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결론 민사소송에서 산출된 감정액이 약정 임대료보다 높다는 사정만으로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은 특정 소송에서 사실인정을 돕는 증거방법이고, 부당행위계산 부인은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특수관계인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을 세법상 평가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① 기준시점, ② 감정의 목적과 법적 기능, ③ 목적물·시장상황 등 평가 전제의 동일성, ④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의 적용 순서, ⑤ 거래 전체의 경제적 합리성을 차례로 심리하여야 한다.
1. 문제의 출발점: ‘감정액의 차이’와 ‘세법상 부인’은 같은 명제가 아니다
임대료 또는 지료 분쟁에서는 법원 감정인이 산정한 적정 임료가 계약상 임료보다 높다는 이유로, 곧바로 저가 제공 또는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증거상의 사실과 조세법상의 구성요건 판단을 혼동한 것이다. 감정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일정한 평가조건 아래 산출된 하나의 가격 의견이다. 반면 법인세법 제52조에 따른 부당행위계산 부인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가 통상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 비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조세부담을 감소시킨 경우에 그 계산을 세법상 부인하는 규율이다.
그러므로 소송상 논증은 ‘감정액이 더 높다’에서 멈출 수 없다. 그 감정이 바로 문제된 거래일 현재의 시가 또는 적정 임료를 나타내는지, 법령이 예정한 감정가액과 같은 법적 기능을 갖는지, 계약 체결 당시 알 수 없었던 사후 사정이 섞이지 않았는지, 낮은 임료를 정당화할 사업상 이유가 있었는지를 별도로 검토하여야 한다. 감정결과는 이들 판단의 출발자료가 될 수 있지만,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법률요건을 스스로 대체하지는 못한다.
2. 기준시점의 고정: 부당성은 원칙적으로 ‘거래 당시’ 판단한다
법인세법 제52조 제2항과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의 구조상 시가와 경제적 합리성은 원칙적으로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장기 임대차라고 하여 계약 후 발생한 개발 성공, 건물 완공, 상권 형성 또는 임대수익의 안정화가 당연히 최초 계약의 부당성을 소급하여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 체결 당시의 목적물 상태, 인근 거래사례의 존재, 개발위험, 자금조달 조건, 계약기간과 권리관계 등을 그 당시의 정보로 재구성하는 것이 먼저다.
가령 2018년 상반기 계약 당시 목적물이 기존 건물 철거 후의 나대지였던 반면, 계약 후 수년이 지나 실시된 소송감정 당시에는 대규모 복합건축물이 완공되어 임대사업이 운영되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나대지에 개발비와 인허가·공사·임대 위험을 부담하는 단계와 완공 건물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단계는 경제적 전제가 다르다. 후자의 상태를 토대로 산정한 임료를 전자의 적정 임료로 곧바로 치환하면 사후적 성공을 계약 체결 당시로 역투영하는 오류가 생긴다.
3. 법원 감정과 시행령상 ‘감정가액’의 기능적 구별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두61780 판결은 법원이 선임한 감정인의 감정을 소송절차에서 재산가액에 관한 사실인정을 위한 증거조사로 파악하면서, 과세처분 단계에서 법령이 예정한 감정과는 법적 성격과 기능이 다르다고 구별하였다. 이 구별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법원 감정은 재판부가 다른 증거와 함께 자유심증으로 평가하는 증거자료이지, 그 결과가 자동으로 제89조 제2항 제1호의 감정가액이 되어 제4항의 보충적 산정방식을 소급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거래 후 수년이 지나 분쟁 과정에서 이루어진 소급감정이라면, 평가기준일과 감정서 작성일 사이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는지가 핵심이다.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두61780 판결은 소급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그 기간 전반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것을 요구하고, 관련 주장·증명책임을 과세관청 측에 두었다. 토지가 나대지에서 대형 복합건물의 부지로 전환되고 주변 지가와 개발여건이 변화하였다면, 이는 평가 전제의 동일성을 깨뜨리는 대표적 사정이다.
또한 위 판결은 과세관청이 처분 단계에서 법령이 예정한 감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소송 단계에서 뒤늦게 법원 감정으로 이를 보완하는 경우, 법정 절차의 통제를 잠탈하거나 형해화할 우려가 있는지를 면밀히 심리하도록 하였다. 실무상으로는 감정의 명칭보다 누가, 언제, 어떤 법적 절차와 평가조건 아래 감정하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4.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의 단계적 적용
제89조의 적용은 평가수단의 존재를 거래 당시 기준으로 순차 점검하는 작업이다. 제1항은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계속적으로 거래된 가격 또는 제3자 간 일반 거래가격 등 시가를 우선한다. 시가가 불분명하면 제2항의 감정가액 및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평가액을 순차 적용한다. 자산·용역의 무상 또는 저가 제공 등 제88조 제1항 제6호·제7호 거래에서 제1항과 제2항을 적용할 수 없으면 제4항의 보충적 산식이 문제된다.
따라서 계약 당시 비교 가능한 인근 임대 거래사례도, 당시 작성된 적정한 감정가액도 없었다면 제4항 제1호의 산식을 원용한 것이 그 자체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세청 질의회신 제도46012-11939(2001. 7. 5.)도 법인이 특수관계자에게 부동산을 임대하면서 인근 거래실례가 없는 경우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4항 제1호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고 보았다. 사후 소송감정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당시 적법하게 선택한 보충적 산정방식이 소급하여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5. 감정결과가 있더라도 경제적 합리성은 거래 전체로 판단한다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본질은 단순한 가격 차이의 확인이 아니라 거래 전체의 경제적 합리성 판단에 있다. 장기 임대차의 임료가 감정임료보다 낮더라도, 대규모 공사자금 조달, 임차인의 개발비·인허가 위험 부담, 장기간의 점유·사용을 예정한 사업구조, 세무관청 권고에 따른 임료 조정 등의 사정이 존재한다면 낮은 임료만 떼어 비정상 거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서울고등법원 2024. 11. 13. 선고 2023나2041988 판결은 건물 완공 후의 감정결과를 검토하면서도, 상당한 규모의 공사자금 조달구조, 계약의 경위와 장기 점용 예정 등을 종합하여 약정 월 임대료가 임대인에게 반드시 불리하거나 임차인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감정상 임료와 약정 임료의 격차는 불리성의 한 징표일 수 있으나, 대리권 남용이나 경제적 불합리성을 곧바로 증명하는 결정적 사실은 아니라는 취지다.
같은 맥락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8. 18. 선고 2021가합576159 판결은 신탁계약과 사업양도계약의 체결 경위, 포괄적 위임 및 임차권 승계를 근거로 청구를 기각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21. 8. 25. 선고 2019나2058330 판결은 장기·저가 임대라는 주장을 전제로 검토하면서도 포괄위임, 묵시적 허락과 사업목적을 종합하여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하였고,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다275307 판결로 확정되었다. 최초 소송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20. 선고 2019가합501763 판결도 포괄위임, 민법 제124조의 자기계약 및 민법 제103조 위반 여부를 검토하여 무효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들 민사판결이 조세부과처분의 적법성을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민사판결의 기판력이 과세관청에 당연히 미친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다만 동일한 거래의 체결 경위, 권한, 사업목적 및 경제적 이해관계를 심리한 확정판결은 거래의 실질과 합리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된다. 반대로 과세소송에서도 민사감정액 하나만으로 위 민사판결에서 확인된 전체 거래구조를 배제할 수는 없다.
6. 소송 수행 시 정리하여야 할 쟁점과 입증 포인트
① 기준시점 계약일, 변경계약일, 감정기준일과 감정서 작성일을 구분하고, 각 시점의 목적물 현황과 시장자료를 연표로 제시한다.
② 비교 가능성 나대지와 완공건물 부지, 단기임대와 장기 개발사업용 임대가 실제로 비교 가능한지 감정의 전제와 평가방법을 검증한다.
③ 법적 기능 소송상 증거조사로서의 법원 감정과 시행령 제89조 제2항 제1호가 예정한 감정가액을 구별하고, 사후감정의 소급 적용 근거를 상대방에게 특정하도록 한다.
④ 가격변동 평가기준일부터 감정서 작성일까지 지가, 용도, 개발상태, 수익구조의 변화를 제시하여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두61780 판결의 요건 충족 여부를 다툰다.
⑤ 시행령 적용순서 거래 당시의 거래실례와 감정가액 존재 여부를 먼저 확정한 뒤 제89조 제1항·제2항·제4항 중 적용 규정을 논증한다.
⑥ 경제적 합리성 임료 외에 금융조달, 투자·개발위험, 계약기간, 사업목적, 임료조정 경위와 당사자별 부담을 하나의 거래구조로 평가한다.
⑦ 판결의 효력 민사판결의 기판력 범위와 조세사건의 쟁점을 구별하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기초사실과 경제적 평가를 유력한 증거로 활용한다.
7. 결론
민사소송의 감정결과는 적정 임료 판단에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이지만,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자동적 전제가 아니다.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한 시가 산정, 감정의 법적 성격과 소급감정의 요건, 목적물 및 시장상황의 동일성, 시행령 제89조의 단계적 적용, 거래 전체의 경제적 합리성을 모두 거쳐야 한다. 실무적으로 가장 경계할 오류는 사후 완성된 수익상태에서 산정한 감정임료를 과거 개발위험 단계의 계약에 그대로 투사한 뒤, 그 차액만으로 세법상 부당성을 결론짓는 것이다.
인용 판례·자료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20. 선고 2019가합501763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1. 8. 25. 선고 2019나2058330 판결 ·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다275307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8. 18. 선고 2021가합576159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4. 11. 13. 선고 2023나2041988 판결 ·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두61780 판결 · 국세청 질의회신 제도46012-11939(2001.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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