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세범칙 통고서의 기재상 하자와 통고처분의 무효

핵심 결론 통고서의 기재가 미흡하더라도 관련 자료와 조사경과를 통해 범칙사실이 특정되고 방어권 침해가 없다면 무효는 아니다. 반면 법조문만으로 범칙사실을 알 수 없다면 당연무효가 될 수 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1. 30. 선고 2018가합547915 판결(확정)
서울고등법원 2022. 12. 7. 선고 2022나2006186 판결

관련 법조문

조세범 처벌절차법 제15조는 통고처분을 할 때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규정한다. 조세범 처벌절차법 제16조는 통고처분의 공소시효 중단 효력을, 같은 법 제17조는 통고 불이행 시 고발절차를 정하고 있다. 또한 조세범 처벌절차법 시행령 제13조는 세무공무원이 형사소송법 제254조에 준하여 문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한다.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합547915 판결


과세관청은 도매업자가 약 48억 원의 매출을 누락하였다고 판단하여 조세포탈 및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을 이유로 합계 223,560,120원의 통고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통고서의 범칙사항 및 위반사항란에는 ‘조세범처벌법 제3조’ 또는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1항’이라는 적용 법조만 기재되어 있었다. 범칙행위의 일시와 기간, 구체적인 행위방법, 누락 매출액, 공급가액 및 벌금상당액의 산정근거는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

납세자는 통고처분에 따라 벌금상당액을 전액 납부한 후 과세처분에 관한 조세심판을 청구하였다. 조세심판원은 해당 매출누락을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의한 조세포탈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과세처분을 경정하였다. 이후 납세자는 통고처분도 당연무효라며 국가를 상대로 이미 납부한 벌금상당액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법원은 먼저 조세심판원이 과세처분을 경정했다는 사정만으로 통고처분이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과세처분과 조세범칙 통고처분은 요건과 효과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고처분은 법원의 정식 형사재판에 갈음하여 금전적 제재를 부과하는 제도이고, 그 내용대로 이행하면 동일한 범칙행위에 대한 형사절차가 종결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형벌에 준하는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통고서에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사실의 특정에 준하여 범칙사실의 요지와 적용법조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단순히 조세범처벌법의 조항만 기재한 것으로는 상대방이 어떠한 행위 때문에 제재를 받는지 알 수 없다. 법원은 이러한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판단하여 통고처분을 당연무효로 보고, 국가가 납세자로부터 받은 벌금상당액 전액을 민법 제741조에 따라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2. 서울고등법원 2022나2006186 판결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법인과 대표자가 2013년 제2기 과세기간에 거래업체를 상대로 실물거래 없이 매출세금계산서 2장과 매입세금계산서 2장을 발급·수취하였다고 보아 각 257,761,612원의 통고처분을 하였다.

통고서에는 범칙혐의자의 인적사항, ‘거짓세금계산서 발급 및 수취’라는 범칙사항,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이라는 적용법조 및 벌금상당액이 기재되어 있었다. 다만 범칙행위의 구체적인 일시와 방법, 대상 세금계산서 및 벌금상당액의 계산근거까지 상세하게 기재되지는 않았다.

원고들은 통고처분에 따라 벌금상당액을 납부한 후, 통고서의 기재가 불충분하므로 통고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통고서의 기재가 충분하지 않은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 사정만으로 통고처분이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통고처분은 과세관청이 정식 형사절차에 앞서 조세범칙사건을 신속하고 간이하게 처리하는 절차이다. 통고처분 자체만으로 납부가 강제되는 것은 아니며, 상대방이 임의로 이행해야 사건이 종결된다. 통고처분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이후 고발에 따른 형사재판에서 범칙사실과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다.

따라서 통고서의 형식이나 기재에 잘못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임의로 납부한 벌금상당액을 국가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은 범칙사실의 특정 여부를 통고서 한 장의 문언만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통고서에는 ‘거짓세금계산서 발급 및 수취’라는 구체적인 행위유형과 무거래 세금계산서를 처벌하는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이 기재되어 있었다.

통고처분은 세무조사와 조세범칙조사 직후 이루어졌고, 조사과정에서 2013년 제2기 매출세금계산서 2장과 매입세금계산서 2장이 문제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원고들도 조사과정에서 해당 거래의 내용을 알고 인정한 것으로 보였다.

또한 통고서와 함께 교부된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에는 과세기간, 부가가치세 경정 내용 및 관련 금액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 수치를 통하여 문제 된 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과 세액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은 원고들이 통고처분의 원인이 된 구체적인 범칙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방어권 행사에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통고처분 이행에 따른 일사부재리와 공소시효 중단의 효력이 어느 범칙사실에 미치는지도 객관적으로 확정할 수 있으므로 통고처분을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두 판결은 서로 모순되는가


두 판결은 통고처분의 절차적 적법성을 바라보는 관점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반드시 모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8가합547915 판결은 통고처분이 실질적으로 형벌에 준하는 제재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통고서 자체에 범칙행위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며, 법조문만 기재하여 어떠한 행위가 문제 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보았다.

반면 2022나2006186 판결은 통고처분이 상대방의 임의 이행을 전제로 하는 형사절차의 사전절차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통고서의 기재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관련 자료와 조사경과를 통해 범칙사실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상대방의 방어권에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면 당연무효까지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첫 번째 사건에서는 통고서에 적용 법조만 기재되어 있었고, 구체적인 행위유형이나 대상 거래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다른 자료를 통해 납세자가 범칙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볼 사정도 충분하지 않았다.

두 번째 사건에서는 통고서에 ‘거짓세금계산서 발급 및 수취’라는 행위유형과 적용법조, 벌금상당액이 기재되어 있었다. 세무조사와 범칙조사 과정에서 대상 세금계산서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었고, 함께 교부된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를 통해 과세기간과 공급가액도 파악할 수 있었다.

결국 두 사건의 결론이 달라진 것은 통고서의 형식적 기재 차이뿐 아니라, 관련 자료와 조사경과를 종합했을 때 범칙사실을 객관적으로 특정할 수 있었는지, 상대방이 실제로 그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4. 두 판결에서 도출되는 통합 법리


통고서에는 원칙적으로 범칙행위의 일시·기간·방법, 대상 거래, 공급가액이나 포탈세액, 적용법조 및 벌금상당액의 산정근거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사항 중 일부가 누락되었다고 하여 통고처분이 곧바로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통고서와 함께 교부된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 범칙조사 과정에서 제시된 자료, 납세자의 진술과 인식 등을 종합하여 범칙사실이 객관적으로 특정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문제 된 행위가 무엇인지 알고 통고처분을 이행할지, 불이행하고 형사재판에서 다툴지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조사과정에서도 대상 거래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상대방이 범칙사실을 알 수 없었다면 방어권 침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통고처분을 이행하면 동일한 범칙행위에 대한 재조사와 형사처벌이 제한되고 공소시효도 중단된다. 따라서 통고서와 관련 자료를 종합하여 어떤 거래와 범칙행위에 이러한 효력이 미치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범위조차 특정할 수 없다면 단순한 형식상 잘못을 넘어 통고처분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중대한 하자가 될 수 있다.

5. 실무상 의미


통고처분의 무효 여부는 통고서 자체의 형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통고서의 기재를 출발점으로 하되, 함께 교부된 문서, 세무조사와 범칙조사의 내용, 상대방의 진술과 실제 인식, 방어권 침해 및 일사부재리 범위의 특정 가능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통고서에 적용법조만 기재되어 있고 다른 자료를 보더라도 대상 거래와 범칙금액을 확인할 수 없다면 당연무효가 인정될 수 있다. 반대로 통고서의 기재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조사과정에서 대상 거래와 세금계산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었고, 납세자가 이를 알고 인정한 상태에서 통고처분을 이행하였다면 형식적 기재 부족만으로 무효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통고처분을 받은 납세자로서는 벌금상당액을 납부하기 전에 통고서뿐 아니라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와 범칙조사 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일단 통고처분을 임의로 이행하면 통고처분에 승복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범칙사실이 불분명하거나 실체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면 납부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결국 두 판결의 공통된 기준은 통고처분의 대상이 된 범칙사실이 전체 자료를 통해 실질적으로 특정되고, 상대방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었는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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