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계약상 진술·보장 위반과 중대한 부정적 영향(MAE)
— 대법원 2020다273007, 서울고등법원 2020나2025145 및 대법원 2022다295513 판결
1. 세 판결의 관계
세 판결은 기업인수계약에서 매수인이 부담하는 정보비대칭과 계약 체결 후 거래종결 전까지의 위험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관한 판례이다.
다만 법적 기능은 구별된다.
대법원 2020다273007 판결은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 여부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다룬 판결이다.
서울고등법원 2020나2025145 판결과 그 상고심인 대법원 2022다295513 판결은 계약 체결 후 발생한 중대한 부정적 영향, 즉 MAE를 이유로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를 다룬 판결이다.
따라서 세 판결은 서로 독립된 세 개의 MAE 판례라기보다, 기업인수계약상 위험배분 장치인 진술·보장 조항과 MAE 조항을 각각 다룬 판례군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2. 진술·보장 조항과 MAE 조항의 기능적 차이
진술·보장 조항은 주로 계약 체결일 또는 별도로 정한 기준일 현재 대상회사의 재무·법률·영업상 상태가 매도인이 진술한 내용과 일치한다는 것을 보증하는 장치이다.
반면 MAE 조항은 계약 체결 후 거래종결 전까지 대상회사의 사업·자산·부채·재무상태 또는 경영실적에 중대한 부정적 변화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것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매수인에게 거래종결 거절권 또는 계약해제권을 부여하는 장치이다.
이를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진술·보장: 기준시점 현재 사실의 정확성에 관한 위험배분
MAE: 계약 체결 후 거래종결 전까지 발생하는 중대한 변화에 관한 위험배분
진술·보장 위반의 효과: 주로 손해배상 또는 보상
MAE 발생의 효과: 주로 거래종결 거절 또는 계약해제
동일한 사실이 진술·보장 위반과 MAE에 모두 관련될 수 있지만, 각 조항의 요건과 효과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3. 대법원 2020다273007 판결: 진술·보장 위반의 판단
가. 사안의 개요
매수인들은 약 2,316억 원에 보험회사의 주식을 인수하였다. 주식매매계약에는 대상회사의 기준일 현재 재무제표가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되었고, 재무상태를 적정하게 표시하며,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부외부채나 우발채무가 없다는 진술·보장 조항이 있었다.
계약은 진술·보장 위반으로 인한 직접손해만을 배상대상으로 하고, 손해액이 매매대금의 1%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정하였다.
매수인들은 장기근속수당과 자살 관련 재해보험금의 책임준비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진술·보장 위반을 주장하였다.
나. 진술·보장 위반은 계약 문언과 관련 법령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대법원은 진술·보장 위반 여부를 사후적으로 손실이 발생하였는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계약에서 진술·보장의 대상으로 정한 사실이 기준일 현재 객관적으로 진실하였는지를 관련 회계기준과 법령에 따라 판단하였다.
자살 관련 재해보험금의 지급 가능성이 존재하더라도, 기준일 당시 관련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대상회사가 법령에 따라 필요한 책임준비금을 계상하였다면, 장래 보험금 지급 가능성 자체를 별도의 부외부채나 우발채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거래종결 후 대상회사에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나 손실이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기준일 현재의 진술·보장이 허위였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진술·보장 위반과 손해배상책임은 별개의 단계이다
진술·보장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이 곧바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에서 정한 다음 요건을 별도로 충족해야 한다.
진술·보장 위반의 존재
매수인에게 발생한 손해
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손해가 계약상 배상대상인 직접손해에 해당할 것
손해액이 계약상 최소책임기준을 초과할 것
이 사건 계약은 간접손해와 특별손해를 배제하고 직접손해만 배상하도록 하였으며, 손해액이 전체 매매대금의 1%를 초과하여야 책임이 발생하도록 정하였다.
대법원은 진술·보장 위반으로 인정될 수 있는 금액이 모두 매수인의 직접손해라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이를 전부 직접손해로 보더라도 전체 매매대금의 1%에 미치지 못하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였다. 대법원 2020다273007 판결
4. 서울고등법원 2020나2025145 및 대법원 2022다295513 판결: MAE의 판단
가. 사안의 개요
매도인은 휴대전화 부품 등을 생산하는 전자부품사업부를 분할하여 매수인들에게 매도하기로 하였다.
계약은 MAE를 다음과 같은 사정으로 정의하였다.
대상사업의 사업·자산·부채·재무상태 또는 경영실적에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그러한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사건·사유 또는 사정으로서, 개별적으로 또는 다른 부정적 사정과 종합하여 대상사업의 가치를 최종매매대금의 10% 이상 감소시키거나 그와 같이 감소시킬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계약 체결 후 다음 두 가지 사정이 발생하였다.
주거래처의 휴대전화 생산량과 출하량의 급격한 감소
수익성이 높은 핵심 방수 커넥터에 관한 주요 제품 수주 실패
매수인들은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였다. 매도인은 MAE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매수인들이 계약이행을 거절하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MAE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계약상 정의조항에 따라 판단한다
서울고등법원은 MAE 조항이 매수인의 정보부족과 계약 체결 후 거래종결 전까지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보았다.
그러나 MAE의 의미를 일반적·추상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당사자가 계약에서 정한 구체적 정의와 정량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이 최종매매대금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기업가치 감소를 중대성의 기준으로 정하였으므로, 핵심 쟁점은 문제된 사정이 그러한 가치감소를 발생시키거나 발생시킬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지였다.
따라서 특정 사정이 사업에 부정적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에서 정한 중대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다. 실제 손실의 확정이 아니라 합리적인 예상으로도 MAE가 성립할 수 있다
계약 문언이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사정”까지 포함한다면, 계약해제 시점에 기업가치 감소가 현실적으로 확정될 필요는 없다.
해제 당시 이용할 수 있었던 자료를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가치감소를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면 MAE가 성립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매도인이 계약 체결 전 제시한 예상 영업이익은 2018년 약 137억 원, 2019년 약 203억 원의 흑자였으나, 계약 체결 후 제시한 자료에서는 각각 약 58억 원과 42억 원의 적자로 변경되었다.
법원은 매도인 자신이 제공한 수정 전망자료, 실제 경영실적 및 주거래처의 생산 감소와 핵심부품 수주 실패 등을 종합하여 매수인의 가치감소 예상이 자의적이거나 불합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라. 여러 부정적 사정을 합산하여 판단할 수 있다
계약이 개별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부정적 사건·사유 또는 사정과 종합하여” 중대한 영향을 판단하도록 정하였다면, 여러 사정을 누적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개별 사건 하나만으로 최종매매대금의 10% 이상 가치감소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주거래처의 생산 감소와 핵심제품 수주 실패가 함께 사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하여 MAE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마. 가치감소는 거래 당시 적용한 평가방법을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다
이 사건 계약에는 MAE 발생에 따른 기업가치 감소를 어떤 방식으로 산정할 것인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계약 체결 당시 대상사업의 LTM EBITDA에 일정한 배수를 적용하여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최종매매대금을 정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당사자들이 달리 정하지 않은 이상 MAE에 따른 가치감소도 같은 EBITDA 가치평가방식을 적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는 MAE 판단에서 거래 당시 실제로 사용한 가치평가의 전제와 방법이 중요한 계약해석 자료가 된다는 의미이다.
다만 법원은 일시적인 영업이익 감소액에 아무런 제한 없이 전체 멀티플을 곱하는 방식은 인정하지 않았다. MAE 조항은 거래 전체를 무산시키는 중대한 효과를 가지므로 그 문언과 가치감소 산정방식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다.
결국 문제된 사정으로 인하여 실제로 감소하였거나 합리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의 EBITDA 감소액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바. MAE 예외조항은 문언과 계약협상 경위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한다
계약은 매수인이 매도인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 등을 통하여 “알고 있었던” 사정을 MAE의 예외로 정하였다.
매도인은 매수인이 문제된 위험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으므로 MAE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계약협상 과정에서 당초 양해각서에 들어 있던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던 사정”이라는 문구가 최종계약에서 의도적으로 삭제되었다.
법원은 이러한 협상 경위를 고려하여 다음을 구별하였다.
매수인이 실제로 알고 있었던 사정
매수인이 자료를 통해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던 사정
최종계약에서 후자를 제외하기로 한 이상, 매수인이 위험을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MAE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인수계약의 최종 문언뿐만 아니라 양해각서, 수정안 및 협상 과정에서 특정 문구가 추가·삭제된 경위가 위험배분의 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해석자료가 된다는 의미이다.
사.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2다295513 판결은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였다.
대법원은 다음 판단에 법리오해가 없다고 보았다.
주거래처의 생산부진과 핵심부품 수주 실패가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사정에 해당한다.
그 사정들을 종합하면 대상사업의 가치가 최종매매대금의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
가치감소 산정에서 거래 당시 사용한 EBITDA 가치평가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계약상 “알고 있었던 사정”에 단순히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던 사정”까지 포함시킬 수 없다.
문제된 사정은 계약상 MAE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매수인의 계약해제는 적법하다.
5. 세 판결을 종합한 법리
가. 계약 문언이 위험배분의 출발점이다
진술·보장 위반과 MAE의 판단 모두 계약서의 문언이 출발점이다.
법원은 추상적인 형평이나 사후적 결과만으로 책임을 정하지 않고 다음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한다.
진술·보장의 기준일과 대상
보장된 사실의 구체적 내용
MAE의 정의와 정량적 기준
매수인의 인식 또는 예측 가능성에 관한 예외
손해의 범위
최소책임기준과 책임한도
계약해제 또는 거래종결 거절의 요건
나. 진술·보장 위반과 MAE는 각각 독립적으로 심사해야 한다
진술·보장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여 반드시 MAE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진술·보장 위반이 없더라도 계약 체결 후 발생한 새로운 사정이 사업가치를 중대하게 감소시키면 MAE가 성립할 수 있다.
판단구조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기준일 현재 매도인의 진술이 객관적으로 진실하였는가
계약 체결 후 새로운 부정적 사정이 발생하였는가
그 사정이 계약상 정량적·정성적 중대성 기준을 충족하는가
매수인이 인수하기로 한 위험으로서 MAE 예외에 해당하는가
위반 또는 MAE에 대해 계약상 어떠한 구제수단이 인정되는가
다. 사후적 손실만으로 진술·보장 위반을 소급해 인정할 수 없다
거래종결 후 대상회사에 비용 또는 손실이 발생하였더라도 그것이 기준일 현재 부외부채나 우발채무로 인식되어야 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면 진술·보장 위반은 성립하지 않는다.
반면 MAE 조항이 장래의 합리적 예상을 포함한다면 손실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거래종결 전에 계약상 중대성 기준을 초과할 것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해제사유가 될 수 있다.
즉 진술·보장은 기준일 현재의 사실 정확성을, MAE는 거래종결 전 미래 위험의 현실화 가능성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라. 진술·보장 위반이 곧 손해배상책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술·보장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계약상 직접손해 제한, 인과관계, 최소책임기준, 공제액 및 책임한도를 별도로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손해배상 판단은 다음 단계로 이루어진다.
진술·보장 위반 → 손해 발생 → 인과관계 → 배상대상 손해 해당 여부 → 최소책임기준 초과 여부 → 책임한도 적용
대법원 2020다273007 판결은 위반 여부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조항에서 정한 직접손해성과 매매대금 1%의 최소책임기준을 독립적으로 심사하였다.
마. MAE는 엄격하게 해석하되 계약상 정량기준이 있으면 이를 존중한다
MAE는 체결된 기업인수계약 전체를 무산시킬 수 있는 조항이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기업가치의 10% 감소와 같이 중대성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합의하였다면 법원은 그 기준을 존중한다. 이 경우 법원이 추상적으로 중대성을 재평가하기보다 계약상 기준의 충족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계약서가 정량기준을 두지 않았다면 지속성, 대상사업 전체에 대한 영향, 회복 가능성, 산업 전반의 변화인지 대상회사 고유의 변화인지 등이 더욱 중요한 판단요소가 될 수 있다.
바. 계약협상 자료가 해석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
양해각서, 인수의향서, 실사자료, 질의응답, 경영진 인터뷰, 계약서 수정본과 문구의 삭제 경위는 다음 사항을 판단하는 핵심 증거가 된다.
누가 어떤 위험을 인수하기로 하였는지
매수인이 실제로 알고 있던 사항의 범위
예측 가능한 위험까지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하였는지
기업가치 산정에 어떤 평가방법을 사용하기로 하였는지
어떤 손해를 직접손해로 보아 배상하기로 하였는지
특히 최종계약에서 특정 문구를 의도적으로 삭제하였다면 법원은 그 삭제를 위험배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로 평가할 수 있다.
6. 핵심 결론
세 판결의 법리를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기업인수계약에서 진술·보장 조항은 계약상 기준일 현재 대상회사의 상태에 관한 사실의 정확성을 보증하는 장치이고, MAE 조항은 계약 체결 후 거래종결 전까지 발생한 중대한 가치변동의 위험을 배분하는 장치이다.
진술·보장 위반 여부는 계약 문언과 기준일 당시 적용되는 법령·회계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사후적으로 손실이 발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반을 소급하여 인정할 수 없다.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직접손해, 인과관계, 최소책임기준 및 책임한도 등 계약상 손해배상 요건을 별도로 충족해야 한다.
MAE 해당 여부는 계약상 정의, 중대성 기준, 가치평가 방법 및 예외조항에 따라 판단한다. 계약이 장래의 합리적 예상을 포함한다면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해제 당시 객관적 자료에 기초하여 계약상 기준 이상의 가치감소가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MAE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거래 전체를 무산시키는 효과를 고려하여 MAE 조항은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결국 진술·보장 위반과 MAE는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함께 문제될 수 있으나, 전자는 기준일 현재 사실의 부정확성과 손해배상책임의 문제이고, 후자는 계약 체결 후 중대한 변화와 거래종결 거절·계약해제의 문제이므로 각각의 요건과 효과를 독립적으로 심사하여야 한다.
기업인수계약상 진술·보장 위반과 중대한 부정적 영향(MAE)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