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와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핵심 결론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가 법률상 무효여서 말소를 청구할 수 있더라도, 등기가 실제 이전되어 재산 회수의 장애나 위험이 발생했다면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가 인정됩니다. 손해는 법률적 형식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3도7045, 2014도1104, 2012도10822, 2012도15890

관련 판례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도7045 판결
학교법인이 매매잔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매수인 앞으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그 등기가 원인무효이더라도 실제로 등기가 이전된 이상 학교법인에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에는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구체적·현실적인 위험도 포함됩니다. 다만 막연하거나 추상적인 위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도10822 판결
배임행위의 법률적 효력이 부정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본인의 재산 상태가 악화되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면 재산상 손해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확인하였습니다.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도15890 판결
배임죄의 손해 여부는 개별 재산의 법률상 귀속만이 아니라 배임행위 전후 본인의 전체 재산 상태를 비교하여 경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1995. 11. 21. 선고 94도1375 판결
법률상 무효인 처분행위라도 그로 인해 본인의 재산권 행사에 현실적인 장애가 발생하였다면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가 인정될 수 있다는 선례입니다.

관련 법령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배임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배임죄의 성립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본인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 또는 구체적인 실해 발생의 위험
행위자 또는 제3자가 취득한 재산상 이익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사기·공갈·횡령·배임 등으로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매매잔금 상당액이 약 235억 8,000만 원에 이르러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이 문제 되었습니다.
사립학교법 제28조 제1항는 학교법인이 기본재산을 매도·증여·교환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려는 경우 관할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합니다. 이 사건 부동산은 학교법인의 교육용 기본재산이었고, 관할청의 처분허가에는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기 전에는 소유권을 이전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사실관계

피고인은 피해 학교법인의 교육용 기본재산 처분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교법인 소유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학교법인은 2021년 5월경 해당 부동산을 회사에 335억 8,000만 원에 매도하였습니다. 그런데 매수인이 지급한 금액은 100억 원 정도에 불과하였고, 약 235억 8,000만 원의 매매잔금은 지급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관할청의 기본재산 처분허가에도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기 전에는 소유권을 이전하지 못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매수회사 대표이사에게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넘겨주었습니다.
이에 따라 매수회사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실제로 마쳐졌고, 이후 매수회사의 채권자들 명의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까지 순차적으로 설정되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매수회사에 미지급 매매잔금 235억 8,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학교법인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보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배임죄로 기소하였습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해당 소유권이전등기와 후속 가등기가 모두 원인무효라고 보았습니다. 관할청 허가에 붙은 조건을 위반하여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기 전에 소유권을 이전했기 때문입니다.
원심은 학교법인이 매수회사와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각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학교법인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배임 부분을 무죄로 선고하였습니다.

법리

첫째,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는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배임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손해는 본인의 재산이 현실적으로 감소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배임행위로 인해 재산상 실해가 발생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손해 발생 여부는 처분행위의 법률적 효력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배임행위 전후 본인의 전체 재산 상태를 비교하여 경제적으로 재산 가치가 감소했거나 재산권의 실현이 현저히 곤란해졌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둘째, 처분행위가 무효라는 사정만으로 배임죄의 손해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처분행위가 법률상 무효라면 본인은 원칙적으로 재산을 회수하거나 등기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사적으로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과 배임행위 당시 재산상 손해 또는 그 위험이 발생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법률상 무효인 등기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말소하지 않으면 본인이 말소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고, 후속 처분이나 제3자의 권리설정으로 법률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재산의 지배·회수 및 정상적인 처분에 현실적인 장애를 발생시킵니다.
따라서 처분행위가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경제적 손해나 실해 발생의 위험까지 소급하여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소유권이전등기가 실제로 마쳐졌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단순히 등기서류가 교부되는 데 그치지 않고 매수회사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실제로 마쳐졌습니다. 더 나아가 매수회사의 채권자들 앞으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까지 설정되었습니다.
학교법인으로서는 자신의 명의로 등기를 회복하기 위해 매수회사뿐만 아니라 후속 가등기권자들과도 법률관계를 정리해야 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는 학교법인의 소유권 행사와 재산 회수에 현실적인 장애를 발생시킨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상태가 초래된 이상 학교법인에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재산상 실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배임죄의 기수 여부는 사후적인 피해 회복과 구별해야 합니다.
이전등기가 나중에 말소되거나 학교법인이 부동산을 최종적으로 회복하더라도, 이미 배임행위 당시 재산상 손해 또는 실해 발생의 위험이 구체화되었다면 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사후적인 등기 회복이나 피해 변제는 범죄 성립 이후의 피해 회복 또는 양형 사유가 될 수 있을 뿐, 이미 성립한 배임죄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사유는 되지 않습니다.
다섯째, 배임액 산정은 손해의 발생과 구별하여 신중히 판단해야 합니다.
대상판결은 매매잔금 235억 8,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과 손해가 문제 된 사안입니다. 다만 배임죄에서 재산상 손해가 인정된다는 것과 특정경제범죄법 적용을 위한 이득액이 얼마인지는 구별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배임죄에서는 단순히 손해 발생의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넘어, 가중처벌의 기준이 되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합리적이고 엄격하게 산정해야 합니다.

결론

대법원은 소유권이전등기와 가등기가 원인무효여서 학교법인이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상 손해를 부정한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매매잔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매수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실제로 마쳐지고 제3자 명의의 후속 가등기까지 설정되었다면, 학교법인의 재산권 행사와 회수에 현실적인 장애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경제적 관점에서는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사기 부분도 배임 부분과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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