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원심판결
관련판례
대법원 1987. 6. 23. 선고 87다카98 판결은 임대차보증금이 임대차관계 종료 후 목적물을 반환할 때까지 발생하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고, 임대인은 이를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가 임대차관계 종료 후 목적물을 반환받을 때 연체차임 등 임차인의 채무를 공제한 잔액에 관하여 비로소 이행기에 도달한다는 법리를 확인하였다.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은 차임채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각 지급기부터 진행하지만,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도 당사자의 신뢰와 묵시적 의사를 고려하여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민법 제152조는 시기 있는 법률행위는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153조는 기한은 채무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추정하고, 기한의 이익을 가진 자는 이를 포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166조 제1항는 소멸시효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492조는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하고 양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라도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618조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임차인이 차임을 지급하기로 하는 임대차의 기본적 효력을 규정한다.
사실관계
원고는 임대인이고 피고들은 임차인이다. 당사자들은 동일한 임대차목적물에 관하여 1차, 2차 및 3차 임대차계약을 순차적으로 체결하면서 임대차관계를 계속하였다.
1차 계약이 종료될 때 임차인들이 목적물을 반환하거나 임대인이 보증금을 실제로 반환하지 않은 채, 기존 보증금으로 2차 계약의 보증금 지급을 갈음하였다. 2차 계약이 종료될 때도 같은 방식으로 기존 보증금이 3차 계약의 보증금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1차 및 2차 계약에 따른 연체차임 등이 발생하였다. 1차 계약에 따른 미지급 차임 등은 8,273,020원이고, 2차 계약에 따른 미지급 차임 등은 11,200,000원으로 합계 19,473,020원이었다.
원고는 최종적인 임대차관계가 종료된 후 피고들을 상대로 연체차임 등을 청구하였다. 원고가 청구한 금액은 총 133,338,020원이었고, 항소심에서는 그중 121,473,020원의 지급을 구하였다.
원고는 1차 및 2차 계약에서 발생한 연체차임채권을 보증금반환채권과 상계하면, 3차 계약의 연체차임 등에서 공제될 보증금 잔액이 줄어들므로 피고들이 추가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1차 계약에 따른 미지급 차임채권이 계약 종료일인 2013. 11. 8.부터 3년이 지난 2016. 11. 8.경 소멸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차 계약에 따른 미지급 차임채권도 계약 종료일인 2016. 12. 1.부터 3년이 지난 2019. 12. 1.경 소멸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았다.
위 각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될 당시 3차 계약에 따른 보증금반환채권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거나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다. 따라서 차임채권과 3차 계약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소멸시효 완성 전에 상계적상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민법 제495조에 따른 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1차 계약의 보증금은 2차 계약의 보증금 지급에 갈음하여 소멸하였고, 2차 계약의 보증금도 3차 계약의 보증금 지급에 갈음하여 소멸하였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미 소멸한 1차 및 2차 계약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삼아 상계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심은 원고의 상계 주장을 배척하고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을 최종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법리
부동산 임대차보증금은 단순한 금전채권이 아니라 임대차관계가 종료되어 목적물이 반환될 때까지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한다.
따라서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임대차가 종료되는 즉시 보증금 전액에 관하여 이행기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목적물을 반환받을 때까지 발생한 연체차임이나 손해배상채무 등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보증금에서 공제한 잔액에 관해서만 이행기에 도달한다.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을 연체하면, 임대차 종료 시 보증금에서 일괄 공제하기로 한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차임채권의 소멸시효는 계약상 각 지급기부터 진행한다. 보증금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차임채권의 소멸시효 진행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495조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으로 상계하려면, 그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임대차가 종료될 때 비로소 이행기에 도달한다. 따라서 임대차 존속 중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먼저 완성된 경우에는, 임대인이 보증금반환채무에 관한 기한의 이익을 실제로 포기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 채권은 소멸시효 완성 전에 상계적상에 있지 않았다.
그 결과 임대인은 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보증금반환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
다만 상계와 보증금 공제는 법적 성질이 다르다. 보증금 공제는 임대차보증금 자체가 연체차임 등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고, 이를 공제한 잔액에 관해서만 보증금반환채권이 발생한다는 법리에 따른 정산이다.
임대차가 계속되는 동안 임대인이 연체차임을 즉시 보증금에 충당하지 않은 것은 최종적으로 임대차가 종료될 때 이를 보증금에서 정산할 수 있다는 신뢰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차임연체 상태에서 임대차관계를 계속한 임차인에게도 최종 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정산한다는 묵시적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을 민법 제495조에 따라 직접 상계할 수 없더라도, 위 조항을 유추적용하여 최종 반환할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1차 및 2차 계약의 연체차임채권을 3차 계약의 보증금반환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 자체는 원칙적으로 타당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각 계약이 종료될 때마다 임대차목적물을 현실적으로 반환하거나 보증금을 실제로 반환하지 않았다. 기존 보증금을 다음 계약의 보증금으로 계속 갈음하면서 동일한 임대차관계를 유지하였다.
또한 2차 및 3차 계약을 체결할 당시 기존의 연체차임 등을 보증금에서 공제하지 않기로 별도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었다.
이러한 경우 임대인은 기존 계약의 연체차임을 즉시 보증금에서 충당하지 않고 보증금 전액을 다음 계약의 보증금으로 전환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임대차가 끝날 때 연체차임을 공제할 수 있다고 신뢰하였다고 볼 수 있다.
임차인 역시 차임을 연체한 상태에서 목적물을 반환하거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않은 채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최종적인 임대차 종료 시 보증금에서 기존 연체차임까지 정산한다는 묵시적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1차 및 2차 계약의 연체차임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더라도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하여 임대차관계가 최종적으로 종료되고 목적물이 실제로 반환될 때 보증금에서 이를 공제할 수 있다.
그런데 원심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으로 상계할 수 없다는 점만 판단하였을 뿐, 합계 19,473,020원의 연체차임을 최종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는 임대차보증금의 공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결론
임대차 존속 중 각 지급기부터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므로, 차임채권의 시효가 임대차 종료 전에 완성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
그러나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관계에서 발생하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한다. 차임연체 상태에서 보증금을 실제로 반환하지 않고 연속하여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면, 당사자의 신뢰와 묵시적 의사에 따라 시효가 완성된 기존 연체차임도 최종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1차 및 2차 계약의 미지급 차임 등 합계 19,473,020원과 그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여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하고,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