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원심판결
관련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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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령
민법 제628조는 임대물에 대한 공과부담의 증감이나 그 밖의 경제사정 변동으로 약정한 차임 또는 보증금이 상당하지 않게 된 경우 당사자가 장래에 대하여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639조 제1항은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임차인이 임차물의 사용·수익을 계속하고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1항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원칙적인 적용범위를 보증금액을 기준으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갱신거절 또는 조건변경의 통지를 하지 않으면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는 차임 또는 보증금이 조세·공과금 등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 변동으로 상당하지 않게 된 경우 당사자가 장래에 대하여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사실관계
원고는 임대인이고 피고는 임차인이다.
원고와 피고는 2018년 5월 14일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 1억 원, 월차임 600만 원, 임대차기간 2018년 7월 12일부터 2020년 7월 11일까지로 정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양 당사자는 2020년 6월 30일 임대차보증금은 1억 원으로 유지하되 월차임을 350만 원으로 낮추고, 임대차기간을 2020년 7월 12일부터 2021년 7월 12일까지로 정한 새로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이후 월차임을 320만 원으로 다시 조정하고 임대차기간도 2022년 7월 12일까지로 연장하였다.
피고는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2022년 7월 12일 이후에도 건물을 계속 사용·수익하였다.
원고는 기간 만료 3일 후인 2022년 7월 15일 피고에게 월차임을 600만 원으로 증액해 달라는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였고, 그 우편은 2022년 7월 18일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위 내용증명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 제3항에 따라 월차임을 600만 원으로 증액하고, 차임증액청구권은 형성권이므로 내용증명이 도달하면 객관적으로 상당한 범위에서 차임이 증액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 임대차는 보증금과 차임의 환산액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보증금액을 초과하였다. 따라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가 적용되지 않고, 원고의 차임증액 요구는 민법 제628조에 따른 차임증액청구권의 행사로 평가되었다.
원고는 2022년 8월 9일 피고를 상대로 2022년 8월 12일부터 2023년 7월 12일까지 월 600만 원의 증액차임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당시 원고는 임대차계약이 갱신되어 존속한다는 전제에서 장래의 증액차임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2023년 6월 21일자 내용증명을 통하여 임대차계약이 갱신되었지만 2023년 7월 12일 다시 기간이 만료되고, 갱신된 계약도 동일한 조건으로 재차 갱신될 것이므로 이미 증액된 차임을 지급하라고 요구하였다.
또한 원고는 2023년 8월 3일자 준비서면에서도 임대차계약이 2021년 7월 12일 이후 1년 단위로 갱신되었고, 2022년 7월 15일자 차임증액청구는 갱신 직후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이후 주장을 변경하였다. 원고는 2023년 8월 25일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하여 임대차계약이 2022년 7월 12일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건물 인도와 차임 상당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2022년 7월 13일부터 2023년 7월 12일까지는 월 420만 원, 2023년 7월 13일 이후에는 월 430만 원의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을 청구하였다. 이에 피고는 임대차계약이 2022년 7월 12일 종료되지 않고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가 임대차기간 만료 직후 월차임을 32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증액할 것을 요구한 행위가 민법 제639조 제1항에서 정한 임대차 갱신에 대한 이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원고는 기존 차임 조건으로는 임대차관계를 계속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의사를 표시한 것이므로, 임대차계약은 묵시적으로 갱신되지 않고 2022년 7월 12일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다고 보았다.
이에 원심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임대차보증금 1억 원을 반환받음과 동시에 건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피고는 2022년 7월 13일부터 건물을 인도할 때까지 월 420만 원 내지 430만 원의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법리
민법 제639조 제1항에 따라 임대차기간이 끝난 뒤에도 임차인이 임차물의 사용·수익을 계속하고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임대차계약은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묵시적으로 갱신된다.
여기에서 임대인의 이의는 반드시 계약 종료를 명시적으로 통지하는 방식으로만 할 필요는 없다. 임대인의 언행을 통하여 계약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드러난다면 묵시적 이의도 가능하다.
임대인은 “차임을 증액하지 않으면 임대차관계를 계속하지 않겠다”는 방식으로 조건부 이의를 할 수도 있다.
다만 민법 제639조 제1항은 기간 만료 후에도 임차물의 사용·수익을 계속하는 임차인의 신뢰를 보호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묵시적 또는 조건부 이의를 인정하려면 임대인이 임대차관계를 더 이상 지속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객관적으로 추단할 수 있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기존 조건의 변경을 요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임대차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의사까지 객관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한편 민법 제628조에 따른 차임증액청구권은 임대차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음을 전제로 장래의 차임을 상당한 범위로 조정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임대차기간 만료 후 임대인이 차임증액청구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임대차계약이 갱신되어 계속 존속한다는 전제와 부합한다. 차임증액청구만으로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이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고가 민법 제639조 제1항의 이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임대차계약이 2022년 7월 12일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원고의 2022년 7월 15일자 내용증명에는 차임을 600만 원으로 증액해 달라는 요구와 차임증액청구권의 법적 효과가 기재되어 있을 뿐, 그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임대차계약을 종료하겠다거나 건물을 인도하라는 내용은 없었다.
원고는 2022년 8월 9일 소를 제기할 당시에도 임대차계약이 갱신되어 존속하는 것을 전제로 장래의 증액차임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2023년 6월 21일자 내용증명에서도 임대차계약이 갱신되었고 향후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갱신될 것이라고 명시하였다. 2023년 8월 3일자 준비서면에서도 계약이 1년 단위로 갱신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계약 종료를 주장하도록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변경하기 전까지 보인 일련의 태도는 임대차관계의 종료가 아니라 계속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원고가 기간 만료 후 차임증액청구권을 행사한 것은 임대차계약이 갱신되어 유효하게 존속한다는 전제에 기초한 행위이므로, 이를 민법 제639조 제1항에 따른 갱신 거절의 이의로 해석할 수 없다.
원고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에 따라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착오하여 차임증액을 청구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법률관계에 관한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고 그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설령 차임증액 의사표시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과거에 임대차 갱신을 거절하는 이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그 밖에 원고가 임대차관계를 더 이상 지속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객관적으로 표시하였다고 볼 사정도 없었다.
따라서 차임증액 요구를 갱신에 대한 이의로 보아 임대차계약이 2022년 7월 12일 종료되었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민법 제639조에 따른 묵시적 갱신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결론
임대차기간 만료 후의 차임증액청구는 임대차계약의 존속을 전제로 한 권리행사이므로, 그 자체만으로 임대인이 임대차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이의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차임증액 요구를 조건부 갱신거절로 해석하려면 증액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임대차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기간 만료 후 상당 기간 동안 임대차계약이 갱신되어 존속한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하면서 증액차임을 청구하였다. 따라서 계약 종료를 주장하기 전까지의 행위를 묵시적 갱신에 대한 이의로 평가할 수 없었다.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다는 전제에서 건물 인도와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 지급을 명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