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동산 개발사업의 사업시행권 양도(영업양도)와 사해행위취소·가액배상

핵심 결론 채무초과 회사가 유일한 수익원인 부동산 개발사업의 사업주체 지위와 관련 권리 일체를 무상 양도하여 일반채권자의 회수 가능성을 상실시켰다면 사해행위가 된다. 사업이 완료되어 권리 반환이 곤란하면 가액배상을 명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0마2066, 2018다203715, 2007다2718

판결번호

부산고등법원 2020. 8. 26. 선고 2018나54623 판결(확정)
제1심: 부산지방법원 2018. 5. 30. 선고 2016가합46713 판결

관련규정

민법 제406조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대하여 채권자가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407조는 사해행위취소와 원상회복의 효력이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미친다고 규정한다.

사실관계

채무자 회사는 부산 동래구 일대에서 공동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설립되었고, 이 사건 부동산 개발사업이 사실상 유일한 수익원이었다.
원고는 채무자 회사를 상대로 금전 지급을 명하는 확정판결을 받아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채무자 회사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다음과 같이 재산과 사업권을 처분하였다.
첫째, 2014. 10. 20. 사업부지에 속하는 부동산을 피고 회사에 매도하였다.
둘째, 2014. 12. 5. 피고 회사와 사업권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여 공동주택사업의 사업주체 지위와 사업 진행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이전하였다.
피고 회사는 사업권을 양수한 후 사업주체를 자신으로 변경하고, 채무자 회사가 신탁회사에 신탁해 둔 다수의 사업부지까지 이전받았다. 이후 다른 피고 신탁회사가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에 따라 사업주체 지위와 사업부지 전체를 다시 이전받았다.
채무자 회사는 사업권을 이전한 지 약 5개월 후인 2015. 4. 24. 주주 전원의 서면결의로 해산하였다. 원고는 수익자인 사업권 양수회사와 전득자인 신탁회사를 상대로 부동산 매매계약 및 사업권 양도양수계약의 취소와 621,480,787원의 가액배상을 청구하였다.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사업주체 지위와 사업 관련 권리 일체가 독립한 재산적 가치를 가져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는지
채무초과 회사의 사업권 양도가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사해행위인지
사업 계속을 통한 채권자 피해 최소화라는 사유로 사해성이 부정되는지
사업이 완료된 경우 원물반환 대신 가액배상을 명할 수 있는지
사업권의 가액과 취소·가액배상의 범위를 어떻게 산정하는지
수익자와 전득자에게 공동으로 가액배상을 명할 수 있는지

법원의 판단

1. 부동산 매매계약은 사해행위가 아니다

법원은 먼저 채무자 회사가 사업부지 일부를 피고 회사에 매도한 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사해행위 당시 부동산에 담보가등기, 근저당권 및 조세채권에 의한 압류가 설정되어 있었고, 그 선순위채권액이 각 부동산의 시가를 초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가 되는 책임재산은 부동산 시가에서 담보권의 피담보채권액 등 우선변제권 있는 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이다. 그 잔액이 없다면 부동산의 양도로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가 감소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법원은 부동산 매매계약에 대한 사해행위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2. 사업시행권은 독립한 재산적 가치를 가진다

피고들은 사업권이 주택법상 사업계획승인권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공법상 지위이므로 독립한 재산권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사업권 양도양수계약의 목적이 단순히 사업시행자 명의를 변경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계약에 따라 이전된 것은 다음과 같은 권리 전체였다.
공동주택사업의 사업주체 지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취득한 권리
사업부지에 관한 권리
사업계획 및 인허가와 관련된 지위
그 밖에 사업 진행에 관한 일체의 권리
법원은 이러한 권리들이 행정관청의 승인 여부와 별개로 당사자 사이에서 이전될 수 있고 독립한 재산적 가치도 가지므로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3. 사업권 양도는 일반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이다

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사업권 양도양수계약의 사해성을 인정하였다.
채무자 회사는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이 사건 개발사업은 채무자 회사의 유일한 수익원이었다.
채무자 회사는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다.
사업권 양도로 사업주체 지위와 사업 관련 권리 일체가 피고 회사에 이전되었다.
양도 후 채무자 회사는 사업으로부터 수익을 얻을 가능성을 완전히 상실하였다.
담보권을 확보하지 못한 일반채권자는 사실상 채권 회수 가능성을 상실하였다.
채무자 회사는 사업권 양도 약 5개월 후 해산하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사업권 양도가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켜 공동담보 부족을 심화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계약의 체결 경위, 원고와 채무자 회사 사이의 분쟁, 채무자 회사와 사업권 양수회사 사이의 관계에 비추어 채무자의 사해의사도 인정하였다.

4. 사업 계속을 위한 불가피한 양도라는 주장은 배척되었다

피고들은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권을 양도하여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채권자의 피해를 줄이고 변제력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자금난에 처한 채무자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하여 부득이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신탁하고 실제 신규자금을 조달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해성을 부정할 수 있다고 본다.
대법원 2012. 10. 11. 자 2010마2066 결정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었다.
사업권 양도로 채무자 회사의 수익 가능성이 종국적으로 상실되었다.
사업권 양도에 대한 별도의 대가가 지급되지 않았다.
원고를 비롯한 일반채권자에게 실제 변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이 채무자 회사나 일반채권자에게 분배된다는 장치가 없었다.
신규자금의 조달을 위한 담보제공이 아니라 사업 자체와 수익 귀속권을 완전히 이전한 것이었다.
따라서 사업이 계속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채권자들에게 이익이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사업권 양도가 변제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하고 상당한 조치였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5. 수익자와 전득자의 악의가 추정된다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채무자의 사해의사는 취소를 주장하는 채권자가 증명해야 한다. 반면 객관적인 사해행위와 채무자의 사해의사가 인정되면 수익자와 전득자의 악의는 추정된다.
피고들이 이러한 추정을 번복하려면 사해행위 당시 선의였다는 사실을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자료로 증명해야 한다.
법원은 피고들이 채무자 회사의 사업 추진 경과와 사업 포기 경위, 사업권 양수 및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의 체결 경위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6. 사업 완료로 원물반환이 현저히 곤란하므로 가액배상이 인정된다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원칙적으로 양도된 목적물 자체를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반환해야 한다. 다만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면 예외적으로 가액배상이 허용된다.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8다203715 판결
이 사건에서는 사업권이 양수회사와 신탁회사에 순차적으로 이전되었고, 사업부지 전체에 관하여 신탁등기가 이루어졌다. 나아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공동주택의 건축과 분양까지 완료된 상태였다.
따라서 사업권 양도계약을 취소하더라도 종전 사업주체였던 채무자 회사에 사업 관련 권리 일체를 그대로 반환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였다. 법원은 이에 따라 수익자와 전득자에게 원물반환 대신 가액배상을 명하였다.

7. 사업권의 가액은 실제 거래관계를 기초로 산정하였다

원고는 총 분양예정가격에서 우선수익한도액과 신탁보수를 공제한 약 152억 원 또는 사업계획승인을 위하여 투입된 약 36억 원을 사업권의 가치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동주택사업의 수익은 사업주체, 사업 시기 및 진행 경과에 따라 달라지므로 예상 분양수익만으로 사업권의 객관적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고, 사업계획승인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 곧바로 사업권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법원은 사업권 양수회사가 채무자 회사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사업권의 최소 가치를 산정하였다.
피고 회사가 대위변제한 채무는 합계 1,263,820,130원이었고, 그중 양도받은 부동산의 매매대금 합계 606,000,000원을 초과한 657,820,130원은 부동산 매매대금이 아니라 사업권 양도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평가하였다.
따라서 사업권의 가치는 적어도 657,820,130원 이상이라고 보았다.

8. 피보전채권액 범위에서 621,480,787원의 가액배상이 인정되었다

채권자는 원칙적으로 자신의 피보전채권액을 초과하여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때 피보전채권액에는 사해행위 이후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발생한 이자와 지연손해금도 포함된다.
원고의 확정판결상 원리금은 소 제기 당시 621,480,787원이었고, 이는 법원이 인정한 사업권 가치 657,820,130원보다 적었다.
법원은 원고의 피보전채권액을 기준으로 사업권 양도양수계약을 621,480,787원의 범위에서 취소하고, 수익자와 전득자에게 공동하여 같은 금액을 지급하도록 명하였다.
가액배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사해행위취소 판결의 형성력이 발생하는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인정하였다.

판결의 결론

부산고등법원은 제1심판결 중 사업권 양도양수계약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부동산 매매계약 취소청구: 기각
사업권 양도양수계약: 621,480,787원의 범위에서 취소
수익자와 전득자: 공동하여 원고에게 621,480,787원 지급
지연손해금: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연 5%
나머지 항소: 기각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판결의 의의

1. 부동산 개발사업권도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된다

사업시행권이 행정관청의 승인과 결부되어 있더라도, 사업주체 지위와 사업 진행에 관한 권리 전체가 이전되고 독립한 경제적 가치가 있다면 민법 제406조의 재산권에 해당한다.

2. 사업권 양도와 부동산 양도는 별도로 판단한다

동일한 사업 이전 과정에서 이루어진 처분이라도 부동산은 선순위채권이 시가를 초과하여 공동담보 가치가 없을 수 있다. 반면 사업권에는 독립한 재산적 가치가 있어 그 양도만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영업이나 사업 전체가 이전된 사건에서는 부동산·동산·사업권·인허가 관련 지위·영업권을 구분하여 각각의 책임재산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3. 사업의 계속 자체가 사해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사업양도로 개발사업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 계속에 따른 수익이 종전 회사나 일반채권자에게 귀속되는 구조가 없다면 채권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처분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4. 사업 완료는 가액배상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사업주체가 순차적으로 변경되고 공동주택의 건축·분양까지 완료되었다면 종전 사업권의 반환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 경우 채권자는 수익자와 전득자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와 함께 가액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5. 사업권 가치의 간접적인 산정방법을 제시하였다

사업권의 예상수익이나 투입비용을 직접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양수인이 부동산 가격을 초과하여 부담한 채무액 등 실제 거래관계에서 확인되는 대가를 통해 사업권의 최소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7다2718 판결은 책임재산 감소행위의 사해성을 판단할 때 목적물의 책임재산상 비중, 무자력 정도, 경제적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행위의 불가피성 및 당사자의 인식 등을 종합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2. 10. 11. 자 2010마2066 결정은 사업 계속을 위한 신규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부득이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신탁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해행위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판결은 신규자금 조달 없이 사업권과 수익 가능성을 완전히 이전했다는 점에서 이를 구별하였다.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8다203715 판결은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원상회복으로 가액배상을 명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종합정리
이 판결은 회사 채권자가 부동산 개발사업의 양도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보여준다.
채무초과 회사가 유일한 수익원인 개발사업의 사업주체 지위와 사업 관련 권리 일체를 대가 없이 이전하고 일반채권자에게 수익이 귀속되는 장치를 두지 않았다면 그 사업권 양도는 사해행위가 된다. 사업이 완료되어 원상회복이 곤란한 경우에는 사업권의 객관적 가치와 피보전채권액 중 적은 범위에서 수익자와 전득자에게 가액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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