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주명부상 주주의 의결권 행사와 회사의 구속력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판결
제1심: 수원지방법원 2014. 12. 5. 선고 2014가합62872 판결
환송 전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15. 11. 13. 선고 2014나2051549 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 판결
파기환송 후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17. 6. 9. 선고 2017나2019539 판결
1. 사건의 개요

피고 신일산업 주식회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이었다. 피고 회사는 2014. 3. 28.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결의를 하였다.

원고는 당시 피고 회사의 실질주주명부상 총 발행주식 50,929,817주 중 2,604,300주의 명의인이었다. 원고는 위 주주총회가 최대주주와 현 경영진에 의해 파행적으로 진행되어 결의방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위적으로 결의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을, 예비적으로 결의 취소를 청구하였다.

이에 피고 회사는 원고가 실제 주식대금을 부담한 사람이 아니라 소외인에게 명의만 빌려준 형식상 주주이므로 주주총회결의를 다툴 원고적격과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았다.

주식취득자금을 실제로 부담한 사람이 따로 있더라도 실질주주명부에 기재된 명의주주가 회사에 대하여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하고, 주주총회결의를 다툴 수 있는가.

2. 주식취득에 관한 사실관계

원고는 2013. 10. 7. 자신의 명의로 은행계좌를 개설하였다. 소외인은 2013. 10. 15.경부터 2014. 5. 13.경까지 자신과 배우자 및 관련 회사 등의 명의로 원고 계좌에 합계 75억 5,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위 자금은 원고 명의의 은행계좌에 입금된 직후 원고 명의의 증권계좌로 이체되어 피고 회사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중 31억 5,000만 원은 2013. 10. 15.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송금되었고, 이 돈으로 피고 회사 주식 2,468,200주가 원고 명의로 취득되었다.

소외인은 이후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와 대주주 측에 접근하여 경영권을 자신에게 넘길 것을 요구하는 주식매수제안서를 제시하였다. 그 제안서에서 소외인이 실제 보유자라고 밝힌 주식 중 한 명의 명의인 보유주식 수가 원고 명의의 2,468,200주와 일치하였다.

원고는 주식취득자금의 성격에 관하여 자문료 또는 차용금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소송 과정에서 그 내용을 여러 차례 변경하였다. 원고가 제출한 금전소비대차계약서도 제출 시기, 담보가 없었던 점, 약정이자의 지급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중부지방국세청도 원고 명의 주식 중 2,468,200주가 소외인으로부터 명의신탁된 것임을 전제로 원고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통보하였다.

이에 제1심부터 파기환송 후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실제 주식취득자금을 부담하고 원고 명의로 주식을 취득하려 한 사람은 소외인이고 원고는 명의를 제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인정은 대체로 유지되었다.

다만 그러한 경우 누가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관한 법적 평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완전히 변경되었다.

3. 제1심
수원지방법원 2014. 12. 5. 선고 2014가합62872 판결

제1심은 원고의 소를 각하하였다.

제1심은 당시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주주명부 기재에는 주주권 행사의 자격을 부여하는 효력이 있을 뿐, 주주권 자체를 창설하는 설권적 효력은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타인의 승낙을 받아 그 명의로 주식을 취득하고 실제 주식대금을 납입한 경우에는 명의차용인이 실질주주가 되고, 단순한 명의대여자는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제1심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원고를 형식상 주주로 보았다.

주식취득자금 75억 5,000만 원이 소외인 측에서 제공되었다.
위 자금이 원고 명의 은행계좌를 거쳐 곧바로 증권계좌로 이체되어 주식매수에 사용되었다.
주식취득자금의 성격에 관한 원고의 주장이 일관되지 않았다.
거액의 차용금임에도 별다른 담보가 없고 이자 지급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
소외인이 경영권 인수를 요구하면서 원고 명의 주식을 자신의 실질 보유주식으로 제시하였다.
원고 명의로 이루어진 가처분신청 등도 실질적으로는 소외인의 의사에 따른 것으로 보였다.

이에 따라 제1심은 원고가 주주총회결의 취소의 소를 제기할 원고적격이 없고, 결의 무효·부존재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4. 환송 전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15. 11. 13. 선고 2014나2051549 판결

환송 전 항소심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원고는 상장회사가 명부상 주주의 배후에 실질주주가 따로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회사가 명의주주와 실질주주 중 누구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지 선택할 수 있게 되면 주주총회 결과를 자의적으로 좌우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환송 전 항소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의 실질주주 여부에 관한 판단을 언제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
회사의 잘못된 판단은 사후 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형식주주에게 주주총회결의를 다툴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결의를 신뢰한 제3자의 이익과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질주주와 형식주주에 관한 법리는 상장회사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항소심은 원고의 자금 성격에 관한 주장이 계속 변경된 점과 별도로 취득한 136,100주에 관한 자금관계도 불분명한 점 등을 추가로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소외인에게 명의만 제공한 형식상 주주이므로 주주총회결의를 다툴 원고적격이나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5.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환송 전 항소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가. 주식의 실질적 귀속과 회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의 구분

대법원은 다음 두 가지 법률관계를 구분하였다.

명의주주와 실제 자금부담자 사이에서 주식이 실질적으로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누가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명의주주와 실제 자금부담자 사이의 내부적 주식귀속 관계는 실질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자는 주주명부라는 형식적·획일적인 기준으로 확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주주명부 기재가 주식소유권 자체를 창설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와의 관계에서 주주권 행사자를 확정하는 데에는 특별한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나. 주주명부제도의 목적

주주명부제도는 단순히 회사의 사무처리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 목적은 다음과 같다.

주주권 행사자를 외부적으로 쉽게 식별한다.
다수 주주와의 법률관계를 형식적·획일적으로 처리한다.
회사가 경영권 분쟁의 결과에 따라 주주를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방지한다.
다른 주주와 거래상대방의 예측가능성을 보호한다.
주주총회결의와 후속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확보한다.
다. 회사도 주주명부 기재에 구속됨

전원합의체는 주주명부의 효력이 주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는 다음과 같이 처리해야 한다.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없다.
주주명부에 기재되지 않은 실질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 수 없다.
명의주주와 실질주주 중 누구에게 의결권을 줄 것인지 임의로 선택할 수 없다.
라. 회사의 선의·악의는 원칙적으로 무관

회사가 실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하려 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거부할 수 없다.

반대로 회사가 실질적인 주식소유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더라도, 주주명부에 기재되지 않은 사람에게 의결권을 행사하게 할 수 없다.

명의주주가 실제 자금부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하거나 무효가 되는 것도 아니다.

마. 예외

주주명부에 기재되지 않은 사람이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명의개서청구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거절된 경우 등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작성된 실질주주명부는 일반 주주명부와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상장회사의 실질주주명부상 주주도 동일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바. 이 사건에 대한 적용

원고는 자신의 명의로 개설된 증권계좌를 이용하여 피고 회사 주식을 장내매수한 후 실질주주명부에 기재되었다.

따라서 소외인이 실제 주식대금을 모두 부담하고 원고의 승낙을 받아 원고 명의로 주식을 매수하였더라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실질주주명부상 주주인 원고가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주총회결의 취소·무효·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도 주주권의 행사이므로 원고에게는 이 사건 결의를 다툴 원고적격과 이익이 있었다.

대법원은 원고가 형식주주라는 이유로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에 주주권 행사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6. 파기환송 후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17. 6. 9. 선고 2017나2019539 판결

파기환송 후 항소심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리에 따라 원고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하였다.

파기환송심도 사실인정의 차원에서는 소외인이 실제 주식대금을 부담하고 원고 명의로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원고가 자신의 명의로 피고 회사 주식을 장내매수하고 실질주주명부에 기재된 이상,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원고가 주주권 행사자였다.

따라서 피고 회사의 “원고는 형식상 주주이므로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항변은 명시적으로 배척되었다.

가. 사외이사의 임기만료

다만 파기환송심 계속 중 이 사건 결의로 선임된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되었다.

해당 사외이사는 2014. 3. 28. 취임하였다.
3년의 임기가 끝난 2017. 3. 28. 퇴임하였다.
피고 회사는 2017. 3. 21. 정기주주총회에서 후임 사외이사를 선임하였다.
후임 사외이사의 선임등기까지 마쳤다.

임원선임결의를 다투는 소송에서 해당 임원이 퇴임하고 새로운 주주총회결의로 후임자가 선임·등기되었다면, 후임자 선임결의가 부존재·무효이거나 취소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 결의를 다툴 소의 이익은 없다.

나. 파기환송 후 항소심의 결론

파기환송 후 항소심은 원고의 당사자적격은 인정되지만, 사외이사의 임기만료와 후임자 선임으로 소의 이익이 사후적으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하고, 제1심판결은 그 이유는 다르지만 각하라는 결론에서는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므로, 2014. 3. 28.자 주주총회의 의사진행과 결의방법에 실제 하자가 있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7. 심급별 결론
수원지방법원 2014. 12. 5. 선고 2014가합62872 판결
원고는 형식주주이므로 원고적격과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15. 11. 13. 선고 2014나2051549 판결
원고가 형식주주라는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여 항소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 판결
실질주주명부상 주주인 원고에게 회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자격과 소송상 원고적격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17. 6. 9. 선고 2017나2019539 판결
원고적격은 인정하였지만, 사외이사의 임기만료 및 후임자 선임으로 소의 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하였다.

최종적으로 원고의 항소가 기각되었지만, 제1심과 환송 전 항소심의 “형식주주는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판단이 유지된 것은 아니다. 그 법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폐기되었다.

8. 최종적인 법리적 의의

이 사건에서 확립된 법리는 다음과 같다.

실제 주식대금을 부담한 사람이 따로 있더라도 주주명부 또는 실질주주명부에 적법하게 기재된 사람이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한다. 회사 역시 실질주주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와 관계없이 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하거나 명부에 기재되지 않은 실질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회사가 주주총회 당시 주주명부 또는 실질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에게 소집통지를 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하다.

사후에 별도의 실질주주가 확인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과거 명의주주의 의결권 행사나 주주총회결의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명의주주와 실질주주 사이의 내부적 권리관계와 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의 효력은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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