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판례
1. 의결권의 포괄적 위임
대법원 1969. 7. 8. 선고 69다688 판결은 주주가 특정 안건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뿐 아니라 의결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2. 1인 회사의 주주총회결의
대법원 1976. 4. 13. 선고 74다1755 판결은 1인 회사에서는 유일한 주주가 주주총회에 출석하면 전원총회로서 성립하고, 그 주주의 의사대로 결의가 이루어질 것이 명백하므로 별도의 소집절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1993. 6. 11. 선고 93다8702 판결은 실제 주주총회를 개최하지 않았더라도 유일한 주주의 의사에 따라 주주총회의사록이 작성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내용의 결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4다25123 판결도 1인 회사의 경우 유일한 주주의 의사가 주주총회결의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3. 의결권 대리행사와 복대리
대법원 1993. 2. 26. 선고 92다48727 판결은 적법한 대리권을 받은 대리인의 주주총회 출석은 그 권한 범위에서 본인의 출석과 동일하게 취급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5다22701, 2005다22718 판결은 주주로부터 의결권 대리행사의 권한을 수여받은 대리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에게 그 권한을 다시 위임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상법 제59조는 상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질권에 관하여 민법상 유질계약 금지 규정의 적용을 배제한다. 이에 따라 상사질권에서는 당사자의 약정에 의하여 질권자의 권리와 담보권 실행방법을 비교적 폭넓게 정할 수 있다.
상법 제368조 제2항은 주주가 대리인으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373조는 주주총회의 의사에 관하여 의사록을 작성하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120조는 임의대리인이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판결
사실관계
은행은 2009년 12월과 2010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채무자 회사에 합계 3,800억 원의 대출을 실행하였다.
대출채권의 실질적인 담보가치는 중국에 있는 사업회사가 보유한 건물과 사업권에서 발생하였다. 은행은 해외 법인들을 거쳐 중국 사업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고려하여 각 단계의 회사 주식에 질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담보를 확보하였다.
피고 회사의 주식은 원고가 3,000주, 다른 주주가 2,000주를 소유하고 있었다. 두 주주는 2010년 1월 22일 보유 주식 전부에 관하여 은행 앞으로 근질권을 설정하였다.
근질권설정계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주주들은 장래 개최되는 정기·임시주주총회의 의결권을 은행에 포괄적으로 위임한다.
주주들은 위임장 용지를 은행에 교부하고, 은행은 주주총회 안건과 대리인 등을 보충할 수 있다.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은행은 질권 목적 주식을 적절한 방법으로 처분하거나 취득할 수 있다.
은행은 담보권 실행을 위하여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의결권을 행사해 이사 등 경영진을 변경할 수 있다.
채무자는 변제기를 다섯 차례 연장받았으나 최종 변제기인 2011년 6월 30일까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였다.
은행은 채무불이행 사실을 통지한 후 담보권 실행절차에 착수하였다. 당시 원고는 다른 해외 법인의 질권설정 대상 주식에 관하여 분실신고와 재발행 등의 방법을 이용하거나 신주를 발행하여 기존 담보주식의 지분율을 낮추는 등 담보가치를 훼손한 전력이 있었다.
그 후 원고는 피고 회사의 나머지 주식까지 취득하여 1인 주주가 되었다. 원고는 2011년 8월 10일 은행에 피고 회사의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출석하여 보유 주식 전부의 의결권을 행사하며 의사록을 작성·공증할 수 있는 권한을 다시 위임하였다.
2011년 8월 18일 은행 직원이 원고의 대리인으로 주주총회에 출석하여 기존 이사들을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는 내용의 의결권을 행사하였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의사록이 작성되고 임원변경등기도 이루어졌다.
원고는 실제 주주총회가 개최되지 않았고, 의결권의 포괄위임은 무효이며, 은행 직원에게 적법한 대리권도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을 청구하였다.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주주가 장래 개최될 주주총회의 의결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할 수 있는지
주식질권자가 담보권 실행을 위하여 위임받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이러한 의결권 위임이 주주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무효인지
1인 회사에서 실제 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대리인이 의결한 경우에도 주주총회결의가 성립하는지
의결권 행사를 위임받은 자가 제3자에게 그 권한을 다시 위임할 수 있는지
대법원의 판단
1. 의결권의 포괄위임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상법 제368조 제2항은 주주가 대리인에게 의결권을 행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할 뿐, 그 위임을 특정 주주총회나 개별 안건에 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주주는 특정 안건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의결권을 위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래 개최될 주주총회의 의결권을 일정한 범위에서 포괄적으로 위임할 수도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 등은 은행에 장래 개최되는 정기·임시주주총회의 의결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위임장까지 교부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약정 자체를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주식질권자가 당연히 의결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주식에 질권이 설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질권자가 주주의 의결권을 당연히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주주에게 귀속한다.
다만 주주가 질권설정계약이나 별도의 위임계약을 통하여 질권자에게 의결권 행사권한을 수여하였다면 질권자는 그 약정의 범위에서 주주를 대리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은 주식질권자에게 법률상 고유한 의결권이 인정된다는 취지가 아니라, 주주가 체결한 담보약정과 의결권 위임에 따라 질권자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3. 담보권 실행을 위한 의결권 행사는 유효하다
상행위로 발생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주식에 질권을 설정한 경우 질권자의 권리 내용과 담보권 실행방법은 당사자의 약정으로 정할 수 있다.
채권자와 주주가 채무불이행 시 질권자가 의결권을 행사하여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담보가치를 보전할 수 있다고 약정하였다면, 질권자는 그 약정 범위에서 자신의 채권 및 담보가치를 보전하거나 담보권을 실행하기 위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들이 고려되었다.
대출금이 최종 변제기까지 상환되지 않았다.
은행이 채무불이행 사실과 담보권 실행계획을 통지하였다.
원고가 다른 담보주식의 효력을 훼손하거나 지분율을 희석한 전력이 있었다.
은행의 의결권 행사가 담보재산의 보전과 담보권 실행을 위하여 필요했다.
근질권설정계약에 경영진 변경을 포함한 의결권 행사방법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대법원은 은행의 의결권 행사가 담보약정의 목적과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4. 주주의 권리를 형해화하는 위임은 제한될 수 있다
주식질권자에 대한 의결권 위임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위임의 내용과 기간, 담보채권과 의결권 행사의 관련성, 질권자의 행사목적 등을 종합할 때 주주의 권리를 사실상 박탈하거나 형해화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효력이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였고 원고의 담보가치 훼손행위가 있었으며, 은행의 의결권 행사도 담보권 실행과 재산 보전을 위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주주의 권리를 부당하게 박탈한 경우가 아니라고 보았다.
5. 1인 회사에서는 적법한 대리인의 의사로 결의가 성립할 수 있다
피고 회사는 원고가 주식 전부를 소유한 1인 회사였다.
1인 회사에서는 유일한 주주가 출석하면 전원총회가 성립하고, 그 주주의 의사대로 결의될 것이 명백하므로 통상적인 소집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또한 적법한 대리권을 받은 대리인의 출석은 그 권한 범위에서 주주 본인의 출석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따라서 실제로 여러 사람이 한 장소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지 않았더라도 유일한 주주의 대리인이 위임받은 권한에 따라 결의하고 그 내용의 의사록을 작성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총회결의가 존재한다.
대법원은 은행 측 대리인이 원고로부터 받은 권한에 따라 기존 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였으므로 해당 결의를 부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6. 의결권의 복대리도 가능하다
의결권 행사를 위임받은 대리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에게 그 권한을 다시 위임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은행은 원고로부터 주주총회 소집·출석 및 의결권 행사권한을 위임받았고, 은행 직원이 실제 의결권을 행사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권한의 수여 또는 복위임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은행이 원고로부터 적법하게 의결권을 위임받았고, 채무불이행 이후 담보권 실행과 담보가치 보전을 위하여 약정 범위 내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 회사가 1인 회사였으므로 실제 회의가 개최되지 않았더라도 유일한 주주의 적법한 대리인이 결의하고 의사록을 작성하였다면 주주총회결의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원고의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원고의 상고는 기각되었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주식담보거래에서 질권자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한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첫째, 주주는 장래 주주총회의 의결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할 수 있다. 의결권 위임을 반드시 특정 주주총회나 특정 안건에 한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주식질권자는 질권 설정만으로 의결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와의 별도 약정 또는 위임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
셋째, 의결권 행사는 담보채권의 보전이나 담보권 실행과 관련되어야 한다. 약정과 무관하게 회사 경영권을 영구적으로 지배하거나 주주의 권리를 사실상 박탈하려는 경우에는 효력이 제한될 수 있다.
넷째, 1인 회사에서는 유일한 주주의 적법한 대리인이 결의한 경우 실제 회의 개최나 일반적인 소집절차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주주총회결의가 부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주식담보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의결권 위임의 범위, 행사요건, 채무불이행의 판단기준, 경영진 교체 권한 및 담보권 실행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