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실제 거래가격이 은닉된 관세포탈죄에서 포탈세액을 추정할 수 있는지

핵심 결론 관세포탈죄와 포탈세액에 따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관세)죄가 성립하려면, 허위 저가신고 사실뿐 아니라 각 수입신고로 포탈한 관세액도 구체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실제 거래가격 자료가 은닉되어 있더라도 관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포탈세액을 추정할 수 있지만, 추정의 기초가 되는 거래가격과 비용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4도16271

해당 판례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4도16271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관세)[피고인2에대하여일부인정된죄명:관세법위반·피고인3에대하여예비적죄명: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관세)방조]·관세법위반]
하급심

관련 법령

구 관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원칙적으로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을 기초로 결정한다.
구 관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30조에 따라 과세가격을 결정할 수 없으면 동종·동질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결정한다.
구 관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
동종·동질물품의 거래가격으로도 결정할 수 없으면 유사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결정한다.
구 관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
국내 판매가격에서 통상의 이윤·경비·운임·보험료 및 조세 등을 공제하는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한다.
구 관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원재료비·가공비·통상의 이윤과 일반경비 등을 합산하는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한다.
구 관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30조부터 제34조까지의 방법으로 결정할 수 없으면 이들 원칙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과세가격을 결정한다.
구 관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1조 제1항 및 제2항
물품을 수입하려는 자는 물품의 품명·규격·수량·가격 등을 세관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구 관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4조 제1항
신속한 통관이 필요한 물품에 관한 입항 전 수입신고를 규정한다.
구 관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0조 제1항 제1호
세액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과세가격 또는 관세율 등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않고 수입한 행위를 관세포탈죄로 처벌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포탈한 관세액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관세포탈죄를 가중처벌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르도록 규정한다.

사실관계

중국산 유기농 대두의 수입구조
식품제조업체인 피고인 회사는 중국에서 생산된 유기농 대두를 공급받아 식품 제조에 사용하려고 하였다.
검사는 피고인 회사가 고율의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하여 중국 수출업체로부터 직접 수입하지 않고, 농산물 수입업체들을 수입대행자 또는 납품업체로 개입시켰다고 보았다.
공소사실상 거래구조는 다음과 같았다.
  • 피고인 회사가 중국 농장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대두를 확보한다.
  • 농산물 수입업체가 수입대행 또는 납품을 담당한다.
  • 별도의 수입신고업체 명의로 세관에 수입신고한다.
  • 통관 후 여러 단계의 형식적인 매출을 거쳐 피고인 회사에 납품한다.
  • 신고가격에 해당하는 물품대금은 정상적인 외환송금 방식으로 지급한다.
  • 실제 가격과 신고가격의 차액은 직원이나 친인척 등을 통하여 중국 측에 별도로 지급한다.
검사는 이러한 구조가 실질적인 수입가격을 숨기고 낮은 가격으로 신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공소사실상 저가신고
검사는 대표적으로 2002년산 유기농 나물콩 100톤의 실제 구입가격이 1톤당 650달러인데도 1톤당 150달러로 신고했다고 보았다.
검사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2002년 12월경부터 2009년 4월경까지 총 135회에 걸쳐 약 503억 원의 관세를 포탈하였다고 기소하였다.
다른 수입업체와 관련해서도 다음과 같은 공소사실이 제기되었다.
  • 실제가격 1톤당 750달러인 유기농 백태를 200달러로 신고
  • 실제가격 1톤당 850달러인 유기농 백태를 303달러로 신고
  • 실제가격 1톤당 750달러인 유기농 두부콩을 172달러로 신고
검사는 각 수입신고별 실제 거래가격과 신고가격의 차액을 기준으로 포탈세액을 계산하여 피고인들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관세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실제 거래가격 자료의 부재
수사기관은 세관에 신고된 수입가격은 확보하였다. 그러나 그 가격과 비교할 실제 거래가격에 관한 핵심 자료는 확보하지 못하였다.
구체적으로 다음 자료가 없었다.
  • 중국 수출업체와 체결한 실제 구매계약서
  • 중국 수출업체가 발행한 실제 가격의 송장
  • 신고가격을 초과하여 지급한 차액의 송금자료
  • 현금 또는 우회 방식으로 차액을 지급했다는 객관적인 금융자료
  • 개별 수입신고별 실제 매입단가를 확정할 수 있는 회계자료
검사는 피고인 회사의 내부 보고서, 구매계획, 이메일, 중국 현지 가격변동 자료, 견적서 등을 이용하여 실제 거래가격을 산정하였다.
그러나 내부자료에 적힌 가격이 실제 수출업체에 지급한 가격인지, 단순한 산지 시세나 가격협상을 위한 참고가격인지가 불분명하였다.

제1심 판단

제1심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관세)죄를 인정하려면 개별 수입신고별 포탈세액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실제 거래가격과 포탈세액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포탈세액을 기준으로 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관세)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제1심은 관련 진술과 가격자료 등에 비추어 실제 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수입신고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일부 피고인에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관세)의 공소사실에 포함된 관세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였고, 그중 피고인 2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였다.
일부 범죄는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면소로 판단하고, 식품제조업체와 다른 피고인들의 공모·가담 부분은 증명 부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 판단

원심은 포탈세액을 특정할 수 없다면 단순 관세법상 관세포탈죄도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세포탈죄는 국가의 관세부과권을 침해하는 범죄이고, 그 침해 정도는 포탈세액으로 나타난다. 또한 포탈세액은 벌금형의 상한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단순히 “실제 가격보다 낮게 신고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각 수입신고로 포탈한 관세액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원심은 제1심이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 2의 관세법위반 부분까지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의 주장
검사는 실제 거래가격을 직접 증명할 수 없더라도 다음 자료를 이용하여 포탈세액을 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 피고인 회사의 내부 구매 관련 문건
  • 중국산 유기농 대두의 산지가격 자료
  • 구매계획 및 주간보고서
  • 피고인들의 이메일
  • 미국 현지법인이 중국 업체로부터 구매한 유기농 대두 가격
  • 동종·동질물품의 거래가격
검사는 실제 거래가격에 의한 계산이 어렵다면 구 관세법 제31조 이하의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하여 포탈세액을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관세포탈죄는 포탈세액이 특정되어야 성립함
관세포탈죄는 과세가격 또는 관세율을 허위로 신고하여 납부해야 할 관세를 포탈하는 범죄이다.
따라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단순한 허위신고 사실뿐만 아니라 그 허위신고로 포탈한 관세액이 구체적으로 계산되어 확정될 수 있어야 한다.
포탈세액은 다음 사항을 결정하는 핵심 구성요건이다.
  • 관세포탈죄 성립 여부
  • 벌금형의 상한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가중처벌 여부
  • 범행의 죄질과 법익침해 정도
따라서 포탈세액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저가신고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관세포탈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
실제 거래가격의 직접증거만 요구되는 것은 아님
대법원은 장부나 증빙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은닉한 관세포탈 사건에서 실제 거래가격에 관한 완전한 직접증거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세를 포탈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계약서·송장·송금자료를 조작하거나 숨겼다면, 실제 가격을 직접 증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지급가격을 확정할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포탈세액을 추정하는 것은 허용된다.
관세법상 평가방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해야 함
포탈세액의 추정은 막연한 시세나 수사기관의 임의적인 계산에 의해서는 안 된다.
원칙적으로 다음 순서에 따라 과세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 구 관세법 제30조: 실제 지급가격
  • 구 관세법 제31조: 동종·동질물품의 거래가격
  • 구 관세법 제32조: 유사물품의 거래가격
  • 구 관세법 제33조: 국내 판매가격을 기초로 한 역산가격
  • 구 관세법 제34조: 원재료비·가공비 등을 합산한 가격
  • 구 관세법 제35조: 앞선 원칙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가격
제30조의 실제 거래가격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곧바로 임의의 가격을 적용할 수는 없다. 제31조부터 제35조까지의 평가방법과 적용요건을 순차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추정계산의 기초사실은 검사가 증명해야 함
포탈세액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은 검사의 증명책임을 완화하거나 피고인에게 실제 거래가격의 증명책임을 전환한다는 뜻이 아니다.
검사는 추정계산에 사용한 다음 사항을 증명해야 한다.
  • 비교대상 물품이 동종·동질 또는 유사물품에 해당하는지
  • 비교대상 거래가격이 실제 과세가격으로 인정된 것인지
  • 거래시기와 시장조건이 유사한지
  • 거래단계·수량·운송거리 및 운송형태가 동일하거나 조정 가능한지
  • 국내 판매가격에서 공제한 비용이 객관적인지
  • 계산에 사용한 원재료비·가공비·이윤 등이 신뢰할 수 있는지
이러한 기초사실은 형사재판의 원칙에 따라 검사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
내부자료와 시세자료만으로는 부족함
검사가 제출한 내부 보고서와 이메일은 피고인 회사의 미국 현지법인이 일시적으로 매입한 가격이거나 산지의 일반적인 가격동향에 관한 자료였다.
그러나 이 사건 대두는 매년 사전 계약재배 방식으로 일괄 구매되었으므로, 일반적인 산지가격이나 다른 거래의 가격과 실제 계약가격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었다.
또한 검사가 제시한 자료들은 구 관세법 제31조에서 요구하는 다음 조건을 충족하는 동종·동질물품의 거래가격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 과세가격으로 인정된 거래가격일 것
  • 선적시기와 시장조건이 유사할 것
  • 거래단계와 수량이 같거나 차이가 조정될 것
  • 운송거리와 운송형태 등의 차이가 반영될 것
오히려 관세청이 작성한 유기농 대두 수입실적에는 피고인들의 신고가격과 유사한 거래가격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원심은 제32조부터 제35조까지의 방법에 따른 포탈세액 산정에 관하여 검사에게 주장·증명을 촉구하였으나, 검사는 구체적인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지 못하였다.
포탈세액이 특정되지 않으면 공범도 성립하기 어려움
검사는 식품제조업체의 구매담당자, 수입대행업체 운영자 및 수입신고업체 운영자가 관세포탈을 공모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정범에 관한 포탈세액이 특정되지 않아 관세포탈죄 자체가 증명되지 않는다면, 그 범죄의 성립을 전제로 하는 공동정범이나 방조범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포탈세액을 특정할 수 없어 정범의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원심 판단을 전제로, 다른 피고인들의 공모나 방조도 인정하지 않았다.

결론

대법원은 실제 거래가격에 관한 직접적인 자료가 없더라도 구 관세법 제31조부터 제35조까지의 방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하여 포탈세액을 추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명확히 하였다.
다만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내부 보고서·이메일·산지가격 및 구매계획만으로는 개별 수입물품의 실제 거래가격이나 동종·동질물품의 거래가격을 증명하기 부족하였다. 제32조부터 제35조까지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구체적인 증명도 없었다.
따라서 저가신고의 의심이 있더라도 포탈세액이 합리적 의심 없이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관세포탈죄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관세)죄를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에게 무죄 등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하고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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