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 사건명: 대의원회결의무효확인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0. 9. 30. 선고 2010나17392 판결
- 결과: 파기환송
관련 판례
이 판결은 판결문에서 별도의 선행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지 않고, 민법상 사단법인의 총회 결의와 민사소송법상 증거법 원칙을 기초로 의사록의 증명력 및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직접 제시하였다.
이후 종중·협회·조합·교회 등 비법인사단 또는 사단법인의 총회결의에서 정족수 충족 여부와 회의록의 증명력이 다투어지는 사건에 널리 인용되고 있다.
관련 법령
- 민법 제75조 ― 사단법인 총회의 결의방법
- 민법 제76조 ― 총회의 의사록
- 민사소송법 제202조 ― 자유심증주의
- 민사소송법 제203조 ― 처분권주의
- 민사소송법 제288조 ― 불요증사실 및 자백
사실관계
1. 대한의사협회와 회원들의 지위
피고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법에 따라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을 회원으로 하여 설립된 사단법인이었다.
협회는 사회복지와 국민건강 증진, 회원의 권익 보호 및 회원 상호 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였다.
원고 45명은 대한의사협회의 회원들이었다.
2. 제61차 정기대의원총회
대한의사협회는 2009년 4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제61차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하였다.
총회에는 협회 회장 선출방식을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이 상정되었다.
기존 정관은 협회 회원들이 회장을 직접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개정안은 이를 선거인단이 회장을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이었다.
3. 정관상 의사정족수
대한의사협회 정관 제19조 제3항은 정관 변경에 필요한 의사정족수를 재적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으로 정하고 있었다.
당시 재적대의원은 총 243명이었다. 따라서 정관 개정안을 의결하려면 적어도 162명이 출석해야 했다.
162명은 재적대의원 243명의 정확히 3분의 2에 해당한다.
4. 개정안의 표결 결과
총회에서는 재적대의원 243명 중 162명이 출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출석대의원 중 128명이 정관 개정안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되어, 회장 선출방식을 직접선거에서 간접선거로 변경하는 개정안이 가결된 것으로 처리되었다.
5. 결의 무효소송
원고들은 실제로 162명의 대의원이 출석했는지가 확인되지 않으므로 정관이 요구하는 의사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총회 의장이 출석대의원 개개인의 성명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고, 진행위원들이 출석자 수를 확인하여 보고하는 방식으로 정족수를 확인했으므로 실제 출석자 명단을 확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들은 이러한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회장 선출방식을 변경한 정관 개정결의의 무효 확인을 청구하였다.
6. 총회 속기록
대한의사협회는 총회의 진행과정을 기록한 속기록을 증거로 제출하였다.
속기록에는 다음 사항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 정관 개정안의 제안 경위
- 개정안에 관한 대의원들의 토론
- 표결 실시 과정
- 표결 당시 출석대의원의 수를 확인하는 과정
- 의사정족수 162명의 충족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
- 개정안의 찬성·반대 및 표결 결과
원심은 이러한 속기록이 제출되었음에도 그 기재만으로 실제 162명이 출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핵심쟁점
첫째, 총회 의사록이나 속기록에 의사 진행과 정족수 확인 과정이 기재된 경우 그 기재에 어느 정도의 증명력을 인정해야 하는지가 문제되었다.
둘째, 의사록이나 속기록이 사실과 다르거나 편집·왜곡되었다는 점을 누가 주장·증명해야 하는지가 문제되었다.
셋째, 사단법인 총회에서 표결할 때 의장이 참석자 개개인의 성명을 특정하고 확인해야 하는지가 문제되었다.
넷째, 출석자의 성명별 명단을 확정하지 않고 진행위원들이 출석자 수를 확인한 방식만으로도 의사정족수 충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의 구분
의사정족수는 총회가 안건을 심의하고 결의할 수 있도록 회의를 성립시키는 데 필요한 최소 출석자 수를 말한다.
의결정족수는 성립된 총회에서 특정 안건을 가결하는 데 필요한 찬성자 수를 말한다.
이 사건에서 직접 다투어진 것은 정관 개정안의 찬성표 수보다도 재적대의원 243명 중 3분의 2인 162명이 실제 출석했는지, 즉 의사정족수 충족 여부였다.
의사록 등의 증명력
1. 총회 진행자료가 제출된 경우
사단법인 총회결의의 정족수 또는 절차상 하자가 다투어지는 경우 법인 측은 다음과 같은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 총회 의사록
- 총회 속기록
- 총회 녹음자료
- 총회 녹화자료
- 녹음·녹화자료를 기초로 작성된 녹취서
- 출석자 명부와 표결 집계자료
이러한 자료에 의사의 경과·요령·결과와 정족수 확인 과정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그 기재에 따라 절차적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2. 의사록의 증명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의사록이나 속기록이 제출되었다고 해서 그 내용이 무조건 진실한 것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면 의사록의 증명력은 배척될 수 있다.
- 실제 개최되지 않은 총회의 의사록이 사후 작성된 경우
- 참석자 수나 찬성자 수가 허위로 기재된 경우
-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복수의 의사록이 존재하는 경우
- 출석자 명부가 다른 회의의 명부를 전용하여 작성된 경우
- 녹음·녹화자료가 일부 삭제되거나 부당하게 편집된 경우
- 속기록의 내용이 원본 녹음자료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
- 의사록 작성자나 회의 진행자의 진술이 객관적 자료와 현저히 모순되는 경우
3. 증명책임은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측에 있다
법인이 구체적인 의사록·속기록 또는 녹음·녹화자료를 제출하면, 그 자료가 허위로 작성되었거나 편집·왜곡되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특별한 사정은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사람이 주장·증명해야 한다.
단순히 실제 참석자 전원의 명단이 확인되지 않는다거나 의사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추상적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의사록의 증명력을 배척할 수 없다.
사단법인 총회의 표결방법
1. 법령상 특별한 제한이 없다
민법상 사단법인 총회의 표결과 집계방법에 관하여 법률은 구체적인 방식을 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정관에 별도의 규정이 없다면 총회는 안건의 성질과 회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2. 허용되는 표결방법
총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표결 결과를 집계할 수 있다.
- 거수
- 기립
- 무기명 또는 기명 투표
- 전자투표
- 기타 찬성·반대·기권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
3. 개별 참석자의 성명까지 특정할 필요는 없다
정관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개별 안건마다 표결에 참여한 사원의 성명을 일일이 특정할 필요는 없다.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치면 충분하다.
- 표결 당시 참석자의 총수를 확인한다.
- 찬성·반대·기권의 의사를 적절한 방식으로 표시하도록 한다.
- 각 의사표시의 수를 집계한다.
- 그 결과를 의사록에 기재한다.
출석자의 성명을 개별적으로 호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표결이나 결의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정관 개정결의가 유효하려면 피고 협회가 재적대의원 243명의 3분의 2 이상인 162명이 실제 출석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보았다.
총회 당시 의장은 대의원들의 성명을 개별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진행위원들을 통해 출석자 수만 확인하였다.
원심은 이 때문에 출석대의원들의 명단을 확정할 수 없고, 협회가 제출한 속기록 등의 자료만으로는 162명의 출석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정관상 의사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장 선출방식을 변경한 결의를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1. 구체적인 속기록의 증명력을 배척한 것은 잘못이다
대법원은 총회 속기록에 개정안의 제안·토론·표결 과정과 의사정족수 162명을 확인하는 과정이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고 보았다.
반면 원고들은 속기록이 허위로 작성되었거나 부당하게 편집·왜곡되었다는 특별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원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속기록의 기재에 따라 의사정족수 충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속기록만으로는 162명의 출석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의사록의 증명력과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위반한 것이었다.
2. 출석자의 성명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효가 되지 않는다
대한의사협회 정관에는 총회 표결이나 출석자 수 집계방법을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없었다.
따라서 의장이 대의원들의 성명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진행위원을 통하여 출석자의 수를 확인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표결과 집계방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개별 참석자의 성명보다 표결 당시 참석자의 수와 찬성·반대·기권의 수가 적절한 방법으로 확인·집계되었는지가 중요하다.
3. 원심의 채증법칙 위반
대법원은 원심이 총회 속기록의 구체적 기재를 합리적 근거 없이 배척하고 정족수 충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채증법칙 위반이라고 보았다.
또한 출석대의원들의 성명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결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본 것은 사단법인 총회의 표결 및 집계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정관 개정결의가 최종적으로 유효하다고 직접 확정한 것이 아니라, 총회 속기록의 증명력을 배척하고 결의를 무효로 판단한 원심의 심리·판단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보아 다시 심리하도록 한 것이다.
환송심에서는 총회 속기록의 기재를 기본적인 판단자료로 삼되, 원고들이 그 기록의 증명력을 부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증명했는지를 심리하여 의사정족수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사단법인 총회의 정족수와 절차적 하자를 둘러싼 분쟁에서 의사록·속기록·녹음·녹화자료의 증명력과 증명책임을 구체화하였다.
법인이 총회 진행과 정족수 확인 과정이 구체적으로 기록된 의사록 등을 제출하였다면, 결의 무효를 주장하는 측은 단순한 의혹 제기를 넘어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 의사록의 허위 작성
- 참석자 또는 표결 수의 허위 기재
- 녹음·녹화자료의 부당한 편집
- 실제 회의 진행과 기록 내용의 불일치
- 의사록의 증명력을 배척할 수 있는 기타 객관적 사정
또한 정관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출석자 개개인의 성명을 매 안건마다 특정하지 않고 출석자 수와 찬성·반대·기권의 수를 적절한 방법으로 집계하는 것도 허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