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전 주주총회 승인 없이 지급된 이사 보수와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1. 문제의 소재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를 정관에 정하지 않은 경우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사전에 적법한 주주총회 결의 없이 지급된 이사 보수는 원칙적으로 민사상 법률상 원인이 없는 급부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회사 자금에 대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횡령죄의 성립에는 행위자가 회사 자금을 자기 또는 제3자의 소유물처럼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 두 문제는 구별하여 판단해야 한다.

보수 지급에 상법 제388조가 요구하는 적법한 법률상 원인이 있었는가
보수를 지급하거나 수령한 사람에게 회사 자금을 불법적으로 영득하려는 의사가 있었는가
2. 실제 업무수행과 불법영득의사

수원지방법원 2013노2300 판결은 회사의 공동대표이사에게 지급된 급여가 문제 된 사안에서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업무상횡령죄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14도1076).

해당 이사는 회사의 대표자회의에 참석하고, 직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며,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등 대표이사로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였다. 일반 근로자처럼 정해진 시간에 상시 근무하지 않았더라도,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실제로 처리하였다면 그 업무의 가치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또한 지급된 보수액도 회사의 다른 직원들에게 지급된 보수와 비교하여 과다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보수를 지급한 대표이사가 자신이나 형식상 이사인 제3자에게 회사 자금을 빼돌리려 한 것이 아니라, 회사 업무를 실제로 수행한 사람에게 그 업무의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에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실제 업무를 수행한 이사에게 그 지위와 업무에 상응하는 상당한 보수를 지급한 경우, 그 지급이 회사의 이익을 위한 지출로 평가될 수 있다면 보수 결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

이 판결의 핵심은 이사 보수청구권의 민사상 성립 여부를 형식적으로만 판단한 것이 아니라, 횡령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사를 실제 업무수행 여부, 업무의 내용, 보수의 상당성 및 지급 목적을 중심으로 별도로 심리하였다는 데 있다.

3. 사후 주주총회 추인의 민사상 효력

대전고등법원 2021나15244 판결은 사전에 주주총회 결의 없이 지급된 이사 보수를 사후 주주총회가 소급하여 승인한 사안이다.

법원은 우선 상법 제388조가 강행규정이므로, 정관이 이사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사전에 유효한 주주총회 결의가 없었다면 최초 보수 지급은 무효라고 보았다. 단순히 이사회가 보수를 결정하거나 주주총회가 보수의 총액·한도조차 정하지 않은 채 이사회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주총회는 과거의 보수 지급에 관한 법적 하자를 인식한 상태에서 그 보수를 소급하여 지급하거나 기존 지급을 추인하는 결의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상법 제388조는 주주총회가 해당 연도의 이사 보수만 결정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과거 업무수행에 대한 보수를 사후에 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았다.

특히 해당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주주들에게 기존 보수 지급에 적법한 주주총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설명되었다.
제1심에서 부당이득반환 판결이 선고된 사실까지 주주들에게 고지되었다.
주주들이 이사들의 실제 업무수행과 회사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였다.
주주들이 토론을 거쳐 과거 보수의 소급 지급 및 기존 지급의 추인을 결의하였다.
각 연도별 보수 한도와 구체적인 결정 방법도 새로 정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결의를 무효인 기존 지급의 효과를 회사에 귀속시키겠다는 진의에 의한 추인으로 평가하였다. 그 결과 회사가 이사들에 대하여 보유하던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사후 추인이 단순히 상법 제388조 위반의 효과를 잠탈하기 위한 형식적 결의가 아니라, 주주총회가 과거의 업무수행과 보수의 상당성을 다시 심사하여 보수 지급의 적법요건을 새로 갖추는 결의라면 유효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4. 사후 추인이 횡령죄 판단에 미치는 영향

사후 주주총회 결의로 이미 성립한 범죄가 소급하여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상횡령죄의 성립 여부는 원칙적으로 보수 지급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사후 추인은 지급 당시의 불법영득의사를 판단하는 중요한 간접사실이 될 수 있다. 특히 주주총회가 보수 지급의 절차적 하자를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다음 사항을 확인하고 보수 지급을 추인하였다면, 이는 애초의 지급이 회사 자금의 유용이 아니라 실질적인 업무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이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이사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내용과 기간
해당 업무가 회사의 필요와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지급된 보수가 업무의 내용 및 회사 규모에 비추어 상당한지
보수가 회계장부와 세무자료에 정상적으로 반영되었는지
지급 사실이 주주들에게 공개되어 있었는지
사후 추인이 지배주주나 이사만의 형식적 결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심의에 따른 것인지

이러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보수 지급 당시 회사에 대한 손해 발생 가능성이나 절차적 하자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회사 자금을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으로 불법적으로 취득하려는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5. 민사상 무효와 형사상 횡령은 일치하지 않는다

보수 지급에 관한 사전 주주총회 결의가 없었다면 그 지급은 일단 민사상 무효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곧바로 형사상 불법영득의사가 추정되는 것은 아니다.

양자의 판단 구조는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민사상 판단은 보수 지급에 상법 제388조가 요구하는 법률상 원인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한다.
형사상 판단은 행위자가 회사 자금을 권한 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소유물처럼 처분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한다.
사후 주주총회의 유효한 추인이 있으면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소멸할 수 있다.
사후 추인이 범죄 성립을 소급하여 제거하지는 않지만, 지급 당시 보수가 실제 업무의 정당한 대가였다는 점을 확인하는 유력한 정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사전 승인 부재라는 절차적 하자만을 근거로 업무상횡령죄를 인정해서는 안 되고, 실제 업무수행, 보수의 상당성, 지급 경위, 회계처리, 주주들의 인식 및 사후 추인의 구체적 내용까지 종합하여 불법영득의사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6. 결론

첨부 판결들을 종합하면, 사전에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 보수를 지급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업무상횡령죄가 당연히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사가 회사의 위임에 따라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였고, 지급된 보수가 그 업무에 비추어 과다하지 않으며, 지급이 은폐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회계처리되었고, 이후 주주총회가 절차적 하자를 인식한 상태에서 실제 업무와 공로를 확인하여 보수 지급을 유효하게 추인하였다면, 그 보수 지급은 회사 자금의 사적 유용이라기보다 회사 업무에 대한 대가 지급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보수 지급 당시 행위자에게 회사 자금을 불법적으로 영득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사후 추인으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채권까지 소멸하였다면, 이는 형사책임을 당연히 소멸시키는 사유는 아니지만 불법영득의사의 증명을 더욱 어렵게 하는 중요한 사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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