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벤처투자계약상 주식매수청구권과 회사의 자기주식취득 제한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벤처투자계약상 주식매수청구권과 회사의 자기주식취득 제한

—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0다208058 판결

1. 판결의 핵심 쟁점

벤처캐피탈이나 재무적 투자자가 신주를 인수할 때 투자계약에는 통상 회사 또는 최대주주·대표이사가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투자자의 주식을 약정가격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이 포함된다.

이 판결의 핵심은 투자계약에서 이를 “주식매수청구권”이라고 명명하더라도, 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상법이 인정하는 법정 주식매수청구권이 아니라 회사의 자기주식취득에 해당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상법 제341조가 정한 자기주식취득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그 약정은 무효가 된다.

다만 회사가 직접 매수할 의무와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는 법적 성질과 효력을 달리 평가할 수 있다.

2. 사안의 개요

회사와 주주 사이의 임원퇴직합의에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특정가격으로 회사가 매수하거나, 회사가 지정하는 제3자로 하여금 매수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주주는 이 약정에 따라 회사에 주식을 매도했고, 회사는 매매대금을 지급했다. 이후 회사는 해당 주식매매계약이 상법상 자기주식취득 제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지급한 매매대금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원심과 대법원은 회사가 직접 주식을 매수한 부분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까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회사가 그 의무의 이행을 거절한 데 대해서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3. 약정상 주식매수청구권은 법정 주식매수청구권이 아니다

상법 제341조의2 제4호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영업양도·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 상법이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법정 주식매수청구권을 의미한다.

회사가 특정 주주와 계약을 체결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특정가격으로 그 주식을 매수하기로 한 약정은, 경제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과 유사하더라도 상법 제341조의2 제4호의 법정 주식매수청구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벤처투자계약에서 다음과 같은 명칭을 사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주식매수청구권
풋옵션
투자금 회수청구권
동반매도청구권
투자원금 보장약정
환매청구권

실질적으로 회사가 자기의 계산으로 투자자의 주식을 취득하는 구조라면 상법상 자기주식취득 규제가 적용된다.

4. 회사가 직접 부담하는 매수의무의 효력

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로 한 약정이 유효하려면 상법 제341조가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다음 사항이 문제된다.

첫째, 자기주식 취득가액은 배당가능이익의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둘째, 원칙적으로 주주총회 결의 또는 정관과 이사회 결의 등 법정 기관결정을 거쳐야 한다.

셋째, 주주에게 균등한 조건으로 취득 기회를 부여하는 등 상법과 시행령이 정한 취득 방법을 따라야 한다.

특정 투자자에게만 회사에 대한 풋옵션을 부여하여 그 투자자의 주식을 약정가격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조항은 이러한 요건, 특히 주주평등 및 취득방법에 관한 요건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자기주식취득이 종전보다 완화되었더라도,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서만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자기주식취득 약정은 단순히 회사가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사법상 무효이다.

5. 실제 주식매매계약까지 무효가 된다

이 판결은 장래의 주식매수의무를 정한 기본약정만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 그 약정에 따라 회사와 주주 사이에 실제로 체결된 주식매매계약도 자기주식취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회사가 이미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주식을 취득했더라도 거래가 확정적으로 유효해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지급한 매매대금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주주는 주식을 반환하는 원상회복관계에 놓일 수 있다.

이는 투자자가 회사의 직접 매수의무만을 신뢰하고 투자금을 집행하면, 정작 회수 단계에서 약정이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투자자가 이미 회수한 투자금도 부당이득반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안정성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한다.

6. 제3자 매수주선의무는 별도로 유효할 수 있다

이 판결에서 실무상 특히 중요한 부분은 “회사가 직접 매수할 의무”와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매수하게 할 의무”를 구별하였다는 점이다.

회사가 직접 자기 계산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자기주식취득 규제의 대상이다. 반면 회사가 최대주주, 경영진 또는 외부 인수인 등 제3자로 하여금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는 그 자체로 회사의 자기주식취득이라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은 회사가 직접 매수하기로 한 부분은 무효라고 보면서도,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의 효력은 부정하지 않았다. 회사가 소송을 통해 제3자 매수의무까지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한 경우에는 그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하나의 조항에 다음 두 의무가 함께 규정되어 있더라도 각각 분리하여 효력을 판단할 수 있다.

회사가 직접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할 의무: 자기주식취득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무효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 원칙적으로 유효하며, 불이행 시 손해배상책임 가능
7. 벤처투자계약에 대한 실무적 의미
가. 회사를 주된 매수의무자로 정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비상장회사에 대한 벤처투자에서는 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일정한 내부수익률을 가산한 가격으로 매수하도록 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회사가 직접 매수의무를 부담하는 구조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법적 안정성이 낮다.

장래의 매수청구권 행사 시점에 배당가능이익이 존재할지 알 수 없다.
투자계약 체결 당시의 기관결의만으로 장래의 자기주식취득 절차를 모두 대체하기 어렵다.
특정 투자자에게만 매도 기회를 부여하는 구조가 주주평등 및 균등취득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
매수대금에 투자원금과 확정수익률을 반영하면 사실상 투자원금 보장 또는 고정수익 지급의 성격이 강해진다.
실제 매매와 대금 지급까지 완료되어도 사후에 무효 및 부당이득반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의 직접 매수의무를 투자금 회수의 핵심 장치로 설계하는 것은 곤란하다.

나. 최대주주·대표이사의 개인적 매수의무는 원칙적으로 구별된다

최대주주나 대표이사가 자신의 계산으로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하기로 약정하는 것은 회사의 자기주식취득이 아니다. 따라서 상법 제341조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아니다.

다만 경영진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투자원금과 확정수익을 보장하도록 한 조항은 투자계약의 전체 구조, 행사사유, 매수가격 산식 등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주주평등, 권리남용 또는 과도한 위약벌 등의 쟁점이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

반면 최대주주나 경영진의 진술·보장 위반, 자금의 목적 외 사용, 중요 경영사항 위반, 회계부정 등 구체적인 귀책사유를 매수청구권의 행사요건으로 정하면 그 정당성과 집행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다. 회사의 제3자 매수주선의무를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회사가 직접 매수하는 대안으로, 회사가 제3의 인수인을 물색하거나 최대주주 등으로 하여금 매수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 경우 단순히 “회사는 제3자로 하여금 매수하게 한다”라고 규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사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제3자 매수의무가 결과채무인지, 합리적인 노력을 다할 의무인지
회사가 지정하거나 확보해야 할 제3자의 범위
매수청구권 행사사유와 행사기간
매수가격 또는 가격 산정방식
제3자가 매수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의 범위
회사 직접 매수 부분이 무효가 되더라도 제3자 매수의무는 존속한다는 분리가능성 조항
최대주주 등 제3자의 직접적인 계약당사자 편입 및 연대책임 여부

특히 최대주주에게 실질적인 매수의무를 부담시키려면 회사가 최대주주의 매수를 주선한다고만 규정하기보다, 최대주주를 투자계약의 당사자로 참여시켜 직접적인 매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집행 측면에서 명확하다.

8. 계약조항의 분리가능성이 중요하다

투자계약에서 “회사 또는 최대주주가 매수한다”라고 일괄적으로 규정하면 회사의 매수의무가 무효로 판단될 때 전체 조항의 효력까지 다투어질 수 있다.

이 판결은 회사의 직접 매수의무와 제3자 매수의무를 분리하여 판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취할 필요가 있다.

첫째, 회사의 매수의무와 최대주주 등의 매수의무를 별도의 항으로 규정한다.

둘째, 각 의무의 발생요건과 법적 성질을 명확히 구분한다.

셋째, 회사의 직접 매수는 “관련 법령상 허용되는 범위 및 적법한 기관결의와 절차를 거친 경우”에 한정한다.

넷째, 회사의 직접 매수 부분이 무효 또는 이행불능이 되더라도 최대주주 등의 매수의무와 제3자 매수주선의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일부무효·분리가능성 조항을 둔다.

다섯째, 회사가 직접 주식을 취득하지 못하는 경우 곧바로 동일한 금액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는 방식도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조항은 무효인 자기주식취득의 경제적 결과를 우회적으로 실현하려는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9. 판결의 핵심 의의

이 판결은 벤처투자계약상 주식매수청구권의 명칭이 아니라 매수의무의 실질과 부담 주체를 기준으로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였다.

투자자와 회사가 계약으로 창설한 주식매수청구권은 상법이 합병·영업양도 등의 경우에 인정하는 법정 주식매수청구권과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회사가 직접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하는 구조는 상법상 자기주식취득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약정과 그에 따른 주식매매계약 모두 무효가 된다.

반면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나 최대주주가 직접 부담하는 매수의무는 회사의 자기주식취득과 구별된다. 따라서 벤처투자계약에서는 회사의 직접적인 매수의무에 의존하기보다 최대주주 등의 직접 매수의무, 제3자 매수주선의무, 동반매도권, 우선매수권 및 기업공개·M&A 협력의무 등을 조합하여 회수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판결은 벤처투자계약상 풋옵션의 유효성을 일률적으로 부정한 판결이 아니다. 정확한 판결 취지는 회사를 매수의무자로 하는 계약상 풋옵션은 자기주식취득 규제를 우회할 수 없지만, 제3자 또는 최대주주가 부담하는 매수의무와 회사의 제3자 매수이행의무는 별도로 유효할 수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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