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금융기관의 주식보유 한도 위반과 사법상 계약의 효력

핵심 결론 금융기관이 법정 주식보유 한도를 위반했더라도 금지규정이 단속규정이면 주식 취득은 유효하다. 법령 위반만으로 계약의 무효와 부당이득반환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0다291531, 2008다75119, 2023다311665

판례번호

대법원 2024. 6. 17. 선고 2020다291531 판결

관련 판례

1. 회사의 정관상 목적과 권리능력

대법원 1999. 10. 8. 선고 98다2488 판결
회사의 권리능력은 정관상 목적 자체에 명시된 행위에 한정되지 않고, 그 목적을 수행하는 데 직접 또는 간접으로 필요한 행위까지 포함한다. 목적 수행에 필요한 행위인지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행위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추상적으로 판단한다.

2.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성립요건

대법원 1999. 5. 28. 선고 98다58825 판결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려면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피해자의 궁박·경솔·무경험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3. 법령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법률행위가 금지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언제나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인지 단속규정인지는 규정의 문언, 목적과 의미 및 위반행위의 효력을 부정해야만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4. 강행규정 위반 여부의 판단

대법원 2024. 5. 9. 선고 2023다311665 판결
금지규정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이 없다면, 금지규정의 목적과 보호법익, 거래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무효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관련 규정

민법 제34조 — 법인의 권리능력

민법 제103조 — 반사회질서 법률행위

민법 제104조 — 불공정한 법률행위

민법 제105조 — 임의규정과 당사자의 의사

상법 제289조 제1항 — 주식회사 정관의 절대적 기재사항

상호저축은행법 제18조의2 — 상호저축은행의 유가증권 보유 제한

이 사건에는 구 상호저축은행법 제18조의2 제1호와 구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제30조 제1항 제4호가 적용되었다. 당시 규정은 상호저축은행이 보유할 수 있는 비상장회사 주식을 해당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내로 제한하였다.

사실관계

1. 부동산 개발사업과 최초 대출

사업시행회사는 2003년경 성남시 분당구 소재 토지와 건물을 공매절차에서 매수한 뒤 리모델링하여 매각하는 사업을 추진하였다.
사업시행회사는 2003년 1월 피고 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56억 원을 대출받아 부동산 매매계약금 43억 원을 지급하였다.

2.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사업구조 변경

사업시행회사와 공동사업자 및 피고 상호저축은행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사업구조에 관한 합의를 체결하였다.
합의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부동산 매수자를 특수목적법인인 원고 회사로 변경할 것
기존 매매계약 해제로 반환되는 계약금으로 피고의 기존 대출금을 상환할 것
피고가 사업자금을 추가로 대출할 것
피고가 거래구조 설계, 금융조건 결정 및 관계기관 선정 등을 수행할 것
사업참여자 3자가 원고 회사의 지분과 사업수익을 각각 같은 비율로 나눌 것

3. 피고의 대출과 원고 회사 주식 취득

원고 회사는 위 합의에 따라 2005년 5월 부동산을 매수하고 같은 해 8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피고는 2005년 5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원고 회사에 사업자금으로 합계 226억 원을 대출하였다. 또한 2007년 10월부터 2008년 7월까지 원고 회사 발행주식의 33.33%인 5,333주를 취득하였다.
당시 상호저축은행이 보유할 수 있는 비상장회사 주식은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내로 제한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의 주식 보유는 그 한도를 23.33% 초과하였다.

4. 사업 완료와 유상감자

원고 회사는 부동산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뒤 2008년 5월 부동산을 2,150억 원에 매각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대출원리금 전액을 변제하였다.
이후 사업참여자들은 피고와 다른 사업참여자가 보유한 원고 회사 주식을 유상감자하여 사업수익을 분배하고, 나머지 사업참여자가 원고 회사의 지분과 경영권을 단독으로 보유하기로 합의하였다.
원고 회사는 임시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피고 보유주식을 유상감자하고, 2008년 9월 피고에게 감자대금 약 280억 9,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5.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원고 회사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에게 지급한 감자대금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상호저축은행이 부동산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사업수익을 배분받은 것은 정관상 목적과 법정 업무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는 주장
피고의 주식 33.33% 취득은 법정 보유한도 10%를 위반하였으므로 초과 지분 취득이 무효라는 주장
대출과 수익분배를 결합한 합의가 반사회질서 또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
무효인 주식 취득을 전제로 지급한 유상감자대금은 부당이득이라는 주장

법리

1. 회사의 목적 범위는 정관 기재 문언보다 넓게 해석된다

회사의 권리능력은 설립 근거법과 정관상 목적에 의해 제한된다. 그러나 정관에 명시된 사업만이 회사의 목적 범위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정관상 목적을 수행하는 데 직접 또는 간접으로 필요한 행위도 회사의 권리능력 범위에 포함된다. 필요한 행위인지는 구체적인 담당자의 의도나 내부적 동기가 아니라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판단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상당한 사업자금을 대출하고, 대출위험을 관리하기 위하여 거래구조를 설계하며 금융조건을 결정하고 원고 회사의 지분과 사업수익을 취득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피고가 직접 부동산 개발업을 영위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대출업무와 금융거래에 부수하여 이루어진 행위로 보았다. 따라서 피고의 수익분배 및 주식취득 합의는 상호저축은행의 목적 범위에 포함되었다.

2. 법령 위반이 곧 사법상 무효를 의미하지 않는다

법률이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더라도 그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이 언제나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금지규정은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효력규정은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하려는 규정이다. 이를 위반한 계약이나 법률행위는 무효가 된다.
단속규정은 행정·감독상의 규율을 목적으로 하고 위반자에게 제재를 가하지만, 위반행위 자체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하지는 않는 규정이다.
법령에 무효 여부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규정의 문언과 체계
금지규정이 보호하려는 법익
위반행위를 무효로 해야만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무효로 할 경우 거래안전과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행정제재나 시정명령만으로 규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3. 상호저축은행의 주식보유 한도는 단속규정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적용된 비상장회사 주식 10% 보유한도 규정을 효력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으로 판단하였다.
첫째, 구 상호저축은행법과 감독규정에는 보유한도 초과 주식의 취득을 무효로 한다는 명문 규정이 없었다.
둘째, 주식보유 한도를 제한한 목적은 상호저축은행의 사기업 지배를 제한하고, 시장경쟁을 보장하며, 무분별한 주식투자로 인한 부실을 방지하여 자본충실을 확보하는 데 있었다.
셋째, 한도 초과 주식 취득이 그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해야 할 정도로 현저하게 반사회적·반도덕적인 행위라고 보기 어려웠다.
넷째, 주식 취득을 무효로 하지 않으면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행정적 감독과 제재를 통해서도 규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다섯째, 한도 위반 주식 취득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하면 담보권 실행 등 불가피한 사유로 취득한 주식까지 무효가 되어 거래안전을 해칠 수 있다. 오히려 주식 취득의 무효로 금융기관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면 금융기관 부실 방지라는 법의 목적과 반대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피고가 취득한 원고 회사 주식 33.33% 중 10%를 초과한 23.33% 부분도 사법상 유효하였다.

4.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볼 수 없다

민법 제103조에 따른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는 계약 내용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뿐 아니라, 반사회적인 조건이나 대가가 결부되거나 당사자에게 표시된 동기가 반사회적인 경우도 포함한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사업자금을 대출하고 그 위험과 기여도에 따라 지분과 사업수익을 취득하기로 한 약정이 그 자체로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단순히 상호저축은행이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거나 주식보유 한도를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합의 전체가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5.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요건도 충족되지 않았다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려면 다음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객관적으로 현저한 불균형이 있어야 한다.
둘째, 상대방이 피해 당사자의 궁박·경솔·무경험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폭리행위의 악의가 있어야 한다.
사업참여자가 자금조달 필요성 때문에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거나 결과적으로 피고가 큰 수익을 얻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상대방의 궁박 등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를 가졌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피고에게 그러한 폭리행위의 악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피고 상호저축은행의 수익분배 및 주식취득 약정이 대출업무와 금융거래에 부수된 행위로서 피고의 목적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상호저축은행의 비상장회사 주식보유 한도를 10%로 제한한 구 상호저축은행법과 감독규정은 단속규정일 뿐 효력규정이 아니므로, 피고가 취득한 33.33%의 주식 중 한도 초과분도 사법상 유효하다고 보았다.
이 사건 합의가 반사회질서 법률행위 또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었다. 이에 따라 주식 취득과 유상감자는 유효하고, 피고가 받은 약 280억 원의 유상감자대금도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 아니므로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법령 위반과 계약 무효를 구별하는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금융기관이 감독법규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규정이 행정적 감독과 제재를 위한 단속규정이라면, 그 위반을 이유로 주식 취득이나 수익배분약정의 사법상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규제 위반을 이유로 계약 무효나 부당이득반환을 주장하려면 단순히 법규 위반 사실만 입증해서는 부족하다. 해당 규정이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하는 효력규정인지, 무효로 해야만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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