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출발점: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재산이나 증여재산의 가액을 원칙적으로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에 따라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평가기준일은 상속재산의 경우 상속개시일, 증여재산의 경우 증여일이다.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의 자유롭고 정상적인 거래에서 통상 성립한다고 인정되는 객관적 교환가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감정가액이나 매매사례가액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가격자료가 평가기준일 당시 재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2.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평가기간’의 의미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은 일정한 기간 안에 형성된 매매가액, 감정가액, 수용가격, 경매가액 또는 공매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 기간을 ‘평가기간’이라고 한다.
상속재산의 평가기간은 상속개시일 전후 각 6개월이다. 증여재산은 증여일 전 6개월부터 증여일 후 3개월까지이다.
평가기간 안에 매매나 감정 등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시행령 제49조 제1항 본문이 적용된다. 다만 평가기간 안에 형성된 가격이라고 하여 무조건 시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매매가액은 정상적인 거래에서 형성된 객관적 가격이어야 하고, 감정가액은 법령이 정한 감정기관·감정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서 평가기준일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해야 한다.
평가기간의 의미는 평가기준일과 시간적으로 가까운 가격자료에 대해서는 평가기준일 당시의 시가를 반영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아, 이를 원칙적인 인정시가의 범위에 포함한 데 있다.
3. 평가기간 밖의 가격자료도 예외적으로 시가가 될 수 있다
평가기간을 벗어난 감정가액이나 매매사례가액이라고 하여 당연히 시가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에 따르면, 평가기간 밖에서 감정이나 매매 등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법령이 정한 기간과 절차를 충족하고,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며, 평가기준일부터 해당 가격자료와 관련된 기준일까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인정되면 이를 시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가기간 밖의 가격자료는 평가기준일과 시간적 간격이 존재한다. 따라서 그 가격을 평가기준일 당시의 시가로 소급하여 사용하려면, 두 시점 사이에 재산의 객관적 교환가치에 유의미한 변동이 없었다는 점이 추가로 확인되어야 한다.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4두54348 판결과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4두67269 판결은 바로 이 요건의 의미와 판단기준을 구체화한 판결이다.
4.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4두54348 판결: 사후 감정가액의 인정 요건
가. 과세관청의 사후 감정 자체는 허용된다
2024두54348 판결은 납세자가 비주거용 부동산을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신고한 경우에도, 과세관청이 상속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조사·결정하기 위하여 사후에 감정평가를 의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감정가액이 소급감정에 따라 산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시가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하고, 그 감정가액이 평가기준일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다면 소급감정가액도 시가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사후 감정의 실시가 허용된다는 것과 그 감정가액이 시가로 인정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평가기간 밖에서 이루어진 감정가액을 시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의 요건을 엄격하게 충족해야 한다.
나. 가격변동 부존재의 심사기간은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이다
2024두54348 판결의 가장 중요한 법리는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하는 기간을 명확히 한 데 있다.
감정가액을 평가기준일 당시의 시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평가기준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까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가격산정기준일부터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도 그러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감정평가서에서 가격산정기준일을 상속개시일이나 증여일로 설정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격산정기준일이 평가기준일과 같더라도 감정평가서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작성되었다면, 평가기준일부터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의 전체 기간을 대상으로 가격변동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그 이유는 감정평가서 작성이 늦어질수록 대상 재산의 법적·물리적 상태나 주변 환경이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평가기준일 당시의 거래사례 등 자료가 소실될 수 있으며, 사후의 시장상황이나 평가자의 주관이 소급감정에 개입할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다. 감정가액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요소
사후 감정가액이 평가기준일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하는지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대상 토지의 분할·합병, 지목이나 형질 변경, 건축물의 철거·멸실·신축·개축·증축 등 법적·물리적 상태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용도지역·용도지구의 변경, 공법상 제한의 설정·해제 등 규제 환경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평가기준일과 가격산정기준일 및 감정평가서 작성일 사이의 시간적 간격도 중요하다. 그 기간의 개별공시지가 등 공시가격의 누적 변동폭과 기간별 편차, 지역 평균 지가변동률과의 괴리, 비교표준지와 대상 부동산의 상대적인 가격 차이가 유의미하게 변동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아울러 감정평가를 통하여 시간 경과에 따른 가격변동을 적절하게 보정할 수 있는지, 평가기준일 당시의 객관적인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었는지, 사후 감정 과정에서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위험이 있는지도 심사해야 한다.
라. 가격변동 부존재의 증명책임
평가기준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 및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주장·증명해야 한다.
따라서 과세관청이 평가기간 밖의 사후 감정가액을 기초로 과세하려면 단순히 감정평가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당 감정가액이 평가기준일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다는 점과, 전체 대상 기간에 유의미한 가격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5.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4두67269 판결: 평가기간 밖 매매사례가액의 인정 요건
가. 평가기준일과 매매계약일 사이의 가격변동을 심사해야 한다
2024두67269 판결은 평가기간 밖에서 이루어진 매매사례가액을 평가기준일 당시의 시가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 사건이다.
대법원은 평가기간 밖의 매매사례가액을 인정시가로 사용하려면 평가기준일부터 매매계약일까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여기서 판단의 중심은 해당 매매사례가액이 평가기준일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는지에 있다. 평가기준일 이후에 형성된 매매가격이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가격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가격을 평가기준일까지 소급하여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일반적인 시장가격의 변동도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을 토지의 형질변경이나 용도지역 변경과 같은 개별적·예외적인 사건에 한정하지 않았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일반적인 부동산가격의 상승 또는 하락도 가격변동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한다. 특별한 개발행위나 규제 변경이 없더라도 지역 부동산시장의 상승, 인근 실거래가격의 변동, 공시지가의 누적 상승 등이 있었다면 평가기준일 당시의 가치와 매매계약일 당시의 가치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음’은 단순히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평가기준일과 매매계약일 사이에 대상 재산의 객관적 교환가치에 유의미한 변동이 없었다는 실질적인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다. 하나의 가격지표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2024두67269 사건의 원심은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가 전년도보다 약 6.7% 상승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가격변동 부존재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정 연도의 개별공시지가가 상승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실제 시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하였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공시지가의 변동은 중요한 판단자료이지만, 그 변동이 실제 부동산 가치의 변동과 부합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인근 부동산의 실제 매매가격, 지역 평균 지가변동률, 주변 토지 이용의 개선 정도, 평가기준일 당시의 부동산 시장상황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평가기준일 당시 실제로 해당 매매사례가액과 같은 가격으로 거래가 성립될 수 있었는지, 그 가격을 평가기준일 당시의 시가로 인정할 경우 다른 동종·유사 자산과 현저한 가격 불균형이 발생하는지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이 판결은 공시지가 상승의 증거가치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 공시지가라는 하나의 지표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말고, 실제 시장가치의 변동을 보여주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6. 두 판결이 확립한 공통 법리
두 판결은 감정가액과 매매사례가액이라는 서로 다른 가격자료를 대상으로 하지만 기본적인 법리는 동일하다.
평가기간 안에서 형성된 가격자료는 평가기준일과 시간적으로 가까워 평가기준일 당시의 시가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에서 시행령 제49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인정시가의 대상이 된다.
반면 평가기간 밖에서 형성된 가격자료를 평가기준일 당시의 시가로 사용하려면 해당 가격자료가 평가기준일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한다는 시간적 연속성이 추가로 증명되어야 한다.
감정가액의 경우에는 평가기준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을 거쳐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를 심사해야 한다. 매매사례가액의 경우에는 평가기준일부터 매매계약일까지를 심사해야 한다.
이때 판단 대상은 특별한 개발행위나 법률관계의 변경에 한정되지 않는다. 시간 경과에 따른 일반적인 시장가격의 변동,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의 변동, 지역 환경과 규제 여건의 변화, 대상 재산의 이용 상황 변화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여러 사정을 종합하였을 때 대상 재산의 가치에 유의미한 변동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면, 평가기간 밖의 감정가액이나 매매사례가액은 평가기준일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인정시가로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평가기간 밖의 가격자료를 과세근거로 사용하는 과세관청이 부담한다.
7. 두 판결의 관계
2024두54348 판결은 평가기간 밖의 소급감정에 관하여 가격변동을 심사해야 할 기간과 감정가액의 신뢰성 판단기준을 구체화하였다. 특히 가격산정기준일만이 아니라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 가격변동 부존재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2024두67269 판결은 평가기간 밖의 매매사례가액에 관하여 가격변동의 실질적인 판단 요소를 더욱 상세하게 제시하였다. 특히 시간 경과에 따른 일반적인 시장가격의 변동도 심사 대상에 포함되고, 하나의 가격지표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두 판결을 결합하면 다음과 같은 법리가 도출된다.
평가기간 밖에서 형성되거나 작성된 감정가액 또는 매매사례가액을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로 인정하려면, 평가기준일부터 감정평가서 작성일 또는 매매계약일까지 대상 재산의 객관적 교환가치에 유의미한 변동이 없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이때 특별한 개발행위나 규제 변경뿐 아니라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일반적인 시장가격의 변동도 고려해야 하며, 그 증명책임은 해당 가격자료를 과세근거로 사용하는 과세관청이 부담한다.
8. 실무적 의미
두 판결은 ‘객관적인 가격자료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가격자료가 평가기준일 당시의 시가를 나타낸다는 것’을 명확히 구별하였다.
평가기간 밖에서 작성된 감정평가서에 가격산정기준일이 평가기준일로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평가기준일 당시의 시가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의 가격변동, 감정에 사용된 거래사례와 가격지표의 기준시점, 시점수정의 방법, 과거 시장자료의 신뢰성 등을 구체적으로 심사해야 한다.
평가기간 밖의 매매사례가액도 실제 거래에서 형성된 가격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기준일 당시의 시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평가기준일과 매매계약일 사이의 시장가격 변동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 매매가격을 평가기준일까지 소급할 수 있어야 한다.
두 판결은 상속세·증여세 사건에 관한 판결이므로 시행령 제49조가 다른 조세사건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세관청이 과거 시점의 정상가격이나 적정 임료를 사후 감정으로 산정하는 부당행위계산 부인 사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사후 감정가액이 과거 평가기준일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하려면, 감정 시점의 자료와 상황이 과거 평가에 혼입되지 않았는지, 시간 경과에 따른 가격변동을 적절하게 보정했는지, 과거의 시장상황을 객관적인 자료에 따라 재구성했는지를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일반 법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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