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번호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63537 판결
관련 판례
정관에 해임사유를 한정한 경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41741 판결
법인과 이사의 관계는 위임과 유사하므로 원칙적으로 법인은 이사를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정관에서 이사의 해임사유를 별도로 정했다면 그 규정은 이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이사의 중대한 의무 위반이나 정상적인 직무수행 불능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정관에 규정되지 않은 사유로 이사를 해임할 수 없다.
2023다263537 판결은 위 법리를 계승하면서, 정관상 해임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도 별도의 ‘신뢰관계 파탄’이 필요한지에 관하여 판단기준을 추가로 제시하였다.
관련 법령
민법 제40조 — 사단법인 정관의 필요적 기재사항
민법 제40조 제5호 — 이사의 임면에 관한 사항
민법 제43조 — 재단법인 정관의 필요적 기재사항
민법 제57조 — 법인의 이사
민법 제680조 — 위임의 의의
민법 제689조 제1항 — 위임계약의 임의해지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을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이므로 법인은 정관으로 이사의 해임사유와 절차를 제한할 수 있다.
사실관계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63537 판결
관련 판례
정관에 해임사유를 한정한 경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41741 판결
법인과 이사의 관계는 위임과 유사하므로 원칙적으로 법인은 이사를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정관에서 이사의 해임사유를 별도로 정했다면 그 규정은 이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이사의 중대한 의무 위반이나 정상적인 직무수행 불능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정관에 규정되지 않은 사유로 이사를 해임할 수 없다.
2023다263537 판결은 위 법리를 계승하면서, 정관상 해임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도 별도의 ‘신뢰관계 파탄’이 필요한지에 관하여 판단기준을 추가로 제시하였다.
관련 법령
민법 제40조 — 사단법인 정관의 필요적 기재사항
민법 제40조 제5호 — 이사의 임면에 관한 사항
민법 제43조 — 재단법인 정관의 필요적 기재사항
민법 제57조 — 법인의 이사
민법 제680조 — 위임의 의의
민법 제689조 제1항 — 위임계약의 임의해지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을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이므로 법인은 정관으로 이사의 해임사유와 절차를 제한할 수 있다.
사실관계
1. 재단법인의 설립과 원고의 선임
피고는 불교 단체의 재산 관리를 목적으로 1993년 3월경 설립된 재단법인이었다. 소속 사설 사암의 토지·건물과 출연금 등을 기본재산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원고는 2021년 1월 19일경 피고 재단법인의 이사 겸 이사장으로 선임되었다.
2. 임시이사회 소집을 둘러싼 갈등
피고 법인의 이사와 감사들은 원고에게 여러 차례 임시이사회를 소집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임시이사회를 소집하지 않자, 이사와 감사들은 2022년 3월 23일 직접 임시이사회를 소집·개최하였다.
임시이사회에서는 다음 사항이 결의되었다.
원고를 이사에서 해임
새로운 이사 선임
기존 상임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임
3. 정관상 해임사유
피고 법인의 정관 제8조는 임원의 해임사유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었다.
법인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
임원 간의 분쟁, 회계부정 또는 현저한 부당행위
법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정관 제11조 제2항은 이사에게 직무상 부당행위가 있는 경우 감사의 감사결과에 따라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결의로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4. 감사결과와 해임결의
임시이사회에 보고된 감사결과에는 원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임원들 사이의 분쟁을 초래하였다는 점
명예훼손이나 폭력행사 등 현저한 부당행위를 했다는 점
정기이사회 의사록에 날인하기를 거부했다는 점
위와 같은 행위로 법인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점
피고 이사회는 감사결과보고서를 승인한 다음 원고를 이사에서 해임하였다.
5.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자신이 정관에서 정한 직무상 부당행위를 하지 않았으므로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이에 기초한 이사회 해임결의는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피고 법인은 원고가 임원들 사이의 분쟁을 야기하고 법인 업무를 방해했으므로 정관상 해임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6.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사 해임으로 이사직을 즉시 상실하는 중대한 신분상 불이익이 발생하고 별도의 징계규정도 없으므로, 이사의 행위로 법인과 이사 사이의 신뢰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러야 해임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원고의 행위가 그러한 신뢰관계 파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임결의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법리
1. 법인과 이사의 관계는 위임 유사의 관계이다
법인과 이사의 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하는 위임과 유사한 법률관계이다.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르면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이를 이사 관계에 적용하면 법인은 원칙적으로 임기 만료 전에도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다만 언제든지 위임을 해지할 수 있다는 민법 규정은 임의규정이다. 따라서 정관으로 이사의 해임사유와 절차를 별도로 정하여 법인의 자유로운 해임권을 제한할 수 있다.
2. 정관의 해임사유는 단순한 주의적 규정이 아니다
정관에서 이사 해임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한 경우 이를 단순한 예시나 주의적 규정으로 볼 수 없다.
정관상 해임사유는 다음 두 가지 기능을 가진다.
법인과 이사 사이의 권리·의무 관계를 명확히 하는 기능
이사가 임기 중 자의적으로 해임되는 것을 방지하는 신분보장 기능
따라서 정관에 해임사유가 규정되어 있다면 법인은 원칙적으로 그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만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3. 정관에 없는 사유로는 원칙적으로 해임할 수 없다
법인이 정관으로 해임사유를 제한했다면 단순한 불화, 의견 충돌 또는 경영방침의 차이만으로 이사를 해임하기 어렵다.
다만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관에 명시되지 않은 사유에 의한 해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이사의 중대한 의무 위반
법령 위반이나 법인재산의 중대한 침해
이사가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
정관상 해임사유만으로는 예정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정
이러한 예외는 정관에 의한 이사의 신분보장 기능을 무력화하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4. 정관상 해임사유가 발생하면 별도의 신뢰관계 파탄은 필요하지 않다
이 판결의 핵심은 정관에 규정된 해임사유와 신뢰관계 파탄 사이의 관계이다.
정관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사가 법인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현저한 부당행위를 한 경우 이사회 결의로 해임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이 심사해야 하는 것은 이사가 실제로 ‘업무방해’ 또는 ‘현저한 부당행위’를 하였는지이다.
정관상 해임사유가 실제로 발생하였다면 그것으로 해임요건은 충족된다. 여기에 다시 “그 행위로 법인과 이사의 신뢰관계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는가”라는 요건을 추가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정관에 없는 요건을 법원이 추가하는 결과가 되어 법인의 자치법규인 정관의 효력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5. 신뢰관계는 정관 해석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다
신뢰관계 파탄이 독립된 추가요건은 아니지만 전혀 고려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정관상 해임사유가 ‘현저한 부당행위’, ‘중대한 의무 위반’ 또는 ‘법인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처럼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그 의미를 해석할 때 행위의 중대성과 신뢰 훼손 정도를 고려할 수 있다.
즉 다음 두 판단은 구별된다.
정관상 해임사유가 발생했는지 판단하면서 행위의 중대성과 신뢰 훼손을 고려하는 것: 가능
정관상 해임사유가 발생한 뒤 별도로 신뢰관계가 완전히 파탄되었는지를 추가요건으로 심사하는 것: 불가
법원은 정관 문언을 해석하여 해임사유 발생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정관에 없는 독립적인 요건을 새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6. 해임절차도 정관에 따라야 한다
정관이 해임사유뿐만 아니라 해임절차까지 정했다면 법인은 그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이 사건 정관은 직무상 부당행위가 있을 때 다음 절차를 거치도록 하였다.
감사의 감사 실시
감사결과 보고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결의
따라서 해임결의의 효력은 해임사유가 실제 존재하는지뿐만 아니라 감사절차와 의결정족수가 준수되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7. 해임사유의 증명책임
법인이 정관상 해임사유를 근거로 이사를 해임하고 그 효력이 다투어진 경우에는, 해임사유가 실제 발생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
단순한 감사보고서의 문구나 다른 이사들의 평가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자료가 요구된다.
구체적인 행위의 일시와 내용
이사회 의사록과 업무자료
회계자료
업무 지연 또는 손해 발생 자료
관련자의 진술
이사에게 부여한 소명기회와 답변 내용
특히 ‘분쟁을 야기하였다’, ‘업무를 방해하였다’ 또는 ‘부당행위를 하였다’는 추상적 표현만으로 해임사유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8. 비영리법인과 주식회사의 이사 해임은 구별해야 한다
이 판결은 민법상 재단법인의 이사 해임에 관한 판결이다. 주식회사의 이사 해임에 관한 상법 제385조가 직접 적용된 사안은 아니다.
주식회사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언제든지 이사를 해임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만료 전에 해임된 이사는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민법상 법인의 정관이 해임사유를 제한하면 그 정관은 해임권 자체를 제한하는 효력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정관상 사유가 없으면 해임결의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회사와 차이가 있다.
구체적 판단
대법원은 원심이 “법인과 이사의 신뢰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러야 해임할 수 있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하였다.
피고 정관에서 정한 직무상 부당행위가 실제 발생했다면, 그 사유 외에 별도의 신뢰관계 파탄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상 원고가 정관 제8조와 제11조에서 정한 직무상 부당행위를 실제로 저질렀다고 보기 어려웠다.
결국 정관상 해임사유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해임결의에는 실체적 하자가 있었다. 원심이 제시한 일반 법리는 일부 잘못되었지만, 해임결의를 무효라고 본 결론은 정당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피고 법인의 상고를 기각하여 원고를 이사에서 해임한 이사회 결의가 무효라는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이 판결의 법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법인은 원칙적으로 이사를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다.
정관에서 해임사유를 제한하면 원칙적으로 그 사유에 의해서만 해임할 수 있다.
정관상 해임사유가 실제 발생하면 별도의 신뢰관계 파탄까지 요구되지 않는다.
신뢰 훼손 정도는 정관상 ‘중대한 위반’이나 ‘현저한 부당행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다.
정관상 해임사유가 실제 존재하지 않으면 해임결의는 무효가 될 수 있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법인의 이사 해임에서 정관의 구속력을 양면적으로 확인하였다.
정관에 해임사유를 정한 경우 법인은 정관에 없는 이유를 들어 이사를 자의적으로 해임할 수 없다. 반대로 정관상 해임사유가 발생했는데도 법원이 별도의 신뢰관계 파탄이라는 가중요건을 추가하여 해임을 제한해서도 안 된다.
결국 이사 해임의 효력은 추상적인 신뢰관계가 아니라 다음 순서로 판단해야 한다.
정관상 해임사유가 무엇인지 확인
정관상 해임사유가 실제 발생했는지 판단
정관상 감사·소명·의결절차가 준수되었는지 확인
정관에 없는 사유 또는 추가요건을 임의로 적용하지 않을 것
정관에 ‘현저한 부당행위’, ‘법인의 업무 방해’와 같은 추상적 해임사유를 두면 결국 법원의 해석과 증거판단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정관 작성 단계에서 해임사유와 절차를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