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3다226170 판결
1. 사건의 핵심
PEF의 무한책임사원 겸 공동업무집행사원인 피고들은 화장품 제조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PEF를 설립하고, 투자자들에게 유한책임사원으로 출자할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피고들은 투자제안서와 재무실사보고서를 통해 투자대상회사가 핵심 화장품의 레시피권을 보유하고 있고, 주요 판매회사와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나 투자금 납입과 인수거래 종결 전 다음과 같은 위험 정황이 확인되었습니다.
투자대상회사의 매출 대부분이 특정 판매회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그 판매회사가 자체 생산공장을 신축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판매회사는 핵심 화장품의 레시피권이 자신에게 귀속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판매회사는 PEF의 경영권 인수로 OEM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업무집행사원 내부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 투자자들이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업무집행사원들은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조사하거나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출자금 납입과 회사 인수절차를 진행하였습니다.
2. 쟁점의 정확한 성격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PEF 설립·운용자가 투자자에게 출자를 권유한 후 투자자가 유한책임사원이 되었더라도, 실제 출자금을 납입받기 전까지 새롭게 확인된 중대한 투자위험을 조사하고 제공할 의무가 있는가?
대법원은 이러한 의무를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판결이 말하는 의무는 유한책임사원의 요청에 따라 장부나 운용자료를 수시로 열람·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의 일반적인 ‘자료제공의무’와는 구별됩니다. 핵심은 투자판단에 중요한 정보의 정확성을 합리적으로 조사하고 이를 고지할 의무입니다.
3. PEF 설립·운용자의 정보제공의무
대법원은 PEF 설립·운용자의 지위에 주목하였습니다.
PEF 설립·운용자는 미리 투자대상, 투자방법 및 투자회수구조를 결정하고 PEF를 설립한 다음 투자자들에게 출자를 권유합니다. 따라서 투자자의 참여 여부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질 뿐만 아니라, PEF 투자에 관한 정보를 제1차적으로 생산하고 제공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에 따라 PEF 설립·운용자는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담합니다.
투자대상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생산할 의무
투자방법과 투자회수구조를 정확하게 설명할 의무
투자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을 합리적으로 조사할 의무
투자판단에 중요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의무
기존 제공자료와 배치되는 새로운 사정이 발견되면 그 진위를 확인하고 정정된 정보를 제공할 의무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주고 손해가 발생하면, PEF 설립·운용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합니다.
4. 투자자가 유한책임사원이 된 후에도 의무가 계속되는 이유
이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법리는 투자자가 PEF 가입계약을 체결하여 유한책임사원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제공의무가 바로 종료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PEF의 유한책임사원은 투자대상기업의 선정이나 투자대상기업 지분의 매매가격·시기·방법 등 업무집행사원의 고유 업무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가 유한책임사원이 된 후에도 투자대상과 거래 진행에 관한 정보는 여전히 업무집행사원에게 집중됩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PEF 설립·운용자가 유한책임사원에게 출자이행을 청구하고 실제 출자금을 납입받기 전까지는, 투자권유 단계에서와 유사하게 투자를 계속할 것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항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정보제공의무의 시간적 범위는 단순히 투자계약 체결 시점까지가 아니라 적어도 출자금 납입 시점까지 이어집니다.
5. 이 사건에서 의무 위반이 인정된 이유
업무집행사원들은 당초 투자대상회사가 핵심 화장품의 레시피권을 보유하고 있고 주요 거래처와 안정적인 관계에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출자금 납입 전에 다음과 같이 종전 설명의 기초를 흔드는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요 거래처가 레시피권의 귀속을 주장하고 있었고, 자체 생산공장을 건설하여 향후 투자대상회사의 생산물량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이는 투자대상회사의 핵심 경쟁력과 매출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중대한 위험이었습니다.
업무집행사원들은 이러한 정황을 알고 있었으므로 관련 정보의 진위, 투자대상회사의 수익구조 및 공급처 이탈 위험을 합리적으로 조사한 후 투자자에게 정확히 알려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조사·고지하지 않고 출자금을 납입받았으므로 대법원은 중요정보 제공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였습니다.
6. 정보제공의무와 자료제공의무의 구별
이 판결을 단순히 ‘업무집행사원의 자료제공의무’라고 표현하면 판결의 적용범위가 다소 넓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판결의 정확한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PEF 설립·운용자는 투자권유 과정에서 투자대상과 수익구조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생산·제공해야 하며, 투자자가 유한책임사원이 된 후에도 출자금 납입 전까지 투자 지속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위험이 발견되면 이를 합리적으로 조사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이 판결만으로 업무집행사원이 PEF 운용 중 유한책임사원의 모든 자료제공 요청에 응할 일반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료제공 요구권이나 장부열람권의 구체적인 범위는 관련 법령과 PEF 정관·규약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7. 손해액 산정에 관한 추가 법리
대법원은 업무집행사원의 의무 위반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투자금 전액을 곧바로 손해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파기하였습니다.
정보제공의무 위반으로 유한책임사원이 입은 손해는 원칙적으로 다음과 같이 산정됩니다.
PEF 지분 취득을 위해 지급한 금액 - 이미 회수했거나 장래 회수할 수 있는 금액
따라서 투자금이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투자금 전액이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PEF가 보유한 투자대상회사 주식의 가치, 청산절차의 진행 상황 및 잔여재산의 회수 가능성을 심리해야 합니다.
손해는 미회수금액이 현실적·확정적으로 발생한 시점에 발생하며, 그 시점부터 지연손해금도 기산됩니다.
8.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PEF의 업무집행사원이 투자자에게 부담하는 의무가 투자제안서 제공이나 가입계약 체결로 종료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업무집행사원은 출자금 납입 전에 기존 투자설명의 전제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위험을 알게 되었다면 다음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위험 정황의 진위 확인
추가 실사 실시
기존 투자제안서 및 실사보고서의 정정
투자자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 고지
정정된 정보를 기초로 투자 지속 여부를 판단할 기회 부여
결국 이 판결은 PEF 설립·운용자가 투자정보를 독점하면서 투자자의 출자 여부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이상, 투자자에게 정확한 투자정보를 제공할 책임도 부담해야 한다는 정보 비대칭 통제의 법리를 제시한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PEF 업무집행사원의 중요정보 조사·제공의무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