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금돌리기 방식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과 업무상배임죄

핵심 결론 회사가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대금을 받았더라도, 그 돈을 즉시 인수인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도록 돌려주었다면 실질적인 납입으로 볼 수 없다. 이 경우 회사가 부담하게 된 사채상환의무 전액, 즉 인수대금 상당액이 배임죄의 손해액이 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2도3784, 2015다202919, 2015도11931, 2003도8249

판례번호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도3784 판결
사건명: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업무상배임·업무상배임미수

관련 판례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다202919 판결은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신주인수권과 사채의 성질을 함께 가지며, 신주인수권이 행사되어 신주가 발행되더라도 원칙적으로 사채는 그대로 존속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5도11931 판결도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같은 취지의 법리를 전제로 한다.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8249 판결은 검사가 유죄판결의 주문이 아니라 그 이유만을 다투기 위하여 상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관련 법령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배임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형법 제356조은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배임죄를 범한 경우 업무상배임죄로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업무상배임죄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그 이득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상법 제516조의2는 회사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근거와 그 발행사항을 규정한다.

사실관계

신라젠의 감사, 대표이사 및 이사 등은 회사의 상장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최대주주 등이 최소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금융투자회사의 제안에 따라 총 35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다음, 그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하기로 계획하였다.
그러나 인수인들은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대금 350억 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이에 다음과 같은 자금순환 구조를 설계하였다.
금융투자회사가 크레스트파트너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350억 원에 인수하고, 크레스트파트너는 그 돈을 신라젠의 임원 등에게 대여하였다. 임원들은 그 차입금으로 신라젠이 발행한 35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였다.
신라젠은 같은 날 인수대금으로 받은 350억 원 전액을 다시 크레스트파트너에 대여하였다. 크레스트파트너는 이 돈으로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사모사채 채무를 상환하였다.
결국 350억 원은 다음과 같이 순환하였다.
금융투자회사 → 크레스트파트너 →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인 → 신라젠 → 크레스트파트너 → 금융투자회사
외형상으로는 신라젠에 350억 원의 인수대금이 납입되었고, 신라젠도 크레스트파트너에 대한 350억 원의 대여금채권을 취득하였다. 그러나 신라젠이 받은 돈은 당초 계획에 따라 즉시 인수인들의 자금조달 채무를 변제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후 인수인들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신라젠 신주 9,999,998주를 취득하였다. 또한 사채 조기상환과 각 대여금 변제가 서로 맞물려 이루어지면서 관련 금전거래 관계는 정산·소멸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사채 발행이 업무상배임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신라젠이 입은 손해는 350억 원 전액이 아니라 그 돈을 운용하지 못해 상실한 이익인 10억 5,000만 원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5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전제로 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법리

1. 형식적인 자금 입금만으로는 인수대금의 납입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인수대금이 회사 계좌에 일시적으로 입금되었다는 외형만으로 실질적인 납입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업무를 담당하는 사람과 인수인이 사전에 공모하여 제3자로부터 인수대금을 차용하고, 사채 발행 직후 그 돈을 다시 인출하여 인수인의 차입금 변제에 사용하였다면 회사에는 인수대금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회사 계좌로 자금이 입금되었는지뿐만 아니라 다음 사항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자금조달과 반환이 사전에 계획되어 있었는지
회사가 인수대금을 독립적으로 처분할 수 있었는지
인수대금이 실제 회사 사업에 사용될 수 있었는지
회사에서 인출된 돈이 궁극적으로 인수인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되었는지
전체 거래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회사의 영업활동에 해당하는지

2. 외형상 대여금채권을 취득했더라도 실질적인 납입이 될 수 없다

신라젠은 350억 원을 크레스트파트너에 대여했으므로 형식상 같은 금액의 대여금채권을 취득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대여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회사의 영업활동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인수인들의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부담한 차입금 채무를 변제하려는 자금돌리기의 일부라면 인수대금이 회사에 실질적으로 납입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회사가 형식상 금전채권을 취득했다는 사정만으로 배임행위나 재산상 손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 전체의 목적과 자금의 최종 귀속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3. 배임죄는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발행된 때 기수에 이른다

실질적인 인수대금 납입 없이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발행되면 회사는 그 즉시 사채상환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이 시점에 회사의 재산상 위험이 구체화되고 업무상배임죄도 기수에 이른다.
그 후 신주인수권이 행사되거나 사채상환 관계가 정산된 것은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 이러한 후속 사정은 이미 성립한 배임죄나 손해액을 원칙적으로 변경하지 않는다.

4. 손해액은 자금운용이익이 아니라 인수대금 전액이다

인수인은 실질적인 자기자금의 부담 없이 35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취득하였다. 반면 회사는 사채상환의무를 부담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350억 원을 실질적으로 취득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인수인이 취득한 이익과 회사가 입은 손해는 모두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대금인 350억 원이다.
원심이 손해를 인수대금의 운용이익인 10억 5,000만 원으로 한정한 것은, 회사가 부담한 사채상환의무와 실질적으로 취득하지 못한 인수대금 자체를 손해에서 제외한 것이므로 잘못이라는 판단이다.

5. 사채를 실제로 상환하지 않을 계획이었더라도 배임의 고의는 부정되지 않는다

인수인들이 장차 사채상환기일에 회사에서 실제 상환금이 지출되지 않도록 정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배임의 고의가 부정되지 않는다.
사채가 발행되면 회사에는 법률상 사채상환의무가 발생한다. 이후 계획대로 자금이 정산되어 회사가 최종적으로 상환금을 지출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범죄 후의 사정일 뿐이다.

6. 검사는 유죄판결의 이유만을 다투어 상고할 수 없다

원심이 일부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그 기수시기 등에 관해 검사와 다른 이유를 제시했더라도, 검사는 판결 주문이 아닌 이유만을 다투어 상고할 수 없다.
상소는 판결 주문에 대한 불복이어야 하므로, 유죄라는 결론은 그대로 두고 그 판단 이유만 변경해 달라는 상고는 허용되지 않는다.

결론

대법원은 실질적인 인수대금 납입 없이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35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이상, 발행업무 담당자와 이에 공모한 인수인들에게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회사가 외형상 대여금채권을 취득했고 이후 사채상환과 대여금 변제가 정산되었더라도, 이는 배임죄의 성립과 손해액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았다. 배임죄의 손해액은 인수대금의 운용이익 10억 5,000만 원이 아니라 인수대금 전액인 350억 원이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인 1·2·3의 유죄 부분과 피고인 4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여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고,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였다.
이 판결은 회사 계좌에 자금이 일시적으로 입금되고 회사가 형식상 대여금채권까지 취득하였더라도, 거래 전체가 예정된 자금순환 구조라면 실질적인 사채인수대금 납입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특히 신주인수권부사채 가장납입에 따른 배임죄의 기수시기와 손해액을 최초로 구체화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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