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관련 판례
- 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0128 판결 상호속용 영업양수인의 책임은 채무를 승계하지 않았는데도 종전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양도 또는 채무 불인수 사실을 외부에서 알기 어렵게 한 경우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정책임이다.
- 대법원 1998. 4. 14. 선고 96다8826 판결 영업양도란 일정한 영업목적에 따라 조직화된 인적·물적 조직을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양도 전후의 상호가 주요 부분에서 공통된다면 상호속용이 인정될 수 있다.
-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5138 판결 양수인이 상호 자체가 아니라 영업주체를 나타내는 옥호나 영업표지를 계속 사용한 경우에도 상법 제42조 제1항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
-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7다17123, 17130 판결 상호속용 영업양수인이 책임을 면하려면 채권자가 영업양도 당시 채무 불인수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
-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64867 판결 영업양도 당시 채권자가 채무 불인수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영업양수인의 책임은 발생하지 않는다.
관련 법령
- 상법 제42조 제1항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는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하여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이 있다.
- 상법 제42조 제2항 영업양수인이 영업양도인의 채무에 대하여 책임이 없음을 등기한 경우에는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양도인과 양수인이 지체 없이 제3자에게 그 뜻을 통지한 경우에도 통지를 받은 제3자에 대해서는 동일하다.
사실관계
종전 카지노 운영회사인 영업양도인은 카지노 이용자들에게 칩을 발행했고, 원고들은 그 칩에 관한 환전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피고 회사는 2014년 6월 2일 종전 운영회사와 카지노 영업에 필요한 자산·부채 및 권리·의무에 관한 영업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피고가 양수한 자산과 권리는 다음과 같았다.
- 카지노 영업비품 일체
- 영업장 건물과 시설물에 관한 임차인 지위
- 카지노업 허가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취득한 영업상 권리
- 카지노 영업에 필요한 그 밖의 자산과 계약상 지위
그러나 채무는 종전 회사로부터 고용을 승계한 직원들의 퇴직금 지급채무만 인수하기로 했다. 종전 회사가 발행한 카지노 칩의 환전채무는 인수대상에서 제외했다.
피고는 환전채무를 인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등기하지 않았고, 환전채권자인 원고들에게도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다.
피고는 영업양수도 이후 종전 회사가 사용하던 ‘△△△카지노’라는 영업소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종전 회사가 발행한 칩의 환전 업무를 포함한 카지노 영업을 계속했다.
이후 피고는 2014년 10월 20일 영업장 리노베이션을 위해 휴업했다가 2015년 1월 7일 영업소 명칭을 ‘○○제주카지노’로 변경하여 영업을 재개했다.
원고들은 피고가 종전 카지노의 영업소 명칭을 계속 사용했으므로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종전 회사의 환전채무도 변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쟁점
- 상법 제42조 제1항은 등기된 상호가 아니라 옥호나 영업소 명칭을 계속 사용한 경우에도 적용되는가
- 채권자가 영업양도 당시 채무 불인수 사실을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된 경우 영업양수인의 책임이 소멸하는가
- 채권자가 채무 불인수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은 누가 증명해야 하는가
- 영업양수인이 일정 기간 뒤 영업소 명칭을 변경하면 이미 발생한 책임이 소멸하는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들이 피고가 변경된 명칭으로 카지노 영업을 재개한 2015년 1월경에는 피고가 카지노 영업을 양수하면서 환전채무를 인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았다.
또한 영업양수도계약 체결일부터 원고들이 채무 불인수 사실을 알게 될 때까지의 기간과 원고들이 종전 운영회사를 상대로 보전처분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피고의 명칭 속용으로 원고들이 채권추구의 기회를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고들을 채무 불인수 사실을 아는 악의의 채권자로 보아 피고의 책임을 부정했다.
대법원의 법리
1. 상호속용책임은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정책임이다
영업상 채권자의 신용은 통상 채무자의 영업재산에 의해 실질적으로 담보된다.
그런데 영업재산은 양수인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는 양도인에게 남겨 두면 채권은 실질적 담보인 영업재산과 분리된다. 더욱이 양수인이 종전 상호를 계속 사용하면 외부에서는 다음 사실을 알기 어렵다.
- 영업주체가 변경됐다는 사실
- 영업이 양도됐다는 사실
- 영업상 채무가 양수인에게 승계되지 않았다는 사실
상법 제42조 제1항은 이와 같이 채권자가 채권추구의 기회를 잃을 수 있는 경우 영업양수인에게도 변제책임을 부담시켜 채권자를 보호하는 규정이다.
2. 옥호나 영업표지에도 유추적용된다
상법 제42조 제1항은 문언상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를 규정한다.
그러나 양수인이 계속 사용하는 명칭이 등기된 상호 자체가 아니더라도, 소비자나 거래관계자에게 영업주체를 나타내는 옥호·영업소 명칭·영업표지로 사용됐다면 채권자가 영업주체의 변경이나 채무승계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호속용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상법 제42조 제1항이 유추적용된다.
이 사건의 ‘△△△카지노’는 회사의 법인상호 자체가 아니라 카지노 영업소의 명칭이지만, 카지노 영업의 주체를 나타내는 표지였으므로 상법 제42조 제1항이 유추적용된다.
3. 악의의 기준 시점은 영업양도 무렵이다
채권자가 영업양도 당시 또는 그 무렵 채무가 양수인에게 승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상호나 영업표지의 계속 사용 때문에 채권추구 기회를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악의의 채권자에 대해서는 영업양수인의 책임이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영업양도 무렵에는 채무 불인수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영업양수인의 책임은 그때 발생한다.
4. 채권자의 악의는 영업양수인이 증명해야 한다
채권자가 영업양도 당시 채무 불인수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은 영업양수인의 책임을 배제하는 사유다.
따라서 채권자가 악의였다는 사실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상법 제42조 제1항의 책임을 면하려는 영업양수인에게 있다.
단순히 채권자가 나중에 영업양도 사실을 알았거나 양도인을 상대로 보전처분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영업양도 당시부터 악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5. 사후에 채무 불인수 사실을 알아도 책임은 소멸하지 않는다
채권자가 영업양도 당시 채무 불인수 사실을 몰라 영업양수인의 책임이 발생했다면, 이후 채권자가 그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이미 발생한 법정책임은 소멸하지 않는다.
상법 제42조 제2항이 영업양수인의 책임을 배제하려면 책임 없음의 등기나 채권자에 대한 통지를 영업양도 후 ‘지체 없이’ 하도록 규정한 것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6. 사후 명칭 변경도 이미 발생한 책임을 소멸시키지 않는다
피고는 영업양수도 후 약 4개월 동안 종전 영업소 명칭을 사용했고, 이후 리노베이션을 거쳐 새로운 명칭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종전 영업소 명칭을 속용한 시점에 상법 제42조 제1항의 책임이 이미 발생한 이상, 나중에 명칭을 변경했다고 하여 책임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 대한 판단
피고는 카지노 영업을 양수한 후 다음과 같은 행위를 했다.
- 종전 운영회사의 카지노 시설·비품·임차인 지위 및 카지노업 허가를 양수했다.
- 종전 운영회사가 사용하던 카지노 영업소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 종전 운영회사가 발행한 칩의 환전 업무를 포함한 동일한 카지노 영업을 계속했다.
- 환전채무를 인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등기하거나 원고들에게 통지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는 상법 제42조 제1항의 유추적용에 따라 종전 운영회사의 환전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부담한다.
원고들이 영업양도 당시 또는 그 무렵 환전채무가 승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증거도 부족했다.
원고들이 약 7개월 후인 2015년 1월경 채무 불인수 사실을 알게 됐거나 종전 운영회사에 대하여 보전처분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발생한 피고의 변제책임은 소멸하지 않는다.
결론
대법원은 원고들이 2015년 1월경 채무 불인수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악의의 채권자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상법 제42조 제1항의 법리와 증명책임에 관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상호속용 영업양수인의 책임에 관하여 다음 기준을 명확히 했다.
- 등기된 상호뿐 아니라 영업주체를 나타내는 옥호·영업소 명칭·영업표지에도 상법 제42조 제1항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
- 채권자의 악의 여부는 영업양도 당시 또는 그 무렵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 채권자의 악의에 대한 증명책임은 영업양수인에게 있다.
- 영업양도 당시 선의였다면 양수인의 책임은 그때 발생한다.
- 채권자가 나중에 채무 불인수 사실을 알거나 양도인에 대한 보전처분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책임은 소멸하지 않는다.
- 영업양수인이 나중에 종전 영업소 명칭의 사용을 중단해도 이미 발생한 책임은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