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2다224986 판결
1. 사건의 개요
투자자들은 회사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하면서 회사 및 대주주 겸 대표이사와 투자계약을 체결하였다.
투자계약에는 투자자의 서면동의 없이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신청되거나 개시되는 경우, 회사와 대주주가 연대하여 투자자에게 다음 금액을 위약벌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주식 1주당 취득가격
위 취득가격에 발행일부터 상환일까지 연복리 10%를 적용한 금액
그 후 다른 주주의 신청으로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자 투자자들은 회사가 아니라 대주주 개인을 상대로 약정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회사의 금전지급 약정이 주주평등원칙에 위반하여 무효이고, 대주주의 책임은 회사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채무에 불과하므로 주채무가 무효인 이상 보증채무도 부종성에 따라 소멸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주주 개인의 채무가 단순한 연대보증채무인지, 회사 채무와 별개인 독립된 연대채무인지 충분히 심리해야 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주주평등원칙의 기본적 의미
주주평등원칙이란 주주가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회사가 특별한 근거 없이 일부 주주에게만 다른 주주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나 경제적 이익을 부여하기로 약정하였다면, 그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다만 대법원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 언제나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이 판결은 종전 판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외적으로 차등취급을 허용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3. 주주에 대한 차등취급의 허용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
대법원은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것이 허용되는지를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첫째,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권리의 성격을 살펴야 한다.
둘째, 회사가 차등적 취급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그러한 차등취급이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했는지, 필요했다면 그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넷째, 차등취급이 상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를 둔 것인지, 반대로 강행법규에 저촉되거나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있는 주주의 본질적 지위를 부정하는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다섯째, 일부 주주에게 경영 참여 또는 감독에 관한 특별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 회사기관의 의사결정 권한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여섯째, 차등취급으로 인하여 다른 주주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살펴야 한다.
일곱째, 차등취급의 대상이 개별 주주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이라면 불이익을 받는 주주들이 이에 동의했는지와 그 전반적인 동의율도 고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상장 여부, 사업목적, 지배구조, 사업 현황 및 재무상태 등 구체적인 회사 사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취급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중심으로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4. 투자원금의 절대적 회수 보장은 원칙적으로 무효
이 사건 투자계약은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는지와 관계없이, 다른 신청권자의 신청으로 회생절차가 개시되기만 하면 회사가 특정 투자자에게 주식인수대금 전액과 연복리 10%의 가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였다.
대법원은 이 약정이 실질적으로 특정 투자자에게 다음과 같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투자성과와 관계없이 주식인수대금 전액을 회수할 권리
배당가능이익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재산으로 출자를 환급받을 권리
다른 주주에게 인정되지 않는 연복리 10%의 별도 수익을 받을 권리
이는 특정 투자자를 주식투자에 따른 손실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그 투자자에게만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그 결과 투자자는 회사가 성공하면 주주로서 수익을 누리면서도 회사가 실패하면 회사로부터 투자원금과 수익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손익과 위험을 부담하는 주주의 본질적 지위와 양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법원은 회사가 부담하는 위 금전지급 약정은 주주평등원칙뿐만 아니라 자본충실의 원칙 및 배당가능이익의 범위를 제한하는 상법 규정에도 반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5. 다른 주주 전원이 동의해도 유효하게 되지 않는 경우
이 판결은 주주 전원의 동의가 차등취급을 언제나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차등취급의 대상이 개별 주주가 처분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한 것이라면 다른 주주의 동의가 그 효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주주에게 회사재산으로 투자원금을 절대적으로 회수하게 하는 약정은 단순히 주주 상호 간의 이해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자본적 기초를 약화시키고 회사채권자의 이익에도 영향을 미치며, 배당·자본감소·자기주식 취득 등 강행적인 상법 규율을 우회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약정은 다른 주주 전원이 동의하더라도 무효이다.
배당가능이익과 관계없는 출자금의 사실상 반환
특정 주주에게만 보장되는 투자원금의 절대적 회수
법정 배당 외에 회사가 지급하는 확정수익
주주가 부담해야 할 투자위험을 회사에 전가하는 약정
즉, 주주 전원의 동의는 개별 주주의 이익에 관한 차등취급을 정당화할 수는 있지만, 자본충실이나 채권자 보호와 같이 회사법 질서가 보호하는 이익까지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 주주평등원칙은 ‘회사와 주주’의 관계에 적용된다
이 판결의 또 다른 핵심은 주주평등원칙의 인적 적용 범위를 명확히 구분한 데 있다.
주주평등원칙은 기본적으로 회사와 주주의 법률관계에 적용된다. 따라서 주주와 다른 주주 또는 주주와 이사 개인 사이의 계약관계에는 주주평등원칙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투자자는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회사와 투자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주주나 대표이사 개인에게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담시킬 수 있다.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할 의무
투자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할 의무
회사의 의무와 별도로 부담하는 독립적인 연대채무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위약벌 지급의무
따라서 하나의 투자계약서에 회사와 대주주가 함께 당사자로 표시되어 있더라도, 회사가 부담하는 약정과 대주주 개인이 부담하는 약정은 법적으로 분리하여 판단해야 한다.
회사의 약정이 주주평등원칙 위반으로 무효라고 하여 대주주 개인의 약정까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7. 대주주의 책임은 연대보증인가, 독립된 연대채무인가
대주주의 책임이 회사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이라면 주채무가 무효인 경우 보증채무도 부종성에 따라 효력을 잃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 대주주가 회사와 별도로 동일한 내용의 독립된 채무를 부담하기로 하였다면 회사의 채무가 무효이더라도 대주주 개인의 채무는 유효하게 존속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대주주의 채무가 독립된 연대채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계약서에는 회사와 대주주가 “연대하여”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대주주가 회사 채무를 “연대보증한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둘째, 같은 투자계약의 다른 조항에서는 대주주가 제3자의 주식매수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이를 “연대보증한다”고 명확하게 표현하였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들은 연대채무와 연대보증을 구별하여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셋째, 대주주를 투자계약 당사자로 포함한 목적은 회사의 자력 부족에 대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약정이 주주평등원칙이나 자본충실의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가 되더라도 대주주 개인에게 책임을 부담시키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넷째, 대주주가 직접 투자자의 동의 없이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계약을 위반하였다면, 대주주 자신의 계약 위반을 이유로 독립된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책임을 회사 채무에 종속된 보증채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이 대주주의 책임을 별다른 심리 없이 연대보증채무로 단정한 것은 계약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8. 판결의 핵심적 의의
이 판결은 주주평등원칙에 관한 다음의 세 가지 법리를 체계화하였다.
첫째, 모든 차등취급이 당연히 무효인 것은 아니다. 법률상 근거가 있거나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일부 주주에 대한 우월적 권리 부여도 허용될 수 있다.
둘째, 투자원금과 확정수익을 회사가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약정은 그 한계를 넘는다. 이러한 약정은 주주의 본질적인 투자위험을 제거하고 회사재산을 이용하여 출자를 사실상 환급하는 것이므로 다른 주주 전원이 동의하더라도 무효이다.
셋째, 회사의 약정과 대주주 개인의 약정은 구별해야 한다. 회사의 약정이 주주평등원칙 위반으로 무효이더라도 대주주가 독립된 채무를 부담하기로 했다면 그 개인책임은 유효할 수 있다.
9. 투자계약 실무에 주는 시사점
투자자 보호조항을 설계할 때에는 회사가 직접 투자원금이나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은 피할 필요가 있다. 명칭을 위약벌, 손해배상금 또는 상환금으로 정하더라도 경제적 실질이 투자원금의 무조건적인 반환이라면 주주평등원칙과 자본충실의 원칙 위반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
반면 대주주 개인이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하거나 일정한 조건 아래 독립적인 금전채무를 부담하는 약정은 주주평등원칙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만 계약서에는 그 책임이 회사 채무에 부종하는 보증채무인지, 회사 채무의 효력과 무관한 독립된 채무인지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다음 사항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주주 개인의 채무가 회사 채무와 독립된 채무라는 점
회사에 대한 약정이 무효가 되더라도 개인의 채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
연대보증이 아니라 독립된 연대채무 또는 주식매수의무라는 점
책임 발생의 구체적인 요건과 대주주 자신의 의무 위반 내용
주식 양도와 대금 지급 사이의 동시이행관계
결국 이 판결은 투자자 보호를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 비용을 회사재산에 전가하여 특정 주주에게만 무위험 투자를 보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대주주 개인이 사적자치에 따라 독립적으로 투자위험을 부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주주평등원칙의 적용 범위와 투자계약상 대주주 개인책임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