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사실관계
피고는 서울 동작구 일원에서 아파트를 신축·공급하는 지역주택조합의 설립을 목적으로 조직된 추진위원회로서 법인격 없는 사단이었다.
원고는 2021. 7. 29. 피고와 신축 예정 아파트 중 1세대를 공급받기로 하는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대행비를 포함하여 조합원 분담금 5,650만 원을 납부하였다.
피고는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였다.
피고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할 경우 원고가 납부한 분담금 전액을 환불한다.
원고는 환불보장약정을 전제로 분담금 반환을 청구하였다. 이에 환불보장약정이 총회의 결의 없이 체결된 총유물 처분행위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다.
2. 비법인사단 재산의 총유
민법 제275조 제1항은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에는 총유로 한다고 규정한다.
총유에서는 구성원 개인이 재산에 대하여 지분을 가지지 않는다. 총유재산은 구성원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비법인사단 구성원 전체에 집단적으로 귀속된다.
민법 제276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
따라서 비법인사단의 대표자나 추진위원장이 총유재산을 처분하려면 정관이나 규약에서 달리 정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
대표자에게 일반적인 업무집행권이나 대표권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총유물 처분 권한까지 당연히 인정되지 않는다.
3. 조합원 분담금은 총유물이다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분담금은 조합가입계약에 따라 그 금액, 지급시기 및 보관방법이 정해지고, 그 용도도 다음과 같이 조합사업을 위하여 특정된다.
사업부지 매입비
건축공사비
설계·감리비
사업추진비
각종 인허가 비용
조합원이 납부한 분담금은 특정 조합원 개인의 재산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조합사업 수행을 위한 조합원 전체의 공동재산이 된다.
대법원은 이러한 분담금을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 또는 추진위원회 구성원들의 총유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4. 원심은 환불보장약정을 총유물 처분으로 보지 않았다
원심은 환불보장약정이 총유물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민법 제276조 제1항의 총유물 처분은 현재 존재하는 총유물 자체를 처분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둘째, 환불보장약정은 피고가 장래에 지급받을 분담금을 일정한 조건 아래 원고에게 반환하기로 한 약정이므로, 약정 체결 당시 현존하는 총유물의 처분이 아니다.
셋째,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곧바로 분담금이 반환되는 것이 아니라 장래 분담금 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뿐이므로, 채무부담행위에 불과하고 총유물의 처분행위는 아니다.
이에 따라 원심은 총회 결의가 없더라도 환불보장약정과 조합가입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5. 총유물 처분을 수반하는 채무부담행위도 총유물 처분이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파기하였다.
민법 제276조 제1항의 총유물 처분에는 총유물 자체를 직접 이전하거나 소멸시키는 법률적·사실적 처분행위뿐 아니라, 그 이행을 위하여 총유물을 처분해야 하는 채무부담행위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예를 들어 총유 부동산을 매도하는 계약은 매매계약 체결만으로 소유권이 바로 이전되지 않더라도, 장차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어야 할 의무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매매계약이라는 채무부담행위 자체가 총유물 처분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조합원 분담금을 일정한 조건이 성취되면 반환하겠다는 약정도 약정 체결과 동시에 분담금이 지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건이 성취되면 총유재산인 분담금을 조합원 개인에게 반환해야 할 의무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환불보장약정은 단순한 장래의 채무부담행위가 아니라 총유물인 분담금 자체의 처분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행위이다.
6. 장래 취득할 분담금이라는 이유로 달라지지 않는다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은 원고가 분담금을 납부하기 전 또는 조합가입계약과 동시에 체결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환불보장약정 체결 당시 해당 분담금이 아직 추진위원회의 총유재산으로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총유물 처분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조합가입계약과 환불보장약정은 서로 결합되어 있고, 조합원이 분담금을 납부하면 해당 금원은 조합사업에 사용될 총유재산으로 귀속된다.
환불보장약정은 일정한 조건 아래 그렇게 귀속된 분담금을 다시 조합원 개인에게 원상회복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장래 총유재산으로 편입될 분담금의 처분을 예정하고 그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로서 총유물 처분에 해당한다.
7. 총회 결의가 없는 환불보장약정은 무효이다
지역주택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다음과 같은 약정을 체결하려면 원칙적으로 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사업이 중단되면 분담금을 반환한다는 약정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면 분담금을 반환한다는 약정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면 분담금을 전액 환불한다는 약정
특정 기한까지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납부금을 반환한다는 약정
이러한 약정은 총유재산인 분담금을 개별 조합원에게 반환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총유물 처분행위에 해당한다.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대표자 또는 추진위원장이 개별적으로 환불보장증서나 확약서를 작성해 주었더라도 그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8. 환불약정의 무효가 조합가입계약 전체에 미치는 영향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고 해서 조합가입계약 전체가 언제나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환불보장약정은 조합원으로 하여금 사업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고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
조합원이 환불보장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면 다음과 같은 법적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
민법 제137조에 따른 일부무효와 법률행위 전체의 무효
중요부분의 착오에 따른 취소
기망행위가 있는 경우 사기에 의한 취소
계약 체결 과정의 설명의무 위반
환불보장약정과 조합가입계약의 경제적·사실적 불가분성
대법원은 총회 결의 없는 환불보장약정의 무효가 함께 체결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환송심에서는 원고가 환불보장을 조합가입계약의 본질적 조건으로 인식하였는지, 환불보장이 없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인지 등을 추가로 심리해야 한다.
9. 환불보장약정만을 근거로 직접 반환을 청구하기는 어렵다
총회 결의가 없는 환불보장약정은 무효이므로, 조합원은 원칙적으로 그 약정 자체를 직접적인 청구원인으로 삼아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기 어렵다.
그러나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는 사실을 근거로 조합가입계약 전체의 무효나 취소가 인정된다면, 조합원은 부당이득반환으로 납부한 분담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법적 구조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환불보장약정이 유효한 경우: 약정에 따른 분담금 반환청구
환불보장약정만 무효이고 조합가입계약은 유효한 경우: 약정에 따른 반환청구 불가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로 조합가입계약 전체가 무효가 된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 가능
환불보장약정과 관련한 착오·사기로 조합가입계약이 취소된 경우: 원상회복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 가능
10. 조합가입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는지는 별도 심리가 필요하다
이 사건 대법원은 환불보장약정이 총유물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총회 결의가 없으면 무효라는 점을 확정적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조합가입계약 전체가 최종적으로 무효인지, 원고가 조합가입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 피고가 분담금 5,650만 원을 반환해야 하는지까지 확정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환불보장약정이 총유물 처분이 아니라고 보아 더 이상의 심리를 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음 사항을 심리하도록 사건을 환송하였다.
환불보장약정과 조합가입계약의 관계
환불보장약정이 없었다면 조합가입계약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인지
일부무효 법리에 따라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는지
착오 또는 사기에 따른 취소가 가능한지
최종적으로 분담금 반환의무가 인정되는지
11.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총유물 처분의 범위를 현존하는 총유물에 대한 직접적인 처분행위에 한정하지 않고, 총유물의 처분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채무부담행위까지 포함한다고 명확히 하였다.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다.
비법인사단의 총유재산을 직접 이전하는 행위뿐 아니라 장래 총유재산을 이전·반환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계약도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지역주택조합 또는 추진위원회가 총회의 결의 없이 조합원 분담금의 전액 반환을 보장한 약정은 무효이고, 그 약정의 무효는 함께 체결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될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의 대표자나 업무대행자가 개별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 작성한 안심보장증서, 환불보장확약서 또는 분담금 반환약정은 총회의 결의가 있었는지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조합원으로서는 환불보장약정이 총회 결의 흠결로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약정금 반환을 청구하기보다, 그 약정이 조합가입계약 체결의 본질적인 조건이었다는 점을 입증하여 조합가입계약 전체의 무효 또는 취소와 이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29267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