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특수관계인의 회생절차와 업무무관 가지급금의 익금산입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6두30419 판결


1. 문제의 소재

법인이 대표이사나 주주 등 특수관계인에게 업무와 무관하게 자금을 대여하고 이를 장기간 회수하지 않는 경우, 세법은 일정한 요건 아래 법인이 그 채권을 사실상 포기하거나 채무를 면제한 것으로 보아 미회수 가지급금과 그 이자를 법인의 익금에 산입하고 귀속자에게 상여 등으로 소득처분합니다.

그런데 가지급금 채무자인 특수관계인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회생절차 밖에서 개별적으로 채권을 행사하거나 변제받는 것이 금지됩니다. 이 경우 법인이 가지급금을 회수하지 못한 데에 세법상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또한 법인이 가지급금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않아 회생계획인가에 따라 채무자의 책임이 면제된 경우, 그 면책으로 가지급금 채권이 소멸하여 익금산입이나 상여처분의 전제가 사라지는지도 쟁점이 됩니다.

대법원 2026두30419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회생절차 밖에서 개별적인 권리행사가 금지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가지급금 미회수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회생계획인가로 채무자의 책임이 면제되더라도 채무 자체는 존속하므로, 그 면책은 미회수 가지급금의 익금산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 사실관계

이 사건 법인은 2012년 대표자인 원고에게 업무무관 가지급금을 제공하였습니다.

이후 원고에 대해서는 2015년 7월 14일 회생절차가 개시되었고, 그 회생절차는 2017년 9월 19일 종결되었습니다.

이 사건 법인 역시 그보다 앞선 2015년 6월 8일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법인에 대한 회생절차는 2016년 3월 9일 회생계획인가 전에 폐지되었고, 법인은 같은 달 25일 파산선고를 받았습니다. 이후 파산절차도 2019년 1월 31일 폐지되었습니다.

과세관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법인이 대표자인 원고에게 제공한 업무무관 가지급금을 확인하였습니다. 과세관청은 먼저 가지급금 인정이자에 관하여 법인에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한 다음 원고에게 2015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부과하였습니다.

또한 법인의 파산선고로 법인과 원고 사이의 특수관계가 소멸하였는데도 가지급금이 회수되지 않았다고 보아, 미회수 가지급금 잔액을 원고에 대한 상여로 소득처분하고 2016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부과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법인은 대표자인 원고의 회생절차에서 가지급금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자신의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법인이 개별적으로 채권을 행사할 수 없었고, 회생계획인가에 따라 가지급금 채무에 관한 책임도 면제되었으므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업무무관 가지급금 미회수에 관한 세법의 취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9호의2는 법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특수관계가 소멸하는 날까지 업무무관 가지급금과 그 이자를 회수하지 않은 경우, 그 미회수 금액을 법인의 익금에 산입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업무무관 가지급금의 이자를 발생한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1년이 되는 날까지 회수하지 않은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그 이자를 익금에 산입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규정은 법인이 특수관계인에 대한 채권을 정당한 사유 없이 회수하지 않는 경우, 법인이 실질적으로 그 채권을 포기하거나 채무를 면제하여 해당 금액이 특수관계인에게 사외유출된 것으로 보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익금에 산입된 금액은 구 법인세법 제67조에 따라 그 실제 귀속자에게 상여·배당·기타사외유출 또는 사내유보 등으로 소득처분됩니다. 대표이사에게 제공된 가지급금이 회수되지 않았다면 대표자에 대한 상여로 처분되어 대표자의 종합소득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가지급금 미회수의 ‘정당한 사유’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6조의2는 가지급금을 회수하지 않은 데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채권·채무에 관한 쟁송으로 채권회수가 불가능한 경우, 특수관계인이 채권액에 상당하는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였거나 강제집행을 통해 책임재산을 확보한 경우, 해당 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 채무를 보유한 경우 및 이에 준하여 회수하지 않은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예외는 법인이 채권을 실제로 회수하려고 하였음에도 쟁송이나 이에 준하는 사정으로 객관적으로 회수할 수 없었거나, 담보 또는 책임재산을 충분히 확보하여 회수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적용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채무자의 자금사정이 어렵거나 변제를 요구하기 곤란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인이 채권을 실제로 관리하고 회수하려고 노력하였지만 객관적인 장애로 회수하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정당한 사유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납세의무자에게 있습니다.

5. 회생절차 개시만으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가

대법원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가지급금 미회수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회생절차 밖에서 회생채권을 개별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그러나 채권자는 회생절차에 참가하여 회생채권을 신고하고,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를 받는 방법으로 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별적인 소송이나 강제집행이 금지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채권이 객관적으로 회수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채권자인 법인이 회생채권을 신고하지 않거나 회생절차에서 아무런 권리행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는 회생절차 때문에 채권을 회수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법인이 스스로 회수절차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6. 정당한 사유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

대법원은 특수관계인에게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가지급금을 회수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다음과 같은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먼저 법인이 회생절차 개시 전부터 가지급금 채권을 계속 관리하고 변제를 요구하는 등 진지한 회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법인이 회생채권자로서 적법하게 채권신고를 하고 권리를 행사했는지가 중요합니다.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 가능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채권조사확정재판 등 채권확정을 위한 절차를 밟았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법인이 담보나 보증 등 책임재산을 확보했는지, 특수관계인에 대한 채무와 상계할 가능성이 있었는지도 판단 요소가 됩니다.

나아가 법인과 특수관계인 사이에 가지급금 채권을 사실상 포기하거나 면제한 것으로 볼 만한 행위나 의사표시가 있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결국 회생절차 개시라는 외형적 사정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이 회생절차 전후에 채권회수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하였는지를 중심으로 정당한 사유를 판단해야 합니다.

7. 이 사건에서 정당한 사유가 부정된 이유

이 사건 법인은 대표자인 원고의 회생절차에서 가지급금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회생절차 밖에서 개별적인 변제를 받을 수 없었지만, 법인이 회생채권을 신고하고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받는 것까지 금지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법인이 회생절차에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이상, 가지급금을 실제로 회수하려고 하였음에도 객관적인 사유로 회수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웠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가지급금과 그 인정이자를 회수하지 않은 데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습니다.

8. 회생계획인가에 따른 면책과 채무의 존속

회생절차 개시 전에 발생한 가지급금 채권은 회생채권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그 채권이 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않고 채권자가 별도로 신고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회생계획인가결정이 이루어지면, 채무자는 채무자회생법 제251조 본문에 따라 그 채권에 관한 책임을 면하게 됩니다.

그러나 회생계획인가에 따른 면책은 채권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이행을 강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일 뿐, 채무 자체는 존속합니다.

이는 회생계획인가에 따른 면책이 채무의 존재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책임만을 면제하는 이른바 자연채무적 상태를 형성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인이 가지급금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않아 원고가 그 책임을 면하게 되었더라도, 가지급금 채권 자체가 소멸한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9. 면책이 가지급금 익금산입에 미치는 영향

미회수 업무무관 가지급금의 익금산입 규정은 법인에게 특수관계인에 대한 가지급금 채권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회생계획인가로 채무자의 책임이 면제되었더라도 그 채권 자체가 여전히 존속하는 이상, 가지급금 익금산입의 법적 전제는 유지됩니다.

따라서 회생계획인가에 따른 면책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9호의2에 따른 익금산입이나 그에 기초한 상여처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법인이 회생채권을 신고하지 않아 채권의 강제적 회수 가능성을 상실했다는 사정은 법인이 채권회수를 진지하게 추진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채권을 포기한 것으로 평가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가지급금 채권이 회생절차에서 면책되었더라도 채권 자체는 소멸하지 않았으므로, 미회수 가지급금의 익금산입과 대표자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는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0. 법인의 회생절차와 대표자에 대한 상여처분

이 사건에서는 가지급금 채무자인 대표자뿐 아니라 채권자인 법인도 회생절차를 거쳐 파산선고를 받았습니다.

법인이 파산선고를 받으면 법인과 대표자 사이의 특수관계가 소멸할 수 있습니다. 특수관계가 소멸하는 날까지 업무무관 가지급금을 회수하지 않았고 정당한 사유도 없다면, 미회수 잔액은 법인의 익금에 산입되고 대표자에게 상여로 소득처분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인이 회생이나 파산절차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대표자 가지급금에 대한 세무상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생·파산절차에서는 법인의 대표자에 대한 가지급금 채권도 법인의 자산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은 이를 확인하여 대표자 회생절차에 채권을 신고하거나 담보·상계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회수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11. 실무상 시사점

이 판결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업무무관 가지급금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법인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단순히 회생절차 개시 사실만으로 세무상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법인은 회생절차 개시 전부터 가지급금의 발생 원인과 잔액을 장부에 명확히 반영하고, 변제기 도래 후 변제요구와 독촉 등 회수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특수관계인에게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반드시 회생채권자목록의 기재 여부를 확인하고, 누락된 경우 법정기간 안에 회생채권을 신고해야 합니다.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 가능성, 담보권 행사, 보증채무 및 상계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단순히 “회생절차 때문에 회수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미회수의 정당한 사유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특히 회생채권을 신고하지 않아 채무자가 면책된 경우에는 채무자의 재무상태 때문이 아니라 채권자인 법인의 권리행사 소홀로 회수 가능성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미회수 가지급금과 인정이자가 법인의 익금에 산입되고 대표자에게 상여로 소득처분되어 상당한 소득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12.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업무무관 가지급금 미회수의 정당한 사유를 회생절차 개시 여부만으로 형식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법인이 실제로 채권을 관리하고 회수하기 위하여 취한 조치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또한 회생계획인가에 따른 면책은 채무자의 책임을 면제할 뿐 채무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가지급금 채권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세법상 익금산입과 소득처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회생절차 밖에서 개별적인 권리행사가 금지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무관 가지급금 미회수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인이 회생채권을 신고하고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실질적인 회수 노력을 하였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한 회생계획인가로 채무자의 책임이 면제되더라도 채무 자체는 존속하므로, 그 면책만으로 미회수 가지급금의 익금산입과 대표자에 대한 상여처분을 피할 수 없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