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담을 이행한 수증자에 대한 서면 없는 부담부증여의 해제 제한

핵심 결론 서면 없는 부담부증여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555조에 따라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수증자가 실질적인 부담을 모두 이행하였다면, 증여자가 아직 증여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1다299976, 2021다299983, 2003다1755

판결번호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나16588(본소), 2020나16595(반소) 판결

제1심판결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0. 9. 24. 선고 2019가단23049(본소), 2019가단25157(반소) 판결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독립된 판례 페이지가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판례

관련법령

사실관계

원고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이고, 피고는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회이다.
2016년 7월 4일 원고와 피고는 원고가 소유한 토지 중 마을회관 부지 210㎡를 피고에게 증여하되, 피고가 인근 토지를 더 이상 경작할 수 없게 된 원고의 고모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이는 피고에게 일정한 급부의무를 부담시키는 부담부증여에 해당하였다.
다만 원고의 증여 의사는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았고, 원고는 마을회관 부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쳐주지 않았다. 반면 피고는 약정에 따라 원고의 고모에게 300만 원을 모두 지급하여 자신이 부담한 의무를 이행하였다.
이후 원고는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라는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다음과 같은 본소를 제기하였다.
  • 토지 중 도로로 사용되는 226㎡ 부분에 설치된 콘크리트 포장의 철거
  • 토지 위 조립식 건물 21㎡의 철거
  • 해당 토지의 인도
이에 피고는 반소로 마을회관 부지 210㎡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였다. 피고는 주위적으로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예비적으로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였다.

제1심 판단

제1심은 원고의 본소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의 반소 가운데 매매를 원인으로 한 주위적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증여를 원인으로 한 예비적 청구는 받아들여 원고가 피고에게 마을회관 부지 210㎡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도록 판결하였다.
피고가 주위적 반소청구의 기각 부분에 항소하지 않았으므로, 이후 항소심의 심판대상은 원고의 본소청구와 피고의 예비적 반소청구 부분으로 한정되었다.

원심 판단

원심은 원고의 본소 및 반소에 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마을회관 부지에 관한 증여계약이 서면으로 체결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부담부증여에서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경우에는 민법 제558조의 취지상 이미 이행된 부분에 관하여 민법 제555조에 따른 해제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피고가 원고의 고모에게 약정한 300만 원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원고는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라는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피고의 예비적 반소청구인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인용하였다.
도로 부분에 관해서는 해당 도로가 포장되기 전부터 마을 주민 등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되어 왔고, 피고가 이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점유하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도로 부분에 관한 사용대차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인도 및 철거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부담부증여도 증여의 일종이므로 민법 제554조부터 민법 제562조까지의 증여에 관한 규정이 원칙적으로 적용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증여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았다면 증여자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555조에 따라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달리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민법 제561조는 부담부증여에 관하여 부담의 한도에서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민법 제559조 제2항도 부담부증여에서 증여자가 부담의 한도에서 매도인과 같은 담보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부담부증여 당사자 사이의 형평을 고려한 것이다.
둘째, 민법 제558조민법 제555조에 따라 증여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부담부증여에서는 수증자가 부담한 의무의 이행도 ‘이미 이행한 부분’에 포함된다.
수증자가 부담을 모두 이행하였는데도 증여자가 서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증여계약 전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보면, 증여자는 수증자의 부담 이행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하면서 자신의 증여의무만 면하게 된다. 이는 당사자 사이의 형평에 반한다.
셋째, 민법 제555조에 따른 해제는 민법 제543조 이하의 일반적인 계약 해제와 달리, 증여자가 서면으로 증여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인정되는 특수한 철회권의 성격을 가진다. 수증자가 이미 부담을 이행한 후에도 증여자의 자유로운 철회를 인정하면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넷째, 민법 제555조는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는 것을 방지하고 증여 의사의 존재와 내용을 명확하게 하려는 규정이다. 수증자가 부담을 실제로 이행하였다면 증여계약의 존재와 내용이 객관화되므로, 이러한 입법 취지도 상당 부분 달성된다.
따라서 부담부증여에서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경우에는 증여자가 증여의무를 아직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원칙적으로 민법 제555조에 따른 해제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수증자의 부담이 형식적이거나 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거나, 특별한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행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부담 없는 증여와 동일하게 평가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해제가 가능하다.
이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의 고모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부담은 형식적·명목적인 의무가 아니었고, 피고는 이를 전부 이행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소유권이전등기를 아직 마쳐주지 않았더라도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라는 이유만으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한편 원고는 도로 부분에 관한 본소청구의 패소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상고이유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대법원은 이 부분을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하였다.
이 판결은 서면 없는 부담부증여도 원칙적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수증자가 실질적인 부담을 모두 이행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형평과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고려하여 증여자의 해제를 제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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