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입찰담합과 모든 이사의 내부통제·감시의무

핵심 결론 대규모 회사의 모든 이사는 고위험 업무에 관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작동시킬 감시의무가 있다. 사외이사도 단순히 이사회 안건만 심의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1다279347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79347 판결

1. 사실관계


대형 건설회사인 대우건설의 임직원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및 인천도시철도 건설공사 등의 입찰 과정에서 다른 건설회사들과 공구 배분, 설계 및 가격 등에 관한 담합을 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판단하여 회사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일부 담합행위에 대해서는 회사와 대표이사에 대한 형사판결도 확정되었습니다.

회사의 소수주주들은 대표이사·사내이사·사외이사 등 당시 등기이사들이 담합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운영하지 않고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회사에 과징금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1심은 주로 대표이사의 책임을 인정했으나, 항소심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다른 이사들에게도 감시의무 위반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수긍하여 이사들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2. 이사의 감시의무


주식회사의 이사는 자신이 담당한 업무만 적법하게 처리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이사와 다른 업무담당이사 및 회사 임직원들이 법령과 정관을 준수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감독할 의무도 부담합니다.

이러한 감시의무는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서 도출됩니다.

관련 법조문은 상법 제382조 제2항, 민법 제681조입니다.

이사가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었는데도 이를 조사하거나 시정하지 않고 방치했다면 감시의무 위반에 해당합니다. 그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이사는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3. 대규모 회사에서는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한 감시가 필요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업무가 전문화·분업화되면 이사가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업무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감시의무를 면제하는 근거가 아니라, 합리적인 정보보고체계와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운영해야 하는 근거가 됩니다.

대법원은 모든 이사가 적어도 회사의 목적, 규모, 영업의 성격과 법령의 규제 등을 고려하여 법적 위험이 높은 업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업무에 적용되는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
임직원의 법규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
위반사실을 발견하면 신속하게 신고·보고할 수 있을 것
위법행위를 중단하고 재발을 방지할 시정조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건설회사의 공공공사 입찰은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과 거액의 과징금 위험이 높은 핵심 업무입니다. 따라서 입찰담합을 방지하고 적발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이사의 감시의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4. 대표이사의 책임


대표이사는 회사의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임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따라서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체계와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책임을 일차적으로 부담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건설업계에서 입찰담합이 반복적으로 문제 되었고, 회사 내부에서도 담합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도 대표이사가 이를 예방·적발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만연히 방치했다면 감시의무 위반이 됩니다.

대표이사가 담합행위에 직접 관여했는지와 별개로, 위법행위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지하지 못한 감시·감독상의 과실만으로도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5. 사내이사의 책임


사내이사는 자신의 구체적인 담당업무 외에 회사 전체의 경영을 감독하는 이사회의 구성원입니다.

회사 내부의 업무분장에 따라 일부 분야만 담당했다거나, 문제 된 입찰업무를 다른 본부나 담당 임원이 처리했다는 사정만으로 감시의무가 면제되지 않습니다.

특히 회사에 적절한 내부통제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면 사내이사는 그 구축과 작동을 요구하고, 이사회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사회에 부의된 안건만 수동적으로 심의하는 것은 충분한 감시의무 이행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상법 제393조 제2항·제3항에 따라 이사회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하고, 대표이사에게 다른 이사나 피용자의 업무에 관하여 보고하도록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사외이사도 감시의무를 부담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사외이사도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한 감시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데 있습니다.

사외이사가 회사의 일상적인 업무집행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은 사내이사와 같습니다. 따라서 사외이사도 대표이사와 업무담당이사가 법령을 준수하도록 감시·감독해야 합니다.

다만 사외이사는 회사의 업무집행을 직접 담당하지 않으므로, 구체적인 의무의 내용은 대표이사와 다르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경우 사외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회사에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은데도 대표이사 등에게 그 구축을 촉구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둘째, 내부통제시스템이 외형상 존재하더라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방치한 경우입니다.

셋째, 법적 위험이 높은 핵심 업무에 관하여 적절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조사·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따라서 사외이사는 단순히 상정된 이사회 안건을 검토하고 의결에 참석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회사의 핵심 법률위험에 관한 보고체계가 존재하는지, 실제로 작동하는지, 위반사실에 대한 시정절차가 마련되어 있는지를 능동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7. 위법행위를 보고받지 못했다는 항변


피고 이사들은 입찰담합이 담당 본부장과 실무자 선에서 이루어졌고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없거나 형식적으로만 존재하여 위법행위가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았다면, 바로 그 점이 감시의무 위반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사가 감시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필요한 정보가 보고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어야 합니다. 따라서 “보고받지 못해 몰랐다”는 사정은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운영을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다한 경우에만 면책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8. 회사에 발생한 손해와 이사의 책임


담합행위로 회사에 부과된 과징금과 벌금은 회사의 재산에서 지급되므로 회사의 손해에 해당합니다.

이사들이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위법행위를 감시했다면 담합을 방지하거나 조기에 중단하여 손해를 줄일 수 있었는데도 이를 게을리했다면, 감시의무 위반과 회사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개별 이사의 책임액은 재직기간, 지위와 담당업무, 위법행위에 대한 인식 가능성,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권한 및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고려하여 제한될 수 있습니다. 대상판결에서도 대표이사와 나머지 이사들의 책임액은 동일하지 않게 인정되었습니다.

주주가 회사를 위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주주대표소송의 근거는 상법 제403조입니다.

9. 판결의 법리적 의미


이 판결은 이사의 감시의무가 위법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보고를 받은 이후에만 발생하는 수동적인 의무가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규모 회사의 이사는 중요한 법률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위법행위를 예방·발견·시정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여 작동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의무는 대표이사와 업무담당이사뿐 아니라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에게도 적용됩니다.

다만 모든 이사에게 동일한 수준의 업무집행 책임을 지우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이사와 업무담당이사는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구축·운영할 적극적 의무를 부담하고, 사외이사는 시스템 구축을 촉구하고 그 실질적인 작동 여부를 감시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결국 이 판결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모든 이사가 회사의 핵심 법률위험에 관한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을 외면할 경우, 임직원의 위법행위로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기준을 확립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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