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7므1224 판결 [혼인의무효및위자료]
- 원고: 대한민국 국민인 남편
- 피고: 베트남 국민인 아내
- 청구 내용: 혼인무효 및 위자료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하급심
- 원심: 청주지방법원 2017. 9. 6. 선고 2017르17 판결
- 원심 판단: 혼인무효 및 피고의 위자료 지급책임 인정
- 대법원 판단: 피고의 단기간 가출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아 파기·환송
법제처에 공개된 대법원 판결문에는 제1심 사건번호와 파기환송심 결과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므574 판결 민법 제815조 제1호의 ‘혼인의 합의’란 사회관념상 부부로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형성하려는 의사의 합치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 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19므11584, 11591 판결 혼인 후 배우자가 혼인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혼인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행동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관련 법령
-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혼인의 성립요건은 각 당사자에 관하여 그 본국법에 의한다. 현행 국제사법 제63조 제1항에 해당한다.
- 국제사법 제63조 제1항 혼인의 성립요건은 각 당사자에 관하여 그 본국법에 따른다.
- 민법 제815조 제1호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으면 그 혼인은 무효로 한다.
- 베트남 혼인·가족법 제8조 제1항 남녀가 자유의사에 따라 혼인을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 현행 국제사법 제63조: 혼인의 성립
사실관계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 남편은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2015년 9월 1일경 베트남 국민인 피고 아내를 만났다.
두 사람은 2015년 9월 18일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하였다. 원고는 2015년 9월 17일부터 2015년 11월 30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약 20일간 베트남에 머물며 피고를 만나거나 함께 생활하였다.
원고는 2016년 2월 15일 대한민국에서 혼인신고를 한 다음 피고를 국내로 초청하였다. 피고는 2016년 6월 8일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원고와 함께 생활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운영하는 식당의 일을 도왔고, 두 사람은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국내 공동생활을 시작한 직후부터 다음과 같은 문제로 갈등이 발생하였다.
-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
- 23세의 나이 차이
- 원고가 운영하는 식당 일을 돕는 문제
- 원고의 건강 문제
- 피고 부모의 국내 초청 문제
- 휴대전화 사용 문제
- 원고가 전처와 사이에서 낳은 딸에 관한 문제
혼인 당시 원고는 만 43세, 피고는 만 20세였다.
피고는 2016년 6월 20일 원고와 함께 청주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상담받았다. 두 사람은 상담 과정에서 서로 이혼 의사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피고는 2016년 6월 21일 청주이주여성쉼터에 입소했지만, 2016년 6월 27일과 그다음 날 두 차례 상담을 받은 뒤 원고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두 사람은 2016년 7월 2일과 2016년 7월 9일 부부관계 향상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였다.
그러나 갈등이 계속되자 피고는 2016년 8월 3일 원고와 다시 상담센터를 방문한 다음, 2016년 8월 4일 집을 나갔다.
원고는 피고가 진정한 혼인의사 없이 취업이나 대한민국 체류를 목적으로 혼인했다고 주장하면서 혼인의 무효 확인과 위자료 지급을 청구하였다.
법리
국제결혼의 성립요건은 각 당사자의 본국법에 따라 판단한다
구 국제사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의 성립요건을 각 당사자에 관하여 그 본국법에 따르도록 규정하였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와 베트남 국민인 피고 사이의 혼인 성립요건은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
- 원고의 혼인 성립요건: 대한민국 민법
- 피고의 혼인 성립요건: 베트남 혼인·가족법
대한민국 민법 제815조 제1호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으면 혼인을 무효로 한다.
베트남 혼인·가족법 제8조 제1항도 남녀가 자유의사에 따라 혼인을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원고에게만 혼인의사가 있고 피고에게 혼인의사가 없었다면 대한민국 민법과 베트남 혼인·가족법 어느 법에 따르더라도 혼인의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 된다.
혼인의 성립요건과 혼인무효를 구하는 쟁송 방법은 구별된다
구 국제사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의 실체적 성립요건에 관한 준거법을 정한 규정이다.
이 조항이 다음 사항까지 각 당사자의 본국법에 따르도록 정한 것은 아니다.
-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혼인을 어떤 소송으로 해소할 것인지
- 혼인무효 확인을 구하는 쟁송 방법
- 혼인무효 재판 이후 발생하는 신분법적 효과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어 혼인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혼인무효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 법원은 민법 제815조 제1호에 따라 혼인무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혼인의 합의는 부부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의 합치이다
민법 제815조 제1호에서 말하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로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형성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뜻한다.
단순히 결혼식이나 혼인신고의 외형을 갖추었다고 해서 반드시 혼인의 합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혼인생활이 단기간에 파탄되었다고 해서 혼인신고 당시의 합의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은 혼인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혼인절차, 혼인 후 공동생활 및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 등을 종합하여 혼인신고 당시의 의사를 판단해야 한다.
혼인 당시의 의사와 혼인 후의 파탄은 구별해야 한다
혼인무효와 이혼은 판단 대상이 다르다.
- 혼인무효: 혼인신고 당시부터 혼인의 합의가 없었던 경우
- 이혼: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이 그 후 발생한 사정으로 파탄된 경우
외국인 배우자가 입국한 뒤 가출하거나 연락을 끊었다는 사실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졌다는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혼인 후의 행동만으로 혼인신고 당시부터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소급하여 단정할 수는 없다.
법원은 당사자들이 처음부터 혼인신고라는 외관만 만들려고 했는지, 아니면 진정한 혼인의사로 혼인했지만 이후 갈등으로 혼인관계를 포기했는지를 구별해야 한다.
단기간의 가출만으로 혼인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
원심은 피고가 국내에 입국한 뒤 단기간에 두 차례 집을 나갔고, 그럴 만한 상당한 이유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피고에게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다음 사정들은 피고에게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 베트남에서 원고와 결혼식을 한 점
- 원고가 베트남에 세 차례 방문하여 함께 생활한 점
- 대한민국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점
- 피고가 결혼동거 목적으로 입국한 점
- 원고와 실제로 공동생활을 한 점
- 원고의 식당 일을 도운 점
- 원고와 부부관계를 가진 점
- 첫 가출 후 원고의 집으로 돌아온 점
- 부부관계 향상프로그램에 두 차례 참여한 점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입국 후 집을 나갔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혼인의사가 없었다는 증거라기보다, 혼인 후 발생한 부부갈등이나 문화적 부적응으로 혼인관계의 지속을 포기한 결과일 수 있다.
국제결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과 베트남 국민 사이의 국제결혼은 통상 베트남에서의 혼인절차와 혼인증서 발급, 대한민국에서의 혼인신고, 결혼동거 사증 발급 및 국내 입국 등 여러 절차를 거친다.
국제결혼에서는 언어·문화·관습의 차이로 의사소통과 생활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나이 차이가 크거나 충분한 교제 없이 혼인한 경우에는 공동생활이 단기간에 파탄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외국인 배우자가 국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혼인관계를 단기간에 중단했다는 결과만으로, 취업이나 체류를 위한 위장결혼이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결론
이 사건 혼인의 성립요건에는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원고에 관해서는 대한민국 민법, 피고에 관해서는 베트남 혼인·가족법이 각각 적용된다.
다만 구 국제사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의 실체적 성립요건에 관한 준거법을 정한 규정일 뿐이다.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가 혼인의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혼인무효 확인을 구하는 쟁송에서는 대한민국 민법 제815조 제1호에 따라 혼인무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피고가 대한민국에 입국한 뒤 단기간에 집을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혼인신고 당시부터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가 원고와 실제로 동거하고 식당 일을 도왔으며 부부관계를 가졌고, 가출 후 귀가하여 부부관계 개선프로그램에도 참여한 사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은 혼인 후 단기간에 관계가 파탄되었다는 사실과 혼인신고 당시부터 혼인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을 구별하지 않은 원심판결에 혼인무효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파기·환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