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번호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 24. 선고 2014가합27505 판결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8. 11. 23. 선고 2017나2015452 판결
결론: 원고들과 피고들의 상고 모두 기각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8. 11. 23. 선고 2017나2015452 판결
결론: 원고들과 피고들의 상고 모두 기각
관련 규정
이 사건에는 2014년 1월 28일 법률 제12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자본시장법과 2017년 10월 31일 전부 개정되기 전의 구 외부감사법이 적용되었습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2조는 사업보고서 등의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나 누락으로 증권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회사와 대표이사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합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0조는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로 인한 회계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과 손해액 추정을 규정합니다.
구 외부감사법 제5조는 감사인이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이에 대응하는 현행 규정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입니다.
구 외부감사법 제17조는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로 제3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감사인의 배상책임을 규정하였습니다. 이에 대응하는 현행 규정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입니다.
사실관계
1. 회사와 대표이사 및 외부감사인의 지위
STX조선해양은 1967년 설립되어 조선업 등을 영위한 상장회사였습니다.
대표이사는 2001년경부터 2014년경까지 모회사와 여러 자회사 등 그룹 전체의 경영을 총괄하였고, 2004년 3월 12일부터 2013년 9월 27일까지 STX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습니다.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매 회계연도 STX조선해양의 외부감사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원고들은 2012년 3월 20일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되기 전날인 2014년 2월 5일까지 STX조선해양이 발행한 주식 또는 신주인수권증권을 취득한 투자자들이었습니다.
2. 분식회계의 시작과 재무담당임원의 역할
재무담당임원은 2006년 4월경부터 2013년 5월경까지 STX조선해양의 자금·외환·회계 등 재무업무 전반을 총괄하였습니다.
그는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자로도 임명되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관리·운영하는 업무까지 담당하였습니다.
2008년 회계연도 결산 결과 적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자, 재무담당임원은 회계팀장에게 흑자가 발생한 것처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과대계상하라는 취지로 지시하였습니다.
3. 총공사 예정원가 조정을 통한 분식회계
조선회사는 선박 건조공사의 진행률에 따라 매출액과 이익을 인식합니다. 진행률은 실제 발생원가를 총공사 예정원가로 나누어 산정하고, 여기에 선박계약금액을 곱하여 매출액을 계산합니다.
실제 총공사 예정원가가 선박계약금액을 초과하면 장래 발생할 손실을 공사손실충당금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그러나 STX조선해양의 회계담당자들은 예정원가가 선박계약금액을 초과하는 선박에 관하여 총공사 예정원가를 선가 이하로 임의 조정하였습니다.
이로써 공사손실충당금과 매출원가를 줄이는 동시에 진행률을 높여 매출액과 매출총이익을 실제보다 크게 표시하였습니다.
4. 호선별 발생원가의 임의 이전
예정원가를 낮춘 결과 특정 선박의 진행률이 100%를 초과하거나, 선박 인도 시 실제 발생원가가 계약금액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하였습니다.
회계담당자들은 이러한 선박에서 발생한 원가 일부를 진행률이 낮은 다른 선박에 발생한 원가인 것처럼 이전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원가를 이전받은 선박의 진행률이 높아져 그 선박의 매출액이 조기에 인식되고, 손실이 발생한 선박에서는 초과원가가 사라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와 같은 총공사 예정원가 조정과 호선별 원가대체 방식으로 제42기인 2008년부터 제46기인 2012년까지 허위 재무제표가 작성되었습니다.
5. 원심이 인정한 구체적인 분식 규모
형사사건에서 검찰은 당초 당기순이익 합계 약 2조 3,264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이루어졌다고 기소하였습니다.
그러나 형사 제1심은 회계법인의 재산정 결과 등을 토대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분식 규모를 합계 약 6,541억 원으로 축소하여 인정하였습니다.
이 사건 민사 항소심은 원고들이 주장한 여러 분식 유형 중 총공사 예정원가 조정과 호선별 발생원가 대체에 따른 매출총이익 과대계상 부분을 인정하였습니다.
원심이 이 사건 사업보고서와 직접 관련하여 인정한 매출총이익 등의 과대계상액은 2011 회계연도 약 659억 원, 2012 회계연도 약 237억 원이었습니다.
원고들이 함께 주장한 유형자산 손상차손 미인식, 종속기업 투자지분 손실 누락 및 종속기업 관련 대손충당금 과소계상 등은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6. 허위 사업보고서와 적정의견 감사보고서의 공시
STX조선해양은 허위로 계산된 매출총이익·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이 포함된 제45기 사업보고서를 2012년 3월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하였습니다.
외부감사인은 제45기 재무제표가 중요성의 관점에서 적정하게 표시되어 있다는 ‘적정의견’을 기재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여 2012년 3월 19일 공시하였습니다.
STX조선해양은 제46기 사업보고서를 2013년 3월 20일 공시하였고, 외부감사인 역시 같은 날 제46기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의견을 공시하였습니다.
7. 거래정지와 감사의견 철회 및 상장폐지
분식회계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STX조선해양 주식은 2014년 2월 6일 거래가 정지되었습니다.
외부감사인은 제47기인 2013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당기 및 전기 이전 재무제표에 중요한 왜곡표시가 있을 가능성을 인식하였으나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사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2013년 3월 20일 발행한 제46기 감사보고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2012 회계연도 재무제표와 관련하여 사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 보고서는 2014년 3월 21일 공시되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를 예고한 후 2014년 4월 4일부터 4월 14일까지 정리매매기간을 거쳐 2014년 4월 15일 STX조선해양 주식을 상장폐지하였습니다.
8. 관련 형사사건과 대표이사의 무죄
대표이사와 재무담당임원 등은 순차 공모하여 회계담당자에게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허위 재무제표를 공시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형사 제1심은 대표이사와 재무담당임원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분식회계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형사 항소심은 대표이사가 재무담당임원과 분식회계를 공모한 것이 아니라 재무담당임원이 단독으로 실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표이사에 대한 분식회계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이 무죄판결은 상고심에서 확정되었습니다.
9. 회사의 회생절차
민사사건 제1심 계속 중 STX조선해양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었습니다.
원고들은 분식회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였으나 회사 관리인이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회사에 대한 청구를 손해배상채권의 지급청구에서 회생채권확정청구로 변경하였습니다.
회생절차는 항소심 계속 중인 2017년 7월 3일 종결되었습니다.
법리
1. 대표이사의 자본시장법상 면책요건
구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증권 취득자가 허위 사업보고서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대표이사는 자신이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허위기재 사실을 알 수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면책됩니다.
‘상당한 주의’란 대표이사가 재무제표 작성·공시업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 부담하는 주의의무와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감시의무를 제대로 수행한 것을 의미합니다.
대표이사는 이러한 의무를 수행한 결과 허위기재가 없다고 믿을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믿었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합니다.
2. 재무담당임원에게 집중된 권한과 내부통제의 결함
재무담당임원은 자금집행, 외환거래, 회계처리 및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관리·운영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금집행과 그 결과를 기록·검증하는 회계처리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자금운용 과정의 잘못을 허위 회계처리로 은폐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상시적으로 견제하고 원천자료와 회계처리 결과를 대조할 독립적인 내부조직이나 담당자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3. 이사회·감사위원회가 존재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대표이사는 이사회,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및 그룹 경영진단팀을 통해 재무담당임원의 업무를 감시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는 재무담당임원이 작성한 개괄적인 재무자료만 보고되었습니다. 자금집행과 외환거래의 원천자료를 회계처리 결과와 대조하는 실질적인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룹 경영진단팀은 그룹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였고 회계업무만을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조직이 아니었습니다.
회사 내부에 법무감사팀이 있었지만 변호사 1명과 직원 1~2명으로 구성되어 계약체결과 민원 등 법률업무를 주로 수행하였으므로 회계감독 기능을 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원심은 재무담당임원의 회계처리를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대표이사가 인식할 수 있었던 구체적인 이상징후
재무담당임원은 선박건조계약이 체결된 금액을 넘어 ‘수주예정분’까지 포함하여 선물환거래를 하였습니다.
2008년 헤지비율은 기존 외화 총입금예정액의 75%에서 85%로 확대되었고, 외화 순입금예정액을 기준으로 한 헤지 규모는 한때 111%에 이르렀습니다. 환율이 예상과 달리 상승하면서 회사는 상당한 평가손실을 입었습니다.
재무담당임원은 수주예정분에 관한 헤지손실을 영업외손실로 반영하지 않고 기존 선박 수주분의 매출액에 분산 반영하였습니다. 그로 인한 매출감소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진행률을 조작하는 분식회계로 나아갔습니다.
재무담당임원은 과도한 헤지거래로 이미 경고처분까지 받았습니다. 징계과정에서는 수주예정분에 관한 헤지가 존재하고 이를 기존 수주분의 헤지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회계처리했다는 사정도 확인되었습니다.
대표이사는 헤지비율이 75%에서 85%로 높아진 사실과 외환거래 손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실제 수주계약이 없는 헤지거래의 규모와 그 회계처리를 확인했어야 하지만 아무런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5. 과거의 이익조작을 의심하게 할 보고도 있었다
다른 공동대표이사는 2010년 1월경 재무담당임원으로부터 가결산 결과 약 800억~9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내부 목표이익률 10%에 맞추어 예정원가를 변경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그 후 재무담당임원은 약 1,000억 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하였습니다.
원심은 공동대표이사가 이처럼 거액의 적자를 1,000억 원의 이익으로 바꾸는 회계처리를 대표이사이자 그룹 총수에게 숨긴 채 독자적으로 처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표이사가 이러한 사실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음에도 해당 임원들에게 계속 회계업무를 맡기고 2011년 및 2012년 재무제표에 대한 추가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감시의무 위반으로 평가되었습니다.
6. 외부감사인이 인식할 수 있었던 업종상·재무상 위험징후
2008년 금융위기와 조선·해운업 불황으로 신규 선박 수주가 급감하고 선가는 약 40% 하락하였습니다. 반면 강재 가격 상승으로 선박 건조 예정원가는 크게 높아졌습니다.
STX조선해양은 소형선박과 상선의 비중이 높고 영업이익률이 다른 대형 조선사보다 낮아 이러한 시장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2011년 재무제표에는 1,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과 2.4%의 영업이익률이 기재되었습니다.
2011년에는 전기보다 기타재료비·노무비·기타경비 예정원가가 약 4~8% 감소하였고, 상당수 선박의 재료비 예정원가가 전기보다 100억 원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2012년에도 반복되었습니다.
실제 누적원가가 예정원가를 초과하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었고, 2011년에는 예정원가 대비 실제 투입원가 비율이 평균 112.4%에 달하였습니다.
선가를 초과하는 공사원가가 많아 손실충당금이 증가해야 할 상황인데도 공사손실충당금은 전년도 258억 원에서 114억 원으로 오히려 감소하였습니다.
선박의 진행률이 100%에 도달했다가 다시 100% 미만으로 낮아지는 사례도 반복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예정원가와 호선별 원가배분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하는 명백한 위험징후였습니다.
7. 외부감사인의 추가 감사절차 미이행
외부감사인은 예정원가 관련 자료를 회사 원가기획팀과 회계팀에서 받았으나, 이는 원가 요소별 예상비용을 단순 나열한 자료에 가까웠습니다.
사업계획이나 예산 산정의 원천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거나 예정원가 산정의 근거를 독립적으로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예정원가 감소의 이유로 ‘전사적인 원가절감 노력’이나 ‘공정개선을 통한 원가 10% 절감’을 설명하자 이를 뒷받침하는 추가 감사 없이 소명을 그대로 기재하였습니다.
외부감사인은 선박전문가를 활용하지 않았고, 건조 중인 선박의 실사나 선표 검사, 실행예산서와 예정원가 근거자료의 대조도 충분히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호선별 발생원가의 임의 이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분개장 검토도 실시하였으나, 회계자료를 관리하던 계열회사가 허위 전표를 제외한 자료만 제출한 사정 등으로 감사절차의 실효성이 제한되었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도 예정원가 근거자료와 실행예산서의 비교, 선박실사, 입금률과 진행률 비교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부감사가 소홀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8. 외부감사인의 강화된 감사의무
감사인은 재무제표가 부정이나 오류로 중요하게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를 수행해야 합니다.
피감사회사의 업종이나 경영상황상 부정위험이 높은 항목이 있고 구체적인 이상징후까지 발견되었다면 통상적 감사절차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경영진 설명의 근거를 독립적으로 확인하고, 표본을 확대하거나 전문가를 활용하며, 원시자료와 회계자료를 대조하는 강화된 감사절차를 수행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외부감사인이 총공사 예정원가 추정 및 호선별 원가 집계에 관한 위험징후를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충분하고 적합한 추가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9. 형사사건의 무죄와 민사상 감시의무 위반은 양립할 수 있다
대표이사에 대한 형사 무죄는 분식회계를 재무담당임원과 공모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민사사건에서 문제 된 것은 대표이사가 분식회계를 직접 지시했는지가 아니라, 회계부정을 예방하고 적발할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운영하며 이상징후에 대응할 감시의무를 이행했는지입니다.
따라서 분식회계 공모에 관한 형사 무죄와 감시의무 위반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10. 투자자의 손해와 인과관계 추정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에 따라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로 인한 투자자의 손해액과 인과관계는 법률상 추정됩니다.
분식회계가 공식 공표되기 전에 주식을 매도했다는 사실만으로 인과관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외부감사인의 한정의견이나 회사의 재무불건전성을 드러내는 유사정보가 공식 공표 전 시장에 점진적으로 알려져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면책을 주장하는 감사인은 분식회계 정보가 매도 당시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 다른 요인이 주가에 미친 구체적 영향 또는 분식회계가 없었을 경우의 정상주가 등을 증명해야 합니다.
조선업 불황,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그룹 유동성 위기 등이 존재했다는 일반적인 사정만으로는 손해액과 인과관계의 추정이 번복되지 않습니다.
11. 신주인수권증권에 대한 손해배상
자본시장법상 증권에는 주식뿐 아니라 신주인수권증권도 포함됩니다.
분식회계로 주가가 하락하여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 주가보다 높아지고 신주인수권증권의 경제적 가치가 감소한 경우에도 손해액과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다만 분식회계 사실이 공표되기 전에 이미 행사기간이 만료되어 가치가 소멸한 신주인수권증권은 분식회계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공표 당시 행사기간이 남아 있었던 신주인수권증권은 분식회계에 따른 주가 하락과 가치감소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12. 책임제한
원심은 주가 하락과 상장폐지에는 분식회계뿐 아니라 시장경제 상황, 조선·해운업 불황, 그룹의 경영위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대표이사의 책임을 전체 손해의 60%로 제한하였습니다.
외부감사인은 분식회계에 적극 가담하거나 알고도 묵인한 것은 아니고, 회사가 조직적으로 조작된 자료를 제출하였으며, 총공사 예정원가 자체가 감사하기 어려운 회계추정치라는 사정을 고려하여 책임을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책임제한 비율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론
대법원은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와 외부감사인의 투자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대표이사는 재무담당임원에게 자금·외환·회계 및 내부회계관리 권한을 집중시키면서도 이를 독립적으로 견제할 내부통제장치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과도한 선물환거래와 손실, 적자의 흑자 전환, 예정원가의 반복적 감소 등 구체적인 이상징후가 있었는데도 추가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외부감사인 역시 선가 하락과 원가 상승, 실제원가의 예정원가 초과, 손실충당금의 이례적 감소 등 다수의 위험징후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회사의 설명에 의존하였고, 선박전문가 활용·선박실사·원천자료 대조 등 강화된 감사절차를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은 내부통제시스템의 존재가 조직도나 규정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실제로 발견하고 독립적으로 보고·검증·시정할 수 있는 구조와 운영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례입니다. 대표이사와 외부감사인이 책임을 면하려면 그러한 내부통제와 감사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였음을 구체적인 자료로 증명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