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밀수입 물품의 추징액은 실제 국내도매가격을 초과할 수 없다

핵심 결론 밀수품의 추징액은 몰수했더라면 상실할 실제 이익 상당액이어야 한다. 시가역산가격이 실제 국내도매가격과 현저히 다르면 이를 기준으로 추징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도8611, 2007도8401

핵심정리

판결번호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8611 판결
관세법 위반 / 파기환송

관련판례

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도352 판결
몰수할 수 없는 경우의 추징액은 범인이 물품을 보유하다가 몰수되었더라면 상실하였을 이익 상당액이라고 본 판례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도607 판결
시가역산율표에 따라 산정한 가격이 실제 국내도매가격과 다르다는 유력한 자료가 있으면 역산가격을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본 판례
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7도8401 판결
관세법상 국내도매가격의 의미와 관세범칙물품의 몰수·추징 기준을 밝힌 판례

관련법령

관세법 제241조

물품을 수출·수입 또는 반송하려는 경우 세관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한다.

관세법 제269조

수입신고를 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밀수입죄의 처벌을 규정한다.

관세법 제274조

관세법 위반 물품을 취득·양도·운반·보관하거나 알선한 행위 등을 처벌한다.

관세법 제282조

관세범칙물품을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는 경우 범칙 당시 국내도매가격 상당액을 추징하도록 규정한다.

관세법 시행령 제266조

국내도매가격을 도매업자가 수입물품을 국내 도매시장에서 공정한 거래방법으로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가격으로 규정한다.

사실관계

피고인은 밀수입된 중국산 녹두 7,000kg을 취득하였다. 해당 녹두의 국내 도착가격은 12,266,290원이었다.
제1심은 국내 도착가격에 미추천 수입 녹두의 관세율인 607.5%를 적용하여 시가역산율표 방식으로 국내도매가격을 90,861,400원, 즉 1kg당 12,980원으로 산정하고 이를 추징하였다.
그러나 범칙 당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시한 추천 수입 녹두의 국내도매가격은 1kg당 4,825원 내지 4,850원이었고, 국내산 녹두 상품 등급의 가격도 1kg당 8,250원이었다.
원심은 시가역산율표에 따라 산정한 90,861,400원을 추징액으로 인정한 제1심 판단을 유지하였다.

핵심쟁점

관세법 제282조 제3항의 ‘국내도매가격’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시가역산율표에 따른 가격이 실제 시장가격과 현저히 다른 경우에도 이를 추징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지
관세법상 추징액이 몰수를 통해 박탈할 수 있었던 실제 이익을 초과할 수 있는지
높은 미추천 관세율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산정한 가격을 실제 국내도매가격으로 볼 수 있는지

법리

1. 국내도매가격의 의미

관세법 제282조 제3항의 국내도매가격은 도매업자가 수입물품을 무역업자로부터 매수하여 국내 도매시장에서 공정한 거래방법으로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수입물품의 도착원가에 관세 등 제세금, 통관절차 비용 및 기업의 적정이윤이 포함된 국내 도매시장의 실제 거래가격이다.

2. 시가역산율표의 적용 한계

시가역산율표는 수입항 도착가격이나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제세금, 통관비용과 적정이윤을 가산하여 국내도매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역산된 가격이 실제 국내도매가격과 차이가 있다는 유력한 자료가 있다면, 시가역산율표의 계산 결과를 그대로 국내도매가격으로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역산가격과 실제 시장가격이 현저히 다른 경우에는 공시가격, 동일·유사 물품의 거래가격, 품질 및 거래시장 등의 자료를 토대로 실제 국내도매가격을 확정해야 한다.

3. 몰수·추징의 한계

관세법상 몰수는 범죄로 취득한 물품과 그 이익을 박탈하는 데 목적이 있다. 추징은 물품을 몰수할 수 없는 경우 그 목적을 대신 실현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추징액은 범인이 해당 물품을 보유하다가 몰수선고를 받았더라면 상실하였을 이익 상당액을 의미한다. 추징액이 실제 몰수로 박탈할 수 있었던 이익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 판단

시가역산율표에 따른 이 사건 녹두 가격은 1kg당 12,980원으로 산정되었다. 이는 당시 추천 수입 녹두의 국내도매가격인 1kg당 4,825원 내지 4,850원의 2배를 훨씬 초과하고, 국내산 녹두 상품 등급의 가격인 1kg당 8,250원보다도 현저히 높았다.
이 사건 녹두와 추천 수입 녹두 사이에 품질이나 거래시장의 차이가 있다거나, 밀수입 녹두만의 별도 시장가격이 형성되어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었다.
밀수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녹두가 정상적으로 수입된 동일 품목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실제 국내도매가격은 추천 수입 녹두의 국내도매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미추천 수입 녹두에 적용되는 607.5%의 고율 관세를 기계적으로 적용한 결과는 실제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하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공시가격은 역산가격이 실제 가격과 다르다는 유력한 자료에 해당하였다.
결국 90,861,400원을 추징하면 피고인이 녹두를 보유하다가 몰수되었을 경우 상실했을 실제 이익을 현저히 초과하게 된다.

결론

대법원은 시가역산율표에 따라 산정한 90,861,400원을 국내도매가격으로 인정한 원심에는 관세법상 국내도매가격과 추징액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하였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관세범칙물품의 추징액을 관세율에 따라 형식적으로 계산해서는 안 되고, 실제 국내 도매시장에서 형성되는 객관적인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특히 밀수입 물품에 고율의 관세가 적용된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시장가치를 훨씬 초과하는 금액을 추징하는 것은 범죄이익 박탈이라는 몰수·추징의 목적을 벗어난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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