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한 없는 운송주선인이 발행한 스위치 선하증권의 효력

핵심 결론 중계무역업자의 요청만으로 운송인이 아닌 자가 발행한 스위치 선하증권은 무효이고, 선의취득자에게도 운송인 또는 발행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8다249018, 2006다47585

판결번호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18다249018 판결〔구상금〕

관련 판례

관련 법령

사실관계

1. 중계무역계약의 구조

코오롱글로벌은 중국의 후앙시 써니 싱예 스트립으로부터 강판 코일 21개, 총중량 153,775㎏을 ‘CFR LO 태국 방콕항’ 조건으로 매수하였다.
CFR은 매도인이 목적항까지의 운임을 부담하는 조건이고, LO(Liner Out)는 양륙비가 운임에 포함되는 조건이다. 따라서 중국 수출자인 후앙시가 방콕항까지의 해상운송을 주선하고 운임을 부담하였다.
코오롱글로벌은 위 화물을 태국의 코트코 메탈 워크스에 ‘CIF LO 태국 방콕항’ 조건으로 다시 매도하였다. 이에 따라 코오롱글로벌은 코트코에 대하여 운송계약 체결 및 적하보험 부보 의무를 부담하였다.

2. 원선하증권의 발행

후앙시는 실제 운송인인 하이슌 오버시스 코퍼레이션에 운송을 의뢰하였다. 하이슌은 화물을 선적한 후 다음 내용의 제1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 송하인: 후앙시
  • 수하인: 우리은행의 지시인
  • 통지처: 코오롱글로벌
  • 선적항: 중국 상하이항
  • 양륙항: 태국 방콕항
제1선하증권은 실제 운송계약을 인수한 하이슌이 화물을 선적한 후 발행한 원선하증권이었다.

3. 스위치 선하증권 발행 의뢰

태국 매수인 코트코는 크룽 타이 뱅크에 신용장 개설을 의뢰하였다. 코오롱글로벌은 태국 은행으로부터 수출대금을 추심하고 코트코가 화물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이미 회수한 제1선하증권을 대체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코오롱글로벌은 평소 거래관계가 있던 피고 올스타지엘에스에 스위치 선하증권 발행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2015. 5. 28. 다음 내용의 제2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 송하인: 후앙시
  • 수하인: 크룽 타이 뱅크의 지시인
  • 통지처: 코트코
  • 발행인 표시: 피고가 ‘운송인으로서(Acting as Carrier)’ 서명·날인
  • 화물 인도 연락처: 피고의 태국 방콕 소재 협력업체
피고의 태국 협력업체는 피고의 지시에 따라 화물인도지시서(D/O)를 발행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통상 단순히 신용장대금 회수를 위한 선하증권 서류 작업에는 미화 100달러가 지급되었으나, 피고는 이 사건 제2선하증권 발행과 관련하여 코오롱글로벌로부터 미화 240달러를 받았다.
다만 피고는 코오롱글로벌과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화물을 직접 수령하거나 선적하지도 않았다. 원선하증권 발행인인 하이슌으로부터 스위치 선하증권 발행 권한을 위임받은 사실도 없었다.

4. 화물의 운송과 녹손 발생

화물은 2015. 5. 28. 중국 상하이항에서 선적되어 2015. 6. 8. 태국 방콕항 4번 부두에 하역되었다.
화물은 방콕항에서 8일 동안 보관된 후 2015. 6. 16. 코트코 공장으로 운송되었다. 포장을 개봉한 결과 강판 코일 21개 중 18개에서 침수로 인한 녹손이 발견되었고, 코트코는 손상되지 않은 코일 3개만 정상 물품으로 인수하였다.
원심은 화물이 방콕항에 하역된 후 태국 항만당국이 관리하는 보관창고에 인도되기 전에 이미 다음과 같은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 포장이 찌그러진 상태
  • 포장 가장자리에 구멍이 난 상태
  • 내부에 긁힘이 발생한 상태
원심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침수·녹손이 태국 항만당국의 보관 단계가 아니라 운송인의 운송책임 구간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다만 대법원은 검정 결과를 토대로 화물이 방콕항에 임시 보관되던 중 비에 젖어 침수·녹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사실관계를 정리하였다. 결국 손상 시점보다 선행 쟁점인 ‘피고가 운송인에 해당하는지’가 대법원 판단의 핵심이 되었다.

5. 적하보험금 지급과 구상금 청구

코오롱글로벌은 현대해상화재보험과 이 사건 화물의 운송 중 위험을 담보하는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코트코가 녹손된 코일 18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현대해상은 검정인을 통해 화물 손상 원인을 조사하였다. 현대해상은 잔존물 매각대금을 공제한 손해보험금 38,929,300원을 2015. 10. 6. 코트코에 지급하였다.
현대해상은 상법 제682조에 따라 코트코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취득했다고 주장하면서, 제2선하증권을 발행한 피고에게 보험금 상당의 구상금 38,929,300원을 청구하였다.
법적 쟁점
  1. 스위치 선하증권을 발행한 피고가 새롭게 운송을 인수한 운송인인지
  2. 원선하증권을 보유하거나 회수한 것만으로 화물의 점유가 이전되는지
  3. 원운송인의 위임 없이 발행된 스위치 선하증권이 유효한지
  4. 무효인 스위치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자에게 발행인이 문언상 책임을 부담하는지

제1심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6. 14. 선고 2016가단5103647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다.
제1심은 피고가 코오롱글로벌의 요청에 따라 선하증권 발행을 위한 서류 작업을 하고 수수료를 받았을 뿐 실제 운송을 인수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를 운송인이나 운송주선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6. 21. 선고 2017나41605 판결은 제1심과 달리 피고의 운송인 책임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피고가 제2선하증권을 발행함으로써 화물운송을 인수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 피고가 코오롱글로벌의 중계무역 구조와 스위치 선하증권 발행 필요성을 알고 있었다.
  • 피고가 제2선하증권에 ‘Acting as Carrier’라고 표시하고 서명·날인하였다.
  • 피고가 태국 소재 협력업체를 화물 인도 연락처로 지정하였다.
  • 위 협력업체가 피고의 지시에 따라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한 것으로 보였다.
  • 통상적인 서류 작업비 100달러보다 많은 240달러를 받았다.
원심은 설령 피고가 실제 운송인이 아니더라도 제2선하증권을 발행한 이상, 상법 제854조 제2항에 따라 이를 선의로 취득한 코트코에 선하증권 기재대로 운송인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에게 보험금 상당액 38,929,300원과 2015. 10. 7.부터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하였다.

대법원의 법리

스위치 선하증권도 유효한 선하증권이 되려면 일반 선하증권과 동일하게 운송물을 실제로 수령하거나 선적한 자가 발행해야 한다.
따라서 발행권자는 원칙적으로 다음 사람으로 제한된다.
  • 운송계약의 당사자로서 원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
  • 선박소유자
  •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 교부 권한을 위임받은 선박대리점
  • 운송인으로부터 발행 권한을 위임받은 운송주선인
아무런 원인관계 없이 원선하증권을 교부받거나 회수했다는 사실만으로 화물의 점유가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원선하증권을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운송을 새로 인수하거나 스위치 선하증권을 발행할 권한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또한 발행요건을 갖추지 못한 스위치 선하증권은 무효이므로, 운송인이 아닌 발행인은 이를 선의로 취득한 사람에게도 선하증권의 문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대법원의 판단

피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적법한 운송인이나 스위치 선하증권 발행권자가 아니었다.
  • 코오롱글로벌과 운송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 화물을 실제로 수령하거나 선적하지 않았다.
  • 원운송인 하이슌으로부터 발행 권한을 위임받지 않았다.
  • 원선하증권을 교부받은 것 외에 운송을 인수했다고 볼 원인관계가 없었다.
피고가 제2선하증권에 ‘Acting as Carrier’라고 표시하고 태국 협력업체를 지정하거나 240달러를 받은 사정만으로 실제 운송계약이나 발행 권한의 흠결이 보완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제2선하증권은 무효이고, 피고는 화물 손상에 대해 운송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무효인 선하증권을 코트코가 선의로 취득하였더라도 피고에게 문언상 발행인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하였다.
이 판결은 스위치 선하증권에 ‘운송인’이라고 표시되어 있거나 발행인이 해외 협력업체를 통해 화물 인도에 관여했더라도, 실제 운송계약 또는 원운송인의 권한 위임이 없다면 적법한 선하증권 발행이나 운송인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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