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14. 선고 2023가합64346 판결
관련 법조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판매방법 및 그 밖의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한다.
같은 조 제3호 라목은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을 비밀로 유지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규정한다.
같은 법 제11조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14조의2는 손해액의 추정과 상당한 손해액의 인정을 규정한다.
관련 법조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판매방법 및 그 밖의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한다.
같은 조 제3호 라목은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을 비밀로 유지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규정한다.
같은 법 제11조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14조의2는 손해액의 추정과 상당한 손해액의 인정을 규정한다.
1. 사실관계
원고 회사들은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산업안전보건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 및 퇴직연금교육 등 이른바 법정의무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피고들은 원고들의 위촉을 받아 교육서비스를 이용할 사업자를 모집하는 영업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들은 위촉계약을 체결하면서 비밀유지서약서와 개인정보 보안서약서를 작성하였다.
원고들은 고객정보를 영업관리 프로그램과 LMS 홈페이지에 저장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부여받은 영업사원만 접속할 수 있도록 관리하였다.
피고들은 2022. 9. 30.경 해촉된 뒤 원고들과 같은 종류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업체로 전직하였다.
그런데 피고 D는 해촉 직전인 2022. 9. 1.부터 9. 16.까지 대용량 파일과 다수의 압축파일을 자신의 이메일로 전송하였다. 반출된 파일에는 원고들의 고객사 90곳에 관한 담당자 인적사항과 교육 진행정보, 고객사별 교육단가와 공급가액 등이 기재된 견적서가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 D는 경쟁업체로 전직한 뒤 원고들의 기존 고객사 담당자들에게 연락하여 교육기관을 변경하게 하였다. 피고들의 전직 이후 문제 된 고객사 90곳 중 64곳이 교육수강 기관을 변경하였다.
2. 고객정보가 원고 회사의 정보인지
피고들은 고객정보가 인터넷 검색, 개인적으로 구매한 데이터베이스 및 전화 영업을 통해 스스로 취득한 것이므로 원고들이 보유한 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 된 정보에는 인터넷이나 일반 기업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회사명·사업자번호·주소뿐 아니라 교육담당자의 이름, 직함,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마케팅 활용 및 문자·이메일 수신 동의 여부, 교육 접수와 진행상황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들이 제출한 공개자료나 별도 구매 데이터베이스에는 담당자의 구체적인 인적사항과 교육 진행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영업사원들이 원고 회사에 ‘DB를 요청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원고가 고객정보를 보유하고 영업사원들에게 할당했다는 주장에 부합하였다.
법원은 피고들이 영업 과정에서 일부 정보를 새롭게 취득했더라도 그 영업은 원고들과의 위촉계약에 따라 수행한 것이고, 취득한 정보를 원고의 업무용 컴퓨터와 영업관리 프로그램에 입력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한 이상 그 정보 역시 원고들이 보유한 영업상 정보라고 판단하였다.
3. 고객정보의 영업비밀 해당성
법원은 고객정보가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및 비밀관리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보았다.
가. 비공지성
회사명과 주소 등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교육담당자의 개인 연락처, 이메일, 정보 제공 동의 여부와 교육 접수·진행상황은 직접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상당한 영업활동을 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개별 정보의 일부가 공개되어 있더라도, 구체적인 담당자 정보와 거래 진행상황까지 결합된 고객정보 전체는 원고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통상 입수할 수 없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독립된 경제적 가치
고객정보를 보유한 사업자는 경쟁업체보다 먼저 교육담당자에게 연락하고, 고객사의 교육 시기·인원·규모·비용 및 협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여 유리한 조건에서 영업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정보는 경쟁자에 대한 영업상 우위를 제공하고, 그 취득과 축적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정보로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었다.
다. 비밀관리성
원고들은 피고들로부터 비밀유지서약서와 개인정보 보안서약서를 받았다. 고객정보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접속할 수 있는 영업관리 프로그램과 LMS 홈페이지에서 관리되었다.
법원은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이 과거의 ‘상당한 노력’ 또는 ‘합리적인 노력’보다 완화된 ‘비밀로 관리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였다.
따라서 개별 파일마다 ‘비밀’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았거나 이메일 전송 자체를 기술적으로 차단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비밀관리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영업비밀 침해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의 보안조치를 해야만 비밀관리성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라고 보았다.
4. 고객사 견적서의 영업비밀 해당성
원고들이 고객사에 제공한 법정교육 견적서에는 교육별 단가, 인원에 따른 공급가액, 직무교육 인원 조정 가능 여부 및 고객사별 특이사항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법원은 이러한 정보가 교육비용 협상과 경쟁업체와의 가격경쟁에서 중요한 영업상 정보이고, 원고들의 영업전략과 노하우가 반영된 것으로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피고들은 견적서에 기재된 법정교육 단가 ‘100원’이 직무교육과 함께 제공할 때 사실상 무료라는 의미의 형식적 가격이므로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특정 교육을 형식적인 저가에 제공하고 다른 교육과 결합하여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 자체가 원고들의 가격전략과 영업 노하우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았다. 명목상 단가가 매우 낮다는 이유만으로 경제적 가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5. 영업사원이 일부 정보를 직접 취득한 경우
이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영업사원이 직접 수집·생성한 정보의 귀속과 사용 문제이다.
법원은 설령 피고들이 고객정보 중 일부를 직접 취득하여 원고들과 공동으로 보유한다고 평가하더라도 영업비밀 침해행위는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수인이 영업비밀을 공동으로 보유하는 경우에도 계약관계에 따라 다른 보유자에 대하여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다른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이를 사용·공개하면 다른 보유자와의 관계에서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업사원이 “내가 직접 알아낸 고객정보”라고 주장하더라도 위촉계약에 따라 회사의 영업을 수행하며 취득하고 회사의 고객관리 시스템에 축적한 정보라면 퇴직 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개인적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비밀유지약정, 정보 취득의 경위, 회사 시스템에의 저장 여부, 회사와 영업사원의 공동관리 관계 및 퇴직 후 사용 목적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6. 피고 D의 영업비밀 침해행위
피고 D는 해촉 직전에 약 73MB와 786MB에 이르는 대용량 파일 및 다수의 압축파일을 자신의 이메일로 전송하였다.
법원이 실제로 확인한 파일에는 피고 D가 담당한 고객사 90곳의 회사정보, 담당자의 이름·직함·휴대전화번호·이메일 주소, 교육 진행정보 및 고객사별 견적서가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 D는 비밀유지서약에 따라 이를 비밀로 유지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해촉 직전에 파일을 반출하였다. 이후 경쟁업체로 전직하여 원고들의 고객사 담당자들과 직접 연락하고 교육수강 기관을 변경하게 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의 시기와 방법, 경쟁업체로의 전직, 고객사 변경 결과를 종합하여 피고 D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원고들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고객정보와 견적정보를 사용·공개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고 D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였다.
다만 이메일 전송기록만 있고 해당 파일의 실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나머지 자료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이 포함되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보안프로그램에 ‘민감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표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민감정보가 소송에서 특정된 영업비밀과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7. 피고 C에 대한 청구가 기각된 이유
피고 C도 해촉 전 경쟁업체 관련 문건을 이메일로 전송하고, 해촉 후에도 원고의 LMS 홈페이지에 접속했으며, 기존 고객사에 연락하여 교육수강 기관을 변경하게 한 사실이 인정되었다.
법원은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 피고 C가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했을 가능성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피고 C가 이메일로 전송한 파일의 구체적인 내용이 제출되지 않았고, 파일 제목에 비추어 원고들이 특정한 고객정보나 견적정보가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결국 의심스러운 전직 경위와 고객 이탈만으로는 특정된 영업비밀의 사용·공개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 C에 대한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다.
이 부분은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단순히 “자료를 반출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반출한 파일의 내용이 소송에서 특정한 영업비밀과 일치한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함을 보여준다.
8. 손해배상액의 산정
원고들은 피고 D의 침해행위가 없었다면 기존 고객사들이 최소 1년간 연 4회 원고들의 교육서비스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를 기초로 원고 A는 약 7억 3,700만 원, 원고 B는 2,600만 원의 매출이익을 상실했다고 산정하고, 그중 일부로 원고 A는 1억 2,400만 원, 원고 B는 2,600만 원을 청구하였다.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한 계산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서비스 매출액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출했을 비용이 공제되어 있지 않았고, 고객사는 교육업체를 수시로 변경할 수 있으므로 피고 D의 침해행위가 없었더라도 모든 고객사가 1년 동안 계속 원고들의 서비스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1항 제1호에 따라 원고들의 주장과 같은 손해액을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다수 고객사가 실제로 교육기관을 변경하였으므로 손해 발생 자체는 인정되지만 정확한 손해액을 증명하기는 극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같은 법 제14조의2 제5항에 근거하여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였다.
9. 상당한 손해액을 정한 구체적 사정
법원은 원고 A의 손해액을 1억 원, 원고 B의 손해액을 360만 원으로 인정하였다.
그 과정에서 기존 고객사라는 지위 때문에 원고들이 재계약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점, 고객정보와 견적정보가 장기간 축적된 중요한 영업정보인 점, 피고 D가 비밀유지서약을 위반하고 해촉 직전 대용량 자료를 반출한 점 및 경쟁업체로 전직한 후 고객사 변경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점을 고려하였다.
피고 D의 소송상 태도도 손해액 산정에 참작되었다. 피고 D는 처음에는 반출 파일 전체를 제출하지 않고 폴더목록만 제출하였다가, 원고들이 파일의 날짜와 용량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가공되어 제출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후 재판부의 거듭된 석명에 따라 파일을 제출하면서도 기존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 해명을 하였다.
법원은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을 침해자가 자료 제출을 지연하거나 불성실하게 대응함으로써 심화시킨 사정을 상당한 손해액 산정에 반영하였다.
10.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고객명단이 단순한 회사명과 전화번호의 집합을 넘어 담당자 개인의 연락처, 거래 진행상황, 정보제공 동의 여부 및 견적조건 등으로 구체화된 경우 영업비밀로 보호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현행법상 비밀관리성을 인정받기 위해 모든 파일에 비밀표시를 하거나 정보 반출이 불가능할 정도의 고도화된 보안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비밀유지서약서, 계정과 비밀번호에 의한 접근통제 및 회사의 고객관리 시스템을 통한 관리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었다.
영업사원이 일부 정보를 직접 수집했다는 사정도 회사에 대한 비밀유지의무를 소멸시키지 않는다. 위촉계약에 따라 회사의 영업을 수행하며 취득하고 회사 시스템에 축적한 정보라면 공동보유로 평가되더라도 경쟁업체를 위하여 사용·공개한 행위는 영업비밀 침해가 될 수 있다.
반면 경쟁업체로 전직한 정황, 퇴직 후 회사 시스템 접속 및 기존 고객의 이탈만으로는 책임이 당연히 인정되지 않는다. 반출·사용된 파일의 내용과 소송에서 특정한 영업비밀 사이의 동일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 발생은 인정되지만 구체적 액수의 증명이 어려운 경우, 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에 따라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침해자료의 규모와 중요성, 실제 고객이탈, 침해자의 역할 및 증거제출 태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결국 이 판결의 핵심은 회사 시스템에 축적된 구체적인 고객정보와 가격전략은 영업비밀이 될 수 있고, 퇴직 직전 이를 반출하여 경쟁업체의 고객 유치에 이용한 경우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렵더라도 상당액의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