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게임 개발자료 반출·사용과 저작권 및 영업비밀 침해의 구별

핵심 결론 완성된 게임의 표현이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더라도, 반출한 개발자료와 비공개 기획정보를 활용해 개발기간·비용을 줄였다면 영업비밀 침해책임이 성립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6다200492, 2026다200493, 2026다200494, 2026다200495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6다200492·2026다200493·2026다200494·2026다200495 판결(첨부)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5. 12. 4. 선고 2025나206557·2025나206558·2025나206559·2025나206560 판결(첨부)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13. 선고 2021가합560970·2024가합46963·2024가합72047·2024가합73545 판결

1. 사실관계


원고 게임회사는 2020년경부터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미공개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피고 개인들은 프로젝트의 디렉터와 개발자로 근무하면서 게임 기획, 개발제작 프로그램, 데이터소스, 프로그램 소스코드 및 빌드파일 등에 접근했습니다.

피고 중 한 명은 2021년 4월부터 6월까지 회사 자료가 개인 서버로 전송되도록 설정하여 게임 개발자료를 외부로 반출했습니다. 이후 피고들은 원고 회사를 퇴직하고, 기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개발자들과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여 별도의 게임을 개발·출시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게임이 원고 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반출한 개발자료와 비공개 기획정보를 사용하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서비스 금지·자료 폐기와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2. 완성된 게임의 저작권 침해는 부정


법원은 원고의 개발 중인 게임이 음악·미술·영상·프로그램 등이 결합된 게임저작물이고, 원고가 그 저작재산권을 보유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저작권은 게임의 장르, 아이디어, 규칙이나 일반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그러한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표현된 형식을 보호합니다. 따라서 던전 탐험, 전투, 아이템 획득, 생존과 탈출 등의 구성요소가 공통된다는 사정만으로는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특히 원고의 2021년 6월 30일 당시 게임은 배틀로얄적 성격이 강했던 반면, 피고 게임은 게임 도중 획득한 재화를 가지고 탈출하여 다음 게임에 사용하는 익스트랙션 장르에 해당했습니다. 양 장르는 게임의 목적, 진행 방식, 플레이어의 전략 및 구성요소의 유기적 결합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에 법원은 양 게임 사이에 보호되는 표현의 실질적 유사성이 없고, 피고들이 원고의 소스코드를 그대로 복제했다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복제권 및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를 부정했습니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관련 법조문은 저작권법 제2조, 제16조, 제22조입니다.

3. 개발자료와 기획정보는 영업비밀에 해당


항소심은 제1심보다 영업비밀의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제1심은 반출된 파일 전체가 충분히 특정되지 않았다고 보아 일부 기획정보와 게임 구성요소의 구체적인 조합만을 영업비밀로 인정했습니다. 반면 항소심은 반출된 개발제작 프로그램, 데이터소스, 소스코드 및 빌드파일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전체적으로 게임 개발에 사용되는 자료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원고가 유출 경로, 자료의 분류, 파일의 기능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피고들도 자신이 반출한 자료의 존재와 범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으므로, 개별 파일의 기능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일부 파일에 상용 에셋이나 공개된 자료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전체 자료가 원고의 프로젝트를 위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사용된 이상 그 공개 부분만 분리하여 영업비밀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개별 구성요소가 공개되어 있더라도 그 선택·배열·조합 자체가 업계에 알려지지 않았고, 전체로서 새로운 정보와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면 그 결합정보 역시 영업비밀이 될 수 있습니다.

관련 법조문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입니다.

4. 자료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아도 ‘사용’에 해당


영업비밀의 사용은 자료를 그대로 복제하여 제품에 삽입하는 경우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영업비밀을 참고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과 기획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것도 사용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피고들이 반출자료와 비공개 기획정보를 사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들은 퇴직 직후 게임 개발에 착수했고, 통상적인 게임 개발 초기의 시장분석과 기획 단계가 생략된 상태에서 곧바로 서버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습니다. 원고 프로젝트의 개발자 22명 중 8명이 피고 회사로 이동했고, 피고 게임에는 원고가 변형한 에셋과 비공개 구성요소의 조합이 반영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개인들에게는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영업비밀 사용·공개행위가, 피고 회사에는 부정하게 공개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한 행위가 각각 인정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개발 결과물의 표현상 실질적 유사성이 없어 저작권 침해가 부정되더라도, 그 개발과정에서 타인의 비공개 자료를 이용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했다면 영업비밀 침해가 별도로 성립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5. 영업비밀 보호기간은 2년 6개월


항소심은 개발자료와 기획정보의 보호기간을 피고 개인들이 원고 회사를 퇴직한 때부터 약 2년 6개월, 즉 2024년 1월 31일경까지로 판단했습니다.

영업비밀 보호기간은 침해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합법적인 방법으로 동일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개발에 필요한 기간, 정보의 기술적 수명, 인력과 시설, 동종 업계의 개발 가능성, 근로자의 직업선택 자유 등을 종합하여 정합니다.

대법원은 영업비밀 보호기간과 그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사실심의 전권사항이고,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은 이상 상고심에서 변경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호기간은 침해행위가 계속되었다는 이유로 그만큼 자동 연장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변론종결 전에 이미 보호기간이 지났으므로 게임 서비스 금지와 개발자료 폐기 등 장래의 금지·예방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다만 보호기간 내에 발생한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그대로 인정되었습니다.

관련 법조문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입니다.

6. 손해배상액은 57억 6,464만 원


제1심은 정확한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을 적용하여 원고가 일부청구한 85억 원 전액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보호기간 내 피고 회사가 얻은 한계이익을 구체적으로 산정한 다음, 영업비밀의 기여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손해액을 다시 계산했습니다.

피고 게임이 출시된 2023년 8월 8일부터 보호기간 만료일인 2024년 1월 31일까지의 매출액은 약 456억 원으로 산정되었습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의 한계이익률 84.23%를 적용하여 한계이익을 약 384억 원으로 계산하고, 다시 영업비밀의 기여율 15%를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손해액은 다음과 같이 확정되었습니다.

45,626,219,386원 × 84.23% × 15%
= 5,764,644,688원

따라서 피고 회사와 피고 개인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57억 6,464만 4,688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습니다.

영업비밀의 기여율은 게임 전체에서 침해된 정보가 차지하는 중요성, 기술적·경제적 가치, 피고들의 독자적인 개발성과, 출시 후 업데이트·홍보 등 별도의 영업활동을 종합하여 15%로 평가했습니다.

원고가 주장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피고들의 고의 정도, 피해규모와 경제적 이익, 침해기간·횟수 및 관련 형사사건의 불송치결정 등을 고려하여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관련 법조문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2항·제6항입니다.

7. 성과도용 및 영업방해 주장


원고는 ‘게임과 기획자료 등 개발 결과물 일체’가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보호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나 고객흡인력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도용행위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성과도용에 관한 일반조항은 저작권법이나 영업비밀보호법이 보호하지 않는 추상적인 아이디어와 게임 장르까지 독점시키는 규정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한편 피고 회사는 원고의 저작권 주장, 소송 제기 및 게임 유통 플랫폼에 대한 조치가 위법한 영업방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원고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이 실제로 인정된 이상 이러한 권리행사가 위법한 영업방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8. 확정판결의 법리적 의미


이 사건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게임의 장르·규칙·아이디어와 일반적인 구성요소가 유사하더라도 구체적인 표현과 그 유기적 결합이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둘째, 완성된 결과물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더라도, 그 개발과정에서 타인의 비공개 개발자료와 기획정보를 이용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고 개발기간과 비용을 절감했다면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셋째, 영업비밀의 특정은 개별 파일의 내용을 모두 문장으로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출 경로, 파일 목록, 자료의 기능과 상호 연관성이 제시되어 법원의 심리와 상대방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유기적으로 결합된 자료 전체가 영업비밀로 특정될 수 있습니다.

넷째, 영업비밀 보호기간이 지나면 장래의 사용금지·폐기청구는 인정되지 않지만, 보호기간 내 매출과 침해자의 한계이익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책임은 존속합니다.

다섯째, 손해액은 침해자의 전체 매출이나 이익을 곧바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기간 내 매출액에서 변동비용을 공제한 한계이익에 해당 영업비밀의 실질적인 기여율을 적용하여 산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판결은 저작권 침해는 부정하면서도 개발자료 및 비공개 기획정보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그 보호기간과 기여율을 기초로 57억여 원의 손해배상책임을 확정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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