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임대차목적물 인도와 차임 지급의무의 발생

핵심 결론 차임 지급의무는 목적물 인도와 무관하게 계약 성립으로 발생한다. 다만 임대인이 인도·사용수익 보장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그 지장이 있는 범위에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4다256116, 2016다227694, 2009다41069

판결번호

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4다256116 판결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24. 6. 5. 선고 2022나72946 판결

제1심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2. 5. 27. 선고 2021가단93215 판결
※ 제1심판결의 독립된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페이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판례

관련법령

사실관계

소외인은 2018년 3월 22일 건설회사로부터 상가건물 내 105호와 106호를 각 366,500,000원에 분양받았다.
피고는 건물이 완공되기 전인 2019년 7월 18일 소외인으로부터 각 부동산을 다음 조건으로 임차하였다.
  • 임대차보증금: 각 25,000,000원
  • 월차임: 각 1,900,000원, 부가가치세 별도
  • 최초 임대차기간: 2020년 7월 31일부터 2022년 7월 30일까지
  • 계약금 및 중도금: 각 7,500,000원
  • 보증금 잔금: 각 17,500,000원
임대차계약에는 건설회사의 입주지정일에 따라 잔금 지급일을 변경할 수 있고, 임대인 또는 임차인의 명의가 변경되는 경우 서로 동의하여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승계한다는 특약이 있었다.
소외인과 피고는 2020년 7월 15일 잔금 지급기일을 2020년 9월 15일로 연기하고, 임대차기간도 2020년 9월 15일부터 2022년 9월 14일까지로 변경하였다.
원고들은 2020년 9월 2일 소외인으로부터 각 부동산의 분양권을 양수하였다. 분양권 매매계약에는 소외인의 임대사업을 원고들이 포괄적으로 양수하고 기존 임대차계약도 자동 승계한다는 특약이 있었다.
원고들은 2020년 9월 14일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같은 날 각 부동산에 관하여 은행 앞으로 채권최고액 223,2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도 마쳐 주었다.
피고는 음악학원을 운영하기 위해 각 부동산을 임차하였으나 보증금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소외인과 원고들도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았다. 결국 피고는 임대차기간 동안 각 부동산을 점유하거나 사용·수익하지 못하였다.
피고는 2020년 9월 22일 소외인에게 임대차계약 해지와 기지급 계약금·중도금의 반환 및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원고들은 소외인으로부터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계약상 면제된 2개월분을 제외한 22개월분의 차임으로 각 45,980,000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피고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원고들은 항소심에서 차임청구를 일부 감축하는 한편 지연손해금 청구를 확장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임차인의 목적물 사용·수익은 목적물의 인도를 당연한 전제로 하므로, 임대인의 귀책사유와 관계없이 목적물이 인도되지 않은 기간에는 임차인이 차임 지급의무를 면한다고 판단하였다.
원고들은 보증금 잔금이 지급되면 입주지원센터에서 열쇠를 받을 수 있다고 공인중개사를 통해 피고에게 통지하였으므로 인도의무를 이행제공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임대인이 목적물을 인도할 준비를 마치고 그 취지를 통지하여 임차인의 보증금 지급채무를 이행지체에 빠뜨릴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목적물이 현실적으로 인도된 것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제1심판결을 변경하여 원고들의 차임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법리 / 대법원의 판단

1. 차임 지급의무는 목적물 인도와 무관하게 계약 성립으로 발생한다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여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임차인은 이에 대응하여 차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양 당사자의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차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함으로써 발생한다. 상대방이 먼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제공하여야 비로소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임차인의 차임 지급의무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현실적으로 인도하였는지와 관계없이 임대차계약의 효력으로 발생한다.
대법원은 목적물이 현실적으로 인도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이 언제나 차임 지급의무를 면한다고 본 원심의 법리 설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2. 임대인의 의무 불이행은 차임 지급 거절사유가 된다

차임 지급의무가 계약 성립으로 발생한다는 것과 임차인이 그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지는 구별하여야 한다.
임대인의 목적물 인도 및 사용·수익 제공의무와 임차인의 차임 지급의무는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임대인이 자신의 의무를 불이행하여 목적물의 사용·수익에 지장이 발생하면 임차인은 그 지장이 있는 범위에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 목적물을 전혀 사용·수익할 수 없으면 차임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 일부 사용·수익에 지장이 있으면 그 지장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 현실적인 인도가 없더라도 임대인이 적법한 이행제공을 하고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였다면 임차인은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즉, 목적물 인도는 차임 지급의무의 발생요건은 아니지만, 임대인의 의무 이행 여부는 임차인의 차임 지급 거절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3. 열쇠 수령 가능성을 피고에게 통지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각 부동산의 열쇠는 2022년 3월 22일경까지 입주지원센터에 보관되어 있었다.
원고들은 2020년 9월 14일 공인중개사를 통해 피고에게 보증금 잔금을 지급하면 입주지원센터에서 열쇠를 수령할 수 있다고 통지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공인중개사가 실제로 그 내용을 피고에게 전달하였다는 증거가 없었다. 따라서 소외인이나 원고들이 피고에게 목적물 인도의 이행제공을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었다.

4. 임대인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취득을 방해하지 않을 의무도 부담한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사용·수익 제공의무에 단순히 물리적으로 열쇠를 건네주는 의무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임대차계약 당시 목적물의 권리관계와 계약 내용에 비추어 임차인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그러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의무도 부담한다.
상가건물 임차인이 대항력을 취득하려면 목적물 인도와 사업자등록이 필요하고, 우선변제권을 취득하려면 여기에 확정일자까지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들은 피고에게 각 부동산을 인도하기 전인 2020년 9월 14일 은행 앞으로 각 채권최고액 223,200,000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임대차계약에는 목적물 인도 전에 이를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는 특약이 없었다. 그럼에도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됨으로써 피고는 목적물을 인도받아 사업자등록과 확정일자를 갖추더라도 해당 은행보다 우선하는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원고들은 임차인의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 취득을 방해하지 않을 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5. 원심의 이유는 부적절하지만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은 목적물이 현실적으로 인도되지 않은 이상 임차인의 차임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일반적 법리 설시는 차임 지급의무의 발생과 이행 거절을 구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이 인정되었다.
  • 목적물의 열쇠를 수령할 수 있다는 사실이 피고에게 통지되지 않았다.
  • 피고는 목적물을 현실적으로 인도받지 못하였다.
  • 피고는 임대차기간 동안 목적물을 전혀 사용·수익하지 못하였다.
  • 원고들은 목적물 인도 전에 선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 이로써 피고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확보가 방해되었다.
결국 원고들이 임대인으로서 부담하는 의무를 이행하거나 적법하게 이행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차임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의 법리 설시 중 “목적물이 현실적으로 인도되지 않으면 임차인이 언제나 차임 지급의무를 면한다”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다만 원고들이 목적물 인도 및 사용·수익 제공의무를 이행제공하지 않았고, 선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피고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취득까지 방해하였으므로 피고가 차임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도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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