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0다219577 판결
1. 판결의 쟁점
주주들은 합작투자계약이나 주주간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사의 수, 각 주주의 이사 지명권,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의결권 행사방법 등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러한 주주간 합의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지, 주주가 합의에 위반하여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 그에 따라 성립한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까지 부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약정을 위반한 주주에게 특정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지에 있었다.
2. 기본적인 사실관계
원고와 피고는 회사의 설립·운영에 관한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사회를 4명의 이사로 구성하고, 원고와 피고가 각각 2명의 이사를 지정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 3명을 추가로 선임하는 안건에 찬성하였다. 이에 따라 회사의 이사는 총 7명이 되었고, 원고와 피고가 각각 2명씩 이사를 지정하기로 한 당초의 이사회 구성 원칙이 깨지게 되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주주간 합의에 부합하도록 피고 측이 추천하여 선임된 이사 5명 중 3명을 해임하는 안건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청구하였다.
3. 주주간 합의는 주주 사이에서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대법원은 주주 사이에 체결된 의결권구속약정, 즉 주주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일정한 방향으로 제한하는 약정은 그 내용이나 목적이 강행규정 또는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주주간 합의는 단순한 신사협정이나 도덕적 약속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합의 당사자인 주주들은 그 계약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사의 수와 각 주주의 이사 지명권을 정한 합작투자계약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약정이 회사의 기관구성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고,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통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라면 의결권구속약정으로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4. 주주간 합의는 회사의 단체법적 질서를 직접 변경하지 못한다
주주간 합의가 주주 사이에서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이 회사에 그대로 미치는 것은 아니다.
주주간 합의는 계약 당사자인 주주 사이에서 채권적 효력을 가질 뿐, 주주권의 내용이나 회사의 기관구성 등 회사의 단체법적 질서를 직접 변경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어느 주주가 합의에 위반하여 의결권을 행사하였더라도 그 의결권 행사가 회사법상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의결권 행사에 따라 주주총회 결의가 성립하였다면, 다른 주주는 주주간 합의 위반만을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
다만 주주간 합의 위반과 별도로 주주총회의 소집절차, 결의방법 또는 결의내용에 상법상 독립된 하자가 있다면 결의취소·무효 또는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부정되는 것은 주주간 합의 위반 그 자체만을 이유로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다.
5. 위반한 주주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를 청구할 수 있다
주주간 합의가 회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 그 구속력이 약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약정의 상대방이 위반한 주주를 상대로 계약에 근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에는 손해배상청구뿐만 아니라 약정 내용에 따른 구체적인 의결권 행사청구도 포함된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추가 이사 3명을 선임하는 안건에 찬성하여 약정된 이사회 구성을 깨뜨렸다.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피고 측이 추천하여 선임된 이사 5명 중 3명을 해임하는 안건에 찬성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이미 합의 위반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도 위반한 주주가 그 결과를 주주간 합의에 부합하도록 시정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한다는 의미이다.
6. 단순한 손해배상을 넘어 원상회복적 이행청구가 가능하다
이 판결의 중요한 의미는 주주간 합의 위반에 대한 구제수단을 손해배상에 한정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주주간 합의에 반하는 의결권 행사로 회사의 기관구성이 변경되었다면, 상대방 주주는 위반 주주에게 당초 합의한 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를 청구할 수 있다.
즉, 장래에 합의 내용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청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발생한 위반 결과를 제거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도 청구할 수 있다.
주주간 합의 위반으로 인한 손해는 구체적인 금액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손해배상만으로는 충분한 구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대법원이 약정에 부합하는 내용의 의결권 행사를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주주간 합의의 실효성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7. 의결권 행사의무에 대한 간접강제도 가능하다
의결권 행사의무는 해당 주주가 직접 이행해야 하는 부대체적 작위의무이다. 다른 사람이 주주를 대신하여 동일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의결권 행사의무에 대하여 민사집행법상 간접강제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법원은 피고가 의결권 행사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의무 이행을 완료할 때까지 1일 10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명하였다.
간접강제는 채무자에게 금전적 제재를 예고하여 채무자가 스스로 의무를 이행하도록 압박하는 집행방법이다. 이 판결은 주주간 합의에 따른 의결권 행사의무가 단순한 선언적 의무가 아니라, 판결과 간접강제를 통하여 현실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의무임을 확인하였다.
8.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주주간 합의의 회사법적 효력과 계약법적 효력을 명확히 구분하였다.
주주간 합의는 회사의 단체법적 질서를 직접 변경하지 못한다. 따라서 합의에 위반한 의결권 행사나 그에 따라 성립한 주주총회 결의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 주주는 주주간 합의 위반만을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결의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
그러나 합의 당사자인 주주 사이에서는 주주간 합의가 유효한 계약으로서 강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약정을 위반한 주주에게는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합의 내용에 따른 의결권 행사 및 이미 발생한 위반 결과를 시정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의결권 행사의무에 대해서는 간접강제도 가능하다.
결국 이 판결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주주간 합의는 회사나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단체법적 효력을 갖지는 않지만, 합의 당사자인 주주 사이에서는 유효한 계약으로서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이를 위반한 경우 상대방 주주는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약정에 따른 의결권 행사와 위반 결과의 시정을 청구할 수 있고, 그 의무는 간접강제를 통하여 집행할 수 있다.
주주간 합의의 법적 구속력과 의결권구속약정의 효력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