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에게 개별 이사의 보수 결정권을 위임할 수 있는지
—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4605 판결
1. 사실관계
피고는 토목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고, 원고는 2015년 3월경 피고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원고는 한 차례 중임된 후 2020년 3월 2일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사임하였다가 같은 날 다시 취임하였으며, 2021년 8월 25일 임시주주총회 결의로 사내이사에서 해임되었다.
피고 회사의 최대주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67.85%를 보유하고 있었다.
2020년 2월 20일 개정 전 정관은 이사의 보수를 별도로 첨부된 임원급여지급규정에 따르도록 정하였다. 임원급여지급규정은 임원의 급여를 경영성과 및 경영 기여도에 따라 대표이사가 정할 수 있고, 그 지급한도는 주주총회 결의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2020년 2월 20일 개정된 정관은 이사의 보수를 연간 10억 원의 한도에서 주주총회가 정하는 별도의 임원보수지급규정에 따르도록 하였다. 그러나 개정된 임원보수지급규정 역시 개별 임원의 급여를 경영성과 및 경영 기여도에 따라 대표이사가 정하도록 하였다.
원고는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월 급여를 종전보다 증액하여 지급받았다. 원고의 월 급여는 2017년 4월부터 2,000만 원으로, 2019년 1월부터 2,500만 원으로 인상되었다.
이후 원고는 피고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과 보수 등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 회사는 원고가 적법한 주주총회 결의 없이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증액하였으므로 그 증액 부분은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다투었다.
2. 핵심적인 법리적 쟁점
이 사건의 중심적인 쟁점은 정관 또는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의 총액이나 한도를 정하면서 개별 이사에게 지급할 구체적인 보수액을 대표이사가 결정하도록 위임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특히 대표이사가 다른 이사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보수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관 또는 임원보수규정이 상법 제388조에 위반되는지가 문제 되었다.
아울러 최대주주가 대표이사의 보수 증액 사실을 알고 있거나 이를 용인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주주총회 결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되었다.
3. 상법 제388조의 성격과 입법 목적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에 관하여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않은 경우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은 이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보았다. 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결정하면서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방지하고, 회사와 주주뿐만 아니라 회사채권자의 이익까지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관에서 이사의 보수를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하였다면, 보수의 금액·지급방법·지급시기 등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한 이사는 회사를 상대로 보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사가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였거나 회사가 그동안 보수를 지급해 왔다는 사정만으로 상법 제388조가 요구하는 정관 규정 또는 주주총회 결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
4. 이사 보수에 관한 구체적 결정의 위임 범위
대법원은 정관 또는 주주총회가 모든 이사의 개별 보수액을 직접 확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정관이나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의 총액 또는 한도액을 정한 다음, 그 범위에서 개별 이사에게 지급할 금액이나 구체적인 배분 방법을 이사회에 위임하는 것은 허용된다.
그러나 이사의 보수에 관한 사항을 아무런 구체적인 기준 없이 이사회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주주총회가 보수의 총액이나 한도 등 기본적인 사항을 결정하지 않은 채 보수 결정권 전부를 이사회에 넘기는 것은 상법 제388조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개별 이사의 보수 배분에 관한 사항을 대표이사가 결정하도록 정관에서 규정하거나 주주총회가 대표이사에게 직접 위임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하였다.
5. 대표이사에 대한 보수 결정권 위임이 허용되지 않는 이유
대법원이 대표이사에 대한 위임을 부정한 첫 번째 이유는 자기거래적 이해충돌의 위험이다.
대표이사가 자신을 포함한 이사들의 보수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면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증액하여 개인적 이익을 추구할 위험이 있다. 이는 이사 보수의 자의적 결정을 방지하려는 상법 제388조의 목적에 정면으로 반한다.
두 번째 이유는 이사회의 대표이사 감독기능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법 제393조 제2항에 따라 이사회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하고, 그 감독 대상에는 대표이사도 포함된다. 그런데 대표이사가 이사회 구성원인 다른 이사들의 보수까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면 다른 이사들이 대표이사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 결과 대표이사의 업무집행에 대한 이사회의 실질적인 감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개별 이사 보수의 구체적 배분은 회사의 기관인 이사회에 위임할 수는 있지만, 대표이사 개인에게 직접 위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 판결의 핵심이다.
6. 주주총회가 보수 한도를 정한 경우에도 동일한지
이 사건에서는 개정된 정관이 이사의 보수를 연간 10억 원의 한도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주총회가 전체 임원 보수의 한도를 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대표이사가 자신을 포함한 개별 이사의 보수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주총회가 총액이나 한도를 정한 경우 그 범위에서 구체적인 배분을 이사회에 위임하는 것은 가능하다. 반면 그 결정권을 대표이사에게 직접 부여하여 대표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여전히 상법 제388조에 위반된다.
따라서 주주총회가 연간 10억 원이라는 보수 한도를 정하였더라도, 개별 보수액을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정하도록 한 임원보수지급규정의 하자가 치유되지는 않는다.
7.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피고 회사의 임원급여지급규정과 임원보수지급규정은 모두 경영성과 및 경영 기여도에 따라 임원의 급여를 대표이사가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규정은 대표이사가 자신을 포함한 이사들의 보수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므로 상법 제388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가 대표이사의 지위에서 위 규정에 근거하여 자신의 급여를 월 2,000만 원 및 월 2,500만 원으로 증액한 행위 역시 효력이 없다.
적법한 정관 규정 또는 주주총회 결의에 따른 보수 결정이 아니라 대표이사가 무효인 보수규정에 근거하여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증액한 것이므로, 원고는 피고 회사를 상대로 그 증액된 금액에 해당하는 보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8. 최대주주의 동의와 주주총회 결의의 관계
원고는 최대주주가 자신의 급여 증액을 알고 있거나 사실상 동의하였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 회사의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67.85%였으므로 피고 회사를 최대주주 1인의 회사라고 볼 수 없었다. 다른 주주들이 존재하는 이상 최대주주의 의사만으로 전체 주주의 의사가 형성되었다거나 주주총회 결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은 원고의 급여를 월 2,000만 원 또는 월 2,500만 원으로 정하는 적법한 주주총회 결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최대주주가 대표이사의 보수 증액을 알고 있었거나 이에 사실상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상법 제388조가 요구하는 주주총회 결의를 갈음할 수는 없다.
9. 이미 지급된 보수와 부당이득·상계 문제
원고는 증액된 보수 일부를 실제로 지급받았다. 그러나 지급의 근거가 된 임원보수규정과 대표이사의 보수 결정이 무효라면, 증액 부분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금원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신규 계좌에 입금된 급여에 대한 처분권한이 원고에게 있었는지도 문제 되었다. 원고는 해당 계좌에 입금된 급여 전액에 관하여 자신이 실질적인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다투었지만, 원심은 원고에게 계좌의 처분권한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해당 계좌에 입금된 급여 전액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인정되었다. 피고 회사가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한 것도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 역시 정당하다고 보았다.
10. 판결의 핵심 취지
이 판결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정관 또는 주주총회가 이사 보수의 총액이나 한도를 정한 다음 개별 이사의 구체적인 보수액을 이사회에 위임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자신을 포함한 이사들의 보수를 단독으로 결정하도록 정관에서 규정하거나 주주총회가 대표이사에게 직접 위임하는 것은 상법 제388조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근거하여 대표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증액한 경우 그 보수 결정은 무효이고, 대표이사는 증액 부분에 관한 보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11. 판결의 실무적 의미
이 판결은 이사의 보수 총액 또는 한도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가 존재하더라도 개별 보수의 결정 절차가 적법하지 않으면 이사의 보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실무상 정관이나 임원보수규정에 “임원의 급여는 대표이사가 정한다”라는 조항을 두는 경우가 있으나, 이 판결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자신을 포함한 이사들의 보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보수의 총액 또는 한도와 배분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준을 정하고, 개별 이사의 구체적인 보수액은 이사회 결의를 통하여 정하도록 임원보수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도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의 의결권 제한, 이사회 의사록 작성 및 보수 산정의 객관적인 근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최대주주나 지배주주의 개별적인 승인만으로는 주주총회 결의를 대신하기 어렵다. 특히 1인 회사가 아니라면 최대주주의 동의가 있었다는 사정과 적법한 주주총회 결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
대법원_2025다214605 (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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