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1다201054 판결
1. 사건의 핵심
회사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제3자에게 발행한 후 대표이사가 그 신주인수권을 양수하여 수년 뒤 행사한 경우, 주주는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일부터 6개월이 지났더라도 실제 신주 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경영권 방어 또는 지배권 강화를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면, 사채 발행에 대한 제소기간이 지났더라도 실제 발행된 신주를 대상으로 무효를 다툴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사실관계
회사의 정관은 경영상 긴급한 자금조달이 필요한 경우 이사회 결의로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회사는 2016년 6월 투자조합 등에 약 51억 원 규모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였다. 당시 원고 주주는 회사 지분 8.78%, 대표이사는 22.39%를 보유하고 있었다.
대표이사는 사채 발행 약 3개월 뒤 투자자들로부터 신주인수권 일부를 양수하였다. 이후 2019년 10월 21일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회사 보통주 10만 주를 취득하였다.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일부터 6개월 내에는 발행무효의 소가 제기되지 않았다. 그러나 원고는 실제 신주가 발행된 날부터 약 1개월 뒤인 2019년 11월 19일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하였다.
3.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도 신주발행무효의 소가 유추 적용된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일정한 가격으로 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결합된 사채이다. 그 발행은 장차 회사의 자본과 주주구성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사실상 신주발행과 유사하다.
이에 따라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규정한 상법 제429조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도 유추 적용된다.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려면 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 이 기간은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기 위한 제소기간이므로, 기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사채 발행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4. 사채 발행과 신주 발행은 별도로 다툴 수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과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신주 발행은 서로 구별되는 행위이다.
따라서 제소기간도 각각 계산한다.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의 무효: 사채 발행일부터 6개월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신주 발행의 무효: 실제 신주 발행일부터 6개월
사채 발행일부터 6개월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이후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라 이루어진 신주 발행까지 다툴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원칙적으로 신주발행무효의 소에서는 신주인수권 행사나 신주 발행 자체에 고유한 무효사유만 주장할 수 있다. 이미 제소기간이 지난 사채 발행의 하자를 다시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5. 경영권 방어 목적의 경우 인정되는 예외
이 판결은 위 원칙에 대한 중요한 예외를 인정하였다.
회사가 경영상 목적 없이 대주주나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고, 이후 대주주 등이 그 신주인수권을 양수하여 신주를 취득하였다면 전체 과정을 실질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 경우 대주주에 대한 신주 발행은 형식적으로는 기존 신주인수권의 행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사가 경영상 목적 없이 대주주에게 직접 신주를 발행한 것과 동일할 수 있다.
따라서 다음 사항이 인정된다면 실제 신주 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주발행무효의 소로 다툴 수 있다.
사채 발행의 실질적인 목적이 경영권 또는 지배권 방어·강화에 있었다.
대주주나 경영진이 제3자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양수하였다.
신주인수권 행사로 경영권 방어 목적이 현실화되었다.
그 결과 회사의 지배구조에 심대한 변화가 발생하였다.
기존 주주의 지배력이 현저하게 약화되었다.
6. 경영권 방어만을 위한 제3자 배정의 효력
상법은 원칙적으로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보장한다. 제3자 배정은 정관에 근거가 있고,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회사의 경영상 필요가 아니라 현 대주주나 경영진의 지배권을 방어하기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
그 발행으로 회사의 지배구조에 심대한 변화가 생기고 기존 주주의 지배력이 현저히 약화되었다면 신주발행은 무효가 될 수 있다. 이 법리는 제3자 배정 신주인수권부사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7. 대법원의 결론
원심은 원고의 주장이 결국 2016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의 하자를 문제 삼는 것이므로 사채 발행일부터 6개월이 지난 뒤 제기된 소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였다. 원고는 2019년 10월 21일 실제 이루어진 신주 발행을 대상으로 같은 해 11월 19일 소를 제기했으므로 신주 발행일부터 6개월의 제소기간을 준수하였다.
따라서 원심은 다음 사항을 실질적으로 심리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의 진정한 목적이 긴급한 자금조달이었는지
처음부터 대표이사의 경영권 강화가 예정되어 있었는지
사채 발행과 대표이사의 신주인수권 양수가 연결된 일련의 거래인지
신주 발행으로 회사의 지배구조가 심대하게 변경되었는지
기존 주주의 지배력이 현저하게 약화되었는지
대법원은 신주 발행이 최종적으로 무효라고 확정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항을 심리하지 않고 소를 부적법하다고 각하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8. 판결의 실무적 의미
이 판결은 회사가 제3자 배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먼저 발행하고 6개월이 지난 뒤 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 목적을 관철하는 우회행위를 차단하였다.
사채 발행일부터 6개월이 지났더라도 대주주의 신주인수권 행사로 지배권 강화 목적이 비로소 현실화되었다면, 주주는 실제 신주 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그 신주 발행의 무효를 다툴 수 있다.
다만 모든 경우에 과거 사채 발행의 하자를 다시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채 발행과 신주인수권 양수·행사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일련의 거래이고,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권리가 중대하게 침해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결국 이 판결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뒤 대주주가 그 신주인수권을 양수·행사하여 지배권을 강화하였다면, 사채 발행일부터 6개월이 지났더라도 실제 신주 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주발행무효의 소로 다툴 수 있다.
경영권 방어 목적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과 신주발행무효의 소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