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19다236385 판결
1. 판결의 핵심 취지
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을 매각하는 행위는 형식적으로는 단순한 주식 또는 자산의 처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자회사 주식의 처분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상법상 영업양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회사가 모회사의 핵심 영업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고, 모회사가 그 자회사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해당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더 이상 수행하지 않게 된다면 그 경제적·실질적 결과는 영업양도 또는 영업폐지와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자회사 주식의 처분이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영업용 재산의 양도에 해당하여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고, 그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상법 제374조의2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은 회사가 핵심 영업을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였다는 사정이나 거래의 형식을 자회사 주식매매로 구성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상법상 영업양도 절차를 회피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2. 기본적인 사실관계
피고 회사는 신발류 및 신발부품류의 제조 등을 영위하였다. 합병 전 회사는 국내 신발 제조라인을 폐기하고 중국 및 캄보디아에 설립된 현지 자회사들을 통하여 자전거용 신발을 생산하였다.
피고 회사는 합병을 통하여 이러한 사업구조를 승계한 후 중국 및 캄보디아 자회사들의 주식을 거래 상대방에게 양도하였다. 그 결과 피고 회사의 자전거용 신발 제조사업은 2010년 말경 사실상 종료되었고, 2011년부터는 해당 사업에서 더 이상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소수주주들은 자회사 주식의 양도가 실질적으로 자전거용 신발 제조사업을 양도하거나 폐지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였으므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고, 반대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기회를 부여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3. 영업양도와 영업용 재산 처분의 구별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의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란 일정한 영업목적을 위하여 조직되고 유기적 일체로 기능하는 재산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총체적으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칙적인 영업양도에는 양수인에 의한 양도회사의 영업활동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승계가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회사의 개별적인 영업용 재산을 처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상법상 영업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업용 재산의 처분으로 회사가 기존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되어, 실질적으로 그 영업을 양도하거나 폐지한 것과 같은 결과가 발생한다면 그 처분도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의 적용을 받는다.
대법원은 거래의 명칭이나 외형보다는 그 자산이 회사 영업에서 담당한 기능과 처분 이후 회사의 영업에 발생한 실질적인 변화를 중심으로 판단한 것이다.
4. 자회사 주식도 영업용 재산에 해당할 수 있다
자회사 주식은 일반적으로 투자자산의 성격을 가진다. 그러나 자회사가 모회사의 핵심 사업을 수행하는 생산기지나 영업조직으로 기능하고 있다면, 그 자회사 주식은 단순한 투자자산을 넘어 모회사의 영업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영업용 재산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중국 및 캄보디아 자회사들은 피고 회사의 자전거용 신발 제조사업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생산기지였다. 피고 회사는 자회사들을 통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중계무역 방식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피고 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모두 양도한 이후 해당 사업에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고, 자전거용 신발 제조사업 자체가 종료되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자회사 주식의 양도는 단순한 투자자산의 처분이 아니라 피고 회사의 자전거용 신발 제조사업을 양도하거나 폐지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영업용 재산의 처분으로 평가되었다.
5. 모든 자회사 매각에 주식매수청구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판결을 자회사를 매각하면 언제나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자회사 주식의 처분이 상법상 특별결의 대상이 되려면 해당 자회사가 모회사의 핵심 영업에서 수행한 기능, 자회사 주식이 모회사 영업에서 차지하는 실질적 중요성, 자회사 매각 전후의 매출 및 영업구조 변화, 매각 후 모회사가 해당 영업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단순한 투자 목적의 자회사, 모회사 전체 영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자회사 또는 매각 이후에도 모회사가 동일한 영업을 계속 수행하는 경우라면 특별결의가 필요한 영업용 재산의 양도로 평가되기 어렵다.
반면 자회사가 핵심 생산시설이나 영업조직을 보유하고 있고, 그 자회사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모회사가 해당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하게 된다면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양도하거나 폐지한 것과 같은 결과가 인정될 수 있다.
6.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주식매수청구권
자회사 주식의 처분이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양도하거나 폐지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면, 회사는 해당 거래에 관하여 상법 제374조에 따른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회사는 주주총회 소집통지나 공고를 통하여 주주들에게 해당 거래의 내용을 알리고, 반대주주가 총회 전에 서면으로 반대의사를 통지한 후 주주총회에서 반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친 반대주주는 상법 제374조의2에 따라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가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핵심 자회사의 매각이 영업양도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회사는 단순한 이사회 결의나 대표이사의 결정만으로 거래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보장 절차를 함께 거쳐야 한다.
7. 특별결의 없이 이루어진 처분과 주식매수청구권의 관계
이 사건에서는 자회사 주식의 양도가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이루어졌으므로 그 거래가 무효라고 판단되었다. 따라서 반대주주에게 즉시 주식매수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단순하게 볼 수는 없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영업용 재산의 양도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가 적법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특별결의 없이 이루어진 거래가 무효라면, 회사는 원칙적으로 거래 상대방에게 자회사 주식의 반환을 요구하는 등 원상회복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다만 회사는 주주총회를 다시 개최하여 무효인 자회사 주식 양도를 추인할 수 있다. 추인결의가 이루어지면 거래는 그때부터 유효하게 되고, 그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판결의 취지는 특별결의 없이 자회사를 매각한 순간 반대주주에게 곧바로 주식매수청구권이 발생한다는 것이라기보다, 회사가 특별결의 또는 추인결의 절차를 거쳐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데 있다.
8. 추인결의를 요구한 주주제안의 적법성
소수주주들은 선행판결에서 자회사 주식 양도가 무효라고 판단된 후, 회사에 해당 거래를 추인하는 안건을 주주총회 목적사항으로 상정하도록 제안하였다.
주주들의 실제 목적은 추인안건에 반대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목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주제안을 ‘주주 개인의 고충에 관한 사항’이나 ‘회사가 실현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회사는 자회사 주식 양도를 추인하는 주주총회 결의를 실제로 할 수 있었고, 주주들은 그 결의에 반대하여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사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주주제안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되었다.
9.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회를 박탈한 경우의 손해배상책임
대법원은 회사와 이사들이 추인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하지 않음으로써 반대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회를 박탈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자회사 주식 양도가 무효임에도 원상회복이 장기간 이루어지지 않았다. 거래 상대방은 이미 수년 동안 해당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고, 피고 회사도 원상회복을 청구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사들은 추인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하지 않았고, 소수주주들은 추인결의에 반대하여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기회를 잃었다.
대법원은 이사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주주제안을 거부하여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회를 침해하였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회사 역시 대표이사의 위법한 업무집행으로 주주들에게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았다.
10.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자회사 매각과 영업양도의 관계를 형식이 아니라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회사가 핵심 영업을 자회사를 통하여 수행하고 있는 경우, 그 자회사 주식은 단순한 투자자산이 아니라 회사의 핵심적인 영업용 재산에 해당할 수 있다. 그 주식을 처분하여 회사가 해당 영업을 양도하거나 폐지한 것과 같은 결과가 발생한다면, 거래의 형식이 주식매매라고 하더라도 상법 제374조에 따른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그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회사와 이사들이 특별결의나 추인결의 절차를 의도적으로 회피하여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회를 박탈한다면, 회사와 이사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결국 이 판결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의 처분이 회사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양도하거나 폐지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는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 영업용 재산의 양도에 해당한다. 회사는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그 절차를 부당하게 회피하여 주주의 권리행사 기회를 박탈한 경우 회사와 이사들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자회사 매각과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