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쟁회사 대표이사의 제3자 정보 제공·경업 이용 우려와 회계장부 열람청구

핵심 결론 경쟁회사 대표인 주주가 회사와 장기간 분쟁 중 장부를 압박수단이나 경쟁회사에 제공할 목적으로 청구했다면 회사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3마1575, 2013마657, 2017다270916
핵심정리
판결번호
서울고등법원 2008. 11. 17. 자 2008라545 결정
사건명: 장부 등 열람·등사 허용 가처분
제1심: 춘천지방법원 2008. 2. 20. 자 2007카합259 결정
관련 판례
대법원 2004. 12. 24. 자 2003마1575 결정
장부열람청구의 부당성은 청구 경위, 목적, 악의성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회사 또는 주주 공동의 이익을 해치거나 경쟁자가 정보를 경업에 이용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부당한 청구가 될 수 있다.
대법원 2014. 7. 21. 자 2013마657 결정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주주라도 회사 경영을 감독하고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열람청구를 할 수 있다. 단순히 회사와 적대적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청구가 되지는 않는다.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7다270916 판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더라도 매수대금을 받기 전까지는 주주의 지위를 유지한다. 주식매수가액 산정이나 대표소송을 위한 장부열람은 정당하지만, 채권자의 개인적 소송을 위한 열람은 부당할 수 있다.
관련 법령
상법 제466조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장부와 서류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회사는 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하여 거부할 수 있다.
상법 제391조의3
주주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 있고, 회사는 청구 목적이 부당함을 소명하여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사실관계
신청인은 피신청인 회사 발행주식의 40%인 18,320주를 보유한 주주였다. 신청인은 2007. 7. 23. 회사에 회계장부와 관련 서류의 열람·등사를 서면으로 청구하였다.
신청인은 다음과 같은 경영상 의혹을 청구 이유로 제시하였다.
2005년도와 2006년도의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되지 않았다는 점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회사의 주요 재산인 광물가공공장 대지와 건물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점
회사가 허위 광물생산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점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배당을 하지 않았다는 점
회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하자 신청인은 회사의 장부와 서류를 집행관에게 보관하게 하고, 30일 동안 회사 본점에서 사진촬영과 전산자료 복사를 포함한 열람·등사를 허용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신청인과 회사 또는 회사 대표이사 사이에는 2001년경부터 수십 건의 민사·형사사건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청인은 피신청인 회사와 사업목적이 경합하는 별도 회사의 대표이사이기도 했다.
한편 피신청인 회사는 신청인에 대한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회사는 신청인이 보유한 피신청인 회사 주식 18,320주 전부를 압류한 다음, 616,724,480원의 채권 변제에 갈음하여 해당 주식을 회사에 양도하라는 주식양도명령도 받았다. 신청인이 이에 즉시항고하여 관련 절차가 계속 중이었다.
핵심쟁점
첫째, 상법 제466조가 정한 지분요건과 서면 청구 요건을 갖춘 주주의 장부열람청구도 실질적인 목적이 부당하면 거부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둘째, 회사와 주주 사이에 다수의 민·형사사건 및 금전분쟁이 있다는 사정이 장부열람청구의 부당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셋째, 주주가 경쟁회사의 대표이사인 경우 장부와 서류를 경쟁회사에 제공하거나 그 정보를 경업에 이용할 우려만으로 청구를 거부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넷째, 장부열람청구서에 기재한 경영상 의혹과 열람 대상 자료 사이에 구체적인 관련성과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법리
회계장부 열람·등사권의 성격
상법 제466조의 회계장부 열람·등사권은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주주가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독하고 회사와 주주 공동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소수주주권이다.
일정한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청구하면 회사는 원칙적으로 이를 허용해야 한다. 다만 회사가 청구의 부당성을 증명하면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 있다.
부당한 목적의 판단기준
주주의 열람·등사청구가 부당한지는 어느 하나의 사정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음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장부열람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신청인이 밝힌 구체적인 청구 목적
회사 경영감독이나 주주권 행사와의 관련성
회사 또는 대표이사를 압박하려는 의도
회사와 신청인 사이의 기존 분쟁과 금전관계
신청인이 회사의 경쟁자인지
취득한 정보를 경쟁회사나 제3자에게 제공할 가능성
정보가 경업에 이용되어 회사에 손해를 줄 우려
청구 사유에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지
회사에 지나치게 불리한 시기에 권리를 행사했는지
경쟁관계와 제3자 제공 가능성
주주가 경쟁회사에 관여한다는 사실만으로 장부열람청구를 당연히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관계에 있더라도 청구 목적이 이사의 책임 추궁이나 회사 경영감독에 있다면 열람청구가 허용될 수 있다.
그러나 신청인이 경쟁회사의 대표이사이고, 회사와 장기간 분쟁 중이며, 청구 사유에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장부를 이용하여 별개의 금전분쟁에서 회사를 압박하려는 정황까지 인정된다면 결론이 달라진다.
이 경우 장부와 서류가 경쟁회사라는 제3자에게 사실상 제공되거나 경쟁 영업에 활용될 위험은 단순한 추상적 가능성을 넘어 구체적인 위험으로 평가될 수 있다.
법원의 구체적 판단
장기간 계속된 민·형사 분쟁
신청인과 회사 또는 대표이사 사이에는 2001년경부터 수십 건의 민사·형사사건이 제기되어 있었다.
법원은 단순히 소송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열람청구를 배척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분쟁 경위를 다른 사정들과 결합하여 신청인이 장부를 정당한 경영감독보다 회사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사용하려는지를 판단하는 자료로 삼았다.
청구 사유와 회계장부 사이의 관련성 부족
신청인은 2005년과 2006년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법원은 주주총회 미개최 사실이 신청 대상인 회계장부와 서류의 열람·등사에 직접 관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주주총회가 개최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별도의 상법상 권리구제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사실만으로 광범위한 회계자료의 열람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이다.
헐값 매각 및 허위 보고 의혹의 소명 부족
신청인은 회사가 광물가공공장 대지와 건물을 헐값에 매각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었다.
또한 허위 광물생산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주장과 달리 회사가 신청인에게 관련 광물생산보고서를 이미 송부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법원은 신청인이 주장한 경영상 의혹에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부당한 목적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평가하였다.
배당을 하지 않은 사정
회사가 배당을 하지 않은 것은 배당 가능한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였다. 단순히 배당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회계상 위법이나 이사의 배임행위를 의심할 근거가 된다고 보기 어려웠다.
금전채무 분쟁에서의 압박 목적
회사는 신청인에 대해 금전채권을 보유하고 있었고, 신청인 소유 주식 전부에 관하여 압류명령과 주식양도명령을 받았다.
법원은 신청인이 주주 지위를 내세워 회사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이러한 금전채무관계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열람청구가 이사의 배임행위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거나 회사의 경영을 감독하려는 주주권 행사가 아니라, 별개의 채권·채무 분쟁을 위한 압박수단으로 이용된다고 보았다.
경쟁회사에 대한 정보 제공과 경업 이용 우려
신청인은 피신청인 회사와 사업목적이 경합하는 별도 회사의 대표이사였다. 법원은 신청인이 열람한 회계자료를 자신이 대표하는 경쟁회사의 영업에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신청인은 경쟁회사가 이미 폐업신고를 했으므로 경업 이용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폐업신고만 이루어졌을 뿐 회사의 해산절차가 완료되지 않았으므로 경쟁 영업을 재개하거나 정보를 이용할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회계장부가 경쟁회사라는 제3자에게 제공되고 경업에 이용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았다.
결론
서울고등법원은 신청인의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가 회사 경영을 감독하거나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신청인이 주주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와의 금전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 자신이 대표하는 경쟁회사의 영업에 정보를 이용하려는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아 청구 목적의 부당성을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장부열람·등사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제1심 결정을 유지하고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하였다.
법리적 쟁점과 판결의 의미
형식적 요건을 갖추어도 목적이 부당하면 거부할 수 있다
신청인은 발행주식의 40%를 보유하여 상법 제466조의 지분요건을 충분히 충족했고, 열람 사유도 서면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회사가 반드시 장부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청구의 실질적인 목적이 회사 경영감독과 무관하고 회사 압박이나 경쟁정보 취득에 있다면 회사는 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
제3자 제공 가능성은 구체적 사정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 결정은 장부가 제3자에게 제공될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청구를 기각한 것이 아니다. 신청인이 경쟁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사실, 양 회사의 목적이 경합하는 점, 경쟁회사가 해산되지 않은 점, 장기간 계속된 분쟁 및 청구 사유의 소명 부족을 종합하여 경업 이용 위험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회사가 장부의 제3자 제공 가능성을 이유로 열람청구를 거부하려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실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주주와 제3자의 지배·고용·위임·경제적 관계
제3자와 회사 사이의 실제 또는 잠재적 경쟁관계
주주가 정보를 제3자에게 전달할 동기와 가능성
과거 영업정보 유출이나 경쟁적 사용 사례
청구 자료에 거래처·원가·가격정책 등 경쟁상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다는 점
주주가 내세운 목적과 청구 자료 사이의 관련성이 부족하다는 점
소송이나 경영권 분쟁만으로 부당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신청인이 회사와 여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장부열람청구가 부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주주대표소송이나 이사 해임·유지청구를 위한 자료 확보라면 분쟁 중에도 열람권이 인정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다수의 소송이라는 사정에 더하여 청구 사유의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고, 별도 금전분쟁에서의 압박 목적과 경쟁정보 이용 가능성이 함께 인정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2017다270916 판결과의 구별
2017다270916 판결에서는 회사가 주요 부동산을 감정평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특수관계 회사에 매각했고, 이후 회사의 순자산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이사의 책임을 의심할 구체적인 사정이 있었다. 주주는 실제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장부열람의 필요성도 인정되었다.
반면 이 사건에서는 헐값 매각이나 허위 보고를 인정할 객관적 자료가 부족했고, 신청인이 회사와 경쟁하는 별도 회사의 대표이사였으며, 회사와의 금전관계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목적까지 인정되었다.
따라서 두 판결의 차이는 단순히 주주와 회사가 분쟁 중인지에 있지 않다. 핵심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청구 목적이 주주권 행사와 직접 연결되는지, 경영상 의혹에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지, 취득한 정보가 제3자나 경쟁사업에 이용될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지
이 결정은 위 세 요소가 부정적으로 결합하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주주의 장부열람청구도 부당한 권리행사로서 기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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