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5다211379 판결〔구상금등청구의소〕
-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3. 12. 선고 2024나37710 판결
- 결론: 원심판결 파기환송
관련 판례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61195 판결
피보전채권에 보증인 등 인적 담보가 있더라도 사해행위 성립 여부는 보증인의 변제자력이 아니라 주채무자 자신의 자력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사해행위 이전에 피보전채권이 성립하였다면 그 채권이 사해행위 이후 양도되더라도 양수인은 종전 채권자가 행사할 수 있었던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관련 법령
민법 제406조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428조
보증인이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않는 채무를 대신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481조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가 채무를 변제한 경우 법률상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하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482조
변제자가 자기의 구상권 범위에서 종전 채권자가 가지고 있던 채권과 담보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사실관계
- 2022년 1월 18일 기술보증기금은 주채무자 회사와 보증금액 1억 9,000만 원, 보증비율 95%, 보증기한 2023년 1월 18일의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였다.
- 2022년 1월 20일 주채무자 회사는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을 담보로 은행에서 2억 원을 대출받았다.
- 이에 따라 은행의 대출금채권은 주채무자의 재산처분 전에 이미 성립하였다.
- 2022년 6월 25일 주채무자 회사는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피고에게 양도하였다.
- 2023년 1월 18일 주채무자 회사가 대출금 상환을 연체하였다.
- 2023년 1월 25일 은행은 기술보증기금에 보증사고 발생 사실을 통지하였다.
- 2023년 5월 31일 기술보증기금은 은행에 보증원금과 이자 합계 1억 8,786만 1,260원을 대위변제하였다.
- 기술보증기금은 대위변제로 은행의 대출금채권을 승계한 후, 주채무자 회사가 피고에게 유일재산을 양도한 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의 법률관계
이 사건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 은행은 주채무자 회사에 2억 원을 대출하여 원래의 채권자가 되었다.
- 기술보증기금은 은행의 대출금채권을 신용보증하였다.
- 주채무자 회사는 대출금채권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을 피고에게 양도하였다.
- 이후 주채무자가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자 기술보증기금이 은행에 보증채무를 이행하였다.
- 기술보증기금은 대위변제를 통해 은행의 대출금채권을 승계하였다.
- 기술보증기금은 구상권을 확보하기 위해 종전 채권자인 은행이 행사할 수 있었던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였다.
정확히 말하면 ‘신용보증’ 자체가 채권자를 대위하는 것은 아니다.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한 기술보증기금이 은행에 실제로 대위변제함으로써 은행을 법률상 대위하고, 은행이 보유하던 대출금채권과 그에 기초한 채권자취소권을 구상권 범위에서 행사하는 것이다.
핵심쟁점
- 은행의 대출금채권에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이 제공되었다는 이유로 주채무자의 유일재산 양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가?
- 기술보증기금이 재산양도 이후에 대위변제한 경우에도 종전 채권자인 은행의 대출금채권에 기초하여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술보증기금의 채권자취소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심은 은행의 대출금채권에 기술보증기금의 95% 신용보증이 제공되어 있었으므로, 은행이 대출금 대부분을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변제받을 수 있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물적 담보로 우선변제권이 확보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 범위에서는 은행의 채권 만족이 확보되어 있으므로 주채무자의 재산양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법리
신용보증이 있어도 주채무자의 재산처분은 사해행위가 될 수 있음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은 인적 담보이다.
주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주채무자 자신의 책임재산이 감소하여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가 부족해졌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다음 사정은 사해행위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보증인이 충분한 변제자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정
- 보증인이 공적 보증기관이라는 사정
- 신용보증 비율이 95%에 이른다는 사정
- 은행이 보증기관으로부터 실제 변제받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사정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이 있더라도 주채무자 회사가 유일한 재산을 양도하여 무자력이 되거나 무자력 상태가 심화되었다면 그 재산양도는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
신용보증과 물적 담보는 다름
물적 담보가 있는 경우 채권자는 담보물의 교환가치에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담보물의 가치 범위에서는 일반재산 감소로 인한 공동담보 부족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신용보증은 보증기관이 자신의 일반재산으로 주채무를 대신 이행하는 인적 담보이다. 주채무자의 책임재산 자체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신용보증을 물적 담보와 동일하게 보아 신용보증 범위에서 사해행위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
대위변제 후에도 은행의 기존 채권을 기초로 취소권 행사 가능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 전에 성립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은행의 대출금채권이 2022년 1월 20일 성립했고, 주채무자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양도는 그 이후인 2022년 6월 25일 이루어졌다.
따라서 은행의 대출금채권은 사해행위 이전에 이미 성립한 채권이다.
기술보증기금의 대위변제는 2023년 5월 31일 이루어졌지만, 이때 새로운 피보전채권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은행이 보유하던 기존 대출금채권이 동일성을 유지한 채 기술보증기금에 이전된 것이다.
따라서 기술보증기금은 은행을 대위하여 다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 주채무자 회사에 대한 기존 대출금채권
- 기존 대출금채권에 기초하여 은행이 행사할 수 있었던 채권자취소권
-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청구권
다만 기술보증기금이 행사할 수 있는 범위는 주채무자 회사에 대한 구상권의 범위로 제한된다.
이 사건에 대한 판단
- 은행의 대출금채권은 주채무자 회사가 유일재산을 양도하기 전에 이미 성립하였다.
-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은 인적 담보이므로 그 존재만으로 주채무자의 재산양도에 대한 사해성이 없어지지 않는다.
- 주채무자의 재산양도가 사해행위인지 여부는 기술보증기금의 변제자력이 아니라 주채무자 회사 자신의 자력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 기술보증기금은 주채무자의 재산양도 이후 은행에 대위변제했지만, 은행의 기존 대출금채권을 동일성을 유지한 채 승계하였다.
- 따라서 주채무자의 채권양도가 은행에 대한 사해행위라면 기술보증기금은 구상권 범위에서 그 채권양도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결론
- 주채무자의 유일재산 양도는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이 제공되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해행위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 기술보증기금이 재산양도 이후 대위변제하더라도 사해행위 이전에 성립한 은행의 대출금채권을 승계하여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 대법원은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 범위에서는 사해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의 핵심은 기술보증기금의 ‘고유한 구상금채권이 사해행위 이후 새로 발생했다’는 구조로 채권자취소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은행의 대출금채권이 사해행위 이전에 이미 성립하였고, 기술보증기금이 대위변제함으로써 그 기존 대출금채권과 은행이 행사할 수 있었던 채권자취소권을 승계하였기 때문에 취소권 행사가 인정된 것이다.
따라서 신용보증부 대출에서 주채무자가 대위변제 전에 재산을 처분했더라도, 보증기관은 대위변제 후 종전 금융기관의 지위를 승계하여 그 재산처분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