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정 상법상 이사 등의 자기거래와 사후승인의 효력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1다291712 판결

1. 판결의 핵심 결론

이사·주요주주 등 상법 제398조의 적용 대상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하려면, 거래 전에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전승인 없이 이루어진 자기거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고, 거래가 이루어진 후 이사회가 이를 승인하거나 추인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무효가 치유되지 않는다.

이 판결은 2011년 개정 상법이 자기거래에 관하여 요구하는 ‘사전승인’이 단순한 내부적 업무처리 절차가 아니라 거래의 유효성과 직결되는 실체적 요건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2. 사건의 개요

회사의 대표이사는 자신의 직계비속이자 회사 주식 15.87%를 보유한 주요주주에게 회사 소유 부동산들을 매도하였다.

회사와 대표이사의 직계비속 사이에는 부동산 매매계약과 그에 관련된 여러 차례의 합의가 체결되었다. 그러나 거래 전에 이루어진 이사회 결의에서는 해당 거래의 중요사실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고, 거래가 이익상반거래라는 전제에서 거래의 공정성을 심의하지도 않았다.

이후 분쟁이 발생하자 회사 이사회는 2021년 종전 매매계약과 관련 합의를 사후적으로 승인·추인하는 결의를 하였다.

회사의 주주는 대표이사가 상법 제398조에 위반하여 회사재산을 자신의 직계비속에게 매도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면서 대표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3. 상법 제398조의 규율 내용

현행 상법 제398조는 이사 등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하기 위한 요건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거래 전에 이사회에 해당 거래의 중요사실을 공개할 것
미리 이사회의 승인을 받을 것
이사 총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을 것
거래의 내용뿐만 아니라 절차도 공정할 것

따라서 형식적으로 이사회 결의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사회가 이해충돌의 내용과 거래조건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을 기준으로 거래의 필요성과 공정성을 실질적으로 심사해야 한다.

4. 2011년 상법 개정의 내용과 의미

2011년 개정 전 구 상법 제398조는 주로 이사와 회사 사이의 자기거래를 규제하였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2011년 개정 상법은 이사 등의 사익추구 행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하여 제398조를 대폭 개정하였다.

가. 적용 대상의 확대

개정법은 규제 대상을 이사에 한정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자에게까지 확대하였다.

주요주주
이사 또는 주요주주의 배우자
이사 또는 주요주주의 직계존속·직계비속
이들과 일정한 관계에 있는 회사 등

이는 이사가 가족이나 지배회사를 거래 상대방으로 내세워 자기거래 규제를 우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나. 중요사실의 공개 의무 명문화

개정법은 거래 당사자가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따라서 이사회가 거래의 상대방, 이해관계, 거래목적, 가격, 지급조건, 담보, 회사에 미치는 효과 등을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한 결의는 적법한 승인이 될 수 없다.

다. ‘미리’ 승인을 받을 것을 명문화

가장 중요한 개정 내용은 거래 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자기거래가 이루어진 뒤 이사회가 이미 발생한 결과를 사후적으로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제398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입법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라. 승인 요건의 강화

개정법은 이사회 승인을 이사 총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하도록 가중하였다.

이는 일반적인 이사회 결의보다 엄격한 의결정족수를 요구하여 이해상반거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마. 거래의 내용과 절차에 관한 공정성 요구

개정법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더라도 거래의 내용과 절차가 공정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이사회의 사전승인은 자기거래를 당연히 유효하게 만드는 면허가 아니다. 사전승인이 있더라도 거래가격이나 조건이 회사에 현저히 불리하거나 승인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상법 제398조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다.

5. 자기거래에 사전승인이 필요한 이유

상법 제398조의 목적은 단순히 이사회의 결재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데 있지 않다.

자기거래에서는 거래를 결정하는 이사와 회사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이사가 회사의 이익보다 자신 또는 가족·특수관계인의 이익을 우선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상법은 이러한 위험을 거래가 실행되기 전에 통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조를 마련하였다.

이해관계인이 거래의 중요사실을 사전에 공개한다.
이사회가 이해충돌의 존재를 인식한다.
이사회가 회사의 입장에서 거래의 필요성과 조건을 심사한다.
이사 총수 3분의 2 이상이 거래를 승인한다.
거래의 내용과 승인절차 모두 공정해야 한다.

따라서 거래가 종료된 후 이미 발생한 결과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사후승인은 사전적인 이해충돌 통제라는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6. 사후승인으로 무효가 치유되지 않는 이유

대법원은 상법 제398조의 문언, 개정 취지와 연혁을 근거로 사후승인의 치유효를 부정하였다.

가. 법률이 ‘미리’ 승인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행 상법은 거래에 앞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명시한다. 이를 단순한 훈시규정으로 보아 사후승인을 허용한다면 ‘미리’라는 문언은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된다.

나. 사후승인은 예방적 통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자기거래 규제의 핵심은 회사재산이 부당하게 이전되기 전에 거래를 심사하고 저지하는 것이다.

거래가 이미 체결·이행된 후에는 이해관계인이나 거래 상대방이 사실관계를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이사회가 승인을 요구받게 된다. 이 경우 이사회의 독립적·실질적 심사가 곤란해질 수 있다.

다. 사후추인을 허용하면 사전승인 의무를 회피하게 된다

사후추인으로 언제든지 거래를 유효하게 만들 수 있다면 이사는 우선 자기거래를 실행한 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이사회 승인을 받으려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사익추구 행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개정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라. 공정성은 거래 전에 심사되어야 한다

이사회는 거래가 체결되기 전에 거래조건과 절차가 회사에 공정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거래 이후의 사후승인은 이미 정해진 조건을 용인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므로 제398조가 예정한 실질적인 공정성 심사로 보기 어렵다.

7. 구 상법 아래의 법리와 개정법의 차이

구 상법 아래에서는 자기거래에 대한 이사회의 사후승인 또는 추인이 가능한지를 민법상 무권대리나 자기계약·쌍방대리 법리와 연결하여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2011년 개정 상법은 다음과 같이 규율 구조를 변경하였다.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문화하였다.
중요사실의 사전 공개를 요구하였다.
승인 정족수를 이사 총수 3분의 2 이상으로 강화하였다.
거래의 내용과 절차가 공정해야 한다는 독립적 요건을 추가하였다.
구법에 있던 민법 제124조와 관련된 문구를 삭제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개정 연혁을 근거로 구 상법 아래에서 논의되던 사후승인 법리를 개정 상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았다.

결국 개정법 시행 후 이루어진 자기거래에서는 사후추인에 의한 소급적 치유보다 사전 공개와 사전승인의 엄격한 준수가 원칙이 된다.

8. 형식적인 이사회 결의는 적법한 승인이 아니다

이 판결은 사전 이사회 결의가 존재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상법 제398조의 승인이 아니라고 보았다.

거래 상대방과 이사 또는 주요주주의 관계를 공개하지 않은 경우
이익상반거래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경우
거래가격과 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은 경우
거래의 필요성이나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지 않은 경우
통상적인 영업거래로만 보고 이익충돌과 공정성을 심의하지 않은 경우
중요사실이 누락된 상태에서 포괄적으로 거래를 허용한 경우

따라서 이사회 의사록에 단순히 “부동산 매매를 승인한다”거나 “해당 거래를 허용한다”고 기재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사회가 자기거래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거래의 중요사실을 기초로 회사에 대한 공정성을 심의하였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한다.

9.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구체적 판단

이 사건에서 거래 상대방은 대표이사의 직계비속이면서 회사 지분 15.87%를 보유한 주요주주였다. 따라서 회사와 그 직계비속 사이의 부동산 매매계약 및 관련 합의에는 상법 제398조가 적용되었다.

대법원은 거래 전 이사회 결의가 있었더라도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힌 상태에서 이루어진 결의가 아니므로 적법한 사전승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거래 상대방인 대표이사의 직계비속은 문제 된 자기거래의 직접 당사자이므로, 거래의 무효로부터 보호되는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거래 후 이사회가 매매계약과 관련 합의를 승인·추인하였지만, 사후승인으로 종전의 무효가 치유되지 않으므로 매매계약과 관련 합의는 여전히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전제에서 대표이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판례속보

10. 거래가 무효인 경우의 법률관계

사전승인이 없는 자기거래가 무효라면 회사와 직접 거래 상대방 사이에서는 원칙적으로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이미 계약이 이행되었다면 다음과 같은 법률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전된 재산의 원상회복 또는 소유권 회복
지급된 대금의 부당이득반환
재산을 사용·수익한 이익의 반환
회사가 재산을 사용하지 못한 데 따른 손해배상
이사의 상법 제399조에 따른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주주대표소송을 통한 이사 책임의 추궁

이 사건에서도 무효인 매매계약으로 회사가 부동산을 사용·수익하지 못한 데 따른 차임 상당액이 회사의 손해로 인정되었다.

원심은 매매계약 체결 경위, 거래 내용 및 대표이사의 임무 위반 정도 등을 고려하여 대표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하였고, 대법원은 그 판단을 유지하였다.

11.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판시의 의미

대법원은 사전승인이 없는 거래와 사후승인의 효력에 관하여 모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사후승인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원칙적으로 치유효가 부정된다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다만 판결은 특별한 사정의 구체적인 범위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단순히 다음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기 어렵다.

거래조건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유리했다는 사정
거래 후 이사 전원이 동의했다는 사정
주주들이 거래를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
회사가 상당 기간 계약을 이행했다는 사정
사후 이사회에서 추인 결의를 했다는 사정

개정법이 사전 공개·사전승인과 공정성을 명시적으로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외는 규정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12. 사후승인과 새로운 거래의 구별

사후승인이 종전 거래의 무효를 소급하여 치유하지 못한다는 것과, 당사자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새로운 거래를 체결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종전의 무효인 거래를 유효한 것으로 단순 추인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 별도의 새로운 거래를 체결하는 것은 검토할 수 있다.

종전 거래가 무효라는 점을 전제로 법률관계를 정리한다.
거래 상대방과 이해관계 및 거래조건 등 중요사실을 이사회에 모두 공개한다.
거래의 필요성과 가격·조건의 공정성을 새로 심의한다.
이해관계 있는 이사의 의결 참여 문제를 정리한다.
이사 총수 3분의 2 이상의 사전승인을 받는다.
승인 이후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다.

다만 새로운 거래의 형식을 취하면서 실질적으로 종전 거래에 소급효를 부여하려 한다면 상법 제398조를 우회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13. 실무상 자기거래 승인 시 확인사항

이사 또는 주요주주와의 거래를 추진할 때에는 적어도 다음 사항을 거래 전에 이사회에 공개하고 심의해야 한다.

거래 당사자의 성명과 회사와의 관계
이사·주요주주·친족 등의 직간접적 이해관계
거래의 목적과 필요성
거래 대상 재산의 내용과 가치
가격의 산정 근거 및 외부평가 자료
지급 시기, 지급 방법 및 담보 조건
회사에 발생할 이익과 위험
제3자와 거래할 경우의 조건과 비교
거래 상대방 선정 과정
이해관계 있는 이사의 참석·의결 여부
거래의 내용과 절차가 공정하다고 판단한 근거
이사 총수 3분의 2 이상 승인 여부

이사회 의사록에도 중요사실의 공개 내용과 공정성 심의 과정이 확인되도록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14. 판결의 법리적 의의

이 판결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정 상법 제398조가 사후승인에 의한 자기거래의 치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둘째, 자기거래에 대한 이사회의 사전승인이 거래의 유효성을 좌우하는 실체적 요건임을 확인하였다.

셋째, 단순한 이사회 결의가 아니라 중요사실의 공개와 이익상반성·공정성에 대한 실질적 심의가 있어야 적법한 승인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넷째, 직접 거래 상대방은 선의의 제3자로 보호받기 어렵고, 사전승인 없는 거래의 무효를 직접 부담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다섯째, 이사회가 사후추인을 결의하더라도 대표이사의 법령 위반과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당연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15. 결론

이 판결은 개정 상법 제398조 아래에서 자기거래에 대한 사전승인을 엄격한 유효요건으로 해석한 중요한 판결이다.

구 상법 아래에서 논의되던 사후승인 또는 추인의 법리를 개정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개정법은 이해상반거래가 실행되기 전에 중요사실을 공개하고, 이사 총수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받아 거래의 내용과 절차가 공정한지를 심사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승인 없이 이루어진 자기거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고, 이사회가 사후에 이를 승인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유효하게 전환되지 않는다. 자기거래의 적법성은 사후적인 용인이 아니라 거래 전의 충실한 공개·심의·승인 절차에 의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판결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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