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 사건명: 피해보상및하수도보수
- 원심: 서울남부지방법원 2012. 11. 1. 선고 2011나2802 판결
- 결과: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 파기·환송, 나머지 상고기각
관련판례
대법원 1980. 1. 15. 선고 79다1230 판결은 대표이사가 업무집행 중 고의 또는 과실로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회사와 대표이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법리를 밝혔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5473 판결은 대표이사의 위법한 업무집행으로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회사는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따라, 대표이사는 민법 제750조 등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50165 판결은 대표이사가 직원들에게 타인의 부동산을 불법 점유하게 한 경우, 부동산의 점유자는 회사이므로 대표이사 개인에게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지만 대표이사는 불법점유를 형성·유지한 행위자로서 회사와 별도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상법 제210조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원이 업무집행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회사가 대표사원과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과한다.
사실관계
건설회사인 소외 회사는 건물을 신축하였다. 피고는 신축공사 기간 동안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였다.
공사 과정에서 인접한 원고 소유 건물에 다음과 같은 피해가 발생하였다.
- 건물 지하층의 균열 및 누수
- 옥상 바닥의 누수
- 원고 건물로 이어지는 지하 하수 배수관의 절단
소외 회사는 신축공사의 시공자이자 건축주였고, 공사 완료 후 신축건물에 관하여 회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공사를 시행한 회사가 아니라 그 대표이사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대표이사가 인접 건물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굴착공사로 지하 하수도관이 파손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원고는 남편으로부터 양수하거나 그 행사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손해배상채권에 관해서도 양수금 지급을 청구하였다.
원심 판단
원심은 신축공사로 인해 원고 건물에 균열과 누수가 발생하고 지하 하수 배수관이 절단된 사실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소외 회사가 시공자 또는 건축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표이사인 피고에 대해서는 건물 신축 과정에서 피고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불법행위를 하였는지에 관한 주장과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즉, 원심은 회사의 시공상 과실과 대표이사 개인의 불법행위를 구분하면서 대표이사의 직접적인 실행행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핵심쟁점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회사의 시공상 잘못으로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대표이사가 직접 공사하거나 하수도관을 절단한 사실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대표이사 개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표이사의 다음과 같은 의무 위반이 독자적인 불법행위책임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 부적절한 공사방법을 결정하거나 승인한 책임
- 피해방지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업무집행상 과실
- 임직원과 공사 담당자에 대한 감시·감독의무 위반
- 시공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과실
대법원 판단
1. 회사의 책임과 대표이사의 책임은 함께 성립할 수 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업무집행 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회사는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회사의 업무로 이루어진 행위라는 이유만으로 실제 위법한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을 한 대표이사의 개인책임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2. 대표이사의 직접적인 시공행위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다
대표이사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직접 굴착공사를 하거나 하수도관을 절단하였다는 사실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다.
대표이사의 책임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도 성립할 수 있다.
- 대표이사가 선관주의의무나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부적절한 시공을 결정한 경우
- 인접 건물에 대한 피해방지 조치 없이 공사를 진행하도록 한 경우
- 공사 현장의 위험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 피용자의 위법한 시공을 방지할 감시·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경우
따라서 대표이사가 직접 실행한 구체적인 물리적 행위만을 기준으로 책임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3. 대표이사의 업무집행 관여 여부를 심리했어야 한다
피고는 공사기간 동안 건설회사의 대표이사였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회사의 시공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관여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원고도 대표이사가 인접 건물 피해 및 지하 하수도관 파손을 방지할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따라서 원심은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심리했어야 한다.
- 피고가 공사방법과 안전대책에 관한 의사결정에 관여했는지
- 인접 건물의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인식할 수 있었는지
- 하수도관의 위치와 파손 가능성을 조사했는지
- 피해방지 조치와 현장 관리·감독체계를 마련했는지
- 피용자나 공사 담당자의 위법행위를 방지할 의무를 이행했는지
- 피해 발생 후 추가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했는지
그런데도 원심은 대표이사가 직접 행한 구체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주장·증명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표이사의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4. 양수금청구 부분
원고는 남편으로부터 손해배상채권을 양수하거나 채권을 행사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며 양수금 지급도 청구하였다.
그러나 이 부분에 관해서는 상고장에 상고이유가 기재되지 않았고 법정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도 제출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직권조사사항도 없다고 보아 이 부분 상고를 기각하였다.
결론
회사가 건물 신축공사를 하면서 인접 건물에 균열·누수를 발생시키고 지하 하수 배수관을 절단하였다면, 회사는 시공자 또는 건축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대표이사 역시 시공에 관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거나 피해방지 조치를 마련하지 않았거나 피용자에 대한 감시·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면 회사와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대법원은 대표이사가 직접 공사행위를 했다는 증명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책임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대표이사의 의사결정 및 감시·감독상 과실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대표이사의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직접적인 실행행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표이사는 회사 업무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과 지휘·감독 권한을 가진다. 따라서 업무집행 과정에서 필요한 위험방지 조치를 마련하지 않거나 임직원의 위법행위를 방지하지 않은 관리·감독상 과실도 불법행위책임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대표이사라는 지위만으로 회사의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당연히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통해 대표이사의 고의·과실을 판단해야 한다.
- 대표이사의 업무분장과 실제 경영 관여 정도
- 위법행위에 관한 보고와 승인 여부
- 손해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 또는 예견 가능성
- 위험방지 및 내부통제 조치의 내용
- 임직원에 대한 지시·감독과 사후조치
이 판결은 뒤이어 선고된 대법원 2011다50165 판결과 함께, 회사가 외형상 행위주체이더라도 위법한 업무집행을 결정하거나 방치한 대표이사에게 별도의 개인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리를 구체화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