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94472 판결〔소유권이전등기청구 등〕
-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11. 26. 선고 2008가단247486 판결
- 환송 전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0. 10. 13. 선고 2010나10421 판결
-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11. 11. 3. 선고 2011나42388 판결
관련판례
-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기존회사가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채권자는 기존회사와 신설회사 어느 쪽에도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채무면탈 목적은 기존회사의 재산상태, 다른 회사로 이전된 자산의 규모, 정당한 이전대가의 지급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3다62119 판결 부동산신탁이 종료되더라도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당연히 복귀하는 것은 아니며, 수탁자가 귀속권리자에게 새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사실관계
부동산개발회사 E와 F는 서울 서초구의 토지에서 아파트 신축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였다.
원고는 2003년 8월 8일 자신이 소유한 사업부지의 토지 지분을 E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신축될 아파트 중 2층부터 4층 사이에서 원고가 선택하는 아파트 1세대를 받기로 약정하였다.
토지 지분의 평가액은 3억 2,500만 원, 공급될 아파트의 분양가액은 4억 2,500만 원으로 정하였고, 원고는 입주할 때 잔금 1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E는 원고의 권리를 담보하기 위해 액면금 5억 2,500만 원의 당좌수표를 교부하였다가 공사가 지연되자 액면금을 5억 5,125만 원으로 증액하여 교환해 주었다.
원고는 약정에 따라 2003년 8월 11일 토지 지분을 E 앞으로 이전하였다.
사업부지와 사업권의 순차 이전
E와 F는 공사 진행 중 토지와 사업권을 다음과 같이 순차적으로 이전하였다.
- 2005년 10월경: E·F에서 G로 이전
- 2006년 2월경: G에서 H로 이전
- 2007년 11월경: H에서 피고 D로 이전
- 2008년 1월 15일: 피고 D가 토지에 관한 가등기 본등기 완료
E, F, G, H 및 피고 D는 모두 부동산 개발·운영사업을 목적으로 하였고, 본점 소재지가 상당 부분 겹쳤으며, 동일인이 이들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
E와 F에는 사업부지 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었고, 부도 또는 부도에 임박한 상태에서 토지와 사업권을 G에 이전하였다. 그러나 원고에 대한 아파트 제공채무는 인수시키지 않고 E와 F에 남겨 두었다.
G에서 H를 거쳐 피고 D로 사업이 이전되는 과정에서도 양도대금 대부분은 기존 대출금채무의 인수로 처리되었을 뿐, 토지의 시가와 개발이익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아파트 완공과 신탁등기
피고 D는 아파트 15세대를 완공한 후 2008년 5월 21일 자기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같은 날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피고 B와 부동산관리신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신탁계약의 수익자는 피고 D로 지정되었다.
원고는 소장에서 자신이 분양받을 아파트로 301호를 선택하고, 다음과 같이 청구하였다.
- 피고 D에 대해서는 301호의 소유권이전등기
- 피고 B에 대해서는 피고 D를 대위한 신탁계약 해지 및 소유권 회복등기
핵심쟁점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항이 문제 되었다.
- 이미 설립되어 있던 회사들을 이용한 채무면탈에도 법인격 남용 법리가 적용되는지
- 사업부지와 사업권을 최종적으로 인수한 피고 D가 E·F의 아파트 제공채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 원고의 약정금채권 가압류가 분양권 매수청구나 분양약정의 해제로 해석되는지
- 원고가 피고 D를 대위하여 수탁자인 피고 B를 상대로 신탁을 해지하고 소유권 회복을 청구할 수 있는지
대법원의 법리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다른 회사를 이용한 경우, 채권자에 대하여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이 법리는 채무면탈을 위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경우뿐만 아니라 이미 설립되어 있던 다른 회사를 이용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채무면탈 목적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 기존회사의 경영상태와 자산상황
- 다른 회사로 이전된 자산의 유무와 규모
- 핵심 사업재산의 이전 경위
- 정당한 이전대가가 지급되었는지
- 회사들의 사업목적·소재지·임원 및 실질적 지배자의 동일성
- 기존회사에는 채무만 남고 다른 회사가 사업재산과 개발이익을 취득했는지
파기환송심의 판단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E, F, G, H 및 피고 D가 동일인의 지배 아래 사실상 동일한 회사라고 인정하였다.
E와 F가 정당한 대가 없이 사업부지와 사업권을 이전하면서 원고에 대한 아파트 제공채무만 부도난 회사에 남긴 것은 다른 회사의 법인격을 이용해 채무를 면탈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고 D가 E·F와 별개의 회사라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분양약정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으며, 원고는 피고 D에도 분양약정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가압류와 분양약정의 존속
원고는 사업이 지연되자 2005년 8월 11일 E 소유의 토지 지분에 대하여 5억 5,125만 원의 약정금채권을 피보전권리로 가압류하였다.
피고들은 이 가압류가 원고의 분양권 매수청구 또는 분양약정 해제에 해당하므로 아파트 소유권이전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원고가 사업 지연과 사업부지 이전에 불안을 느껴 장래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잠정적으로 가압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가압류 신청만으로 아파트를 받지 않고 약정금을 선택한다는 확정적 의사나 분양약정을 해제한다는 의사가 표시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아파트 소유권이전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
아파트 301호에 대한 소유권이전
원고는 소장에 신축 아파트 중 301호를 선택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그 소장 부본이 2008년 7월 21일 피고 D에 송달됨으로써 분양목적물이 301호로 특정되었다.
파기환송심은 피고 D에 대하여 원고에게 아파트 301호에 관해 2003년 8월 8일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하라고 명하였다.
신탁해지와 채권자대위권
피고 D는 신탁계약의 위탁자이자 신탁이익 전부를 향수하는 유일한 수익자였으므로 구 신탁법 제56조에 따라 신탁을 해지할 수 있었다.
원고는 피고 D에 대한 301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피고 D를 대위하여 피고 B에 신탁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그 의사표시가 포함된 소장 부본은 2008년 7월 21일 피고 B에 송달되었다.
이에 따라 301호에 관한 신탁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되었고, 피고 B는 피고 D에게 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파기환송심은 신탁이 해지되더라도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당연히 복귀하는 것은 아니므로, 수탁자 명의 등기의 말소가 아니라 수탁자에게서 위탁자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등기명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최종 결론
파기환송심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다.
- 피고 B는 아파트 301호에 관하여 피고 D에게 2008년 7월 21일 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한다.
- 피고 D는 위 아파트에 관하여 원고에게 2003년 8월 8일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한다.
- 소송총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따라서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파기환송만으로 책임 인정 가능성을 열어 둔 데 그치지 않고, 파기환송심에서 법인격 남용이 구체적으로 인정되어 최종 사업회사의 아파트 이전의무와 수탁회사의 신탁재산 반환의무가 모두 인정된 사안이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채무면탈 목적으로 새 회사를 설립하지 않았더라도, 동일인이 지배하는 기존 회사들을 순차적으로 이용해 사업재산과 개발이익을 이전하고 원래 회사에는 채무만 남겼다면 법인격 남용이 성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채권자가 금전채권을 피보전권리로 가압류했다는 사실만으로 현물급부청구권을 포기하거나 계약을 해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위탁자의 신탁해지권과 반환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확인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