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계약해지에 따른 지출비용 배상과 이행이익의 한계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계약해지에 따른 지출비용 배상과 이행이익의 한계

—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다235766 판결

1. 판결의 핵심

이 판결의 핵심은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제·해지된 경우, 채권자가 계약의 이행을 믿고 지출한 비용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한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채권자는 이행이익 대신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믿고 지출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지만, 지출비용 배상은 이행이익의 증명을 쉽게 하기 위한 대체적 손해산정 방법이므로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더라도 채권자가 아무런 이익을 얻을 수 없었다면 지출비용 역시 배상받을 수 없다.

따라서 계약 상대방에게 채무불이행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동안 투입한 사업비용 전부가 당연히 손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2. 기본적인 사실관계

피고 회사는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총 34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원고 측 회사에 조합원 모집업무를 맡기는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대당 분양대행수수료: 600만 원
책임분양률: 최소 80%, 최대 95%
수수료 지급 개시조건: 전체 340세대 중 170세대 이상 모집
원고 측이 주장한 최대 이행이익: 323세대에 대한 수수료 19억 3,800만 원

분양대행회사는 조합원 모집을 위해 전단광고비 등 합계 4억 1,211만여 원을 지출하였다. 이후 피고 회사가 계약 종료를 통보하면서 분쟁이 발생하였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분양대행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었으므로 피고 회사의 계약 종료 통지가 적법한 해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손해배상 범위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보았다.

분양대행회사가 계약이 계속되었더라면 95%의 책임분양률을 달성하여 19억 3,800만 원의 수수료를 얻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양대행회사가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믿고 지출한 전단광고비 등 4억 1,211만여 원은 신뢰이익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위 지출비용을 배상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단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보았다. 이행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을 부정하면서도 이행이익을 얻기 위해 지출한 비용 전액을 별도의 손해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4. 첫 번째 쟁점: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의 원칙적 기준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제되거나 해지된 경우 손해배상의 원칙적 기준은 이행이익이다.

이행이익이란 계약이 약정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채권자가 얻었을 재산상 이익을 말한다. 채권자를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된 상태에 두는 것이 손해배상의 목적이다.

이 사건에서의 이행이익은 분양대행계약이 정상적으로 계속되었더라면 원고 측이 받을 수 있었던 분양대행수수료에서 계약 이행에 필요한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이다.

따라서 분양대행수수료 총액 자체가 곧바로 이행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며, 광고비·인건비·영업비 등 계약 이행을 위해 추가로 지출했어야 할 비용을 공제해야 한다.

5. 두 번째 쟁점: 지출비용을 손해로 청구할 수 있는가

대법원은 채권자가 이행이익 대신 계약을 신뢰하여 지출한 비용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비용이다.

계약 이행을 위해 지출한 광고비
인력 채용 및 운용비용
사업장 또는 시설 마련 비용
계약 이행을 위한 준비비용
제3자와의 계약 체결비용

이러한 지출비용은 흔히 신뢰이익 또는 신뢰손해라고 설명된다. 채권자가 계약의 유효성과 이행을 신뢰하지 않았더라면 지출하지 않았을 비용이라는 의미이다.

다만 지출된 비용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두 배상되는 것은 아니다. 그 비용이 계약의 이행을 합리적으로 신뢰하여 지출된 것이고,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으로 경제적 가치나 회수 가능성을 상실했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6. 세 번째 쟁점: 지출비용 배상은 이행이익과 독립된 손해인가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법리는 지출비용 배상이 이행이익과 완전히 독립된 별도의 손해배상항목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법원은 지출비용 배상의 기능을 다음과 같이 파악하였다.

본래 배상대상은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행이익이다.
그러나 장래의 이행이익을 정확히 증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이미 현실적으로 지출한 비용을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
따라서 지출비용 배상은 이행이익의 증명을 대신하거나 쉽게 하기 위한 손해산정 방식이다.
그러므로 지출비용 배상액은 이행이익을 초과할 수 없다.

즉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더라도 결국 회수하지 못했을 비용까지 상대방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

7. 네 번째 쟁점: 이행이익이 없으면 지출비용도 청구할 수 없는가

대법원은 이를 명확하게 긍정하였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분양대행회사는 계약이 상당 기간 계속되더라도 수수료 지급의 최소조건인 170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할 가능성이 없었다.

실제로 모집한 조합원은 다음과 같았다.

사업 토지의 매매계약이 해제될 무렵: 정식 조합원 74세대
이후 계속 모집한 결과: 총 117세대
수수료 발생을 위한 최소기준: 170세대

따라서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더라도 분양대행회사는 계약상 수수료를 청구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렇다면 피고 회사의 채무불이행이 없었더라도 얻을 수 있었던 이행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행이익이 0이라면 그 이행이익의 대체적 산정방법인 지출비용 배상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8. 지출비용 배상을 제한하는 법리적 근거
가. 채무불이행이 없었을 상태보다 채권자를 유리하게 해서는 안 된다

손해배상은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한 손해를 전보하는 제도이지, 실패할 사업의 비용을 상대방에게 이전하는 제도가 아니다.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도 이익을 얻을 수 없었다면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은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때문에 발생한 손해가 아니라 채권자 스스로 부담했어야 할 사업상 손실이다.

그 비용까지 배상하면 채권자는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된 경우보다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나. 손실이 예정된 계약의 위험을 상대방에게 전가할 수 없다

채권자가 계약을 통해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없거나 이미 투입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그 비용은 채무불이행과 무관하게 발생했을 손실이다.

따라서 채무자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증명하면 지출비용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할 수 있다.

계약이 이행되어도 수익발생 조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는 점
예상수익보다 필수 지출비용이 더 컸다는 점
사업이 구조적으로 적자였다는 점
지출비용이 계약 이행과 무관하거나 과다했다는 점
채무불이행이 없었더라도 해당 비용을 회수할 수 없었다는 점
9. 이행이익과 지출비용의 관계

이 판결에 따르면 채권자는 원칙적으로 두 가지 손해산정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행이익 청구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순이익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계산 구조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예상 총수입 − 계약 이행을 위해 지출했거나 지출했어야 할 총비용 = 이행이익

장래의 매출, 수수료 발생조건, 계약기간, 비용 등을 증명해야 하므로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

지출비용 청구

계약이 이행될 것을 신뢰하여 이미 지출한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 한도는 다음과 같다.

지출비용 배상액 ≤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행이익

따라서 지출비용이 4억 원이더라도 이행이익이 2억 원이라면 최대 2억 원까지만 배상될 수 있고, 이행이익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지출비용도 배상받을 수 없다.

10. 입증책임의 문제

이 판결은 지출비용의 배상을 청구하는 채권자가 단순히 비용 지출 사실만 증명해서는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채권자는 적어도 다음 사항을 주장·증명해야 한다.

해당 비용을 실제로 지출하였다는 사실
그 비용이 계약의 체결 또는 이행을 위해 지출된 사실
지출이 합리적이고 필요한 범위였다는 사실
채무불이행으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
계약이 이행되었다면 일정한 이행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

다만 채무자가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도 사업이 실패하거나 지출비용이 회수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을 어느 범위까지 주장·증명해야 하는지는 개별 사안에서 손해 및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책임 구조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

실무적으로 채권자가 먼저 이행이익 발생의 상당한 개연성을 제시하고, 채무자가 수익발생 조건의 미충족이나 사업의 적자 가능성 등 반대사정을 구체적으로 다투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11. 대표이사의 연대보증 쟁점

이 판결에는 손해배상 범위 외에도 대표이사의 연대보증 성립 여부가 문제되었다.

분양대행계약서에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분양대행수수료 지급채무를 연대보증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계약서에 별도로 날인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고려하여 대표이사의 개인적 연대보증 약정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대표이사가 연대보증인 자격으로 별도 날인하지 않은 점
회사의 대표자로 계약서에 표시된 것과 개인 보증의사를 표시한 것은 구별되어야 하는 점
회사의 실질적 운영관계와 계약 체결 경위만으로 개인의 보증의사를 단정하기 어려운 점

이는 대표이사가 회사 명의의 계약서에 대표자로 서명·날인했다는 사실만으로 대표이사 개인의 연대보증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개인적 보증책임을 인정하려면 대표기관으로서의 의사표시와 구별되는 명확한 보증의사가 확인되어야 한다.

12. 계약기간 자동연장과 해지의 효력

분양대행계약에서는 정해진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일정한 요건 아래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대법원은 계약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었고, 피고 회사의 2013. 7. 2.자 해지통지만으로 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따라서 피고 회사의 계약 종료행위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수 있지만,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 것과 구체적인 손해액이 인정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이 판결의 중요한 구조이다.

즉 다음 판단은 순차적으로 구별되어야 한다.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했는가
상대방의 계약 종료행위가 채무불이행인가
채권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는가
어떠한 손해가 채무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는가
그 손해액은 얼마인가

채무불이행이 인정되더라도 손해의 발생과 금액이 증명되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13. 판결의 실무적 의미
채권자의 손해배상청구

계약의 이행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입했다고 하여 지출내역만 제출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다면 최소한 그 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고 일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까지 설명해야 한다.

특히 성과조건부 수수료 계약에서는 다음 자료가 중요하다.

계약상 수수료 발생조건
계약 종료 당시까지의 실적
향후 목표 달성 가능성
과거 실적과 시장 상황
수수료 예상액
추가로 투입해야 할 비용
최종적으로 예상되는 순이익
채무자의 방어

채무자는 지출 자체를 다투는 것뿐 아니라 계약이 계속되었더라도 채권자가 이익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처럼 최소 실적조건을 충족해야 수수료가 발생하는 계약에서는 그 조건의 달성 가능성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결정적인 방어가 된다.

14.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계약상 신뢰이익의 배상을 독립된 무제한적 손해배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행이익 배상의 보조적·대체적 산정방법으로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제·해지된 경우 채권자는 이행이익 대신 계약을 신뢰하여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지출비용 배상은 이행이익의 증명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행이익을 초과할 수 없고,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더라도 아무런 이행이익을 얻을 수 없었다면 지출비용 역시 배상받을 수 없다.

결국 계약의 이행을 위해 지출했다는 사실과 그 비용이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한 법적 손해라는 평가는 구별되어야 한다. 사업 실패로 원래 회수할 수 없었던 매몰비용을 계약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계기로 전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 판결의 본질이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