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합병의 영향이 이미 반영된 시장주가는 주식매수가격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

핵심 결론 합병 공시 전이라도 시장이 합병을 예상하여 주가가 이미 영향을 받았다면 법원은 이사회 결의일 전일이 아닌 합병 영향 이전의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주식매수가격을 정할 수 있다. 다만 주가조작이나 인위적 실적 부진과 같은 사실은 합리적 의심만으로 인정할 수 없고 신뢰성 있는 자료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6마5394

판례번호

대법원 2022. 4. 14. 자 2016마5394·5395·5396 결정
사건명: 주식매수가격결정 등

관련 규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5는 합병 등에 반대하는 주주가 해당 법인에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법인과 주주 사이에 매수가격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6조의7은 주권상장법인의 주식매수가격을 원칙적으로 이사회 결의일 전일부터 과거 일정 기간의 거래량 가중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한다.
비송사건절차법 제11조는 비송사건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을 탐지하고 필요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관계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모두 동일 기업집단에 속한 주권상장법인이었다.
기업집단은 총수 일가의 주요 계열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그룹 차원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진행하였다. 대법원은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이러한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하였다.
총수 일가는 구 삼성물산보다 제일모직의 주식을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구 삼성물산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낮고 제일모직의 주가는 높게 형성될수록 총수 일가가 적은 비용으로 지배권을 강화하는 데 유리한 구조였다.
제일모직은 2014년 12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었다. 그 무렵부터 다수의 금융투자업자들은 조사분석자료를 통하여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가 재편되고,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였다.
2015년 상반기 주택경기의 회복으로 주요 건설회사들의 주가는 대체로 상승하였지만, 구 삼성물산의 주가는 2015년 1월부터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
구 삼성물산은 2015년 5월 26일 이사회를 개최하여 자신을 소멸회사, 제일모직을 존속회사로 하는 합병계약을 승인하였다. 합병비율은 구 삼성물산 보통주 1주에 대하여 제일모직 보통주 0.3500885주로 정해졌다.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였다. 구 삼성물산은 자본시장법령에 따라 산정한 1주당 57,234원을 매수가격으로 제시하였다.
제1심도 1주당 매수가격을 57,234원으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항고심은 제일모직 상장일 전일인 2014년 12월 17일을 기준일로 정하고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산정방식을 유추적용하여 매수가격을 1주당 66,602원으로 결정하였다.
주주들과 합병 후 존속회사 모두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재항고하였다.

쟁점

첫째, 상장회사의 주식매수가격을 정할 때 법원이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산식에 반드시 구속되는가.
둘째, 합병이 공식적으로 공시되기 전이라도 시장이 합병을 예상하여 주가가 이미 영향을 받았다면 이사회 결의일 전일을 기준으로 매수가격을 산정해야 하는가.
셋째, 주식매수가격 결정절차에서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과 제출자료에 구애받지 않고 직권으로 사실을 조사할 수 있는가.
넷째,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는 비송사건에서도 사실인정을 위해 민사소송과 같은 정도의 증명이 필요한가.

법리

1. 상장주식의 매수가격은 원칙적으로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한다

상장회사의 시장주가는 다수의 투자자가 기업의 자산, 재무상태, 수익력 및 장래 사업전망 등에 관한 정보를 토대로 내린 투자 판단에 따라 형성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시장주가에는 해당 기업의 객관적 가치가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상장회사의 주주도 통상 시장주가를 전제로 투자하므로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매수가격을 정하는 것이 주주의 합리적 기대에도 부합한다.
그러므로 상장회사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법원은 원칙적으로 시장주가를 참조하여 공정한 매수가격을 산정하여야 한다.

2. 법원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산식에 반드시 구속되지 않는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이사회 결의일 전일을 기준으로 과거 일정 기간의 시장주가를 가중평균하는 산정방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법원이 주식매수가격 결정사건에서 반드시 그 산식만을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공정한 매수가격을 보장하려는 주식매수청구권의 제도적 목적과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방법 중 합리적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이사회 결의일 전 특정일의 시장주가
일정 기간의 평균 시장주가
시행령이 정한 가중평균가격
시장주가와 순자산가치·수익가치 등을 함께 반영한 가격
다만 시장주가와 순자산가치 또는 수익가치에 따른 평가액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시장주가가 기업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3. 이사회 결의일 전일은 합병의 영향이 발생하기 전이라는 전제에서 정해진 기준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이사회 결의일 전일 무렵의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합병으로 주식가치가 영향을 받기 전의 공정한 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것이다.
서로 독립된 회사 사이의 통상적인 합병에서는 이사회 결의와 합병계약의 공시를 통하여 합병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므로, 이사회 결의일 전일의 주가는 합병의 영향을 받지 않은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사정을 전제로 한 기준일 뿐이다. 합병이 공식적으로 공시되기 전이라도 자본시장의 주요 참여자들이 구체적인 합병 가능성을 예상하고 그 전망을 투자판단에 반영하였다면 시장주가는 이미 합병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경우에도 이사회 결의일 전일의 주가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이미 합병의 불리한 영향이 반영되어 낮아진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이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하여 반대주주에게 공정한 투자회수의 기회를 보장하려는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4. 계열회사 간 합병에서는 합병 영향의 발생시점을 더욱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독립된 회사 사이의 합병과 달리 지배주주가 양쪽 계열회사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지배주주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합병시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배주주가 한 회사의 지분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그 회사의 주가는 높고 상대 회사의 주가는 낮은 시점에 합병할수록 유리하다.
대법원은 이처럼 지배주주가 계열회사 전반의 경영권을 확보하여 합병시기를 사실상 선택할 수 있는 경우 그 사정 자체가 시장주가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계열회사 사이의 합병에서는 시장이 합병 가능성을 인식한 시점과 시장주가에 그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한 시점을 독립회사 간 합병보다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

5. 금융투자업자의 공통된 분석은 단순한 소문과 다르다

다수의 금융투자업자는 제일모직 상장 무렵부터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 가능성을 전망하였다.
대법원은 금융투자업자의 조사분석자료가 관련 법령의 규제를 받는 전문적인 정보생산자가 작성한 자료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다수의 금융투자업자가 공통으로 제시한 예상과 분석은 근거 없는 소문이나 단순한 추측성 정보와 달리 자본시장 참여자의 보편적 인식에 기초한 객관적·전문적 전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은 실제 시장 참여자의 투자판단과 주가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구 삼성물산의 시장주가는 적어도 제일모직의 상장 무렵부터 합병 가능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였다.

6. 합병 영향이 시작된 시점 이전의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할 수 있다

항고심은 합병 가능성이 구체화되기 전이면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시점과 가능한 한 가까운 시점을 찾았다.
그 결과 제일모직 상장으로 구 삼성물산과의 합병 가능성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예상되기 시작하였다고 보고, 제일모직 상장일 전일인 2014년 12월 17일을 기준일로 선택하였다.
대법원도 그 시점에는 구 삼성물산의 시장주가가 가격조작 등 시장기능을 방해하는 부정한 수단의 영향을 받아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2014년 12월 17일을 기준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산정방식을 유추적용하여 1주당 66,602원으로 결정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였다.

7. 비송사건에는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된다

주식매수가격 결정은 비송사건이므로 법원은 당사자가 주장하거나 제출한 자료에만 구속되지 않는다.
법원은 자기의 권한과 책임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주식의 공정한 가격이 얼마인지 직권으로 조사하여 판단할 수 있다.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기준일이나 평가방법을 채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원이 직권으로 확인한 공시자료 등을 판단자료로 사용하면서 당사자에게 별도의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사실조사나 판단이 위법해지는 것도 아니다.

8.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어도 사실인정에는 증명이 필요하다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을 탐지할 수 있다는 것과 낮은 정도의 증명만으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비송사건에서도 어떤 사실을 인정하려면 통상인이라면 의심하지 않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어야 한다.
증명은 신뢰성 있는 자료에 근거해야 하고 다음과 같은 자료만으로 사실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단순한 추측
의혹이나 가능성
근거 없는 소문
이해관계자의 편향된 의견
이 사건에서 원심은 구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하여 의도되었을 수 있고, 국민연금공단의 주식 매도도 정당한 투자판단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의심을 기준일 변경의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원심이 합리적 의심을 근거로 이를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였다.
다만 주가조작이나 의도적인 실적 부진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다수 금융투자업자의 분석과 계열회사 합병의 특수성 등에 비추어 제일모직 상장 이후 구 삼성물산의 주가가 합병 가능성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었다. 따라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구 삼성물산 주식의 공정한 매수가격을 1주당 66,602원으로 결정한 원심을 확정하고, 주주들과 합병 후 삼성물산의 재항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사회 결의일 전일을 기준으로 자본시장법령에 따라 산정한 57,234원보다 9,368원 높은 가격이다.
대법원은 제일모직 상장 무렵부터 시장이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예상하였고, 이러한 예상이 구 삼성물산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합병의 영향이 이미 반영된 이사회 결의일 직전의 주가를 공정한 매수가격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았다.

결정의 의의

이 결정은 상장회사의 주식매수가격 산정에서 시장주가를 원칙적인 기준으로 유지하면서도, 법정 산식의 기계적인 적용보다 합병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공정한 가격의 발견이 우선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특히 공식적인 합병공시가 없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이 합병을 구체적으로 예상하여 그 전망이 주가에 반영되었다면 법원이 합병 영향 이전의 시점으로 기준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계열회사 간 합병에서는 지배주주가 합병 상대방과 합병시기를 사실상 선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독립회사 간 합병보다 합병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점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이 결정은 구 삼성물산의 주가가 인위적으로 조작되었다거나 실적 부진이 의도되었다는 사실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은 위법·부당행위를 인정하려면 단순한 의혹이나 합리적 의심을 넘어 신뢰성 있는 자료에 의한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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