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0다208058 판결
1. 판결의 핵심 쟁점
벤처캐피탈이나 재무적 투자자가 신주를 인수할 때 투자계약에는 통상 회사 또는 최대주주·대표이사가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투자자의 주식을 약정가격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이 포함된다.
이 판결의 핵심은 투자계약에서 이를 “주식매수청구권”이라고 명명하더라도, 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상법이 인정하는 법정 주식매수청구권이 아니라 회사의 자기주식취득에 해당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상법 제341조가 정한 자기주식취득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그 약정은 무효가 된다.
다만 회사가 직접 매수할 의무와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는 법적 성질과 효력을 달리 평가할 수 있다.
2. 사안의 개요
회사와 주주 사이의 임원퇴직합의에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특정가격으로 회사가 매수하거나, 회사가 지정하는 제3자로 하여금 매수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주주는 이 약정에 따라 회사에 주식을 매도했고, 회사는 매매대금을 지급했다. 이후 회사는 해당 주식매매계약이 상법상 자기주식취득 제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지급한 매매대금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원심과 대법원은 회사가 직접 주식을 매수한 부분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까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회사가 그 의무의 이행을 거절한 데 대해서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3. 약정상 주식매수청구권은 법정 주식매수청구권이 아니다
상법 제341조의2 제4호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영업양도·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 상법이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법정 주식매수청구권을 의미한다.
회사가 특정 주주와 계약을 체결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특정가격으로 그 주식을 매수하기로 한 약정은, 경제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과 유사하더라도 상법 제341조의2 제4호의 법정 주식매수청구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벤처투자계약에서 다음과 같은 명칭을 사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주식매수청구권
풋옵션
투자금 회수청구권
동반매도청구권
투자원금 보장약정
환매청구권
실질적으로 회사가 자기의 계산으로 투자자의 주식을 취득하는 구조라면 상법상 자기주식취득 규제가 적용된다.
4. 회사가 직접 부담하는 매수의무의 효력
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로 한 약정이 유효하려면 상법 제341조가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다음 사항이 문제된다.
첫째, 자기주식 취득가액은 배당가능이익의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둘째, 원칙적으로 주주총회 결의 또는 정관과 이사회 결의 등 법정 기관결정을 거쳐야 한다.
셋째, 주주에게 균등한 조건으로 취득 기회를 부여하는 등 상법과 시행령이 정한 취득 방법을 따라야 한다.
특정 투자자에게만 회사에 대한 풋옵션을 부여하여 그 투자자의 주식을 약정가격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조항은 이러한 요건, 특히 주주평등 및 취득방법에 관한 요건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자기주식취득이 종전보다 완화되었더라도,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서만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자기주식취득 약정은 단순히 회사가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사법상 무효이다.
5. 실제 주식매매계약까지 무효가 된다
이 판결은 장래의 주식매수의무를 정한 기본약정만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 그 약정에 따라 회사와 주주 사이에 실제로 체결된 주식매매계약도 자기주식취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회사가 이미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주식을 취득했더라도 거래가 확정적으로 유효해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지급한 매매대금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주주는 주식을 반환하는 원상회복관계에 놓일 수 있다.
이는 투자자가 회사의 직접 매수의무만을 신뢰하고 투자금을 집행하면, 정작 회수 단계에서 약정이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투자자가 이미 회수한 투자금도 부당이득반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안정성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한다.
6. 제3자 매수주선의무는 별도로 유효할 수 있다
이 판결에서 실무상 특히 중요한 부분은 “회사가 직접 매수할 의무”와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매수하게 할 의무”를 구별하였다는 점이다.
회사가 직접 자기 계산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자기주식취득 규제의 대상이다. 반면 회사가 최대주주, 경영진 또는 외부 인수인 등 제3자로 하여금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는 그 자체로 회사의 자기주식취득이라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은 회사가 직접 매수하기로 한 부분은 무효라고 보면서도,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의 효력은 부정하지 않았다. 회사가 소송을 통해 제3자 매수의무까지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한 경우에는 그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하나의 조항에 다음 두 의무가 함께 규정되어 있더라도 각각 분리하여 효력을 판단할 수 있다.
회사가 직접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할 의무: 자기주식취득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무효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 원칙적으로 유효하며, 불이행 시 손해배상책임 가능
7. 벤처투자계약에 대한 실무적 의미
가. 회사를 주된 매수의무자로 정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비상장회사에 대한 벤처투자에서는 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일정한 내부수익률을 가산한 가격으로 매수하도록 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회사가 직접 매수의무를 부담하는 구조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법적 안정성이 낮다.
장래의 매수청구권 행사 시점에 배당가능이익이 존재할지 알 수 없다.
투자계약 체결 당시의 기관결의만으로 장래의 자기주식취득 절차를 모두 대체하기 어렵다.
특정 투자자에게만 매도 기회를 부여하는 구조가 주주평등 및 균등취득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
매수대금에 투자원금과 확정수익률을 반영하면 사실상 투자원금 보장 또는 고정수익 지급의 성격이 강해진다.
실제 매매와 대금 지급까지 완료되어도 사후에 무효 및 부당이득반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의 직접 매수의무를 투자금 회수의 핵심 장치로 설계하는 것은 곤란하다.
나. 최대주주·대표이사의 개인적 매수의무는 원칙적으로 구별된다
최대주주나 대표이사가 자신의 계산으로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하기로 약정하는 것은 회사의 자기주식취득이 아니다. 따라서 상법 제341조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아니다.
다만 경영진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투자원금과 확정수익을 보장하도록 한 조항은 투자계약의 전체 구조, 행사사유, 매수가격 산식 등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주주평등, 권리남용 또는 과도한 위약벌 등의 쟁점이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
반면 최대주주나 경영진의 진술·보장 위반, 자금의 목적 외 사용, 중요 경영사항 위반, 회계부정 등 구체적인 귀책사유를 매수청구권의 행사요건으로 정하면 그 정당성과 집행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다. 회사의 제3자 매수주선의무를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회사가 직접 매수하는 대안으로, 회사가 제3의 인수인을 물색하거나 최대주주 등으로 하여금 매수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 경우 단순히 “회사는 제3자로 하여금 매수하게 한다”라고 규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사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제3자 매수의무가 결과채무인지, 합리적인 노력을 다할 의무인지
회사가 지정하거나 확보해야 할 제3자의 범위
매수청구권 행사사유와 행사기간
매수가격 또는 가격 산정방식
제3자가 매수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의 범위
회사 직접 매수 부분이 무효가 되더라도 제3자 매수의무는 존속한다는 분리가능성 조항
최대주주 등 제3자의 직접적인 계약당사자 편입 및 연대책임 여부
특히 최대주주에게 실질적인 매수의무를 부담시키려면 회사가 최대주주의 매수를 주선한다고만 규정하기보다, 최대주주를 투자계약의 당사자로 참여시켜 직접적인 매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집행 측면에서 명확하다.
8. 계약조항의 분리가능성이 중요하다
투자계약에서 “회사 또는 최대주주가 매수한다”라고 일괄적으로 규정하면 회사의 매수의무가 무효로 판단될 때 전체 조항의 효력까지 다투어질 수 있다.
이 판결은 회사의 직접 매수의무와 제3자 매수의무를 분리하여 판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취할 필요가 있다.
첫째, 회사의 매수의무와 최대주주 등의 매수의무를 별도의 항으로 규정한다.
둘째, 각 의무의 발생요건과 법적 성질을 명확히 구분한다.
셋째, 회사의 직접 매수는 “관련 법령상 허용되는 범위 및 적법한 기관결의와 절차를 거친 경우”에 한정한다.
넷째, 회사의 직접 매수 부분이 무효 또는 이행불능이 되더라도 최대주주 등의 매수의무와 제3자 매수주선의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일부무효·분리가능성 조항을 둔다.
다섯째, 회사가 직접 주식을 취득하지 못하는 경우 곧바로 동일한 금액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는 방식도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조항은 무효인 자기주식취득의 경제적 결과를 우회적으로 실현하려는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9. 판결의 핵심 의의
이 판결은 벤처투자계약상 주식매수청구권의 명칭이 아니라 매수의무의 실질과 부담 주체를 기준으로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였다.
투자자와 회사가 계약으로 창설한 주식매수청구권은 상법이 합병·영업양도 등의 경우에 인정하는 법정 주식매수청구권과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회사가 직접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하는 구조는 상법상 자기주식취득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약정과 그에 따른 주식매매계약 모두 무효가 된다.
반면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나 최대주주가 직접 부담하는 매수의무는 회사의 자기주식취득과 구별된다. 따라서 벤처투자계약에서는 회사의 직접적인 매수의무에 의존하기보다 최대주주 등의 직접 매수의무, 제3자 매수주선의무, 동반매도권, 우선매수권 및 기업공개·M&A 협력의무 등을 조합하여 회수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판결은 벤처투자계약상 풋옵션의 유효성을 일률적으로 부정한 판결이 아니다. 정확한 판결 취지는 회사를 매수의무자로 하는 계약상 풋옵션은 자기주식취득 규제를 우회할 수 없지만, 제3자 또는 최대주주가 부담하는 매수의무와 회사의 제3자 매수이행의무는 별도로 유효할 수 있다는 데 있다.
Q1. 벤처투자계약의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을 이 판결에 맞게 안전한 형태로 다시 작성해줘.
Q2. 최대주주에게 투자원금과 연복리 수익률을 보장하도록 한 풋옵션 조항의 유효성 관련 판례까지 종합해줘.
Q3. 회사 직접 매수의무, 최대주주 매수의무, 제3자 매수주선의무의 차이를 실제 소송상 청구원인 중심으로 정리해줘.
오늘 오후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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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케파탈 등 투자자들이 상환전환우선주 인수를 하고 상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서 법리적 쟁점을 정리해줘
15s 동안 처리함
상환전환우선주 투자계약상 상환청구권의 효력과 한계
—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93213 판결
1. 문제의 소재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거나 회사가 투자계약을 위반하면 투자원금에 일정한 수익률을 가산한 금액을 상환받을 수 있도록 약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환전환우선주라고 하여 투자자가 언제나 회사에 투자원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환전환우선주의 상환은 회사재산을 주주에게 반환하는 행위이므로 상법상 배당가능이익과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른 제한을 받는다.
특히 투자계약이 회사의 약정 위반을 이유로 투자금 전액과 확정수익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더라도, 그 실질이 투자자의 투하자본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라면 주주평등의 원칙 또는 상법상 상환주식 규제에 위반하여 무효가 될 수 있다.
2. 사건의 개요
투자자는 회사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 20만 주를 20억 원에 인수하였다. 신주인수계약에는 회사가 유상증자 등 주요 경영사항에 관하여 투자자에게 사전에 통지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었다.
회사가 이를 위반하면 투자자는 다음과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
회사에 대한 상환전환우선주의 조기상환청구권
최대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회사 및 최대주주에 대한 위약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그 후 회사가 투자자의 사전동의를 받지 않고 두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하자 투자자는 회사와 최대주주를 상대로 조기상환금과 위약벌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사전동의권과 조기상환청구권 등이 특정 투자자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여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전동의권과 그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약정이 반드시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상환전환우선주의 상환은 일반적인 채무변제와 다르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주식이므로, 투자자가 납입한 신주인수대금은 대여금이 아니라 회사의 자본을 구성한다. 투자자는 회사의 채권자가 아니라 주주이고, 회사채권자보다 후순위에서 투자위험을 부담한다.
따라서 회사가 상환전환우선주를 상환하는 것은 차입금을 갚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채무변제가 아니다. 회사재산을 주주에게 반환하는 것이므로 상법 제345조의 상환주식 규제와 배당가능이익 제한을 받는다.
상환전환우선주의 상환이 유효하려면 원칙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정관에 상환주식의 발행근거가 있어야 한다.
상환가액, 상환기간, 상환방법 및 상환권의 행사주체 등 상환조건이 정관과 발행조건에 반영되어야 한다.
상환은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관과 발행조건 및 상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상환전환우선주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투자계약에 상환청구권을 규정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회사에 무조건적인 상환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4. 배당가능이익이 없으면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법원은 이 사건 상환전환우선주가 “일정한 상환기간이 경과한 이후 배당가능이익이 존재해야만 비로소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지적하였다.
따라서 회사가 영업손실이나 결손 누적으로 배당가능이익을 보유하지 못한 경우, 투자자는 정관이나 투자계약에 상환청구권이 규정되어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회사에 상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투자계약에서 다음과 같이 정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회사는 투자자의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상환금을 지급한다.
상환가액은 투자원금에 연복리 수익률을 가산하여 산정한다.
투자계약 위반 시 상환기간 전이라도 즉시 조기상환한다.
배당가능이익의 유무와 관계없이 투자금을 반환한다.
이러한 계약조항이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제한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그 범위에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투자계약은 상법상 강행규정을 우회할 수 없기 때문이다.
5. 회사의 약정 위반에 따른 조기상환청구권도 당연히 유효한 것은 아니다
통상적인 상환전환우선주 계약은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행사할 수 있는 일반 상환권과 별도로, 회사의 투자계약 위반이 발생하면 즉시 행사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을 규정한다.
그러나 조기상환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회사가 자기 자금으로 주주에게 투자금을 반환하는 이상, 상환주식에 관한 상법상 제한을 벗어날 수 없다.
대법원도 이 판결에서 회사의 약정 위반으로 발생하는 조기상환청구권이 배당가능이익의 존재 등 상법상 상환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투자계약 위반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상환청구권의 행사사유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 배당가능이익 요건까지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
즉, 다음 두 단계가 구별되어야 한다.
첫째, 회사의 약정 위반으로 조기상환청구권이 발생하였는가.
둘째, 상환 시점에 배당가능이익 등 상법상 상환요건을 충족하였는가.
첫 번째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두 번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회사에 대한 상환금청구는 인정되기 어렵다.
6. 투하자본의 절대적 회수를 보장하는 약정은 무효이다
대법원은 회사가 신주를 인수한 주주에게 다음과 같은 이익을 약정하는 경우에는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주식인수대금으로 납입한 돈을 회사가 전액 보전하기로 한 약정
상법상 배당 외에 다른 주주에게는 지급되지 않는 별도의 수익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
특정 투자자에게만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약정
이러한 약정은 투자자를 회사의 위험을 부담하는 주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원금과 수익을 보장받는 채권자처럼 대우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주주에게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경제적 이익을 부여하고,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있는 주주의 본질적 지위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따라서 계약상 지급명목이 “상환금”, “손해배상금”, “위약벌” 또는 “투자금 보전금” 중 무엇인지는 결정적이지 않다. 법원은 지급의 실질이 투자원금 또는 확정수익의 무조건적인 회수보장인지 판단한다.
7. 모든 조기상환약정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판결에서 주의할 점은 대법원이 회사의 계약 위반에 따른 조기상환청구권을 곧바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 두 유형을 구별하였다.
가. 처음부터 투자원금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약정
회사의 경영상황이나 투자자의 손해와 관계없이 일정한 시점 또는 형식적인 사유만 발생하면 회사가 투자원금 전액과 확정수익을 지급하도록 정한 경우이다.
이러한 약정은 투자자가 실질적인 투자위험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므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나. 회사의 실질적인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을 정한 약정
회사가 유상증자, 자산양도, 차입, 사업변경 등 주요 경영사항에 관한 사전동의의무를 위반하고, 그 위반으로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배상하기 위한 약정이다.
이러한 약정이 적법한 사전동의권의 이행을 확보하고 실제 손해를 전보하기 위한 것이라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유효할 수 있다. 약정금액이 투자원금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투하자본 회수보장약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손해배상이라는 형식을 취했더라도 실제 손해와 무관하게 투자원금 및 누적수익 전부를 회수하게 하는 구조라면, 투자금 회수보장을 우회하는 약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
8. 사전동의권의 유효성과 상환청구권의 효력은 구별해야 한다
대법원은 투자자에게 주요 경영사항에 관한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사전동의권은 유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투자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었는지
투자유치를 위해 사전동의권 부여가 불가피했는지
사전동의권이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감시하기 위한 것인지
다른 주주에게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는지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나 회사기관의 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지
대주주 및 다른 주주들이 차등적 취급에 동의하였는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그러나 사전동의권이 유효하다고 하여 그 위반에 따른 모든 구제수단이 당연히 유효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전동의권 자체는 유효하더라도, 그 위반을 이유로 회사가 배당가능이익과 관계없이 투자원금 전액을 상환하도록 한 부분은 별도로 무효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조기상환청구권이 상법상 상환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사전동의의무 위반에 따른 상당한 손해배상청구까지 반드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9. 손해배상액 예정과 투자금 회수보장의 경계
회사의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원칙적으로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약정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감액될 수 있다.
대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의 적정성을 판단할 때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사전동의권과 손해배상약정을 체결한 동기와 경위
회사가 약정을 위반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투자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
약정금액과 투자자의 실제 손해 사이의 관계
약정금이 사실상 투자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지
따라서 “투자원금+연복리 수익률”을 곧바로 손해배상액으로 정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실제 손해의 내용과 관계없이 항상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한다면, 손해배상약정이 아니라 무효인 투자금 보전약정으로 평가되거나 대폭 감액될 수 있다.
10. 최대주주의 주식매수의무는 회사의 상환의무와 구별된다
회사의 상환의무와 최대주주가 자신의 자금으로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하는 의무는 법적 성질이 다르다.
회사가 상환전환우선주를 상환하는 경우에는 회사재산이 주주에게 유출되므로 배당가능이익 제한을 받는다. 반면 최대주주가 자신의 계산으로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회사의 상환이나 자기주식취득이 아니므로 배당가능이익 제한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는다.
다만 최대주주의 의무가 회사의 무효인 상환채무를 단순히 보증한 것에 불과하다면, 주채무의 무효에 따라 보증채무도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투자계약에서는 최대주주의 의무를 회사 상환채무의 단순한 연대보증으로만 규정하기보다, 일정한 귀책사유 발생 시 자신의 계산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독립적인 의무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 경우에도 매수청구권이 투자자의 손실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구조라면 주주평등, 공서양속, 권리남용 및 과도한 위약벌 등의 쟁점은 별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11. 투자계약 작성 시 유의사항
상환전환우선주 투자계약에서는 다음 사항을 명확히 구분하여 규정해야 한다.
첫째, 정관과 신주발행조건에 따른 본래의 상환권을 규정하되, 상환은 배당가능이익의 범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
둘째, 회사의 투자계약 위반에 따른 조기상환청구권 역시 상법상 상환요건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해야 한다.
셋째, 사전동의권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은 투자원금 반환과 기계적으로 연동하기보다 위반행위의 중대성 및 예상손해와 합리적인 관계를 갖도록 설계해야 한다.
넷째, 최대주주의 주식매수의무는 회사 상환채무의 단순 보증이 아니라 최대주주의 독립적인 매수의무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회사의 상환의무, 최대주주의 주식매수의무, 손해배상책임 및 위약벌을 각각 별도 조항으로 규정하고, 일부 조항이 무효가 되더라도 다른 조항은 존속하도록 분리가능성 조항을 두어야 한다.
여섯째, 상환권 행사사유를 단순한 경미한 의무 위반까지 포괄하도록 규정하면 투자금 회수보장 수단으로 평가될 위험이 커진다. 중대한 진술·보장 위반, 자금 유용, 무단 신주발행, 핵심자산 처분 등 투자자의 경제적 이해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위반으로 행사사유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12. 판결의 핵심 의의
이 판결은 벤처투자계약상 투자자 보호조항을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본 것은 아니다. 회사의 자금조달 필요성과 투자자의 경영감시 필요성을 고려하여 사전동의권과 그 위반에 따른 합리적인 손해배상약정은 유효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상환전환우선주라는 형식을 취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회사가 투자자에게 투자원금과 확정수익을 무조건 반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 대한 상환청구권은 배당가능이익 등 상법상 상환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특정 투자자의 투하자본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약정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판결의 법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원금상환이 보장된 대출상품이 아니다. 투자계약상 조기상환청구권도 회사의 계약 위반이라는 행사사유뿐만 아니라 배당가능이익 등 상법상 상환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손해배상이나 위약벌의 형식을 이용하여 이러한 제한을 우회하고 투자금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려는 약정 역시 무효 또는 감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벤처투자계약상 주식매수청구권과 회사의 자기주식취득 제한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