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동주택가격의 정확한 의미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은 공동주택가격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장관이 공동주택에 대하여 매년 공시기준일 현재의 적정가격을 조사·산정하여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시한 가격
여기서 공동주택은 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을 의미합니다. 공동주택가격은 통상 ‘아파트 공시가격’ 또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라고 부릅니다.
공동주택가격은 집합건물의 전유부분인 건물과 그 대지사용권의 가치를 일체로 산정한 가격입니다. 따라서 토지가격만을 의미하는 공시지가와는 법적으로 구별됩니다.
공동주택가격과 공시지가의 차이
공동주택가격: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의 건물과 대지사용권을 일체로 평가한 공시가격
개별주택가격: 단독주택의 건물과 토지를 일체로 평가한 공시가격
표준지공시지가·개별공시지가: 건물을 제외한 토지 자체의 단위면적당 공시가격
실거래가액: 실제 매매계약에서 당사자 사이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거래가격
따라서 이 사건에서 말하는 공동주택가격을 ‘공시지가’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또는 ‘아파트 공시가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제18조
2. 상증세법상 공동주택가격의 법적 성격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재산은 원칙적으로 증여일 현재의 시가로 평가합니다.
여기서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질 경우 통상적으로 성립한다고 인정되는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아파트 증여재산의 평가순서는 원칙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아파트 자체의 실제 매매가액 등
동일하거나 유사한 아파트의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수용가격·공매가격 등 법령상 시가로 인정되는 금액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공동주택가격에 의한 보충적 평가
공동주택가격은 실제 시장에서 체결된 매매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행정기관이 매년 조사·산정하여 공시한 공적 평가액입니다.
따라서 적법한 유사매매사례가액이 존재하면 원칙적으로 공동주택가격보다 유사매매사례가액이 우선 적용됩니다.
3. 사실관계
원고는 2020년 4월 3일 배우자로부터 서울 성동구 소재 아파트 중 40% 지분을 증여받았습니다.
해당 아파트의 주거전용면적은 149.39㎡이고, 2019년 1월 1일 기준 공동주택가격은 10억 8,800만 원이었습니다.
원고는 아파트 전체의 공동주택가격에 증여받은 지분율을 곱하여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하였습니다.
공동주택가격 10억 8,800만 원 × 지분 40%
= 4억 3,520만 원
한편 증여일 약 10개월 전인 2019년 6월 8일,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주거전용면적이 동일한 다른 아파트가 19억 2,000만 원에 거래되었습니다.
과세관청은 서울지방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 거래가격을 증여 아파트의 시가로 보았습니다.
유사 아파트 실거래가액 19억 2,000만 원 × 지분 40%
= 7억 6,800만 원
과세관청은 이를 기준으로 원고에게 증여세 2,360만 원을 추가로 부과하였습니다.
4. 법적 쟁점
이 사건의 핵심은 납세자가 공동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신고한 경우, 증여일 전 6개월보다 앞선 유사 아파트의 거래가액까지 증여재산의 시가로 사용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구 상증세법 시행령의 문언상 다음 두 기간이 문제되었습니다.
증여일 전 6개월부터 신고일까지
증여일 전 2년 이내
원고는 증여세를 적법하게 신고한 경우에는 증여일 전 6개월부터 신고일까지의 유사재산 거래가액만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과세관청은 증여일 전 6개월보다 앞선 거래라도 증여일 전 2년 이내라면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5.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과세관청의 해석을 받아들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가. 증여일 전 6개월 이내의 유사매매사례가액
증여일 전 6개월부터 신고일까지 유사재산에 대한 매매 등이 있으면 그 거래가액은 법령이 정한 요건에 따라 증여재산의 시가로 인정됩니다.
이는 통상적인 평가기간 안의 거래로서 별도로 평가기간을 확장하기 위한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나. 증여일 전 6개월을 벗어난 유사매매사례가액
유사재산의 거래가 증여일 전 6개월보다 앞서 이루어졌더라도 증여일 전 2년 이내의 거래라면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증여재산의 시가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증여일 전 6개월은 유사매매사례가액을 인정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적 한계가 아닙니다.
6. 시행령 제49조 제4항과 제1항 단서의 관계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4항은 유사재산의 거래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는 경우 “제1항을 적용할 때”라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문언이 제49조 제1항 본문뿐만 아니라 단서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하였습니다.
제1항 단서는 평가기간 밖의 거래라도 증여일 전 2년 이내에 이루어졌다면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가에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행령 제49조 제4항이 제1항 단서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않았으므로, 유사재산 거래가액에도 제1항 단서가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7. ‘신고일까지’라는 제한의 의미
구 상증세법 시행령은 납세자가 증여세 과세표준을 신고한 경우 ‘증여일 전 6개월부터 신고일까지’의 유사재산 거래가액을 시가로 본다고 규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이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납세자가 신고한 이후에 새로 발생한 유사 아파트 거래가액을 근거로 이미 이루어진 신고의 적정성을 소급하여 문제 삼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신고일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증여일 전 2년 이내의 거래가액까지 시가에서 배제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구별해야 합니다.
증여일 전 6개월부터 신고일까지의 거래: 통상적인 유사매매사례가액
그보다 앞선 증여일 전 2년 이내의 거래: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정할 수 있는 유사매매사례가액
신고일 이후에 발생한 거래: 원칙적으로 신고 당시의 유사매매사례가액으로 소급 적용하기 어려움
8. 신고 여부에 따른 불균형 방지
대법원은 원고의 해석을 따르면 신고한 납세자와 신고하지 않은 납세자 사이에 불합리한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원고의 주장대로라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됩니다.
적법하게 신고한 사람: 증여일 전 6개월 이내의 거래만 적용
신고하지 않은 사람: 증여일 전 2년 이내의 거래도 평가심의를 거쳐 적용
증여세는 납세자의 신고만으로 세액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으로 확정되는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입니다.
따라서 신고 여부에 따라 증여재산의 객관적 시가 인정범위가 현격하게 달라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9. 공동주택가격과 유사매매사례가액의 우선순위
이 판결에서 원고가 사용한 공동주택가격은 법령상 공시된 적법한 가격이었습니다. 그러나 공동주택가격으로 신고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가격이 최종적인 증여재산가액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증세법상 평가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객관적인 시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
→ 시가 적용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 공동주택가격 적용
같은 단지·동일 면적의 아파트에 관한 실제 거래가격이 있고, 그 거래가격이 증여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한다면 유사매매사례가액이 공동주택가격보다 우선합니다.
이 사건에서 공동주택가격은 10억 8,800만 원이었지만 유사 아파트 실거래가는 19억 2,000만 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실거래가격을 증여 아파트의 시가로 적용한 과세처분을 인정하였습니다.
10. 평가심의위원회 심의의 중요성
증여일 전 2년 이내의 모든 유사 아파트 거래가액이 자동으로 시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통상적인 평가기간인 증여일 전 6개월을 벗어난 거래가액을 사용하려면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심의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검토하게 됩니다.
증여재산과 비교대상 재산의 면적
같은 단지 및 인접 지역 여부
용도와 종목
기준시가의 유사성
동·층·향·조망 등 가격형성요인
거래일부터 증여일까지의 가격변동
거래조건의 정상성
증여일 현재 시가로 인정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의 존재 여부
따라서 납세자는 단순히 거래일이 증여일 전 2년 이내라는 점만 다툴 것이 아니라, 비교대상 아파트가 실제로 유사한지 및 해당 거래가액이 증여일 현재의 시가를 반영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11. 지분 증여의 평가
이 사건에서 증여된 것은 아파트 전체가 아니라 40% 지분이었습니다.
과세관청은 유사 아파트 전체의 실거래가액에 증여지분율을 단순히 곱하여 지분가액을 산정하였고, 대법원은 이 사건 과세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아파트 일부 지분을 증여하더라도 다음과 같이 평가될 수 있습니다.
유사 아파트 전체 시가 × 증여지분율
이 사건에서는 일부 지분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소수지분 할인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12.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아파트 증여 시 공동주택가격만을 기준으로 세액을 산정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증여일 전 6개월 이내에 유사 거래가 없더라도 증여일 전 2년까지 동일·유사 아파트의 거래내역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공동주택가격과 실제 시장가격의 차이가 큰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증여재산가액을 상향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 판결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공동주택가격은 아파트의 법정 공시가격이지만 상증세법상 객관적인 시가 그 자체로 확정되는 가격은 아니다. 증여일 전 2년 이내의 적법한 유사매매사례가액이 존재하면 평가심의를 거쳐 그 실거래가액이 공동주택가격보다 우선하여 적용될 수 있다.
대법원 2025. 7. 3. 선고 2025두3027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