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7. 4. 7. 선고 2015두49320 판결 [관세등부과처분취소]
- 원고: 에이엠엘코리아리미티드 유한회사
- 피고: 부산세관장
- 수출자: 원고의 홍콩 모회사인 아시아 미네랄 리미티드
- 쟁점: 원고가 독립된 수입·판매자인지, 홍콩 모회사의 국내 판매대리인에 불과한지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하급심
원심은 원고가 국내 제강사들의 수입통관상 어려움을 줄이기 위하여 홍콩 모회사로부터 합금철을 수입하여 국내 구매자들에게 전달하는 판매대리인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국내 구매자들이 원고에게 지급한 국내 판매가격에서 국내 운송비 등을 조정한 가격을 관세 과세가격으로 삼은 부산세관장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가 모회사의 단순한 판매대리인이 아니라 자신의 명의와 책임으로 물품을 수입하여 국내 구매자에게 판매한 독립된 거래당사자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국내 판매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삼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91. 5. 14. 선고 90누3027 판결 납세의무자는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과세관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을 존중해야 한다.
-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7두26629 판결 납세자가 선택한 거래형식이 가장행위에 해당하거나 조세회피를 위한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과세관청이 그 법적 형식을 임의로 부인할 수 없다.
관련 법령
- 관세법 제30조 제1항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수수료·운임·보험료 등 법정 조정요소를 더한 거래가격으로 한다.
-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과세대상이 되는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 사실상 귀속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
- 국세기본법 제14조 제2항 세법상 과세표준 계산은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한다.
사실관계
원고는 홍콩에 소재한 아시아 미네랄 리미티드가 2005년 3월 29일 설립한 국내 자회사였다. 홍콩 모회사는 원고 지분 100%를 보유하였다.
홍콩 모회사는 철강 원부자재인 합금철을 세계 각국에 수출하는 회사로서 원고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 10개의 지사를 두고 있었다.
원고가 수입한 물품은 페로망간과 페로실리코망간이었다. 이 물품들은 전기로를 이용한 제강 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발산제 또는 합금성분 첨가제로 사용되었다.
원고는 2009년 이후 해당 합금철을 홍콩 모회사를 통해 전량 수입하였다.
국내 제강사들은 합금철을 구매하기 위해 원고를 비롯한 국내외 공급자들에게 경쟁입찰 초청공문을 발송하였다. 원고가 입찰에 참가하여 최저가격으로 낙찰받으면 다음과 같은 거래가 이루어졌다.
- 원고가 자신의 명의로 국내 제강사와 물품 판매계약을 체결한다.
- 원고가 홍콩 모회사와 별도의 수입계약을 체결한다.
- 홍콩 모회사가 합금철을 국내로 운송한다.
- 원고가 물품을 수입·통관하여 국내 제강사가 지정한 장소까지 운송·납품한다.
- 국내 제강사가 원고에게 국내 판매대금을 지급한다.
- 원고가 홍콩 모회사에 수입대금을 지급한다.
원고는 이러한 방식으로 합금철을 263회 수입하였다. 원고는 홍콩 모회사와 체결한 매매계약에서 정한 수입가격을 과세가격으로 하여 관세 등을 신고·납부하였다.
그러나 부산세관장은 원고가 물품의 실제 구매자가 아니라 특수관계자인 홍콩 모회사의 국내 판매대리인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부산세관장은 실질적으로 홍콩 모회사가 국내 제강사에 직접 물품을 판매하고 원고는 그 거래를 중개하거나 보조한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부산세관장은 2013년 6월 22일 국내 제강사들이 원고에게 지급한 가격을 실제 구매가격으로 보고, 그 가격에서 국내 운송비 등을 차감한 금액을 과세가격으로 삼아 관세 등을 경정·고지하였다.
법리
관세 과세가격은 원칙적으로 수입자가 수출자에게 지급한 가격임
관세법 제30조 제1항에 따르면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운임·보험료·수수료 등 법정 조정요소를 가감한 거래가격이다.
따라서 국내 법인이 해외 수출자로부터 물품을 매수하여 수입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국내 수입자가 해외 수출자에게 지급한 수입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이 사건의 거래구조가 그대로 인정된다면 과세가격은 다음 가격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원고 국내 자회사 → 홍콩 모회사에 지급한 수입가격
국내 제강사가 원고에게 지급한 가격은 수입 이후 국내 판매단계에서 형성된 별도의 가격이므로 원칙적인 수입 과세가격이 아니다.
국내 수입자가 판매대리인에 불과한 경우에는 국내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할 수 있음
형식상 국내 법인이 물품을 수입했더라도 그 법인이 해외 수출자의 국내 판매대리인에 불과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거래의 실질을 달리 볼 수 있다.
수입자가 독립된 구매자가 아니라 수출자와 국내 구매자 사이의 직접 거래를 보조한 것에 불과하다면 실질적인 거래구조는 다음과 같다.
해외 수출자 → 국내 최종 구매자
이 경우에는 국내 최종 구매자가 명목상 수입자에게 지급한 가격을 해외 수출자에 대한 실질적인 구매가격으로 보아 과세가격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다만 이는 국내 수입자가 실질적인 거래당사자가 아니라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정된다.
독립된 판매자인지는 계약과 위험의 법적 귀속을 종합하여 판단함
수입자가 독립된 판매자인지 수출자의 판매대리인인지는 회사의 명칭이나 지분관계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대법원은 다음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 해외 수입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 국내 판매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 수입가격과 국내 판매가격이 어떤 방법으로 정해지는지
- 국내 구매자에게 물품을 공급할 의무를 누가 부담하는지
- 물품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 운송 중 멸실·훼손 위험을 누가 부담하는지
- 납품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
- 국내 구매자에 대한 물품대금채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 수입자가 독립적인 판매이윤을 얻는지
- 해당 거래구조에 가장행위나 관세회피 목적이 있는지
이 가운데 중요한 것은 경제적 위험을 실제로 누가 최종 부담했는지만이 아니라, 계약상 권리와 책임이 법적으로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이다.
CIF 수입과 DDP 국내 판매는 별개의 매매관계를 보여줌
원고와 홍콩 모회사 사이의 수입계약은 CIF 조건으로 체결되었다. CIF는 매도인이 수입항까지의 해상운임과 보험료를 부담하는 조건이다.
반면 원고와 국내 제강사 사이의 판매계약은 DDP 조건으로 체결되었다. DDP는 매도인이 물품을 수입·통관하고 관세를 부담한 다음 구매자가 지정한 목적지까지 인도하는 조건이다.
이러한 거래조건에 따라 원고는 합금철이 국내 수입항에 도착한 이후 국내 제강사가 지정한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다음 책임을 부담하였다.
- 물품의 소유권 보유
- 물품의 멸실·훼손 위험 부담
- 수입과 통관의무
- 국내 운송의무
- 납품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 국내 제강사에 대한 물품대금채권 보유
국내 제강사도 해외 수출자인 홍콩 모회사가 아니라 원고가 수입·통관을 완료하여 지정 장소까지 납품할 것을 전제로 DDP 가격을 정하였다.
따라서 수입계약과 국내 판매계약은 계약당사자와 거래조건이 서로 다른 독립된 두 단계의 매매계약이었다.
모회사의 가격 지시만으로 자회사가 판매대리인이 되는 것은 아님
원고는 국내 제강사의 경쟁입찰에 참가하면서 홍콩 모회사로부터 가격협상 전략 등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
홍콩 모회사와 수입가격을 결정할 때에도 독자적인 가격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수입계약 조항을 통해 재고, 납품지연, 대금결제에 관한 경제적 위험도 모회사와 상당 부분 분담하였다.
그러나 모회사가 100% 자회사에 사업전략과 가격에 관한 지시를 하는 것은 기업집단 내부에서 통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협력관계이다.
이와 같은 모자회사 관계의 특수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다음 계약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
- 자회사가 자신의 명의로 입찰에 참가한 점
- 자회사가 국내 구매자와 직접 판매계약을 체결한 점
- 자회사가 모회사와 별도의 수입계약을 체결한 점
- 자회사가 국내 구매자에 대한 공급책임을 부담한 점
- 자회사가 물품의 소유권과 법적 위험을 부담한 점
- 자회사가 국내 판매대금채권을 취득한 점
따라서 모회사의 지시나 위험분담이 거래통념상 통상적인 모자회사 간 거래방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자회사를 판매대리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
낮은 판매이윤도 독립된 거래당사자성을 부정하지 않음
원고가 수입거래에서 얻은 판매이윤은 수입가격의 약 1% 내지 2%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낮은 판매이윤은 원고가 모회사의 판매대리인이라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지 않는다. 거래상품의 특성, 경쟁입찰 구조, 모자회사 간 역할분담 등에 따라 독립된 판매자의 이윤도 낮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고의 판매이윤이 통상적인 경우보다 비정상적으로 과다하다거나, 원고와 홍콩 모회사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인 이윤구조를 만들었다고 볼 자료도 없었다.
따라서 1% 내지 2%의 낮은 이윤만으로 원고의 독립적인 거래당사자 지위를 부정할 수 없다.
과세관청은 납세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을 원칙적으로 존중해야 함
납세의무자는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허용된 여러 거래형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과세관청은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가 선택한 계약과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한다.
- 거래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장행위인 경우
- 형식과 실질이 명백하게 다른 경우
- 오로지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거래단계를 만든 경우
- 국내 자회사가 아무런 실질적인 권리·의무나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경우
이 사건에서는 원고 명의의 수입계약과 국내 판매계약이 실제로 체결·이행되었고, 원고가 국내 구매자에 대한 공급책임과 법적 위험을 부담하였다.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판매이윤이 개재되었다는 사정도 인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부산세관장이 당사자들의 계약관계를 무시하고 원고를 모회사의 판매대리인으로 본 것은 잘못이다.
결론
원고는 홍콩 모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국내 자회사였고, 가격협상과 수입가격 결정 과정에서 모회사의 지시를 받았으며 일부 경제적 위험도 모회사와 분담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자신의 명의로 국내 제강사의 경쟁입찰에 참가하고 국내 판매계약을 체결하였다. 홍콩 모회사와도 별도의 수입계약을 체결하였으며, 물품의 수입·통관·국내 운송·납품에 관한 계약상 책임을 직접 부담하였다.
특히 CIF 조건의 수입계약과 DDP 조건의 국내 판매계약은 서로 구별되는 독립된 거래였다. 원고가 물품의 소유권과 멸실위험, 납품지연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고 국내 판매대금채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원고는 모회사의 단순한 판매대리인이 아니라 독립된 수입·판매자였다.
따라서 관세 과세가격은 원칙적으로 원고가 홍콩 모회사에 지급한 수입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국내 제강사들이 원고에게 지급한 국내 판매가격을 실질적인 수입가격으로 보아 관세 등을 증액한 처분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 판결은 모자회사 사이의 지시·통제나 위험분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회사의 독립된 거래당사자 지위를 부정할 수 없으며, 가장행위나 관세회피 목적이 증명되지 않는 한 당사자들이 실제로 선택하고 이행한 계약구조를 존중해야 한다는 법리를 분명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