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특수관계인에 대한 사업기회 제공은 소극적 포기로도 성립하지만 결과만으로 추정할 수 없다

핵심 결론 회사가 보유한 유망한 사업기회를 포기하여 특수관계인이 취득하게 한 경우에도 부당한 사업기회 제공이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계열회사가 소수지분을 취득하지 않고 특수관계인이 이를 취득했다는 결과만으로 위반행위를 추정할 수는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4두34382
판례번호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4두34382 판결

관련규정

이 사건에는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제1항 제2호, 제3항 및 제4항이 적용되었다.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 등에게 제공하여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금지하였다.

같은 조 제3항은 특수관계인 등이 그러한 사업기회를 제공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제4항은 특수관계인이 사업기회 제공행위를 지시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였다.

현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7조에 같은 취지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사실관계

원고 회사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지주회사였고, 다른 원고는 해당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특수관계인이자 원고 회사의 최다출자자였다.

인수 대상 회사는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 등을 영위하고 있었다. 당시 그 회사의 지분은 최대주주가 51%, 다른 주주들이 19.61%,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된 나머지 29.39%가 각각 분산되어 있었다.

원고 회사는 2017년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51%와 다른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19.61%를 각각 인수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 회사는 인수 대상 회사의 지분 70.61%를 취득하여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나머지 29.39% 지분에 관하여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던 금융기관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해당 지분을 매각하였다. 특수관계인인 원고 개인과 중국 회사가 입찰에 참여하였다.

원고 개인은 1주당 12,871원을 제시하였고, 중국 회사는 1주당 12,690원을 제시하였다. 금융기관은 제시가격, 입찰 의지 및 거래종결의 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원고 개인을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하였다.

그 결과 원고 회사는 인수 대상 회사 지분 70.61%를 취득하고, 특수관계인인 원고 개인은 공개경쟁입찰을 통하여 나머지 지분 29.39%를 취득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 회사가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해당 지분의 취득이라는 사업기회를 포기하고 이를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고 회사와 특수관계인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원고들은 원고 회사가 이미 70.61%의 지분을 취득하여 경영권 확보라는 인수 목적을 달성하였고, 나머지 소수지분까지 취득할 법적·경제적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처분 취소를 청구하였다.

법리

1. 사업기회 제공 규제의 목적


특수관계인에 대한 사업기회 제공 규제는 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계열회사에 귀속되어야 할 수익성 높은 사업기회를 자신이나 친족에게 이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특수관계인이 이전받은 사업기회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고 이를 경영권 승계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되는 것을 규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 목적만으로 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모든 투자 포기나 특수관계인의 독자적인 투자를 규제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 회사의 사업기회인지, 회사가 이를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하였는지를 각각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2. 회사가 사업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성립하려면 먼저 해당 회사가 그 사업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 된 사업기회는 회사가 직접 또는 지배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현재 또는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어야 하고, 회사가 이미 수행하고 있거나 장차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회사가 사업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는지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사업기회의 구체적인 내용과 현실성
회사의 정관상·사실상 사업범위
회사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권리와 이익
해당 거래에 관한 회사의 기대와 협상상 지위
회사의 자금조달 가능성과 투자능력
회사가 해당 사업기회를 선택할 수 있었는지
사업기회가 기존 인수거래와 경제적으로 일체인지

회사가 반드시 해당 사업기회를 법률상 우선적·배타적으로 지배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회사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추상적인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다.

3. 사업기회 제공은 소극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사업기회 제공은 회사가 사업권이나 계약상 지위를 특수관계인에게 직접 이전하는 적극적인 방법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유망한 사업기회를 합리적 이유 없이 포기하여 특수관계인이 이를 이용하도록 하거나, 특수관계인의 사업기회 취득을 묵인하는 방법으로도 사업기회 제공이 성립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와 특수관계인 사이에 명시적인 양도계약이나 직접적인 기회 이전행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극적인 포기나 묵인을 적극적·직접적인 제공과 동일하게 평가하려면 다음 두 가지가 입증되어야 한다.

첫째, 회사가 해당 사업기회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었고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 회사의 사업기회 포기와 특수관계인의 취득 사이에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어 회사의 포기가 적극적인 제공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4. 회사가 취득하지 않고 특수관계인이 취득했다는 결과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법원은 계열회사가 기업 인수 과정에서 다수지분을 취득하면서 소수지분을 취득하지 않았고, 그 소수지분을 특수관계인이 취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사업기회 제공행위를 곧바로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특수관계인이 기업집단의 지배주주로서 사실상 유리한 지위에 있었다는 사정도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회사는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다수지분만 취득하고, 투자수익과 위험, 자금부담 및 소수지분 취득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나머지 지분을 취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한 결정이 정상적인 경영판단이라면 특수관계인이 나머지 지분을 취득했다는 결과만으로 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사업기회 제공행위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므로, 사업기회 보유와 제공행위의 존재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심사해야 한다.

5.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독립적인 취득이라는 사정


이 사건에서 문제 된 29.39% 지분은 원고 회사가 인수하기로 합의한 지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해당 지분의 처분권한을 가진 금융기관이 별도의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하였고, 원고 개인은 다른 경쟁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여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되었다.

따라서 원고 개인의 지분 취득은 원고 회사가 보유하던 계약상 권리나 지위를 이전받은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실시한 공개경쟁입찰에 독자적으로 참여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업기회 제공을 인정하려면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입증했어야 한다.

원고 회사가 해당 지분까지 취득할 계획이나 합리적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지
원고 회사가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자금과 투자능력을 갖추고 있었는지
나머지 지분 취득이 원고 회사의 사업에 상당한 이익이 되었을 것인지
원고 회사가 특수관계인의 취득을 위하여 입찰 참여를 포기하거나 조율하였는지
원고 회사의 포기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적극적 제공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는지

대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러한 사정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결론

대법원은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유망한 사업기회를 포기하거나 특수관계인의 취득을 묵인하는 소극적인 방법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를 명확히 하였다.

그러나 계열회사가 기업 인수 과정에서 소수지분을 취득하지 않고 특수관계인이 그 지분을 취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사업기회 제공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회사가 해당 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었고, 그 포기가 적극적·직접적인 제공과 동등하다는 점이 개별적·구체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 회사가 70.61%의 지분을 취득하여 경영권을 확보한 반면, 특수관계인은 금융기관이 별도로 실시한 공개경쟁입찰에서 경쟁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여 나머지 지분을 취득하였다. 이러한 사실만으로 원고 회사가 특수관계인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대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 원심판결을 유지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은 사업기회 제공 규제에서 중요한 것은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이 귀속되었다는 결과가 아니라, 회사가 실제로 보유하던 구체적인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에게 이전하거나 포기하였는지 여부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기업 인수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이 일부 지분을 취득하더라도 회사의 투자판단, 자금능력, 지분 취득의 필요성 및 취득절차의 독립성이 확인된다면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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