 납입하고 다음 날 주식을 배정받았습니다.
당시 피고 회사는 영업손실과 결손금이 누적되고 차입금이 약 40억 원에 이르는 등 재무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사업 계속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원고의 20억 원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신주인수계약에는 피고 회사가 신주발행 등 자본구조에 중요한 변동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려면 원고에게 사전 통지하고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피고 대표이사도 회사의 계약상 의무를 연대하여 이행하기로 약정하였습니다.
피고 회사가 계약을 위반하고 시정 요구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위반사항을 시정하지 않으면, 원고는 다음과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피고 회사에 대한 상환전환우선주의 조기상환청구
최대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
투자원금과 투자일부터 조기상환 완제일까지 연 7%의 금액을 합한 위약벌 청구
최대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
투자원금과 투자일부터 조기상환 완제일까지 연 7%의 금액을 합한 위약벌 청구
그런데 피고 회사는 2018년 9월 제3자에게 상환전환우선주 16만 주를 발행하여 20억 원을 조달하고, 같은 해 11월 다시 제3자에게 상환전환우선주 8만 주를 발행하여 10억 원을 조달하였습니다.
두 차례 유상증자의 발행가액은 모두 1주당 12,500원으로 원고의 인수가액인 1주당 10,000원보다 높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발행가액이 낮았다는 것이 아니라, 자본금 증가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체가 사전동의 대상이었고, 후속 투자자들에게 전환가액 조정이나 담보 제공 등 원고보다 유리한 조건이 부여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원고는 사전 서면동의 절차를 준수하라고 요구하였지만 회사는 이를 시정하지 않았고, 원고는 조기상환금과 위약벌을 청구하였습니다.
법리
1. 특정 투자자에게 부여한 사전동의권이 항상 무효인 것은 아니다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르면 회사는 주주를 그 보유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하게 취급해야 합니다.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차등적 취급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심사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차등적 취급의 허용 여부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
약정이 체결된 경위와 목적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였는지
다른 주주들이 입는 실질적인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회사의 기관이 가지는 의사결정 권한과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지
다른 주주들의 동의 여부와 전반적인 동의율
회사의 사업현황·재무상태·지배구조와 상장 여부
주주로서의 본질적인 지위나 회사법상 강행규정에 반하는지
약정이 체결된 경위와 목적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였는지
다른 주주들이 입는 실질적인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회사의 기관이 가지는 의사결정 권한과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지
다른 주주들의 동의 여부와 전반적인 동의율
회사의 사업현황·재무상태·지배구조와 상장 여부
주주로서의 본질적인 지위나 회사법상 강행규정에 반하는지
결국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고 이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2. 이 사건 사전동의권에는 차등 취급을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피고 회사는 당시 영업손실과 결손금이 누적되고 상당한 차입금을 부담하고 있어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원고로부터 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었습니다.
원고로서도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회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면서 투자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사전동의권은 이러한 배경에서 부여된 것이었습니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도 원고에게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는 데 동의하였고, 회사의 계약상 채무를 연대하여 이행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다른 주주들이 이의를 제기하였다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사전동의 대상인 신주발행은 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권한에 속하므로 원고에게 사전동의권을 부여하였다고 하여 다른 주주의 주주총회 의결권이 직접 침해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사전동의권은 특정 투자자에게 우월적 권리를 부여한 것이지만, 회사의 자금조달 필요성과 소수주주의 경영감독 기능에 비추어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었습니다.
3. 사전동의권은 주식 자체에 부착된 권리가 아니라 채권적 권리이다
원고의 사전동의권은 상환전환우선주 자체의 권리내용으로 부여된 것이 아니라 신주인수계약에 따라 원고가 취득한 채권적 권리였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보유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하더라도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사전동의권까지 양수인에게 당연히 이전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사전동의권이 특정 종류주식에 부착되어 모든 양수인에게 승계되는 권리가 아니라 개별 투자계약에 따른 권리라는 점도 그 효력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4. 피고 회사는 두 차례 유상증자 과정에서 사전동의 의무를 위반하였다
회사는 제1차 유상증자에 관하여 원고에게 이사회 개최 사실을 통지했지만 계약에서 정한 사전 서면동의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원고가 계약에 따른 동의 절차를 준수하라고 요구했음에도 회사는 유상증자를 실행하였습니다.
제2차 유상증자에 관해서는 원고가 전환가액 조정 조건 등이 기존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명시적으로 부동의하였는데도 회사가 이를 강행하였습니다.
법원은 당사자들이 사전 서면동의 절차를 생략하기로 합의하였거나 원고가 동의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피고 회사의 행위는 신주인수계약상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시정 요구 후 15일 이내에 위반사항을 시정하지 않았으므로 계약상 조기상환 및 위약벌 청구사유가 발생하였습니다.
5. 조기상환청구에는 배당가능이익이라는 강행적 제한이 적용된다
계약 위반으로 조기상환 사유가 발생한 것과 회사가 실제로 상환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구별됩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자본과 부채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지만, 그 인수대금이 회사의 자본을 구성하는 이상 상환은 배당가능이익의 범위에서만 허용됩니다.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가 주주에게 투자금을 반환하면 회사의 자본이 유출되고 채권자의 책임재산이 감소하여 자본충실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조기상환이 계약 위반에 대한 제재로 정해졌더라도 상환주식의 본질적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약정상 상환기간이 도래하기 전에 상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 배당가능이익 요건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고가 조기상환을 청구할 당시 피고 회사의 이익잉여금은 큰 폭의 결손 상태였고, 이후에도 배당가능이익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은 회사에 대한 조기상환청구는 상환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6. 최대주주의 연대책임도 회사의 유효한 상환채무가 존재해야 인정된다
원고는 최대주주가 회사의 계약상 의무를 연대하여 이행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없더라도 최대주주에게 직접 조기상환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최대주주의 책임이 회사의 조기상환채무와 독립된 무조건적인 원금반환채무는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신주인수계약은 최대주주가 회사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가 유효한 경우에 그 상환의무를 연대하여 이행하도록 정하고 있었습니다.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조기상환청구가 효력을 갖지 못하는 이상 최대주주에 대해서도 조기상환대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7. 투자원금 상당의 20억 원은 조기상환금이 아니라 위약벌로 인정되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결론은 원고가 지급받게 된 20억 원의 법적 성격입니다.
파기환송심이 인정한 20억 원은 상환전환우선주의 조기상환대금이 아니라, 사전동의 의무 위반에 따른 위약벌입니다.
계약은 회사가 의무를 위반하고 시정 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 투자원금과 이에 대한 연 7%의 가산금을 위약벌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계약서가 ‘위약벌’이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사용하였고, 이를 손해배상 및 주식매수·조기상환청구와 별개의 제재로 규정한 점을 근거로 해당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본래적 의미의 위약벌로 판단하였습니다.
8. 투자원금 부분은 유효하지만 무제한으로 증가하는 연 7% 가산금은 무효이다
파기환송심은 투자원금 상당액인 20억 원의 위약벌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이나 주식가치가 충분하지 않으면 원고의 조기상환청구권이나 최대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은 실효성이 없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의 사전동의 의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원금 상당의 위약벌을 정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반면 투자일부터 조기상환대금 완제일까지 연 7%의 비율로 계속 증가하는 가산금 부분은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계약 위반의 내용이나 중대성과 무관하게 시간 경과만으로 위약벌이 계속 증가하는 구조인 점
조기상환 완제 시기가 불확정하여 위약벌의 상한이 없는 점
늦게 발생한 경미한 위반이 초기에 발생한 중대한 위반보다 더 큰 위약벌을 초래할 수 있는 점
투자자가 투자원금 상당의 위약벌과 별도로 무제한의 가산금까지 지급받으면 지나친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는 점
회사의 의무 위반에 대해서만 위약벌이 규정되어 있어 계약상 부담이 불균형한 점
회사가 원고에게 손해를 입힐 악의적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한 것이 아니라 운영자금과 신사옥 건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를 유치한 사정
조기상환 완제 시기가 불확정하여 위약벌의 상한이 없는 점
늦게 발생한 경미한 위반이 초기에 발생한 중대한 위반보다 더 큰 위약벌을 초래할 수 있는 점
투자자가 투자원금 상당의 위약벌과 별도로 무제한의 가산금까지 지급받으면 지나친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는 점
회사의 의무 위반에 대해서만 위약벌이 규정되어 있어 계약상 부담이 불균형한 점
회사가 원고에게 손해를 입힐 악의적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한 것이 아니라 운영자금과 신사옥 건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를 유치한 사정
이에 따라 법원은 위약벌 약정 전부를 무효로 하지 않고, 투자원금 20억 원 부분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면서 연 7% 가산금 부분만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결론
확정된 파기환송심은 피고 회사와 최대주주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약벌 20억 원과 이에 대하여 2019년 4월 11일부터 2024년 6월 28일까지 연 6%,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반면 배당가능이익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회사와 최대주주에 대한 조기상환금 청구는 모두 기각하였고, 투자일부터 조기상환 완제일까지 연 7%씩 증가하도록 한 가산금 부분도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최종적인 법률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첫째, 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아 유효합니다.
둘째, 회사가 사전동의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위약벌 발생사유가 인정됩니다.
셋째,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없으므로 조기상환청구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넷째, 최대주주의 연대약정만으로 배당가능이익 제한을 우회하여 조기상환금을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다섯째, 투자원금 상당인 20억 원의 위약벌은 유효하지만, 무제한으로 증가하는 연 7% 가산금 부분은 무효입니다.
결국 원고가 지급받게 된 20억 원은 투자주식의 반환과 대가관계에 있는 상환금이 아니라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벌입니다. 조기상환청구가 기각되었으므로 원고는 투자주식을 보유하면서 별도로 위약벌 20억 원을 지급받게 됩니다.
이 판결은 투자자 사전동의권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약 위반에 따른 구제수단을 ‘조기상환’과 ‘위약벌’로 구분하여 전자는 자본충실의 원칙으로 제한하고 후자는 공서양속의 관점에서 통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