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주총회의 사후승인에 의한 기지급 이사 보수의 반환의무 소멸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1. 판결의 핵심 결론

대전고등법원 2022. 6. 9. 선고 2021나15244 판결은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에게 지급된 보수는 지급 당시에는 상법 제388조에 위반되어 법률상 원인 없는 급부에 해당하지만, 회사가 그 무효와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주주총회 결의로 해당 보수를 구체적으로 사후승인하였다면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소멸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판결을 “사후 주주총회 결의로 종전 보수 지급이 처음부터 유효해진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법률관계는 다음과 같이 파악해야 한다.

첫째, 최초 보수 지급은 상법 제388조 위반으로 무효이다.

둘째, 이에 따라 회사에는 이사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발생한다.

셋째, 이후 주주총회가 과거 업무수행에 대한 보수를 새로 지급하기로 결의한다.

넷째, 이미 보수가 지급되어 있으므로 이를 반환받은 다음 다시 지급하는 대신, 기존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면제함으로써 보수 지급에 갈음한다.

다섯째, 그 결과 회사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소멸한다.

따라서 피고들이 보수를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처음부터 부당이득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후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이미 발생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소멸하였기 때문이다.

2. 사실관계

회사의 정관은 이사와 감사의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이사·감사인 피고들에게 주주총회의 사전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보수를 지급하였다.

제1심은 피고들에 대한 보수 지급이 상법 제388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하고, 피고들에게 기지급 보수를 회사에 반환하라고 판결하였다.

이에 회사는 제1심판결이 선고된 후인 2021. 11. 10.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다음 사항을 결의하였다.

첫째, 피고들에게 이미 지급한 각 보수를 소급하여 지급하기로 하였다.

둘째, 소급지급이 불가능한 경우 그에 상당하는 보수를 새로 지급하기로 하였다.

셋째,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각 연도별 임원 보수한도를 정하였다.

넷째, 그 한도 내에서 개별 임원에 대한 구체적인 지급액 등을 이사회에 위임하였다.

이 결의는 특별이해관계인의 주식 수를 제외한 나머지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는 주주총회 결의 없이 지급되어 무효인 이사 보수를 사후 주주총회 결의로 승인함으로써 이미 발생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소멸시킬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다.

3. 상법 제388조의 강행규정성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이사가 자신의 보수와 관련하여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폐해를 방지하고 회사·주주·회사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다.

따라서 정관에서 이사의 보수를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한 경우에는 보수의 금액·지급 시기·지급 방법 등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결의가 없다면 이사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주주총회가 보수 총액이나 한도액을 정한 다음, 그 범위에서 개별 이사별 지급액 등 구체적인 사항을 이사회에 위임하는 것은 가능하다.

반면 보수 총액이나 한도조차 정하지 않은 채 이사의 보수에 관한 사항을 이사회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4. 2017년 주주총회 결의가 유효한 보수 결의로 인정되지 않은 이유

회사는 2017. 9. 19. 임시주주총회에서도 임원 보수 등에 관한 안건을 승인한 사실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그 결의를 상법 제388조에 따른 적법하고 유효한 보수 결의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의안에는 보수의 금액·총액·한도·지급 시기·지급 방법 등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그 결의는 보수 총액이나 한도조차 정하지 않은 채 보수 결정을 이사회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단순히 “임원의 보수에 관한 사항을 이사회에 위임한다”는 내용의 주주총회 결의만으로는 상법 제388조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주주총회가 적어도 보수의 총액이나 한도액을 정한 뒤, 그 범위 안에서 개별 이사에 대한 구체적인 배분만 이사회에 맡겨야 한다.

5. 2021년 사후승인 결의가 유효하다고 본 이유
가. 회사가 기존 보수 지급의 무효를 알고 있었다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소급하여 유효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당사자가 그 행위의 무효를 알고 추인한 경우에는 새로운 법률행위로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제1심이 이미 종전 보수 지급의 무효와 피고들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한 상태였다.

회사는 제1심판결 이후 이사회를 개최하여 종전 보수 지급이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루어져 법적으로 무효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들이 상근하면서 업무를 수행한 데 대한 대가로서 보수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사후승인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하였다.

주주총회 의장은 주주들에게 다음 사항을 설명하였다.

첫째, 피고들에 대한 종전 보수 지급은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을 거친 것이었다.

둘째, 제1심은 이를 상법의 강행규정에 위반된 무효의 지급으로 판단하였다.

셋째, 이에 따라 피고들에게 부당이득반환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넷째, 그럼에도 다수 주주는 피고들의 업무수행과 공로를 인정하여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주주들은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찬반 토론을 한 후 사후승인 결의를 하였다.

법원은 이를 회사가 기존 보수 지급의 무효와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진의에 따라 새로운 보수 지급을 승인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나. 승인 대상과 금액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었다

2021년 주주총회 결의는 막연하게 종전 보수 지급을 승인한 것이 아니었다.

피고들에게 이미 지급된 보수를 승인하는 한편,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각 연도별 보수한도를 정하고 그 범위에서 개별 지급액 등 구체적인 사항을 이사회에 위임하였다.

따라서 주주들은 회사가 부담하게 되는 보수의 대상과 경제적 범위를 파악한 상태에서 결의할 수 있었다.

이는 보수 총액이나 한도를 정하지 않은 채 모든 사항을 이사회에 맡겼던 2017년 결의와 구별되는 핵심적인 차이이다.

다. 특별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이 배제되었다

사후승인의 대상이 되는 특별이해관계인의 주식 수는 의결권 수에서 제외되었다. 안건은 나머지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이는 보수를 지급받는 당사자 또는 그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으로 결의를 좌우하는 것을 방지하고, 사후승인 결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라. 과거 업무에 대한 보수를 사후에 결정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는다

상법 제388조는 주주총회가 이사의 보수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주주총회 개최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보수만 결정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주주총회가 과거 사업연도에 실제로 수행된 업무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보수를 결정하는 것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

상법 제388조의 핵심은 보수 결정에 대한 주주총회의 실질적인 통제에 있다. 반드시 보수 지급 전에만 결의해야 한다는 시간적 제한까지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 판결의 판단이다.

6. 사후승인의 구체적인 법적 효과

이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후승인의 법적 효과에 관한 구성이다.

법원은 2021년 주주총회에서 “소급하여 보수를 지급한다”고 결의한 것을, 종전의 무효한 지급행위를 처음부터 유효하게 만드는 의미로 해석하지 않았다.

그 결의의 실질은 회사가 피고들에게 보수 상당액을 새로 지급하는 대신, 피고들이 이미 지급받은 금액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면제함으로써 보수 지급에 갈음한 것으로 보았다.

이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주총회 결의 없이 보수가 지급되었다.

둘째, 해당 보수 지급은 상법 제388조 위반으로 무효가 되었다.

셋째, 회사에는 이사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발생하였다.

넷째, 회사와 주주들은 보수 지급의 무효와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존재를 인식한 상태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였다.

다섯째, 주주총회는 피고들의 과거 업무수행에 대한 보수를 새로 지급하기로 결의하였다.

여섯째, 이미 보수가 지급되어 있었으므로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면제하여 새로운 보수 지급에 갈음하였다.

일곱째, 그 결과 회사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소멸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은 종전 보수 지급의 무효를 소급적으로 치유한 것이 아니라, 사후 주주총회 결의로 새로운 보수 지급의 법률상 원인을 마련하고 반환채무 면제를 통하여 그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7. 상법 제388조의 잠탈이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사후승인 결의가 강행규정인 상법 제388조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것이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1년 주주총회 결의는 상법 제388조 위반의 하자를 그대로 둔 채 그 효과만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주주총회가 기존 지급의 무효와 반환채권의 존재를 인식한 상태에서 보수 지급 여부와 범위를 새로 심의하고 결정함으로써 상법 제388조가 요구하는 주주 통제 절차를 새롭게 갖춘 것이었다.

법원은 이를 강행규정의 잠탈이 아니라 상법 제388조가 요구하는 적법요건을 새로 충족한 결의라고 평가하였다.

8. 이 판결의 적용범위와 한계

이 판결을 “주주총회가 사후승인만 하면 어떠한 이사 보수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유효한 사후승인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 요건이 필요하다.

가. 기존 지급의 무효와 반환채권의 존재를 인식해야 한다

단순히 주주들이 이사에게 보수가 지급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거나, 보수 지급 내역이 반영된 재무제표를 승인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보수 지급에 필요한 주주총회 결의가 없어 그 지급이 무효이고, 이에 따라 회사에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발생한다는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승인해야 한다.

나. 승인 대상과 금액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보수의 대상자, 업무수행 기간, 연도별 금액 또는 보수한도 등이 특정되어야 한다. 주주들이 회사가 부담할 경제적 범위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수 총액이나 한도조차 정하지 않은 포괄적인 이사회 위임은 여전히 상법 제388조에 위반된다.

다. 특별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을 배제해야 한다

보수를 지급받는 이사 또는 해당 보수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상법 제368조 제3항 위반과 주주총회 결의의 취소 또는 무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라. 주주총회의 소집 및 결의 절차가 적법해야 한다

적법한 소집통지, 의안의 명확한 기재, 의결정족수 충족 등 주주총회 자체의 절차적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마. 현저하게 과다한 보수까지 당연히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주주총회 결의가 존재하더라도 보수액이 실제 직무수행의 대가라는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회사재산을 특정인에게 이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별도의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다.

그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주주총회 결의의 현저한 불공정성,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충실의무 위반, 지배주주의 권리남용,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가장배당이나 이익공여, 업무상배임 등이 문제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은 적법한 사후결의에 의하여 보수 지급의 법률상 원인을 새로 형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지, 보수액의 실질적 상당성에 대한 사법심사까지 배제한 것은 아니다.

9.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의 의의는 상법 제388조 위반으로 무효인 기지급 이사 보수를 둘러싼 법률관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는 데 있다.

첫째, 주주총회 결의 없이 지급된 이사 보수는 이사가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둘째, 보수 지급 사실이 반영된 재무제표를 승인하거나 세무처리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유효한 보수 결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보수의 총액이나 한도조차 정하지 않은 채 이사회에 보수 결정을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결의는 효력이 없다.

넷째, 상법 제388조는 주주총회가 과거 업무수행에 대한 보수를 사후에 결정하는 것까지 금지하지 않는다.

다섯째, 회사가 기존 지급의 무효와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존재를 인식한 상태에서 보수 대상과 금액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사후승인하면, 이는 새로운 보수 지급 결의로서 효력을 가질 수 있다.

여섯째, 이 경우 기지급액을 실제로 반환받은 다음 다시 지급할 필요 없이,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면제하여 새로운 보수 지급에 갈음할 수 있다.

10. 결론

이 판결의 법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주주총회 결의 없이 지급된 이사 보수는 지급 당시에는 상법 제388조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회사에는 이사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발생한다.

그러나 주주총회가 기존 지급의 무효와 반환채권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특별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을 배제하고 보수 대상과 금액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사후승인한 경우, 그 결의는 과거 업무수행에 대한 새로운 보수 지급 결의로서 유효할 수 있다.

이때 이미 지급된 보수를 반환받은 다음 다시 지급하는 대신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면제함으로써 보수 지급에 갈음할 수 있으므로, 회사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소멸한다.

결국 이 판결은 무효인 보수 지급이 사후결의로 소급하여 유효해진다고 본 것이 아니라, 사후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새로운 보수 지급의 법률상 원인이 형성되고 기존 부당이득반환채무가 면제됨으로써 반환채권이 소멸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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