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 회사 주식 약 8.78%를 보유한 주주였습니다.
피고 회사는 2016년 6월 30일 투자조합 등 제3자에게 사모 방식으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습니다.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사채권과 신주인수권을 분리하여 각각 양도할 수 있는 사채입니다.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대주주는 2016년 9월경 제3자로부터 신주인수권 일부를 양수했습니다. 그 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일부터 3년 이상 지난 2019년 10월 21일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같은 날 신주를 취득했습니다.
원고는 2019년 11월 19일,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실질적인 경영상 필요 없이 대표이사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되었고, 그에 기초한 신주 발행도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 주장의 실질이 2016년 6월 30일 이루어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발행무효의 소는 사채 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하는데, 원고는 그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원심은 그 후 신주인수권이 행사되어 신주가 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제소기간이 지난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의 무효를 다시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소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다투는 방법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한 수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입니다.
그 발행은 회사의 자본적 기초와 기존 주주의 지분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주 발행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신주발행무효의 소에 관한 상법 제429조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도 유추 적용됩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자체의 무효는 원칙적으로 사채 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제기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발행무효의 소로만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채 발행의 무효를 더 이상 주장할 수 없습니다.
사채 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
6개월 이내에 소를 제기했지만 원고 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
제소기간이 지난 후 새로운 사채 발행의 무효 사유를 추가하는 경우
이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기에 확정하려는 취지입니다.
4.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신주 발행은 별도로 다툴 수 있음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과 그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신주 발행은 서로 구별됩니다.
사채 발행의 무효를 다투는 소의 제소기간이 지났더라도, 이후 이루어진 신주인수권의 행사나 그에 따른 신주 발행에 고유한 무효 사유가 있다면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제소기간은 사채 발행일이 아니라 실제 신주가 발행된 날부터 6개월입니다.
다만 원칙적으로 신주발행무효의 소에서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신주인수권 행사나 신주 발행 자체에 고유한 무효 사유입니다. 이미 제소기간이 지난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의 하자를 다시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5. 경영권 방어 목적의 신주 발행
상법 제418조 제1항은 기존 주주에게 보유주식 수에 따라 신주를 배정받을 권리를 인정합니다.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려면 정관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여야 합니다.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회사의 경영상 필요가 아니라 기존 대주주나 경영진의 지배권을 방어하기 위하여 우호적인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합니다.
그로 인해 회사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고 기존 주주의 지배력이 현저하게 약화된다면 그 신주 발행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관련 규정은 상법 제516조의2입니다.
6. 경영권 방어 목적이 뒤늦게 현실화된 경우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제3자에게 발행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즉시 희석되지 않습니다.
외형상 금융기관이나 투자조합에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다면 당시에는 정상적인 자금조달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후 대주주가 그 신주인수권을 양수하고 실제로 행사해야 비로소 신주가 발행되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집니다.
따라서 사채 발행 당시부터 경영권 방어 목적이 있었더라도, 그 목적과 기존 주주의 권리침해는 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취득·행사할 때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사채 발행일부터 6개월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신주 발행을 다툴 수 없다고 하면, 대주주가 제소기간이 지난 뒤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신주발행무효 제도를 우회할 수 있습니다.
7.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경우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신주 발행을 별도로 다툴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가 경영상 목적 없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하여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것
대주주가 제3자로부터 해당 사채 또는 분리된 신주인수권을 양수할 것
대주주가 사채 발행일부터 6개월이 지난 후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것
그 결과 대주주에게 신주가 발행되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침해와 경영권 방어 목적이 현실화될 것
이와 같은 신주 발행은 실질적으로 회사가 경영상 목적 없이 대주주에게 직접 신주를 발행한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신주인수권 행사와 그에 따른 신주 발행에 고유한 무효 사유에 준하여 신주발행무효의 소로 다툴 수 있습니다.
제소기간은 2016년 6월 30일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일이 아니라, 대표이사에게 신주가 발행된 2019년 10월 21일부터 기산해야 합니다.
원고는 그로부터 약 1개월 후인 2019년 11월 19일 소를 제기했으므로 6개월의 제소기간을 준수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사채 발행일부터 제소기간을 계산하여 소를 부적법하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8. 대법원이 신주 발행을 곧바로 무효로 확정한 것은 아님
이 판결은 대표이사에게 발행된 신주가 실제로 무효라고 최종 판단한 판결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원고가 제기한 신주발행무효의 소가 제소기간을 준수한 적법한 소라는 점을 판단했습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실제로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발행되었는지, 신주 발행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는지는 환송심에서 추가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이 판결의 직접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제3자에게 발행된 신주인수권을 대주주가 뒤늦게 취득·행사한 경우에는 사채 발행일부터 6개월이 지났더라도, 신주 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9. 판결의 적용범위
이 판결의 예외 법리는 모든 신주인수권 행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3자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정상적으로 인수하고 스스로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사채 발행의 하자를 이유로 신주 발행까지 다시 다투기 어렵습니다.
반면 당초 제3자 배정이 외형에 불과하고, 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양수·행사하여 경영권 방어 목적을 현실화한 경우에는 신주 발행에 고유한 무효 사유에 준하여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다음 사정을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사채 발행 당시 회사에 실제 자금조달 필요성이 있었는지
제3자 배정의 대상자가 대주주 또는 경영진과 어떤 관계인지
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양수하기로 사전에 예정되어 있었는지
신주인수권의 양수 가격과 조건이 합리적인지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율과 지배력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사채 발행과 신주인수권 양수·행사가 하나의 경영권 방어계획에 따른 것인지
10. 판결의 법리적 의미
이 판결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과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신주 발행을 원칙적으로 구분하면서도, 대주주가 제3자 배정 방식을 이용해 경영권 방어 목적을 은폐하거나 제소기간을 우회하는 경우에는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회사가 제3자에게 사채를 발행한 뒤 6개월이 지나 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취득·행사하는 방법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을 희석하더라도, 사채 발행의 제소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결국 이 판결은 형식적으로는 신주인수권의 행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상 필요 없이 대주주에게 신주를 발행하여 지배권을 강화한 경우, 실제 신주 발행일부터 별도의 제소기간을 인정하여 기존 주주의 권리구제를 보장한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